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699 : 프레자일 Fragile (8)
질질 끌려서 까진 손발이나 목만 신경쓰고 있던 오오코오찌가
방의 이상한 분위기를 깨달은 것은 그때였다.
성대하게 먹고 마신 흔적이 엿보이는 거실에는 긴 소파와 그것과 세트인
짝 잃은 일인용 소파를 중심으로 대여섯명 정도의 남자가 뭉쳐 있었지만
그 전원이 말없이 자신과 아오이케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움도 모멸도 없이 마치 입맛을 다시는 듯한 눈초리가 기분 나빠서,
오오코오찌는 시선의 폭력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그 자리에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얘기로 듣던 것보다 훨씬 혈통이 좋아 보이잖아?"
소파 끝에 앉아있던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가는 색안경의 남자가
짧은 턱수염을 문지르면서 중얼거렸다.
"그 개, 몇살?"
외견은 남자인데 묘하게 여자처럼 요염한 몸짓을 하는 금발 남자가,
옆에 앉은 체격좋은 남자의 무릎 위에 걸터앉은 채 여성같은 달콤한 소리로 물어왔다.
"31. 여기도 나름대로 늘어졌겠지."
아오이케에게 갑자기 엉덩이를 걷어차여 놀란 오오코오찌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러나 사슬이 짧아서 목이 졸린 바람에 <꾸엑>하며 개구리처럼 울고 말았다.
그것이 우스웠는지 남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오코오찌는 자신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아무도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해주지 않는다.
모두 적. 아오이케의 편이다.
그때 수염난 남자가 일어서서 느긋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턱을 만지면서 무례한 시선으로 오오코오찌의 몸을 훑어보더니
등뒤로 돌아가 웅크리고 앉아서 음부를 들여다보는 듯한 몸짓을 보였다.
오오코오찌는 황급히 가랑이를 오므리고 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좋은 개냐 아니냐를 구별하는 건, 우선 전신의 털이
가지런히 나 있는 모양을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수염난 남자가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소파에서 <또 시작했다, 사이비 연설>하는 야유가 날아왔다.
남자의 손이 옆구리에 와닿는 것이 느껴지더니 다음 순간 오오코오찌의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남자가 오오코오찌의 상체를 등뒤에서 안아올렸기 때문이다.
"그것과 동시에 여기의 체크도 중요하다."
음낭과 페니스를 갑자기 움켜잡혀, 오오코오찌는 <우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여기의 탄력과 광택 그리고 냄새. 뭐야? 이 녀석 포경인가?"
델리케이트한 부분을 아무렇게나 주물러대는 데다 '가성'인 것을
거침없이 떠들어대는 바람에, 남자로서의 프라이드가 와르르 무너졌다.
오오코오찌는 두팔을 휘두르고 마구 발버둥치며 남자를 때리다시피 하고 그 손에서 달아났다.
"윽, 아파…."
수염난 남자는 떫은 얼굴로 미간을 찡그리더니 가까이에 있던
빈 술병을 오오코오찌에게 내던졌다. 다행히 유리병은 깨지지 않았지만
얻어맞은 등이 둔하게 아팠다.
"어이, 아오이케. 저 개는 조금도 교육이 되어 있지 않잖아!"
왼손에는 사슬, 오른손에는 와인병을 든 채 다이닝 의자에 걸터앉아
일의 경위를 지켜보고 있던 아오이케가 느긋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아직 교육 중이야."
"개한테도 선택할 권리는 있다는 말이지."
왼쪽 귀에 피어스를 단 젊은 남자가 익살스런 태도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모두에게 비웃음 당한 남자는 거북살스런 얼굴로 소파에 돌아갔다.
아오이케는 오오코오찌의 사슬을 다이닝 테이블에 고정한 뒤
소파에 몰려 있는 남자들 속에 섞였다.
오오코오찌는 그 무렵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여기에 있는 남자들 전원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끼리 키스를 하든 패팅을 시작하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기쁜 듯이 들여다보고 결국에는 자신까지 참여하려고 휘감긴다.
남자끼리 뒤엉키는 것을 보고 있어 봤자 기분만 나쁘다.
