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 납치 (5/28)

5. 납치

  기절을 하면 못해도 반나절은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안 해본 사람들의 순정만화에나 나올 법한 순진한 착각.

 “뭡니까.”

  여기 5분 만에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거의 기절이 아니라 눈 한번 깜빡하고 일어난 수준. 몸을 일으키려던 연우는 손끝에서 뽀드득거리는 검은 가죽 시트를 물끄러미 내려 봤다. 녀석이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일어났어? 좀 더 자지.”

 “절 재우신 게 아니라 급소를 내리치신 걸로 아는데요.”

  특히나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 말할 땐 변화구를 던질 줄 모르는 소연우의 화법에 피형욱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다른 사람이 그랬더라면‘그래서 뭐. 급소가 아니라 급사하게 만들어줄까.’하고 의견 들을 필요 없이 실행에 옮겼을 텐데.

 내가 소연우라서 봐준다. 형욱은 실실 웃음을 쪼갰다.

 “들켰네.”

  그럼 뒷목이 아직도 얼얼한데 알지 모르나.

 한숨을 숨기지 않고 새까맣게 선팅된 차창 밖을 보니 아직 병원 근처를 벗어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어디 가는 겁니까?”

 “어디 갈까? 말만 해.”

 “병원이요.”

 “땡~. 거기 빼고.”

  ……땡이라니. 퀴즈쇼였던 건가.

 병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정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연우를 보고 형욱이 피식 웃으며 안듯이 연우 뒤의 시트에 팔을 둘렀다.

 “일만 많이 하면 힘들지 않아? 가끔은 좀 쉬면서 하자고. 그러다 환자들 치료하기 전에 선생 게 시들걸.”

 “전 치료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 그만 내려주십시오. 집으로 가는 게 쉬는 겁니다.”

 “딩동댕! 그래서 집으로 가는 거지!”

  정답을 맞혔지만 연우는 손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

 “저희 집 방향이 아닙니다만.”

  연우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은 차가 좌회전 하는 방향과 반대인 우측이었다.

 “난 선생네 집에 가는 것도 좋지만 말이야.”

  널찍한 차안에서 굳이 슬금슬금 거리를 좁혀오는 건 무슨 저의지. 다가오는 형욱을 피해 뒤로 물러나던 등에 차문이 닿았다.

 “이런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네?”

  형욱이 웃는 얼굴로 손을 뻗은 찰나였다. 갑자기 연우가 문고리를 확 잡아당기자 차가 회전하던 방향과 반대로 몸이 열린 문 사이로 튕겨나갔다.

 “위험해!!!”

  끼――익!!! 귀를 긁는 거슬리는 소리가 교차로 위에 울려 퍼졌다. 마치 도미노처럼 줄줄이 이어지던 굉음은 곧 성난 클락션 소리로 변했다. 몇몇은 목숨이 두렵지 않은지 차에서 내려 욕까지 했다.

 “젠장…….”

  차에서 튕겨 나오면서 바닥에 제대로 쓸리고 말았다. 아무리 피형욱이라고는 해도 달리던 차에서 갑자기 떨어졌으니 여파가 있었다. 거기다 연우를 감싸고 있던 터라 충격도 두 배였다.

 비틀대며 몸을 일으키는 형욱의 주변을 급히 차에서 내린 조직원들이 감쌌다.

 “괜찮으십니까, 보스!”

  보스??

 차에서 내려‘밥하러 간 니네 엄마한테 운전 배웠냐’며 고래고래 성질을 부리던 남자들이 일동 차렷 자세가 됐다. 그러고 보니 앞의 차에도 일행이 있었던 모양인지 줄줄이 검은 깍두기들이 내려 교차로 위에 자빠져 있는 사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조용히 튀자.

 사람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네 차 범퍼 아작낼 뻔한 앞차 운전자를 용서하라는 정신에 사로잡힌 운전자들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 사이 조직원들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난 형욱은 대충 정신을 차리자마자 품에 꼭 안고 있던 소연우의 상태부터 살폈다.

 “괜찮아, 선생? 어디 다친 데 없어?”

  몸에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마친 피형욱이 즉각 범인 검거에 나섰다.

 “다친 건 선생님이신데요.”

 “내가 어딜…. …정말이네. 피가 나잖아.”

  이마를 쓱 닦은 손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몸이…. 순간 마음이 울컥대는 형욱의 상처에 묵직한 게 눌려졌다. 소연우의 손수건이었다.

