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221화 (221/222)
  • 221화

    * * *

    에필로그(1)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규칙 사항 』

    ◈ ‘가게 내부에서 폭력행위 일절 금지’ (가게의 주인이 드래곤이기 때문에, 한입에 잡아 먹히는 수가 있음)

    ◈ ‘마법을 가장한 사기행위 일절 금지’ (가게의 주인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이니, 들키고 난 후에 후회하지 말 것)

    ◈ ‘외상 가능, 무전취식 금지’ (사계에서 가장 빠른 개체인 드래곤이 추적할 수 있으므로, 타 차원으로 도망가더라도 잡아먹힘)

    ◈ ‘가게 내부 물건 훼손 금지’ (가게의 주인 과거 이명이 ‘마브리우스의 난봉꾼’이었으므로, 대상의 생명이 난봉에 휘말릴 수 있음을 예고)

    * * *

    마스터가 떠나고, ‘용사의 쉼터’를 운영한 지 벌써 2년, 큰일이다.

    내가 여관의 임시 주인으로 발탁되고, 모두가 내게 ‘그냥 홉스에게 맡기는 것이 어때.’를 입에 붙이고 다녔다. 마스터가 떠나고 1년이 넘어갈 때, 지금까지 마스터가 누른 관자놀이 횟수만큼이나 내 관자놀이를 누른 듯하다.

    한 해가 지나고, 붉은 용이 여관을 운영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수많은 붉은 용들이 찾아와 결투를 신청했다. 당연하다, 녀석들은 늘 나를 꺾어서 정점이 되길 원하니까.

    이들은 원한다면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 ‘용사의 쉼터’를 언급하며 ‘그곳에 드래곤오브 레드아르토 레바테이나가 있더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해댈 것이다.

    물론, 그들과의 결투에서 이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구경거리가 많아지는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일이 틀림없을 것이다.

    ‘…마스터가 보면 기겁을 하시겠지만.’

    그러나 나는 이 여관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용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결투를 신청할 줄은…….

    일단은 ‘찾아온 용들의 뿔을 뽑아다가 언젠가 돌아올 마스터에게 선물로 드리자’고 소신했더니만, 창고에 쌓인 녀석들의 뿔이 수십 개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 반이 여관 수리 비용으로 빠졌지만, 따지고 보면 남는 장사니까. …하하하!

    ‘…마스터, 이대로라면 여관의 규모를 늘리는 것도 어렵지 않겠어요!’

    이어서 단골들은 물어보지 않으나, 이곳의 ‘여관주인(임시)’이 나라는 사실을 알고 찾아온 용들이 끝내 손님이 되어 물어보는 고정 멘트가 있다. 거의 비슷한 맥락이다.

    “이렇게 많은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도, 어떻게 군침조차 삼키지 않을 수가 있지?”

    “내가 비건 드래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간의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를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렇게 손님으로 찾아오면 돼.”

    과거에는 전투에만 사용하던 내 마력이 이곳에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 물론 사용 방식은 비슷하다. 찾아온 용들을 결투에서 이기고 손님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용들을 어엿한 손님으로 만드는 일이 내 몫이 되어버린 탓에 식인을 멈출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만.

    당장은 마스터의 음식을 먹어보거나, 해골들이 해준 음식을 먹어볼 수 없으니까.

    가끔 굶주리는 녀석들을 통제해야 하나 싶어도 그 생각은 오산이다. 스스로들 규율을 중시하는 지고한 생명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용사의 쉼터 규칙 사항’을 누구보다 잘 지키는 편에 속한다.

    모험가 손님들은 이 임시 주인장과 아이리스로 인하여 용들이 그리 어렵지 않은 존재가 되어서 그런지, 조금 까칠하거나 버릇없는 용들과 친해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십 명은 거뜬히 만찬을 벌일 수 있는 라운지와 외부 테라스의 규모를 넓힌 지금. 폴리모프에 익숙하지 못한 용들이 찾아와, 이 아름다운 잔디밭을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게 두 다리로 뛰었다는 렌입니다, 마스터!

    사실 이들의 기동력이나, 사회성만 조금 다듬는다면 직원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여, 여관의 현자인 홉스와 상의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무려 ‘신문을 나르는 용’을 실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면 전부 뼈를 발라서 브라운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말을 해버렸던 탓인가, ‘케피탄 맥주를 사랑하는 드래곤 손님’ 선에서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냥 일하기 싫은 거잖아, 이 돈 많은 망나니들아.’

    그간 수많은 용이 용사의 쉼터에 찾아와 뿔을 잃어갔다. ‘그곳은 사실 여관의 흉내를 내는 녀석의 덫이야’라는 소문까지, 나도 그런 오명은 사양이다. 이 말씀이야.

    모르겠다.

    그 무엇보다도 마스터가 너무 보고 싶다. 벌써 2년이 지났다. 그가 해주었던 음식도, 목소리도, 향기도, 모든 것이 그립다.

    그저 그리움만 남겨두고서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 이는 나뿐만이 아닐 테지만, 그 누구보다 마스터가 그립다. 보고 싶다, 그가.

    결론만 말하자면 내일부터 용사의 쉼터는 휴업이다. 휴업이라는 말에 1시간이든 2시간이든 마당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겠다던 손님들의 과거와 달리,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서가 없는 용사의 쉼터는 용사의 쉼터라고 할 수 없지, 그리고 해골들도 말이야. …크하하.”

    “……브라운 아저씨.”

    브라운 아저씨와 대화를 지켜보던 손님들이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아저씨가 그렇게 맥없이 웃어버리면, 여관의 분위기가 죽어버린다고요’라고.

