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 이 죽일 놈의 사내 (10/15)

10. 이 죽일 놈의 사내

여자가 임신을 하면 초기증상으로 겪는 증상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삼년정도 해왔다. 

어설픈 웃음을 짓고 얌전을 떨 때마다 입덧이 올라왔었다. 

속에서 신맛이 넘어오려는 것을 허벅지를 찔러가며 참았던 극악내숭들, 그게 다 삽질이었던 걸 깨닫고 나니 허무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리고 한 가지 걱정 되는 건 해원이 나한테 지극정성이었던걸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에게 앙탈을 빙자한 깽판을 치며 내 성질을 적나라하게 다 보여줬다니 완전 실수다. 

사실 원래 오래 사귀게 되면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정 때문에 봐준다지만 우리는 보통의 단계와는 많이 엇나가 있다. 

헤어지고 나서야 서로의 본색을 깨닫다니…이거 뭐 병신도 아니고. 눈, 귀, 뇌 다 달려있는 것들이 뭐하는 짓인지 원.

“무슨 생각 하냐?”

“…알 거 없어.”

“싸가지하곤.”

퉁명스레 대답하자 해원은 약하게 내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다시 주먹을 든다. 그 주먹이 코앞에 다가오자 콱 물어버렸다.

“아! 아프잖아.”

“아프라고 그랬어.”

혀를 쑥 내밀며 대답하자 다시 한 번 주먹으로 정수리를 쥐어박는다. 이 인간이 누굴 지 꼬봉으로 아나. 자꾸 쥐어박네?

“깡패!”

“지는.”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장난을 쳤다. 이미 해는 져서 캄캄한 도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운전 똑바로 해. 누구 황천 보내 일 있어?”

“괜찮아. 보험 들어놨어.”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해.”

속편한 대답에 투덜거리며 시트에 몸을 기대자 그는 피식 웃으며 좀 전까지 쥐어박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리를 구부려 끌어 모으고 앉아있는데 그가 내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운전 안 해?”

“하잖아.”

 한 손으로 위험하게 운전을 하다니 누굴 죽일 셈인가? 

지그시 째려봐주자 그는 픽 웃으며 무릎위에 내 손까지 더듬는다.

“신기하다.”

“뭐가?”

 내 손에 물갈퀴라도 달렸냐? 신기하게? 그

의 손을 매정하게 툭 떼어내자 해원은 아쉬운 소리를 내면서 중얼거렸다.

“전혀 다른 사람이랑 연애하는 기분이란 말이지. 뭘 해도 반응이 정 반대라서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

“부작용으로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어색함 때문에 더 까칠하게 구는 걸지도 모르겠다. 

곧 그의 손이 다시 핸들로 돌아갔다.

“배고프다. 서울 도착해서 밥이나 먹자.”

 그 이후론 말없이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자.”

 식사를 하기 위해 들린 신촌의 어느 식당에서 그가 밥을 다 먹은 후에 던진 말이다. 

평소와는 달리 고기 집에 데려왔기에 신나서 밥을 먹고 남은 고기까지 전부 해치우는데 일찌감치 식사를 마친 그가 담배를 피우며 뭔가 고민하는 것 같더니 저런 말을 한다.

“……가능 할 것 같아?”

“서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게 아니라면 안 될게 뭐냐?”

 비유가 뭐 저 따윈가 싶어 황당하게 쳐다보는데 해원이 눈썹을 긁으며 덧붙였다.

“어쨌든 헤어질 마음 없으니까 또 그딴 소리 할 생각도 말아.”

 행동이 변하더니 말투도 변했다. 숟가락을 든 채로 멍하니 바라보자 그는 머쓱한지 말을 돌린다.

“거, 밥 다 먹었으면 이제 일어나자.”

 저거 완전 하는 행동이 아저씨잖아. 그는 담배를 문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이야 다 먹었지만 뭐가 그리 급하다고, 지가 뻘쭘하니까 괜히 저런다. 입을 삐쭉 내밀며 따라 나갔다. 해원은 다시 나를 차에 태우고선 어디론가 향했다.

“어디 가?”

“우리 집.”

“거긴 왜?”

담배를 꺼내며 묻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해가 안가서 되물으니 왜 못 알아듣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밥 먹고 그냥 헤어져?”

“그럼 뭘 해?”

 정말 모른다는 표정으로 묻자 그가 황당한지 길게 숨을 내뱉는다. 

그리곤 아예 날 무시하며 운전을 계속 한다. 무슨 말인가 싶어 고민하다가 곧 정답을 알아냈다.

“지금 자려고 그러는 거야?”

“그럼 뭘 해?”

해원은 이제 알았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황당한 인간.

“근데 왜 또 당신네 집이야?”

 예전엔 주로 호텔만 가더니 이제는 집을 애용하기로 한 건가 싶어 물었다. 

그러자 해원이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그거야 모텔은 싫고 집에 가자니 너한테 들킬지도 몰랐으니까 간 거지. 이젠 뭐 상관없잖아. 