 “상처부터 치료해야겠네요. 가까운 병원으로….”

  비뇨기과 의사라고는 해도 대한의사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주변의 어느 병원이 더 가까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재빨리 기억 속에 있는 병원을 찾아낸 연우가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던 차였다.

 뚝.

 “……이런. 내가 힘이 너무 남아도네.”

 “고의, 아닙니까.”

  소연우는 반으로 동강나버린 핸드폰을 가리켰다.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선생이랑 원수진 것도 없는데.”

  없다고 생각했지만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는데 큰 인내가 필요했다. 결국 조직원들에게 등을 떠밀려 도로 차에 올라탄 연우는 보스의 상처가 심각하다는 둥, 정말 아파 보인다는 둥, 위급한 거 아니냐는 둥 유난을 떠는 주변 분위기 때문에 그들이 항상 상비하고 다닌다는 구급함을 뒤적여 소독용 알코올과 거즈, 테이프와 가위 등을 능숙하게 찾아냈다. 연우의 손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형욱은 오오, 과연, 따위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얌전히 치료를 받았다. 소독약이 상처에 닿기 전까지는.

 “아파아아악!!!!”

 “보스면 이런 것 정돈 참을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보스는 사람도 아니냐! 아이고―. 아부지. 나 죽어요~~.”

  죽을만한 상처는 아닌데. 고작해야 5cm 정도 이마에 난 상처로는 죽지 않는다. 파상풍이면 몰라도 콘크리트 바닥에 쓸린 것뿐이라 소독만 잘하고 약만 잘 바르면 금방 나을 터였다.

  엄살 같은데, 이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연우를 한번 힐끗 보고, 형욱은 다시 곡을 했다.

 ‘어떻게든 병원 말고 집으로 데려가야 해. 피형욱 사전에 여기까지 와서 돌려보낼 수는 없지.’

  행여나 병원에 갔다가 귀찮게 짭새의 귀에 흘러들어가‘어이, 피형욱이. 오늘은 또 뭐 때문에 오셨나~?’하는 빈정거림을 듣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소연우가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게 하기도, 듣게 하기도 싫었다.

 그런 마음도 모르고 내내‘분명히 꾀병인데.’하는 표정으로 뚱- 하게 쳐다보는 연우가 야속해서 피형욱은 아예 데굴데굴 몸까지 굴렸다. 이제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졌다.

 “아이고오――. 아파라. 집에 있는 소독약은 안 아프던데.”

 “집에는 어디 제품 게 있습니까?”

  걸렸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숨기고 피형욱은 연우를 향해 홱 몸을 틀었다.

 “빨간 약.”

? ♂ ?

  피형욱의 집은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넓고, 좋았다. 연희동에 있는 연우의 집도 나쁘진 않지만 그건 일반 가정집보다 조금 더 좋은 정도고, 이 정도면 거의 저택 수준이다.

 “자자. 구경은 나중에 하고. 여기 앉자.”

  피가 너무 많이 나서 머리가 어지러우니 부축이 필요하다며 억지로 피형욱이 연우의 목에 타이어처럼 무거운 팔을 두른 상태라 싫어도 함께 앉게 됐다.

 초고급 깍두기의 아지트에서 벗어나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스윗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구급함을 찾아오겠다고 했지만‘선생은 내가 당장 위급해질 지도 모르니 옆에 있어야 한다.’는 형욱의 고집에 밀려 조직원들이 느릿느릿 구급함을 가져올 때까지 단단한 몸 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보통 집이라면 상비하고 있는―게다가 조직 보스의 집에선 특히 필수품일― 비상 구급함 하나 가져가는데 조직원 다섯을 보낸 형욱은 마음껏 품 안의 몸을 만졌다.

  암만 봐도 남자 다섯이 가서 찾을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구급함에 무슨 금칠이 된 것도 아닐 테고. 불편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달라붙는 팔을 그때마다 밀어내는 연우의 정수리에 푹 코를 파묻은 형욱이 킁킁댔다. 개 같았다.

 “선생. 선생 무슨 샴푸 써? 막 비누 쓰고 그러나?”

 “팬틴 씁니다.”

 “오오. 팬틴. 나도 그거 써. 우리 샴푸 동지네, 그럼?”

