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물에 빙의했다.
조금 어처구니없는 역할로.
'북부의 냉정한 공작을 쏙 빼닮은 첫째……딸?'
원작에서 여자 주인공을 입양할 공작가의 장남이자 후계자,
무뚝뚝하지만 여주에게만은 다정해야 할 '첫째 오빠'.
그게 내가 돼 버렸다!
"벨라디는 누나니까 양보해 줄 수 있지?"
심지어 부모님은 남동생과 나를 차별하며 키웠고,
"후계자로서 명령하겠는데, 제발 설치지 좀 마!"
소설 속 둘째 오빠인 남동생은 날 개무시하고 있었다.
………그래, 오빠든 언니든 무슨 상관이야?
일단 싸가지 없는 동생을 먼저 혼내 주고 보자.
***
집 안의 위계질서를 바로잡은 난 원작의 첫째가 가졌던 것들을 되찾아오기로 했다.
충실한 신하, 정령의 보물, 후계자의 자리까지.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가 어린 원작 여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우리 가문의 막내가 될 네시아라고 한다. 자, 이제부터 나를 아빠라고 부르렴."
"난 네 오빠야! 얼른 말해봐!"
이제 11살인 여주는 참 사랑스럽고 천사같은 아이였다.
물론 난 별 관심 없었지만.
나 외에도 여주를 예뻐할 팔불출들이 널려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
"그래, 아빠!"
"아니, 오빠!"
"언니......♡"
여주는 얼어붙은 아버지와 남동생을 제치고 내게 안겨 왔다.
난 뭐 해 준 것도 없는데, 얘는 왜 날 좋아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