게다가 돈이 얼만데 거길 계속 들락거려?”

“…….”

저거 봐라? 말하는 꼬락서니 좀 보게? 마치 내가 호텔가자고 조른 것 같았다.

 어이가 없어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곤 길가에 있는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더니 한다는 말이 이거다.

“콘돔이 다 떨어져서 사야하는데 네가 좀 사올래?”

“……이런 썅.”

“없으면 네가 고생인데 그냥 좀 사오지?”

“……당신이나 가!”

 결국 꽥 소릴 지르고 말았다. 해원은 알았다며 투덜거리더니 결국지가 사왔다. 

그리고는 나보고 성격 나쁘다며 타박이다.

“운전석에선 내리기 힘든데 네가 좀 가면 안 되냐?”

“죽을래?”

 오늘 여러 가지로 열 받게 한다. 제대로 시작하자더니 사실은 제대로 사단을 내자는 건가?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짜증밖에 안 나온다. 

옆에서 담배를 피며 씩씩거리고 있는데 그는 운전을 하며 픽픽 웃는다.

“이런 것도 재밌네. 싸우고 소리 지르고 성질부리고.”

“재미?”

 퍽이나 재밌겠수다. 이를 북북 갈며 담배를 빨아들이는데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예전에 너랑 있으면 긴장했거든. 앞에서 욕도 못하지, 상스런 말도 안 되고 폼 잡고 있으려니 답답했어. 진짜 어떻게 참았나 모르겠다.”

“……지금은? 마구 편해?”

“만만하니 좋네.”

“……해보자는 거냐?”

사채업자고 깡패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사생결단 내보자. 

밀려오는 살의에 주체를 못하며 내가 주먹을 불끈 쥐자 그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진작 이럴 걸. 이렇게 편한데.”

“……바보냐.”

모르는 소리, 그랬으면 우리도 오래 못 갔을 거다. 그나마 삼년동안 쌓은 정이 있어서 아직 버티는 거지. 속으로 놀고 있네 비웃는데 그가 갑자기 돌아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너 사시 꼭 봐야겠냐?”

“안 보면? 당신이 대기업에라도 취업시켜 줄 거야?”

“내가 왜?”

  그럼 묻지를 말던 가……인상을 찌푸리며 대답을 대신하자 그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다.

“나도 너처럼 싫어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게 짭새, 검사, 불시검문이라고. 얼어 죽을 법은 무슨……망할, 

여자면 임신이라도 시켜서 옆에 붙들어 놓을 텐데 거참. 사시는 얼어 죽을…….”

“…….”

그 말, 게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인 거 아냐? 옘병할 인간. 

오늘 정말 살인충동을 몇 번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확 담배로 저 주둥이부터 지져줄까 말까하는데 그가 생각났다는 듯이 묻는다.

“야, 아니면 그냥 졸업하고, 아니면 그냥 자퇴하고 우리 회사 와서 경리 직이나 볼래? 월급 많이 줄게. 어차피 사시 붙는 거 그거 아무나 안 된다더라. 그리고 요즘 법조인 늘어나서 장사도 잘 안되는데 그냥 내 옆에서…….”

“닥쳐!”

 사시보기 전에 살인부터 저지르게 생겼다.

 집에 간다고, 싫다고 지랄 난동을 부렸지만 해원은 꿋꿋하게 씹으며 날 데리고 왔다. 

그리고는 침대에 앉혀놓고 옷을 하나둘씩 벗기기 시작했다. 둘 다 이미 위에는 다 벗겨진 상태다.

“안 한다니까!”

“내숭 작작 떨라니까.”

“누가 내숭이라는 거냐!”

 네 눈엔 이게 앙탈로 보이냐? 

진심으로 거부하는 거였는데 미친놈 눈엔 뭐만 보인다고 해원은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리고는 이마에 입술을 박았다.

“그래, 귀엽다. 그러니까 그만 해라.”

“……미친.”

피식 비웃으며 해원은 내 바지에까지 손을 댔다. 

그리고는 잽싸게 벨트를 풀고 경악하는 내 입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버렸다. 

브리프 안으로 들어온 손에 움찔거리기 무섭게 아랫입술을 깨무는 입술에 놀랐다. 

입안으로 들어와 혀를 감아오는 움직임에 당황해 하는데 아래에선 다리 사이에 음낭과 페니스를 쓰다듬는 손길까지 느껴진다. 다른 손으론 내 뒤통수를 잡고 있어 움직이기도 힘들다. 

여기까지 왔으면 반항은 뭐 불가능한 것이라 허리에 힘을 뺐다. 

찡그린 눈으로 그가 만족스런 눈웃음을 치는 게 보인다. ……재수 없었다.

“사시 합격하면 당신부터 성추행으로 집어넣을 거야.”

맞닿아있던 입을 떼며 경고를 날리자 그가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웃어댄다. 

