소설리스트

S급 공무수행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66)화 (66/223)

64화

* * *

하라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었다.

아마 세헌 덕분일 것이다. 그와 며칠 동고동락하다 보니 하라 또한 명료하게 말하는 재주가 늘어난 기분이었다.

S급 던전, 그리고 권욱의 실수.

세헌 또한 곧장 상황을 파악했다.

- 기다리세요.

세헌은 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하라는 한숨을 푹 쉬었다.

막 키트를 들고 오던 권욱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시간에 누구랑 통화해요?”

“아, 윤세헌 씨요.”

“아아, 이 시간에 깨 있는 거예요?”

권욱이 놀랍다는 듯 미소 지으며 물었다. 하라는 당황해 변명하듯 답했다.

“그게, 제가 없어서…….”

“하라 씨가 없는 걸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아요?”

이제 권욱의 눈은 두 배로 커졌다.

“설마 둘이 같이 살아요?”

“아, 그게 아니라! 제가 잠깐 신세 지는 거예요!”

하라는 횡설수설했다.

권욱의 눈이 가늘어졌다. 웃음은 지워지지 않은 채였다.

하지만 하라의 변명 같은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권욱은 재빠르게 손에 든 비상용 키트를 하라에게 건넸다.

“S급 키트라 뭐가 많아요. 인벤에 잘 넣어 두세요.”

“아, 네…….”

“화염 저항 있어요? 없으면 방호복 먼저 입어야 해요.”

S급 지옥용이 버티고 있는 화염지옥 던전이다. 화염 저항이 없으면 들어가자마자 힘들어질 것이다.

하라는 주섬주섬 권욱이 건네준 방호복을 걸쳤다. 방호복이라고는 하지만 가벼운 조끼처럼 생겼다. 옵션을 보아하니 복희가 만든 것이었다.

“윤세헌 씨가 뭐래요?”

“기다리라는데…….”

하라가 우물거리자 권욱이 난감한 얼굴을 했다.

“지금 시간이 없는데요.”

그렇다. 권욱의 말대로라면 안에는 민호를 비롯한 팀 K 인원들이 남아 있었다.

하라는 가볍게 시간을 계산해 봤다. 여의도에서 상암까지, 새벽 시간임을 감안해도 차로 20분은 족히 걸린다. 그를 기다리기 위해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게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민간인을 S급 던전에 데리고 갈 순 없어요.”

“……네, 죄송해요.”

하라는 고민하다가 휴대 전화를 다시 들었다. 세헌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

“윤 앵커님, 전데요.”

- 안 됩니다.

말도 안 꺼냈는데 세헌은 단호하게 잘랐다.

하라는 약간 웃었다.

“죄송해요. 금방 다녀올게요.”

- 혼자 거길 들어가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그, 권욱 헌터님이 엄호해 주신대요. 금방 가서 스킬만 시전하고 올 거예요.”

- 그럼 더더욱 제가…….

“윤 앵커님. 앵커님이 저 때문에 귀찮은 거 감안하고 노력해 주시는 거 알고 있어요.”

세헌이 잠시 입을 닫았다. 하라는 그 틈에 재빠르게 말했다.

“정말 감사해요. 그렇지만 S급 던전은 저도 제 앞가림 못 할 거예요. 그런 곳까지 윤 앵커님과 함께 들어갈 순 없어요.”

- 제 앞가림은 제가,

“저 얼른 다녀올게요!”

그렇게 내뱉고 하라는 전화를 끊었다.

권욱이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하라와 시선이 마주치자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게이트 쪽을 가리켰다.

“갈까요.”

주머니 속에서 전화가 울리고 있었지만, 어차피 던전 안쪽은 전파 수신이 안 된다. 하라는 화염이 화르륵, 뿜어져 나오는 게이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좌 ‘큐피트’가 이 게이트를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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