오오코오찌가 지켜보는 앞에서, 아오이케도 술을 마시고는
옆의 남자의 성화에 못이긴 듯이 입맞춤을 나눴다.
거기에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사는 인간이 있다.
모럴도 상식도 없는 인간들이 모여 있다.
오오코오찌는 그 모습들을 보지 않으려고 책상 밑에서 잔뜩 웅크렸다.
그로부터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목덜미부터 허리까지 천천히 쓸어내리는 징그러운 손길에
오오코오찌는 펄쩍 튀어올랐다.
아까의 그 수염난 남잔가 했지만 자신의 곁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아오이케였다.
"계장님도 배가 고프죠? 지금 먹을 것을 준비하겠습니다."
안색은 바꾸지 않은 채 술냄새 나는 숨결로 키득거리면서 아오이케는 떠들었다.
이상한 분위기에 압도된 나머지 오오코오찌는 자신이 공복인 것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사왔습니다."
다이닝 테이블 위에서 봉지를 찢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오오코오찌의 눈앞에는 두 개의 하얀 그릇이 놓였다.
그것을 본 순간, 오오코오찌는 말을 잃었다.
하얀 도자기의 오목한 용기.
그것은 분명히 개밥을 줄 때 쓰는 식기였기 때문이다.
개밥용 식기는 그래도 괜찮다.
오오코오찌가 자신의 눈을 의심한 것은, 물이 든 그릇 옆에 있는
퍽퍽하고 비린내 나는 1센티 정도 크기의
갈색 고형물이 산처럼 수북히 쌓인 접시였다.
"가게에서도 종류가 워낙 많아 어느 걸로 할까 고민 되더군요.
결국 가게주인한테 묻고 <대형견이라면 이걸 권한다>길래 사왔습니다.
맛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걸 사오면 되고, 캔에 든 것도 있으니까
만약 그쪽이 좋다면 가르쳐주세요."
목소리는 굉장히 부드러웠고 오오코오찌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놀림에도
흉폭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는 일은 제정신인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이것은 개사료로, 인간이 먹을 게 아니다. 먹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개사료를 망연히 쳐다보고 있는 오오코오찌를 아오이케는
몸을 구부리다시피 하고 아래에서 들여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식욕이 없나요?"
오오코오찌는 개사료에서 얼굴을 돌리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한입도 먹지 않는군요. 비싼 사룐데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겁니까?"
오오코오찌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오이케는 한숨을 내쉬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하는 수 없군요. ……얼굴을 들어."
놀랄 만큼 부드러운 음성이었기에 오오코오찌도 얼굴을 들 마음이 들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걸 잘 봐주세요."
아오이케는 청바지 단추를 풀고 소리를 내며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배뇨라도 하는 듯한 자연스런 몸짓으로 아오이케는 자신의 페니스를 꺼냈다.
"페트한테 무슨 서비스를 하고 있는 거야?"
누구인지 소리치는 음성이 들렸다.
하지만 아오이케는 그런 목소리 따위 무시하고 오오코오찌의 눈앞에 선 채
페니스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오오코오찌는 경악해서 얼굴을 돌렸다.
아오이케가 왜 자신의 앞에서 갑자기 자위를 시작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보고 있으라고 했잖습니까."
꾸짖는 소리에 오오코오찌는 얼굴을 천천히 들었다.
꺼낼 때부터 약간 큰 사이즈인가 싶었던 아오이케의 성기는
순식간에 팽팽히 부풀어올라 위를 향해 일어섰다.
아오이케는 흥분으로 상기된 뺨을 일그러뜨리고 웃었다.
"하앗…핫…핫…."
쾌감을 고하는 짧은 신음.
스며나온 액이 끝을 적시는 것을 보고 오오코오찌는 황급히 얼굴을 수그렸다.
얼굴에 뿌려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응! …하앗…."
절정에 달한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있던 개사료 위에 혼탁한 하얀 액이 튀었다.
아오이케는 가랑이를 드러낸 채 구부리더니, 정액으로 끈적거리는 손가락을
개물그릇에 담긴 물에 씻었다. 그리고 나서야 가까스로 그 추악하기 그지없는 것을
청바지 속에 집어넣었다.
"끝내주는 도핑(*doping)…."