목부터 쇄골까지 혀로 핥자 입에서 절로 비음이 새어나온다. 

허리를 세게 껴안은 채 등과 엉덩이 쪽을 쓰다듬는 손길이 간지럽다. 

그렇게 애무를 받다보니 어느새 눕혀진 자세가 되어버렸다.

해원이 내 허리를 들어 올려 바지를 벗기며 말했다.

“들어가면 사식 좀 넣어주라.”

“싫네요. 콩밥이나 쳐 먹어.”

 나도 그의 바지를 벗기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얄미운지 바지를 집어던진 후 그가 내 볼을 잡아당긴다.

“아!”

 바로 코앞에 있는지라 나도 그의 코를 깨물자 악 소리를 낸다. 

샘통이다 비웃는데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왔고 다시 키스가 시작되었다. 

서로를 몰아붙이듯 격렬한 키스였다. 서로의 혀를 잡아당기듯 빨아들이고 바짝 몸을 밀착된 몸을 비벼댔다. 살과 살이 맞닿아 따듯하고 단단한 근육이 몸에 닿을 때마다 흥분된다. 

어느새 발기한 우리의 분신들이 부딪힐 때마다 저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흐른다.

“아……으응.”

“하아……흣.”

그와 나의 숨소리가 거칠어 질 때마다 스침은 더욱 거세졌다. 해원은 입으로는 내 유두를 희롱했다.

 빳빳하게 선 그것이 혀로 굴리고 살짝살짝 이빨로 깨물자 내 입에선 쉴 새 없는 비음이 터졌다. 

가슴 가에서 맴돌던 그의 머리가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간다. 

음낭부분을 간질이듯 혀로 자극하자 고개가 뒤로 꺾인다. 

그 부분은 조금만 자극해도 고통과 쾌감이 큰 곳이었다.

“아……아앗……으응.”

해원은 입으로는 내 페니스를 핥으며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어 몸의 긴장을 풀게 했다. 

혀를 말아 귀두를 찌르자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인다. 

머리까지 뜨거워져서 뇌가 흐물흐물해지는 것 같았다.

“……아……아아……하앗.”

타액으로 젖은 중심은 그가 입술로 빨아들일 때마다 적나라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린다. 

자극으로 온 몸이 달궈지는 기분이다. 그가 자세를 바꿔 거꾸로 올라탄다. 자신의 것도 해달라는 의미였다. 눈앞에 보이는 터질 것처럼 발기한 성기를 입에 물었다. 음낭이 얼굴에 닿아 부딪혔다.

 마치 자신도 해달라는 것처럼 보채는 것 같았다. 

혀를 내밀어 핥자 그가 내 것을 강하게 빨았고 입에 다 들어가진 않는 그의 것을 머금고 정성껏 애무하기 시작했다. 

기둥을 핥아 올리고 입술로 조여 대자 그가 엉덩이를 움직여 삽입하듯 동작을 취한다. 

그러다 사정감이 들었는지 내 입에서 자신의 것을 빼내었다.

“돌아 봐.”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엎드리자 내 엉덩이를 벌리더니 혀를 갖다 댄다. 

아침에 샤워를 하긴 했지만 민망해서 몸을 움츠리자 잡아서 단단히 고정시킨 뒤 구멍에 대고 핥기 시작했다. 

주름부분에 뜨겁고 물컹한 혀가 닿자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아……하지 마.”

“가만히 있어.”

내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그가 혀로 찌르기 시작했다. 

짜릿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에 허리가 바짝 곧추세워진다. 

내벽 안에 들어와 간질이자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아……하지……말라니까. ……읏……아앗…….”

그러나 해원은 손가락까지 사용해서 구멍 안을 자극했다. 이제는 눈물까지 나왔다. 

민감해진 피부는 그의 손가락이 닿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간지러울 정도다.

“아! 아흑……아앗……아……으응.”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크게 신음이 나왔다. 이젠 제발 넣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엉덩이를 달싹 거리자 해원의 입이 떨어져나갔다. 

다리 힘이 풀려 시트에 누워있는데 그가 콘돔을 찢어 자신의 것에 덧씌우는 게 보인다.

 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나른한 몸으로 기운 없이 그의 목을 감쌌다. 

해원은 내 허리를 안으며 물었다.

“힘드냐?”

“……어.”

 오늘 하루 종일 당신과 있느라 칼로리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이 더 힘든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참아.”

“……장난 하……아!”

 뭐라고 따지려는 찰나에 그의 것이 순식간에 삽입되었다. 

미끌미끌한 콘돔의 겉 표면과 안에 단단한 살덩어리가 치고 들어오는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연타로 충격이 와서 몸이 흔들렸다. 

그의 페니스가 퍽퍽 소리가 나도록 내 안에 꽂혀 들어온다. 

엉겁결에 해원의 목을 세게 잡자 그가 내 허리를 단단히 받치며 다시 움직였다.

“하아……흣.”

“아! 아앗……으응……!”

