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2)

No,624 : 프레자일  Fragile (4) 

대신 올리는 슬로진입니다.

감상 올려주실 때 소설 제목과 주인공 이름 그리고 

작가 이름만이라도 정확히 써주십사 하고 부탁드렸는데

여전히 무심하게 맘대로 개명하시는 분들이 있네요.

감상 올려주실 때, 한번만 더 확인하고 써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게다가 감상도 조회수에 비해 너무 적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상한 메일만 날아오고 정작 기다리는 감상은 적으니...

(소설란에서 란의 메일 주소를 아예 없앤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조금 지치는군요.

다른 사람들이 감상을 써주겠거니..하고 번역란만 들렀다 가지 마시고  

번역하는 우리에게 힘의 원천이 되는 감상을 많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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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방뇨해 놓고 그 냄새가 참을 수 없어졌는지 아오이케는

 떫은 얼굴로 거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네발로 기는 오오코오찌를 욕의 띠로 매어 잡아 끌면서

 침실로 들어가더니, 운동화를 신은 채 침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오오코오찌는 알몸으로 침실 플로어 매트 위에 몸을 둥글게 말고 

웅크린 채, 지저분한 검은 신발 끝을 원망스레 노려보았다.

 "당신에게서 심한 말을 들었던 그 날부터 줄곧 잠을 자지 못했단 말입니다.

 자려고 해도 계장님의 얼굴이 떠올라서…."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린 채 뺨을 받치고 바닥의 오오코오찌를

 내려다보며 아오이케는 즐겁다는 듯이 떠들었다.

 "범죄자가 돼도 좋으니까 당신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족 중에서 범죄자가 나오는건 부모 형제한테

 폐를 끼치게 되니까 안된다고 단념했죠.

 …그래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 봤습니다.

 예를 들면, 회사 급탕실에 있는 당신의 커피잔에 청산가리를 발라 둔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알고 있습니까? 청산가리는 뜻밖에 간단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겁니다."

 10시와 3시의 휴식 시간에 여사원이 타주는 커피.

 그것을 아무 생각없이 마시고 있던 것을 오오코오찌는

 이토록 무섭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청산가리라면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죽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의심을 받게 되는 건 틀림없이 나….

 그래서는 의미가 없으니까, 당신을 실종시키려고 생각했습니다.

 죽여도, 사체를 찾지 못해 <실종>으로 처리되면 경찰은 수사하지 않을 테니까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퇴근하는 당신을 인적없는 장소에서 납치해 차안에 끌어들여 죽인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커다란 자루에 넣어 갖고 돌아가 욕실에서 해체하는 겁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톱으로 뼈를 절단하고 살은 부엌칼로 저며낸 뒤,

 손끝이며 얼굴은 쇠망치로 으깨 부수는 겁니다.

 그리고 살조각과 뼛조각만이 된 당신을 쓰레기 내놓는 날에 같이 버리는 겁니다.

 살 조각이나 내장 같은 건 바다에 버려도 되겠죠.

 물고기들의 좋은 먹이가 될 테니까요."

 자신이 산 채로 아오이케에게 절단 당하는 장면을 상상해버린

 오오코오찌는 온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회사를 쉬기 시작한 뒤로 밤마다 술을 마시러 나갔습니다.

 혼자 있으면 당신을 죽이는 것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어.

 자나깨나 머리 속에 그 얼굴이 떠오르는 거야. …초조해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친구들을 닥치는대로 붙잡고 당신의 살인계획을 얘기했던 겁니다.

 …그렇게 하니까 정말로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얘기를 들은 친구는 모두들, 그만두라고 하는 겁니다.

 <농담이지?>가 아니라, <그만둬라>하고 말하는 겁니다."

 말이 끊겼다.

 남자의 손끝이 다가온다.

 그것에 닿으면 죽어버릴 거라는 비장한 표정으로 오오코오찌는 주춤주춤 뒷걸음질쳤다.

 "무섭습니까? 아니면 추운가요? 떨고 있군요."

 살해 당해 잡아 찢겨 토막나는 얘기를 듣고 

 공포를 느끼지 않을 인간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

 오들오들 떨리는 마음을 뒤흔드는 듯한 악마의 웃음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아, 즐거워. 언제나 나를 덮어놓고 꾸짖고 있던 당신이 벌거숭이로

 내 발치에 개처럼 앉아 있다니. <공포>라는 건 재미있군요.