수염난 남자가 중얼거리고 금발 남자도 킬킬거렸다.
"하지만 저런 거, 좋아하는 녀석은 좋아한단 말야.
나도 도핑만이라면 먹어도 좋을지도?"
비일상적인 대화가 펼쳐지고 있었다. 현실의 세계가 아닌 현실이 여기에 있었다.
자신은 정말로 낮에 수트를 입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걸까?
벌거벗은채 이런 것을 먹으라는 명령을 받고 있는
자신이 정말로 사람으로서 일하고 있었던 걸까?
"맛있어 보이게 됐죠? 남기지 말고 먹어주세요."
현실에 대항한다.
이런 더러운 거, 누가 입안에 넣을 줄 알고!
그런 강한 의지 하에 오오코오찌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먹을 기척을 보이지 않는 오오코오찌에게 아오이케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이렇게 해줘도 먹지 못하다니, 하는 수 없군요.
…교육은 처음이 중요하니까요. 얼굴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래도 수그리고 있자, 오오코오찌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강인하게 위를 보게 만들었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흉기. 검게 빛나는 권총에 오오코오찌는 두눈을 크게 부릅떴다.
아오이케는 엷게 웃더니 권총을 오른손 검지에 걸고 마치
서부극의 주인공이 하듯이 빙글빙글 돌려보였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그긋은 손끝에서 날아가 바닥 위에 툭 떨어졌다.
"으아악…!"
오오코오찌는 벌렁 자빠진 채 뒤로 물러났다.
그 보기 흉한 꼴은 주위의 실소를 샀지만, 총밖에 보이지 않는 오오코오찌는
그런 것도 깨닫지 못하고 큰소리로 아우성쳤다.
"살려줘, 살려줘! 죽일 거야, 날 죽일 거라구…싫어! 싫어어어어어!"
누군가가 구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살해를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여기에 있는 전원이 긍정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두 사람 정도는 자신에게 동정하고 구원의 손을 뻗어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뭐야, 그런 걸 아직도 갖고 있었냐?"
떨어뜨린 총을 집어드는 아오이케에게 수염난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남자들은 오오코오찌가 살려달라고 아우성쳐도 누구 한사람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어디, 바꾸지 않다 뿐인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자, 먹어주세요."
아오이케는 다정한 어조로, 잔뜩 오그라든 가랑이도 훤히 드러내 보인채
바닥 위에 주저앉은 오오코오찌의 이마에 총구를 댔다.
거부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 절대적 명령.
복종하지 않으면 거기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참한 <죽음>뿐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만두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빨리 먹지 않으면 모처럼 뿌려둔 그게 말라버립니다."
오오코오찌는 떨면서도 꾹 다문 입을 열 수 없었다.
입을 벌리면…혀라도 댈 것 같으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총이 천천히 이마에서 떨어졌다.
단념했나 안도한 것도 잠깐. 갑자기 머리칼을 움켜잡혀 얼굴이 위로 쳐들렸다.
"입 벌려."
벌리면 정액이 뿌려진 개사료를 그대로 입에 흘려넣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오오코오찌는 어금니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귀가 먹은 건 아닌 것 같군요. 입을 벌리라고 말하고 있잖습니까."
그래도 입을 다물고 있자, 코를 붙잡혔다.
당연히 숨을 쉴 수 없게 되어 입을 벌린 순간, 딱딱하고 차가운 것이
입안으로 거칠게 밀려 들어왔다.
구역질을 일으킬 만큼 목구멍 깊숙이까지 총을 쑤셔박고 바로 코앞에서 아오이케는 웃었다.
"그렇게 죽고 싶습니까?"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입안에 총을 찔러넣은 채, 오오코오찌가
괴로워하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휘저었다.
그리고 오오코오찌가 고통스러워하면 할수록 아오이케의 웃음은 깊어져갔다.
"순식간에 끝내 주겠습니다. 그쪽이 좋겠죠?
구멍 뚫린 두개골에서 뇌가 산산이 흩어지는 꼴은, 정말 굉장할 겁니다."
남의 머리를 갖고 마치 완구처럼 얘기한다.
이 남자는 인간이 아니다. 악마다.