 온몸에 신경이 그 곳에만 집중된 기분이다. 

그의 성기가 내벽 안을 들락거리며 스칠 때마다 뇌까지 강타하는 강한 자극에 신음을 지르며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목과 어깨를 깨물던 해원이 속삭인다.

“움직여 봐.”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맞춰 허리를 움직이자 그제야 조금 수월해졌다. 

내 속에 그의 것이 가득 차 있어 약하게 구토감이 밀려왔지만 쾌감이 더 컸다. 

그것을 쫓아 몸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욕망은 이성이 나가버릴 정도의 더 큰 쾌락을 원했다. 불이 붙자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하아……아흑……좋아……아!…… 아앗!”

차라리 몸이라면 더 잘 알고 있으니 말보단 이런 게 더 편했다. 

어느새 반쯤 누운 자세가 된 그의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며 밑을 조여 대는 내가 있었다. 

해원도 헐떡거리는 숨을 내쉬며 나를 끌어당겨 입을 맞춘다. 

서로의 혀가 엮어지며 타액이 흘렀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밀어낸 것이 무색할 정도로 껴안고 뒹굴고 있으니 마음 한 편으론 병신 소리가 나온다.

 정말 인간의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그가 내 속을 더 채워주길 바란다. 

빠져나갈 때마다 안타까움에 그의 성기를 조이며 보채듯 엉덩이를 흔들며 절정을 향해 달렸다.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로를 다급하게 다시 찾는 행위가 반복되고 어느새 체위도 바뀌었다.

온몸이 쾌락과 땀, 애액으로 젖어 들어가고 곧 머리가 하얗게 되며 울컥 액을 토해냈다. 

나와 동시에 그도 내안에서 사정을 했다. 

헉헉대며 뻗어버리자 그가 빠져나가더니 끝에 하얀 액이 묻은 콘돔을 떼어내며 내 옆에 누웠다.

“힘들면 그만 할까?”

 숨을 몰아쉬는 내가 힘들어 보여서 그러는 건지 자신이 벅차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의 전적으로 보아 그럴 리 없다.

“진심이야?…….”

해원은 내가 정색을 하며 묻자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생생하다는 뜻이다. 

그도 지쳐 보이고 나도 아직도 호흡은 거칠지만 그의 가슴을 치며 도발했다.

“그럼 닥치고 다시 덤벼.”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라는 말이 있다. 이왕 시작한 거 두 판은 뛰어야 직성이 풀린다.

“으하하하하!”

내말이 웃겼는지 해원이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다시 내 위로 올라왔다.

“싸움 거는 것도 아니고 덤벼가 뭐냐?”

“그럼 뭐라고 할까? 한 판 더해? 다시 붙자?”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해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내 다리를 벌리더니 그 사이에 앉았다. 

갑자기 얼마 전에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해원은 그런 나를 희한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럼 당신은 이렇게 물으면 돼.”

“뭐라고?”

“바라는 대로 해주지. 어느 체위가 취향이냐?”

 목소리를 깔며 말하자 해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이 된다.

“……그건 이오리 대사잖아. 왜 멋대로 바꿔?”

“용케 아네?”

“나에게도 오락을 즐기던 어린 시절이 있거든?”

 어린 정해원이 교복을 입고 오락실에 앉아 킹오파를 하는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된다. 

해원은 느릿하게 다시 삽입을 했다.

 “오락실에서 열라 깨졌는데 상대방이 초딩 일 때 그 열 받아도 차마 팰 수 없는 기분 알아?”

 참 분위기 안 어울리는 소리만 한다. 예전에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받아들이는 나는 방금 전까지 삽입을 해서 아프진 않았지만 나름 힘든데 말이다.

“어린애와 여잘 패는 새끼들은 고소 들어가면 형사 처벌감이야.”

 단순과 특수 폭행으로 갈리지만 미성년자 혹은 부녀자 폭행은 잘못하면 민사소송까지 갈 수 있다. 

피해가 크지 않은 경우엔 도주나 증거인멸을 우려해 판사가 약식명령서로 합의금을 정하고 불기소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공탁금 백 만 원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되는데다 이것저것 귀찮기도 하다.

“아, 귀찮게 복잡한 얘기 하지 마.”

그는 내 말이 듣기 싫은지 아예 입을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중간 쯤 삽입한 자신의 성기를 내안에 세게 박아 넣었다.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갑작스런 삽입에 놀라 칭얼거리자 그는 미안하다며 대충 대꾸하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전과는 달리 느릿한 동작이다.

식었던 흥분이 다시 온 몸에 퍼져 오른다. 

그의 허리 짓에 맞춰 흔들리는 몸에 시트가 쓸려 등에 부대꼈다. 

몸을 구부린 채로 내 가슴을 애무하는 그의 견갑골을 어루만지자 만족스러운 듯 길게 숨을 내쉬며 내 목에 얼굴을 비빈다. 

