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공무수행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54)화 (54/223)

52화

* * *

윤세헌은 결론 내렸다.

“흐아압!”

이건 선이나 소개팅과 다를 바 없는 일이라고.

“죽어!”

붕붕, 빛이 눈부시게 그의 눈앞에서 궤적을 그렸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내려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봤다. 제 손을 꽉 깍지 껴 잡고 있는, 가느다란 여자의 손.

강하라였다.

“……원래 인위적인 건 싫어했지만.”

“예?”

중얼거리는 그에게 하라가 던전을 깨부수다 말고 되물었다.

세헌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아닙니다. 선글라스 쓰고 오길 잘했네요.”

“그쵸!”

마찬가지로 선글라스를 쓴 하라가 즐겁게 대꾸했다. 스킬을 쓸 때 뿜어내는 빛이 아무래도 눈이 부셔서, 하라가 강구한 방법이었다.

[앵커님, 오늘 선글라스 하나 가지고 오실 수 있나요?]

오늘 아침에 자신이 받았던 메시지를 생각하던 윤세헌이 입을 열었다.

“강하라 씨.”

“네?”

“우리 호칭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팔을 휘두르던 하라가 선글라스 너머의 눈을 깜박였다. 세헌은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애인 사이에 앵커님, 앵커님 하는 건 이상한 것 같아서요.”

“…….”

“그렇지, 하라야.”

강하라가 손에 든 간지폭풍검을 툭 떨어트렸다. 거의 죽어 가던 가고일이 때를 놓칠세라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아!”

조금만 늦었으면 두 사람 다 던전에 뼈를 묻을 뻔했다.

하라야, 한마디로.

* * *

[게릴라 던전 공략이 완료되었습니다.]

[게릴라 게이트가 닫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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