오오코오찌는 총을 입에 문 채 울었다.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넘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걸 먹겠습니까, 아니면 여기에서 죽겠습니까?"
눈물을 흘리는 오오코오찌의 눈에, 아오이케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거는 것이 보였다.
"읍, 우읍, 우읍!"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지르며 두팔을 휘두르고 발버둥쳤지만,
아오이케의 손가락은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
총을 쏘는 소리가 머리 속에 울렸다.
다음 순간.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고 가랑이가 뜨뜻미지근한 액체로 젖었다.
오오코오찌는…생전 처음으로 남의 앞에서 오줌을 지린 것이다.
공포 때문에 오오코오찌의 턱이 얼마나 총을 죽어라고 세게 악물었는지,
아오이케가 난폭하게 팔을 휘두르지 않으면 빼낼 수 없을 정도였다.
입에서 빠져나간 총은 타액에 젖어 실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탄창을 들여다본 아오이케는 오오코오찌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마침 총알이 들어 있지 않은 부분이라, 다행이었군요."
자신의 오줌으로 젖은 바닥 위에 얼이 빠져 주저앉은 오오코오찌의 앞에,
개사료 그릇이 가까이 놓였다.
아오이케는 오오코오찌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슬슬 먹고 싶어서 참을 수 없어지지 않습니까?"
오오코오찌는 입을 반쯤 벌린 채 덜덜 떨었다.
"우와아아아…."
그리고. 스스로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터뜨리고 오오코오찌는 개사료 속에 얼굴을 쳐박았다.
무아지경으로 깨물어 부수고, 비릿하고 팍팍한 그것을 억지로 삼켰다.
그것은 먹는다는 행위가 아니라 그저 위속에 집어넣을 뿐인 작업이었다.
갑자기 목이 막혔다. 숨을 쉴 수가 없어 몇번이나 콜록거린 오오코오찌는 죽을 것 같았다.
옆에 물이 있었다. 그것이 아오이케가 손가락에 묻은 정액을 씻은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통에 견디다 못해 입을 대고 들이켰다.
물을 마시고 목이 막히는 것은 해소 되었지만,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입안도 비린내가 나고 찝찝했다.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있었다.
이만큼 꼴사나운 모습을 드러내고 아직도 체면 차릴 일이 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남앞에서 토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입을 가리고 달려나갔다.
그러나 사슬의 길이에는 한계가 있어 거실문까지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억지로 사슬을 잡아당겨도 무거운 다이닝 테이블이 덜컹거리며 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때 불쑥 사슬이 느슨해졌다. 오오코오찌는 거실을 뛰쳐나가자마자 곧장 화장실로 달려들어갔다.
문을 닫을 틈도 없어 변기 안에 얼굴을 쑤셔박고 토했다.
비릿하고 신내가 입안에 퍼지고 콧구멍을 찔렀다. 반복해서 토할 때마다
위액으로 목이 타는 것 같이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토했군요."
등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명백히 오오코오찌를 비난하고 있었다.
"아아, 아까워라. 비싸게 주고 산 건데."
중얼거리면서 아오이케는 사슬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오오코오찌는 변기에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은 아오이케가 단념하고 화장실에 사슬을 묶어버린 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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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케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식의 행동을 하며
또 그런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여기까지 왔는데도 아오이케의 심리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 안 나와서 거부감마저 서서히 들기 시작할 정도로.
하지만 이것이 바로 코노하라 나리세의 치밀한 장치인데요….
<플라워>가 흔한 소재와 뻔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가슴을 잔인하게 울린 것도,
바로 이러한 코노하라 특유의 계산된 구성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똑같은 내용의 같은 장면이라도 어디에 넣고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따라서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플라워>니까요.
그리고,
흔한 소재와 스토리를 흔하지 않게 만드는 코노하라 나리세의 저력이라는 것을,
이 <프레자일>을 보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반면, 코노하라 나리세 본인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보통 사람보다
더욱 보편적인 사고방식의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수많은 엽기적 인물들을 그토록
개연성 있는 관찰자적 시점으로 쓸 수 없을 테니까요.
자,
여태 많이 걸어오셨습니다.
얼마 안 남았으니,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따라와 주세요.
(힘드시면 그냥 절 잡고 질질 끌려오셔도 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