서로의 사소한 섹스 습관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상대가 무얼 하면 좋아할지 뻔히 아는 것이다.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아 힘을 주고 등을 약간 띄우자 더 깊이 삽입이 된다.

젖어있던 안에서 마찰이 일어나 쿨쩍 거리는 소리가 느리게 들려온다. 

마치 오후에 낮잠을 자는 것처럼 느긋하고 나른한 섹스였다. 그 때문인지 마음도 한없이 늘어진다.

“그것 좀 하지 마. 변태 같아.”

내 엉덩이를 움켜진 채 주물럭거리는 그에게 여태 참아왔던 말을 던졌다. 

그러나 해원은 오히려 엉덩이를 철썩 때리며 장난을 쳤다.

“왜? 좋아하잖아.”

“누가? 언제?”

“지금 안에선 내 걸 더 조이잖아.”

“그건 반사작용이잖아. 바보냐?”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며 키득거리며 웃는다. 섹스를 하면서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친다. 

화내고 투덜거리고 짜증 부린다. 예전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헤어지고 다시 시작하는 급 연애라니 상상도 해본 적 없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다른 방법을 모르겠으니 그게 문제였다.

그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에도 해원은 부지런히 내안을 들락거렸다.

 내벽의 어느 지점을 스칠 때마다 데인 것 같이 화끈한 쾌감에 비명 섞인 신음을 질렀다.

“아! 아앗! 하아……아……아응……읏……아!”

“하아……큭……”

방금 전까지 부드러웠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진다. 

퍽퍽 살과 살이 부딪혀 나는 소리와 커질수록 거기에 비례해서 쾌감도 높아진다. 

해원도 흥분했는지 내 다리를 한계까지 벌리곤 쑤시듯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뚫고 들어 올 듯이 위협적이었다. 곱슬거리는 음모가 엉덩이 사이를 간질인다. 

뒤로 빠지는 내 몸을 손으로 허리를 잡아 단단히 고정시키곤 마구 박아댄다. 

거친  행위에 비명 짙은 신음이 나왔다.

“아앗! 앗! 하읏……아! 아으……흑…….”

몸 전체가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고 아픔에 눈물까지 나왔지만 그보단 쾌감 쪽이 더 컸다. 

지독한 오르가즘이 밀려왔다. 내가 사실은 피학적인 자극을 원하는 것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육욕에 지배당한 혼미한 정신은 오로지 이 상황을 즐기며 더 오래 지속되길 바랐다.

“아……거기 좋아……으응……더…….”

그의 움직임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었다.

해원도 숨이 찬지 헉헉 거리면서도 내 요구에 맞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격한 숨소리와 마찰음 그리고 내 신음이 방안에 번잡하게 울렸다. 

그러다 내가 먼저 그의 배 위에 쏟아내고 그가 뒤이어 사정을 했지만 멈추지 않고 또 세 번째 라운드를 뛰었다. 

낮게 기는 자세로 후배위로 그를 받아들이고 세 번째인 탓에 사정감이 느리게 와 오랜 시간 삽입을 즐겼다. 

중간 중간 체위가 바뀌기도 했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접합부 안이 너덜거릴 정도로 우리는 몰두한 탓이다. 피가 나고 다쳐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해원과의 섹스는 중독성이 강했다. 

나중엔 너무 지쳐 우리 둘 다 사정을 한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고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샤워할 기운조차 없었다.

아침에 지친 몸으로 일어나니 알몸으로 부둥켜 앉은 그와 내 모습이 보였다. 

밤새 정사를 나눠 온 몸이 몸살이라도 난 것처럼 노곤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뒤척거리는 나 때문에 그도 깼는지 내 몸을 끌어당기며 더 자라고 하기에 그대로 더 자버렸다. 졸리니까 눈에 뵈는 게 없었던 모양이다. 알몸이라서 맞닿은 피부가 따듯했다.

 잠결에 부비적거리며 조금 더 자다가 다시 깨보니 아침 열 한시였다.

내가 미쳤지, 급하게 일어나 씻고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생각 만이었다.

 가야지가야지 하며 늑장을 부리다 보니 점심을 넘겨 집에 들어온 것이다.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까지 먹고 후식으로 커피를 먹으며 그와 쓰잘데기 없는 대화를 하느라 시간을 보낸 탓이다.

‘사시 보지마라.’

‘시끄러.’

‘내 집에 와서 살래?’

‘싫어.’

‘주말밖에 못 만나?’

‘주말에도 겨우 시간 날까 말까야.’

 냉정하게 대답하는 나를 보며 그가 혀를 찼다.

‘넌 떨어 진다에 올인 이다.’

‘이 인간이!’

 확 테이블 엎으려다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았다. 

그러다 우리 집 까지 데려다주며 또 비슷한 문제가지고 아웅다웅 거리다 보니 그렇게 됐다.

 집에 돌아오자 유현은 거실에서 TV를 보며 공부하고 있다가 날 보더니 피식 웃으며 한마딜 던진다.

“병신.”

“…….”