 날 두려워한 나머지, 오줌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알몸으로 끌려 다녀도 

 당신은 불평 한마디 하지 못하니까."

 오오코오찌는 작게 웅크리고 앉은 채 눈물을 흘렸다.

 번화가 언저리의 바에서 시노와 일본주를 마시고 있을 때만 해도, 

 집에 돌아온 뒤 이런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이 지옥은 끝날 기척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처음은 당신이 더 저항을 보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뜻밖에 겁쟁이라서 매우 순종적이었어.

 ……그렇듯 겁많은 당신에게 재밌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얼굴을 들어주세요."

 눈물로 뒤범벅이 된 보기 흉한 얼굴을 상대의 눈앞에 드러내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이것도 <명령>인 것이다.

 남자의 말에 거역하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닦은 뒤,

 오오코오찌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이마에 무엇인가가 와닿았다.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검은 물체.

 처음은 너무 가까워서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고 정체를 깨달은 순간.

 오오코오찌는 꼴사납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으와아아아아아악…!"

 아우성치면서 뒷걸음질 치는 오오코오찌.

 하지만 아오이케는 그 목에 묶은 바스로브 띠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시끄럽네. 조용히 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외치는 소리를 막기 위해 오오코오찌는 두손으로 자신의 입을 덮었다.

 그러나 목구멍 속에서 새어나오는 <으읍, 으읍…!>하는

 의미 없는 헐떡임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조금 작지만, 썩 괜찮게 생겼죠? 아는 사람에게서 받은 겁니다. 

 만약 당신이 저항하면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꼴을 봐서는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권총 따위, 오오코오찌는 TV 드라마에서밖에 본 적이 없었다.

 TV에서나 봐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참, 계장님께 하나 문제를 내겠습니다."

 아오이케는 총을 손에 든 채 신난다는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내가 다섯을 셀 동안 대답해 주세요."

 "잠…잠깐 기다려."

 "코끼리가 두 마리 들어 있는 음식은 뭘까요?"

 출제한 아오이케는 곧장 수를 세기 시작했다. 

 머리 속이 폭풍처럼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오오코오찌는, 아오이케가 낸

 간단한 문제의 답조차 알지 못하고 두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궜다.

 "그런 거 몰라, 몰…."

 "넷, 다섯…."

 엄하게 수를 끝까지 센 아오이케는 씨익 웃더니, 오오코오찌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고 <빵!>하고 큰소리를 냈다.

 "히이이익!"

 오오코오찌는 벌러덩 뒤로 자빠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장수풍뎅이처럼

 두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휘둘렀다.

 <아하하하하…!>하며 호쾌히 웃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며,

 아오이케가 침대 위에서 배를 끌어안고 뒹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오코오찌는 살며시 이마에 손을 대 보았다.

 피 같은 것은 흘리고 있지 않았다.

 자신은 총에 맞은 것이 아니었다. 소리에 놀라, 총에 맞은 줄 착각하고

 멋대로 쓰러져 바둥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당신, 재밌는 사람이네."

 공포로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오오코오찌는

 악마의 소리를 멍하니 얼이 빠져 듣고 있었다.

 숨을 죽이고 웅크린다.

 시계 소리만이 째깍거리며 방안에 울리고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눈부신 침실에서, 공포에 침식 당한 1초를 보내는 오오코오찌는

 시간 감각을 잃고 1분을 10분이나 20분처럼 길게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줄곧 비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제 곧 오전 6시가 되려는 시간이었지만, 밖은 어둑어둑한 기척을 두른 채였다.

 5시 반이 조금 지난 무렵부터 아오이케는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자고 싶지 않은 듯 수마와 싸우듯이 몇번이나 고개를 뒤흔들었지만, 

헤드보드에 기댄 지 몇분도 지나기 전에 매트리스 위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오오코오찌는 숨을 죽이고 아오이케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여 '이제 괜찮겠지' 하고 

 오오코오찌가 일어선 순간. 아오이케는 낮게 신음하고 몸을 뒤척였다.

 오오코오찌는 황급히 플로어 매트에 매달려 머리를 끌어안았다.

 다시 규칙적인 호흡소리가 들려온다.

 오오코오찌는 살그머니 고개를 들어 아오이케의 잠자는 얼굴을 멀찌감치에서 들여다보았다.