  마트에 가면 널린 게 동지인데. 거기다 수입품이니 전 세계에 샴푸 동지가 있단 건가.

 별 거로 다 엮어가려고 한다. 연우는 굳이 유기농 초고급 깍두기와 얽히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피력하고 있었지만 한 치의 틈도 없이 정사각형으로 잘린 깍두기에게 당할 수는 없었다. 깍두기, 하면 김치 계의 귀공자 아니던가. 치밀한 정사각형의 집착으로 바짝 밀착하는 궁둥이를 피해 저만큼 떨어진 연우에게 접착제를 붙여놓은 것처럼 도로 달라붙은 형욱이 히죽 웃었다.

 “그럼 같은 샴푸 쓰니까 오늘 자고 가도 상관없겠네?”

 “상관있습니다.”

  어째서 같은 샴푸를 쓰니까 다른 사람의 집에서 자고 가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걸까. 거기다 상대는 조폭이다. 그냥 끄나풀 정도가 아니라 보스. 옛날에 슈퍼마리오 팩게임을 할 때에도 죽여도 죽지 않던 최종 보스 같은 존재 아니던가.

 ‘자고 가는 것만은 절대 피해야해.’

  여태까지 다른 부분에 있어선 그가 무엇을 하든 넘어갔지만 본능적인 감이 빨간 경고등을 울렸다.

 어깨에 걸쳐져 있던 손이 나무에서 하산하는 뱀처럼 가슴 쪽으로 스윽 방향을 움직이자마자 연우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급함이 늦네요. 아무래도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순식간에 팔이 빈 형욱의 눈에 어이없다는 생각이 픽 스쳐지나갔다.

 “그럴 필요 없어. 어이.”

  호령 한 번에 미리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방에서 다섯이 줄줄이 나왔다. 작은 구급함 하나를 무슨 신주단지라도 모시듯 사이좋게 들고 나오더니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한참 찾았다는 둥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 보스에 그 조직원이었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초등학교 때 짝꿍과 함께 쓰는 책상에 금을 긋듯이 피형욱과의 사이에 정확히 내려놓은 구급함을 열던 자세 그대로 소연우의 몸이 멈췄다. 이미 조직원들이 그걸 갖고 나올 때부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던 형욱이 숙이고 있는 연우의 머리를 피해 구급함 안을 봤다. 대충 예의상하는 행동 같았다.

 “이런. 어쩌지. 난 빨간약 아니면 안 되는데.”

  분명히 조직원들이 치웠어.

 연우는 그들의 치밀한 준비성에 혀를 내둘렀다.

 “후시딘도 훌륭합니다.”

  까진 상처에는 말이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정용 소독약과 거즈, 후시딘의 세팅을 마친 연우가 형욱의 이마를 손으로 넘겨 환부를 확인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절대 싫다고 우기려고 했는데 자신에 비해 한참 작은 손이 피부에 닿은 순간부터 싫다는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나 참….”

  이거 어디 쪽팔려서 딴 데 가서 말도 못하겠어.

 “아프면 말하세요.”

 “아파.”

 “바로 말하시란 게 아닙니다.”

 “진짜 아프다니까.”

  자연스럽게 저만치 숨어 벽 뒤에 달라붙어 보스의 사랑을 응원하던 조직원들이 헙, 소리를 삼켰다.

 손이 허리에 닿는다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연우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힌 형욱이 씩 웃었다.

 “이러면 덜 아플 것 같은데.”

 “여기도 다치셨는데요.”

 “윽! 아프잖아, 선생!”

  때마침 무릎에 쓸린 다른 상처가 있는 것을 본 연우의 손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걸 아프게 눌렀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한 형욱이 펄쩍 뛰며 아파했다.

 “조직의 보스여도 이런 상처엔 아파하는군요.”

  픽, 웃으며 치료할 테니 이번에야말로 얌전히 있으라고 신신당부하며 연우는 탄탄한 허벅지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바지를 걷어붙이는 그의 모습을 내려 보는 피형욱의 표정이 몽롱해졌다.

 정장 바지라서 잘 올라갈 줄 알았는데, 워낙 하체가 튼실해서 무릎 너머로 바지가 접히지 않았다. 애를 먹느라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커다란 손이 다가와 넘겨주었다.

 “아, 감사합….”