 당황함과 창피함에 굳어버린 나를 보더니 유현은 더욱 재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번에도 네가 올라탔냐?”

“아니야!”

억울함에 크게 항변했으나 유현은 내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졸졸 쫓아다니며 진짜 아니다 난 피해자다 외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결국 제풀에 지쳐 거실에 주저앉았다.

“그나저나 경헌이랑은 공부 잘했냐?”

“열라 어색했어.”

유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윤경헌 이 병신 놈이 이번에도 앞에 두고 제사만 올린 모양이다. 

쯧쯧, 이래서 무식하면 수족이 고생이라니까.

“근데 오늘은 왜 안 갔어?”

“너도 없고 해서 그냥 경헌이 놈보고 데리러 오지 말라 그랬어.”

“그래?”

 지금이라도 오라고 할까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나 유현이 놈이 어젠 어떻게 되었냐며 눈을 빛내기에 다시 내려놓았다.

“어떻게 됐어? 헤어진다며?”

“그게……그러니까.”

 뭐라고 변명을 해도 결국 흐지부지된 건 창피한 일이기에 말을 돌렸다.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하자 턱을 잡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뜸들이지 말고 빨리 실토해.”

유현은 내 어깨를 덥석 잡으며 어서 말하라고 압박을 가한다. 제길,  독한 놈. 

결국 있는 그대로 이실직고 한 뒤 장렬하게 비웃음을 먹었다.

“으하하하 결국은 니가 올라갔단 얘기잖아.”

“내가 기어 올라갔냐? 그놈이 올렸지? 그리고 그 자세로만 한 거 아니거든?”

“으하하하하! 니네가 무슨 부부도 아니고 왜 싸웠다하면 결국 섹스야? 아 졸라 식상해!”

“그만 웃어!”

유현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박장대소 했다. 괜히 말한 것 같다. 

아니 그보단, 친구를 잘못 사귄 것 같다.

새벽부터 구질구질하게 비가오기 시작했다. 

더위가 한풀 가셔 좋기는 하지만 성가셔서 이런 날씨는 싫어하는 우리는 아침부터 투덜거림을 멈추지 못했다. 사실은 본격적은 사시공부 스트레스 탓인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외워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사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머리 좋은 놈 못 따라가고, 아무리 머리 좋아도 운 좋은 놈 못 따라간다는 얘기가 있다. 머리와 운 둘 다 좋아야 한다는 얘기다.

“강의 테이프 다시 볼까?”

“역시 그래야하나?”

“아리 까리한 부분이 자꾸 막혀.”

예비 순환이라고 해서 미리 사법고시 준비를 해 놓는 게 있다.

나와 유현은 1학년 말부터 준비해놨었고 방학마다 강의는 들어놨기에 따로 강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사실 재학 중에 고시 패스가 목표였지만 뛰어난 천재가 아니라 그게 불가능했다. 

사실 3학년 마친 작년에 한 번 떨어졌었다. 

역시 몇 년 이나 준비한 사람들이 널린 데다 사시 자체가 쉽게 볼 게 아니었다. 

게다가 영어까지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2009년 로스쿨 도입 때문에라도 2008년 내로 합격해야 한다. 로스쿨 같은 경우는 한해 등록금이 약 이천만원정도 추정된다던데 서민들은 꿈도 꾸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하여간 그딴 미친 정책만 내놓는 것들은 죄다 감옥에 가둬놓고 DHA가 풍부한 참치눈알만 먹여서 뇌를 활성화 시켜야한다니까.”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자 경헌과 유현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현인 그렇다 치고 경헌이 저 놈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너희 집은 돈 많잖아.”

“내 돈 아니잖아.”

“알면 나눠쓰자.”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하기에 한 마디 해주자 더욱 인상을 구긴다. 

그래도 개념은 있는 모양이다. 듣자하니 재벌 주제에 목표는 인권변호사라던데 웃긴 놈이다.

“근데 넌 국제변호사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럼 여기서 합격하면  유학 갈 거냐?”

국제 변호사가 되려면 이개국 면허증이 있으면 되기에 보통 영어권에서 따기 마련이었다. 

보통 변호사들보다 돈을 네 배는 잘 벌고 주로 국제 문제를 해결한다. 

예전에 들은 기억이 나서 물으니 경헌은 슬쩍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국제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지만 뭐 꼭 따고 싶은 건 아니야. 외국분쟁 보단 우리나라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니까.”

“오호 그러셔?”

“아이고, 위인 나셨네.”

 나와 유현은 팔자 좋은 소리한다며 약 올렸다. 

경헌은 울컥하는 표정이었지만 유현 때문에 차마 뭐라고 하지도 못하곤 삐져서 시선을 돌린다.

 킬킬킬 거리며 그 모습을 비웃자 경헌은 나에게만 째려보는 시선을 날렸다. 짜식 소심하기는. 

그나저나 여전히 유현과는 어색한 공기만 흩뿌리는 것이 정말 찌질 한 놈이다. 