 문득 구급차 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서 무슨 일인가 생겼는지

 독특한 사이렌은 길게 꼬리를 끌며 방안에 울렸다.

 그 소리로 분명 잠을 깨버릴 줄 알았건만,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도

 아오이케는 꿈쩍하지 않았다.

 확신 하에 오오코오찌는 살금살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에 휘감기는 욕의의 띠. 그 끝은 이미 오래전에 힘이 빠진

 남자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침실 출입구까지는 벌레처럼 기었다.

 그리고 약간의 삐걱임에도 움찔움찔 떨면서 조금씩 문을 열었다.

 간신히 사람이 나갈 수 있을 만큼 틈을 만들고 오오코오찌는 복도로 기어나갔다.

 같은 요령으로 살며시 문을 닫았다.

 플로링 바닥 위. 극력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며 걸어서 곧장 탈의실로 갔다.

 바닥 위에 뭉쳐져 있는 욕의를 집어들고 몸에 걸친 뒤, 신중하게 복도를 걸었다.

 가까스로 현관까지 도착하여 조금 축축한 가죽구두에 발을 집어넣은 순간.

 그동안의 긴장이 단숨에 터졌다.

 오오코오찌는 현관 문을 힘껏 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공포를 씻어내듯이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면서 통로를 내달렸다.

 계단을 달려내려간 오오코오찌는 욕의 한 장 차림으로 새벽녘의 비 속을 향해 뛰쳐나갔다.

 흠뻑 젖은 욕의 차림으로 경찰서에 뛰어든 남자를 보고

 경찰관은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게다가 오오코오찌는 경찰서에 도망쳐 들어온 것에 안도해서,

 경관의 모습을 본 순간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내어 엉엉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괜찮습니까?"

 "저…저어…저어…으읏…."

 말을 걸어와도 제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혀가 제대로 돌지 않는 이상한 소리에,

 처음은 살짝 돈 사람이 아닌가 의심을 받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커피가 손 끝에 익숙해질 무렵이 되어

 간신히 흥분이 가라앉자, 남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을 떠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당신은 원한을 품은 부하직원 남자에게 권총으로 위협받았다는 거군요?"

 경찰서 안쪽에 있는 담배 냄새 나는 작은 방에서 자신보다도 어려보이는

 경찰관을 향해 오오코오찌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했다.

 "지금도 그 남자는 당신의 맨션에 있을 가능성이 있구요?"

 "그건 모릅니다. 내가 맨션에서 나올 때는 자고 있었지만 지금은…모르겠습니다."

 결국 오오코오찌는 두 경관을 동반한 가운데 맨션에 돌아가게 되었다.

 만약 아오이케가 총을 든 채 자고 있으면 그대로 체포되게 된다.

 오오코오찌는 부디 그렇게 되길 마음 속으로 빌었다.

 경찰이 빌려준 옷을 입은 채 우산을 쓰고 맨션을 향해 걷던

 오오코오찌는 근처에 있는 JR 역앞에서 많은 우산들을 보았다.

 오전 7시 반, 마침 통근 러시아워 시간대였다.

 익숙한 광경에 오오코오찌는 춥지도 않은데 몸이 떨리기 시작한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곁에는 경관이 있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아오이케에 대한 공포는 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오코오찌를 문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두 경관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5분도 지나기 전에 밖으로 나와서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오오코오찌에게 전했다.

 재촉 받고 집에 들어가 보니, 그곳은 자신이 뛰쳐나왔을 때 그대로,

 아오이케의 모습만이 깜쪽같이 사리지고 없었다.

 그리고 분실된 것은 없냐는 말에 저금통장이며 귀중품을 확인했지만

 뭔가를 가져간 기척은 없었다.

 "거실에서 방뇨한 흔적과, 복도와 침대 위에 신발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상대도 없고 아무것도 털린 흔적이 없는 데다가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당신의 증언뿐.

 증언도 없는 지금 단계에서는 저희도 사건으로 접수하기 어렵군요."

 경관의 말에 오오코오찌는 단숨에 나락으로 밀려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건으로 접수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오이케가 경찰에 체포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체포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언제 또 습격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는 얘기였다.

 "어떻게든 해주세요. 이대로는 정말로 살해 당하고 말겁니다."