  예의상 인사를 하던 말이 도중에 멈췄다. 머리카락을 넘기던 기세 그대로 얼굴을 움켜쥔 손이 끌어당기고, 얼굴이 앞으로 다가왔다. 무릎을 짚고 있던 손에 무게가 쏠리며 환부를 눌렀지만 형욱은 조금 미간을 찌푸렸을 뿐 멈추지 않았다.

 바닥에 있던 몸이 들려 소파 위에 털썩 눕혀졌다. 탄성에 의해 튕기는 몸을 단단한 근육들로 둘러싸인 몸이 짓누르고 허리 위에 걸터앉은 묵직한 남자가 대뜸 제 셔츠를 뜯어버렸다. 투두둑, 소리를 내며 가슴팍과 얄팍한 배에 쏟아진 셔츠 단추들에 뺏긴 시선을 간단히 회수한 사내가 소연우의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내 앞에서 고개 숙이지 말랬잖아….”

 “선……,”

  소파에 팔을 딛고 일어나려던 가슴을 손으로 간단하게 짓누른 형욱이 좀 더 가까이 몸을 들이댔다. 급하게 끄르느라 단추가 모두 사라진 셔츠가 흘러내려 굴곡진 상체의 아름다운 근육들이 훤히 보였다.

 “선생, 내 이름 알아?”

 “아뇨.”

  소연우는 단언했다.

 여태까지 보호자 이름 란에 피형욱은 성실히 본명을 적었지만 연우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씁쓸하게 픽 웃으며 형욱은 다시 꿈틀거리며 탈출을 시도하려는 몸을 조금 더 힘 있게 눌렀다.

 “불러봐.”

 “뭘―,”

 “피형욱. 내 이름이다.”

  명색이 정식 첫 통성명인데 연우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거 꼭 지금 불러야 합니까?”

  그것도 이 자세로.

 “응. 꼭.”

  그러고선 가만히 답을 기다리는 투가 왠지‘나도 이름 말했으니까 너도 니 이름 말해.’라고 하는 여섯 살짜리 꼬마 애처럼 보였다.

 아까 분명히 이름을 부르지 않았나. 미간을 찌푸리며 연우가 말했다.

 “제 이름 아시지 않습니까.”

 “글쎄.”

 “모르십니까?”

  비뇨기과 이름이 본명인데. 설마 모를까.

 그저 입을 통해 직접 이름을 들어보고 싶다는 남자의 이상한 연심을 왜 몰라줄까, 이 남자는.

 아주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역시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에 피형욱은 손을 들었다.

 “알아.”

  하지만 몸까지 치운 건 아니었다.

 “소연우.”

  다시 입에 담은 이름이 너무 달콤해서, 그가 타주는 달달한 커피처럼 매일매일 입에 달고 싶을 만큼 달짝지근했다. 그 이름의 주인까지 먹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드는 순간, 형욱은 지체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거친 파도처럼 들이닥치는 것을 미처 피하지 못한 입술이 깨물렸다. 흣, 맞닿아있던 입 안으로 신음을 흘린 틈을 타 혀가 유연한 촉수처럼 사이로 파고들었다.

 “흐웁―,”

  곧 점령자의 기분을 만끽하며 입 안을 샅샅이 검열하는 혀를 밀어내느라 연우가 바르작거리는 동안 꼼꼼히 몸을 감싸고 있던 셔츠 안으로 파고든 양손이 그것을 활짝 펼쳤다. 데자뷰처럼 떨어지는 단추들을 쓸어내는 것을 핑계로 유두를 꼬집는 사이, 다른 손이 허리를 타고 바지 안으로 들어가 브리프 안에 숨겨져 있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힘껏 살이 움켜쥐는 순간 더 참지 못하고 가슴팍을 밀어내려던 차였다.

 미련 없이 휙 몸을 일으킨 피형욱이 품 안에서 흐트러져 있는 연우를 눈에 담았다. 이 고집쟁이 선생을 이렇게 만든 게 자신이라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천성적인 욕심쟁이인 그는 여기서 더 큰 걸 가지고 싶어진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소연우.”

  다시 불린 풀 네임에 곧장 시선이 날아왔다. 매처럼 정확하고 날카롭지만 따스한 빛은 보이지 않는다.

 그게 당신의 매력이지.

 피형욱은 양 손에 쥐어진 몸을 마음껏 움켜쥐고 만졌다.

 “나랑 자자.”

  단단히 붙잡힌 엉덩이가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SAY NO!’캠페인은 거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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