나 없을 때 어떻게 좀 해볼 것이지. 사실 경헌이 좋은 건 아니지만 싫어할 이유도 없는 놈이다. 

일단 유현이 저 놈 잡으면 팔자가 필지도 모르고, 의외로 꼴에 순정파라서 웃기다. 

사귀어서 손해 볼 일은 없으니 상관없다. 그리고 유현이 잘 되면 나한테도 콩고물 많이 떨어 질수도 있고.

유현이 화장실 간 사이에 슬쩍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근데 넌 왜 이렇게 안 들이대? 그냥 공부만 할 거냐?”

“야, 지금 시기가 어느 땐데.”

 경헌은 답답한 소리를 내뱉으며 나를 밀친다. 허어, 이런 쓸모없는 대가리를 소유한 놈. 

본체는 멀쩡한 줄 알았더니 브레인이 에러다.

“야, 이럴수록 공부를 핑계로 더 들이대야지.”

“방해되잖아.”

“병신아! 티 안 나게 해야지.”

“어떻게?”

“뭐 잠깐 바람 쐬러 가자느니, 공부할 때 이런 음식이 좋다더라 하는 등 아이씨. 알아서 어떻게 옆구리 좀 찔러 봐.”

“뭘 찔러?”

“헛!”

우리 둘이 소리를 죽여서 옥신각신 할 때였다. 

유현이 화장실에서 나와서 그런 우리를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

“뭐 하냐? 둘이 딱 붙어서?”

“하하하하……나왔냐? 그냥 핵심을 찌르는 요점 정리 중이었다.”

다시 제자리로 슬금슬금 돌아왔다. 자신을 팔아넘기려 했다는 것을 알면 일단 하이킥부터 날라 올 것이다.

“자자, 공부하자.”

 어색하게 안경을 치켜 올리며 유현과 경헌에게 손짓을 했다. 

이상하단 눈빛으로 쳐다보는 유현을 애써 모른 척하며 공부하는 척을 했다. 

그러자 유현도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봤고 경헌도 보던 곳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곧 정적과도 비슷한 고요가 찾아왔다. 간혹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필기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확실히 스터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 공부하는 것이 자극이 되니 몰입하기가 쉬었다.

한참을 공부하다가 또 공통적으로 막히는 부분은 동영상 강의로 보충하고 참고문헌이 필요한 것은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중간에 해원한테서 공부는 잘 되냐고 문자가 왔다. 

대충 대꾸했더니 몇 시간 뒤 또 문자가 온다.

-밥은 먹고 공부 하냐?

-응, 당신도 많이 쳐 먹어.

-시비 거냐?

-방해 하냐?

 이런 장난스런 문자가 몇 개 오가고 자기 전에도 전화가 왔다. 하필이면 화장실에 있을 때였다.

“이아 하으에 어아 하이아.”

“뭐라고?”

“캬르르륵! 퉤! 이빨 닦는데 전화 하지 말라고!”

“아, 소리 추접하네. 그럼 다 닦고 받던가.”

“당신이 전화했잖아.”

“받은 건 너잖아.”

 해원은 뻔뻔하게 대꾸했고 동시에 옆에서 언짢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 시끄러. 똥 싸는데 방해하지마라.”

 유현은 변기에 앉아 다리를 꼰 채 핸드폰으로 고스톱을 하며 옆에서 짜증을 부린다. 

남 이빨 닦는데 와서 다짜고짜 바지 내린 놈이 누군데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내 주위엔 왜 이렇게 비정상들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 확 경헌이 놈한테 저 모습 찍어서 보내버릴까?

 백년 사랑도 순식간에 식을 것 같은 모습이다.

화장실 밖으로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요즘 들어 해원은 밤이면 꼬박꼬박 전화질이었다.

“잠깐 나와 봐.”

“어딜?”

“너희 집 앞.”

“어?

 거실창문에 달라붙어있자 건물 앞에 검은 자동차가 보인다. 해원의 차였다. 언제 온 건지 모르겠다. 

다급하게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해원은 차에 기대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내가 다가가니 안으로 타라고 고개 짓을 한 뒤 차 안으로 들어간다.

“웬일이야?”

“네가 시간이 안 난다니 내가 올 수 밖에.”

“……나 오래 못 있어.”

내일은 아침부터 도서관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해원은 그런 내 대답에 짜증스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네가 무슨 고3이야?”

“고3이랑 비교하지 말아줄래? 그것보다 더 절박하거든?”

 해원은 쳇 소리를 내며 운전을 했다. 어디를 가느냐 물으니 대답이 없다. 

운전하는 도중 간간이 내 머리카락만 만질 뿐이다.

“씻고 왔냐?”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보더니 내 어깨 쪽에 얼굴을 묻으며 냄새를 맡는다. 

이빨 닦기 전에 샤워한 탓인지 아직도 코롱냄새가 덜 가셨다.

“응. 자기 전에 씻어.”