    용사의 쉼터 규칙 사항에 추가된 문장.

    ‘아서가 돌아올 때까지 장기간 휴업’, 이 때문에 손님들이 안타까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여관의 이용 불가라는 사항은 ‘아서가 돌아올 때까지’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이만 돌아올 법도 하건만, 해는 진즉 두 번이나 지났으니까.

    ‘…요즘 들어, 웨라 씨를 포함한 바드들이 슬픈 선율로 연주를 하는 바람에 여관의 분위기가 종잡을 수가 없어졌어요, 마스터.’

    여관의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은 바드들이다. 물론 많은 이들의 수다 소리와 그 밖에 잡다한 소리가 한몫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마스터를 아는 손님들, 아서라는 인물 자체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 혹은 동료나 가족이라 할 수 있었던 우리들은 웨라로부터 흘러나오는 슬픈 선율에 자신의 그리움을 대변했다. 전부 까칠한 여관주인을 향해서였다.

    정말이지 델타의 바드들은 실력이 너무 좋아서 탈이다. …슬플 때나, 좋을 때나.

    * * *

    마스터가 떠난 이후, 그의 향이 짙게 남은 이 방을 사용한 지도 2년째. 오감이 타 생명체보다 상당히 발달한 용이라면 아주 짙다고 말할 수 있을 터였다.

    멀리 보이는 이웃 농장의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부터 용사의 쉼터는 본격적으로 장기 휴업에 들어갈 것이다.

    ‘……마스터, 돌아오실 거죠?’

    예정되지 않은 기한까지 이곳은 해가 떠올라도 시끄럽지 않은 공간이 될 것이었다.

    드래곤 길드의 인원들이 황실의 부탁을 받아 베를리의 호위를 맡았다. 일주일간 자리를 비울 예정이니, 허수아비를 내리치는 훈련 소리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리스도 부재인지 오래다.

    마스터가 떠난 이후 1년이 지났을 때쯤. 그녀는 마스터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환계에 있는 고고학자 월키스에게 향했다.

    그렇게 떠나기 전까지는 여관의 임시 주인장 역할을 두고 대략 100번 정도 싸웠을 것이다. …마스터가 있었다면 게거품을 무셨을지도.

    마스터가 혼자서 이곳을 운영하던 때와 달리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 이들이 투숙객 시설에 머물며, 아침을 분주하게 만들었던 순간이 조금은 무너져 내렸다고 할 수 있을까.

    “자자, 빨래나 걷으러 가볼까.”

    마스터의 방은 용사의 쉼터가 세워진 언덕 전체를 구경하는 데 적합한 곳이었다.

    전방에 있는 건물과 후방에 있는 건물, 그 밖으로 조금 더 멀리,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거목 엑스칼리버가 있다.

    “…….”

    나는 창을 열어서 두 눈을 비볐다.

    엑스칼리버의 문, 저 문은 분명 닫혀있어야 했다. 마스터가 저것을 통해 떠난 이후, 아이리스와 붙어서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굳게 닫힌 문은 두 마리의 용이 가진 근력으로도 뜯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설마.”

    문이 열려 있었다.

    마스터가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던 그 문이 활짝 열려 있다.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창밖에 엑스칼리버를 주시했다. 굳어있던 몸을 움직여 마당으로 향했다.

    후방 건물에서 나와, 전방 건물을 거치지 않고 돌아서 마당으로 걸어 나온다.

    스산한 바람이 머리칼을 스친다.

    ‘……헛것이었나.’

    저 멀리 거목을 다시 주시한다. 분명 열려 있었는데. 마치 내가 품은 희망이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달그락.

    기분 좋은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린다. 헛것에 이어서, 환청까지 들린 것일까. 그 소리는 무척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괴로운 소리가 목을 타고 넘어왔다.

    슬픔이었다. 마스터가 너무 보고 싶다. 용들에 있어서 사사로운 감정에 불과한 그리움이, 이리도 힘든 것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발프레가 말한 아름다운 이별이 너무나도 일찍 온 것일까. 눈물이 무정하게 잔디에 떨어진다. 고개를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는 눈물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울보냐, 울긴 왜 울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햇볕을 등지고, 그림자 진 그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지금 환상일 뿐이라고 느낀 것이 분명했다.

    “달그락, 달그락.”

    “……아?”

    해골들이 쪼그려 앉아 나를 주시했다. 캡틴부터 시작해서, 각자의 행동이 묘하게 다른 그들은 분명 해골들이었다.

    “그간 여관을 맡아준다고, 고생했어.”

    그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자, 온기가 느껴졌다. 익숙했었던, 그리웠었던 그 온기였다. 혹시 몰라 뺨을 꼬집었더니 아픔이 느껴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스터를 힘껏 안 는다. 질색하는 목소리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양손,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용들에 있어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렌이라는 사람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길었던 2년이라는 시간이 끝난다. 그리고 그의 넓적한 등에 매달려서 응석을 부려도 괜찮을 시간이 찾아왔다.

    ―털썩.

    별안간 털썩하고 쓰러지는 마스터를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축 풀려버린 팔을 들었다, 놓았다, 그의 상태를 확인한다.

    “마, 마스터!”

    잔디밭에 쓰러져 서서히 눈을 떠보는 마스터,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마스터의 사소한 마력 유동조차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를 업고서 해골들과 함께 전방 건물로 향했다. 회복이 우선이다.

    “…마, 마스터, 괜찮으세요?”

    “배가…….”

    “……배가?”

    “고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