 매달리다시피 애원을 해도 경관은 안됐다는 얼굴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오오코오찌의 불안을 누그러뜨려 주지 않았다.

 "우리도 주의해서 이 주위를 순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권총을 갖고 있었다는 전 사원인 남자에게도 얘기를 듣고

 또 이쪽에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관은 아오이케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메모하고 돌아갔다. 

 믿음직스런 제복 모습이 현관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오오코오찌는 문을 잠그고 체인로크를 걸었다.

 순간. 침묵의 방안에서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 손잡이에 손을 걸친 채, 오오코오찌는 펄쩍 뛰어오를 듯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데 어째서 소리가 나는 거지?

 다시 덜컹 하는 소리가 났다.

 아까 경관이 구석구석 찾았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숨을 죽이고 숨어 있었다는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또 소리가 들렸다.

 오오코오찌는 참을 수 없어져서 맨션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조급히 서두르는 손끝이 떨려서 좀처럼 체인로크를 풀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도 덜컹덜컹 규칙적인 소리는 들리고 있었다.

 체인이 풀린 순간.

 오오코오찌의 머리가 냉정해졌다.

 현관 문은 자물쇠를 풀어놓은 채, 주위를 탐색하는 듯한 느린 발걸음으로 복도를 걷는다.

 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거실 같았다.

 오오코오찌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문을 열었다. 순간, 얼굴에 바람이 느껴졌다.

 덜컹덜컹…활짝 열린 정면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

 아까 경관과 방을 돌아볼 때, 냄새가 너무 심해서 자기가 창을 열었었다.

 그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오오코오찌는 힘이 풀려서 복도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꼬리에 눈물까지 스며나와, 자신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기분이 진정되고 나서 현관에 돌아가 문을 잠갔다.

 시계는 오전 9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는데, 지각이긴 해도 출근하지 못할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갈 마음도 내키지 않아 회사에 <아파서 병원에 간다>고 연락을 했다.

 그러자, 오오코오찌를 귀여워하고 있는 상사는 두말 없이 연휴를 주었다.

 오오코오찌는 거실에서 이취를 내뿜는 일인용 소파와 카펫을

 비가 들이치는 베란다로 내놓았다.

 어째서 자신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건지 참을 수 없이

 비참한 기분 속에서 바닥을 걸레질 쳤다.

 청소를 하는 것도 슬펐지만 아오이케가 있었던 

신발자국을 보는 것도 싫어서 복도에 묻은 진흙까지 닦아냈다.

 마지막으로 신발자국이 또렷이 생긴 침실의 침대 커버를 갈았다.

 그제서야, 간신히 원래의 자기 집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청소가 끝나고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오오코오찌는, 고작 몇시간 전에

 냉수를 뒤집어쓴 것을 떠올리고 오싹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몸을 때리는 것은 따뜻한 물이다.

 머리와 몸을 살갗이 벗겨질 만큼 몇번이나 문질러 닦고

 아오이케의 흔적 따위 한방울도 남지 않도록 물로 씻어냈다.

 새 욕의로 몸을 감싸고 머리를 말리고 침실에 들어간다.

 침대 속에 파고 들자, 긴장으로 한숨도 자지 못했던 까닭인지

 마치 진흙 수렁에 가라앉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오후 3시, 오오코오찌는 경찰의 전화로 눈을 떴다.

 자신과 동반해 주었던 경관은 경찰서에 돌아가자 마자

 아오이케의 아파트에 들러준 것 같았다.

 그러나 아오이케는 3일 전에 그 아파트를 비워서,

 집주인도 이사간 곳을 모른다는 얘기였다.

 절망 속에서 오오코오찌는 전화를 끊었다.

 그때, 침실 창문을 뒤흔드는 세찬 비가 들이치는 바람에 등줄기를 떨었다.

 아침에 조금 약해졌던 빗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었다.

 마치 앞으로의 불안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오오코오찌는

 우울하게 다시 머리까지 시트를 뒤집어쓰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베란다에 내놓은 소파와 카펫도 필시 이 비로 쓸모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제 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버리지 않으면 안되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코노하라 나리세 스타일의 SM.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등장인물의 하나인 시노의 이름을 정정하겠습니다. 

  시노 -> 이소노.

 주인공이 아니니 별로 상관은 없지만 번역자 맘대로 개명하면 불쌍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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