말리기 귀찮아서 머리는 안 감지만 여름이라 하루에 두 번은 씻게 된다. 

그는 주위를 살피며 운전을 하더니 예전에 갔던 초등학교 뒤편으로 갔다. 

옆쪽엔 공장들과 건물들이라 인적도 거의 없고 가로수도 태반이 고장이라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장소다.

“여긴 또 왜?”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해원은 차에 시동을 껐다. 그러더니 날 자신에게로 끌고 간다.

“어어?”

갑자기 몸이 쏠리자 당황스럽다. 해원은 내 허리를 붙잡아선 곧 입술을 문대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라 그의 입술을 떼어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길거리였다.

“왜이래? 사람들이 보면 어쩌라고.”

“선팅해서 괜찮아.”

괜찮긴 개뿔이, 안 된다고 외치려는 찰나 다시 그가 다가왔다.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기가 무섭게 그의 입술이 닿았다. 체념하고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어차피 어두운데다 선팅 한 까만 차라서 안도 잘 안 보인다. 

서로의 혀를 장난치듯 건드리기도 하고 굴리는 동안 재빠르게 티셔츠 안으로 들어온 손이 맨살에 닿자 뜨거웠다. 좀 전까진 시원했지만 에어컨이 꺼져서 다시 급속하게 열이 오른다.

“……더워.”

“참아.”

 참 성의 없게도 대꾸한다. 울컥해서 화난 표정을 짓자 그는 상관도 하지 않고 하던 일을 반복했다.

“이 만년 발정기 짐승 같은 놈아!”

“원래 인간은, 특히 남자는 그런 거야. 오줌 쌀 힘만 있으면 덤비는 게 남자라잖냐.”

“노인네 같은 소리 하지 마.”

“넌 왜 입만 열면 불평이냐?”

 차라리 닫고 있으라며 내 입술을 꽉 잡아당긴다. 

하지 말라며 발버둥을 치자 그제야 손을 떼고 내 이마에 도장 찍듯 베이비 키스를 한다. 

그리고 손은 부지런히 아래로 향한다. 

고무줄로 된 반바지라서 쑥 하고 들어가더니 어느새 내 중심을 움켜잡는다. 

정말 못 말릴 남자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욕망에 솔직한 건 결국 나도 마찬가지였다.

차에서 간단하게 페팅을 나누고 둘 다 더위에 지쳐 맥주를 한잔씩 했다. 

해원의 어깨에 기대서 빨대 꽂은 맥주를 들이켰다. 

그는 웬 빨대냐며 어이없어했지만 이렇게 마시는 게 난 좋았다.

“그나저나 난데없이 웬일?”

평소엔 전화만 하더니 갑자기 찾아와서 사실 조금 놀랬다. 이유를 물으니 해원이 귀찮다는 듯 대꾸한다.

“며칠 출장 다녀오거든. 그래서 얼굴 좀 보려고 왔지.”

“어디?”

“제주도. 사장님께서 친히 명령하셔서 안 갈수가 없어.”

“친구 아버지라는 그 사람?”

 해원은 담배를 피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거야?”

“그렇기도 한데 완전히 같은 일은 아니야.”

 자신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소규모 론 산업이라고 해원은 못 박았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얼마 전 받은 명함에 의하면 그냥 작은 대출사무소에 실장이었다.

“근데 그 전주 아저씨랑은 왜 같이 출장 가?”

“개인적인 일인데 따라오라고 해서.”

“왜?”

 궁금해서 묻자 그는 자신도 모른다며 인상을 구겼다.

“원래 이상한 노인네야. 가끔 골프 치러 나갈 때 아들 데리고 가는 김에 나도 데리고 다녀. 사람 귀찮게.”

 자신을 맘에 들어 한다고 그 덕에 일만 늘었다고 덧붙이며 해원은 진저리를 쳤다. 

무언가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자신도 잘 모른다니 물어볼 수가 없다.

“그래, 잘 다녀와.”

어차피 나도 고시공부 하느라 바쁘고, 일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가장 무난한 인사를 건넸다. 

해원은 그게 다냐며 불만스러워 했지만 딱히 다른 할 말이 없었다.

“한 일주일 정도 못 볼지도 모르는데 겨우 고작 그게 다야? 좀 안타까워 할 수 없냐?”

“바랄 걸 바래라.”

“……넌 법보단 애교나 예의부터 좀 배워라.”

해원은 맥주를 들이키며 분한 듯 중얼거렸다. 꿈도 야무진 인간이다. 

일단 너부터 잘 하라고 하려다 그냥 포기했다.

 헤어지고 나서 서로의 본색을 알게 된 뒤, 어쩌다보니 엮인 급 연애 인 게 티가 난다.

 달콤함이라곤 0%도 함유되지 않은 무가당 같은 관계였다. 일단 재료부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상큼한 과일이 아니라 퍽퍽한 야채 같은 인간들이니 믹스를 해도 쓴 녹즙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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