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99화 (199/222)
  • 199화

    * * *

    #비르테리아의 패배.

    제2차 절망을 토하는 구멍, 신성제국의 침략, 교황 비르테리아의 사계를 향한 야망.

    이 모든 가십거리들이 한 달 동안 식을 줄 몰랐다. 앞으로 근 3년간은 사계에서 이어질 이야기였다.

    날조 없는 신문의 첫 문단은 ‘비르테리아의 수뇌부’다. 이 문단은 사계인들의 비난 섞인 목소리를 받아 마땅할 몇몇 제국의 수치이기도 했다.

    그 수치를 낳은 대표적인 제국으로는 ‘아크론’과 ‘데크 에던’이 있었다.

    각 제국의 황실 심층부까지 교묘히 권력을 쌓아가던 귀족 정치가들은 과거에 비르테리아의 접선이 있었다. 야망을 향한 도입부다.

    이 접선을 이룬 귀족들은 계속해서 각 수뇌부의 권한을 높여가고, 잠식해간다. 그중 역사에 가장 깊게 기재될 제국, 아니 이제는 대제국 델타도 포함이다.

    비르테리아를 격퇴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제국인 델타마저도 백성들의 힐난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현 제국을 운영하는 델타 3세의 황실은 4세인 베를리와 함께 발전할 것임을 얘기했다.

    실제로 늘 말이 많았던 ‘레르 마을’에 대한 발전이나 활성화도 무시하지 못할 이야기였다. 백성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처음부터 황실의 문제라며 단언하던 델타 3세였지만, 비르테리아의 심복으로 인하여 좌천되어버린 델타 3세의 수뇌부들은 이해할 수 있다.

    델타 황실에 건실히 존재하던 비르테리아의 수뇌부. 제국을 망가뜨리려는 심산이 보였음에도 그럴 수 없었다. 황실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스스로 희생하겠다던 델타의 영애는 성채 꼭대기에 숨어 이들을 피했지만, 결국 그 정체가 탄로 났다. 마녀가 아니나, 마녀라는 죄목을 뒤집어씌워 제국을 무너뜨릴 준비를 마친다.

    이후 비르테리아가 ‘아크론’과 ‘데크 에던’을 병합하여 ‘비르테리아’제국을 공표했고, 페지르 정교의 막강한 세력을 바탕으로 델타를 침략했다. 수많은 사상자들을 만들어 낼 전쟁이 시작된 시점이다.

    이어서, 이 전쟁을 델타의 승리로 이끌었던 자들이 있다. 란베르크의 필두로 창설된 비밀조합 ‘호르게타’였다.

    그들은 페지르 정교가 델타를 잠식하기 시작할 때부터 천천히 혁명을 준비했고, 그들과 싸워나갔다. 그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었던 ‘호탕한 자유’는 알고 보니 ‘노튼 아네스’의 자녀인 ‘노튼 프리실라’였다.

    ‘호르게타’는 비르테리아와의 전쟁을 끝낸 이후, 곧바로 해산이 되었지만 그 정체가 또한 ‘용사의 쉼터’ 직원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혹은 ‘드래곤 길드’이다.

    델타 황실로부터 많은 백성들 앞에서 그 명예를 드높였으니, 그들의 수장이었던 어느 사내(익명 요청)는 자영업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델타 황실의 어엿한 조력자임을 황실이 공표한다. 짐작할 수 있을 자가 있을 것이다.

    #늑대들의 어미, 아네스의 죽음.

    이 전쟁으로 사망한 일원 중 가장 대표적인 전사, ‘아네스’. 그의 죽음은 델타의 백성들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을 울렸다.

    전사의 장례식은 그녀가 운영하던 ‘델타의 늑대’에서 이뤄졌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델타에 몇 없을 위대한 전사를 길이며 또 애도했다.

    놀라운 점은 검의 제국이라 불리는 ‘아젤 제국’의 통치자 ‘드사덴 아젤’이 찾아왔다는 것, 이어서 ‘블헤이드 메인 자르문’까지 싸늘한 아네스의 영혼을 마중했다. *과거의 이들은 ‘3인의 검성’이라 불리었던 바가 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많은 이들이, 늑대들의 어미와 마음으로 교류했다. 주변에서 흐르는 바드의 음악과, 떨어지는 빗방울, 그리고 평온이 이어진다.

    * * *

    [서대륙 델타 / 용사의 쉼터]

    용사의 쉼터, 여관 추가사항을 적고 있는, 웨이트리스 렌이 보인다.

    어느덧 광화는 사라지고, 헤실헤실 웃는 모습으로 돌아와 추가사항을 적어갔다.

    “…오늘 …은, …노튼, 아네스 씨를, …애도하는 날, …입니, 다.”

    렌은 천천히 여관 입구에 놓여있는 팻말에 글자를 적었다. 오목조목, 글씨가 좋아졌다.

    이전과 달리 글씨가 요란하지 못하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손님들이 상당수로 있었으나, 그런 걸로 아쉬워하지 말라는 여관주인이었다.

    “여, 오늘도 한탕이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브라운은 벌써 오셨나?”

    “어서 오세요 쥬드. 브라운 아저씨는 오픈 전부터 와계셨는데, 한발 늦으셨네요. 아하하.”

    “…알고 보면 그 양반이 여관주인일 거다.”

    여관 추가사항을 기입하고 있던 렌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쥬드, 그 뒤로 언덕을 타고 올라오는 손님들이 몇몇 보였다.

    이미 며칠 전 한탕 실컷 해먹은 손님들이었다. 델타가 비르테리아와의 전쟁을 통해 서대륙에서 공식적으로 대제국이라 알려지는 날이었다.

    따지고 보면 아크론과 데크 에던 제국을 몽땅 이겨 먹었으니, 대대제국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제국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노튼 아네스’, 언제나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용맹한 전사를 길이며, 하루를 보내는 날.

    “이곳에 와보는 것은 처음이군.”

    “델타의 늑대들에서 오셨군요!”

    “부하들도 곧 올 거야, 프리실라는?”

    “저어기 보이는, 길드 건물에 계시는데. 불러드리면 될까요?”

    “아니, 먼저 들어가도록 하지. 안내 고맙네.”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렌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그는 노튼 아네스의 부하 중 한 명으로, 오늘 역시 그들이 용사의 쉼터를 가득 채울 것이다.

    여관 추가사항을 전부 기입한 렌은 몸을 돌려 다시금 여관에 입장하려 했다.

    문뜩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긴다. 넓게 펼쳐진 용사의 쉼터 언덕, 그 위 마스터가 아끼는 엑스칼리버 나무, 그 아래로 이어지는 초원.

    “몰랐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잖아. …마스터가 아낄 법도 해.”

    렌은 자기가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마스터는 어떤 이유로 용사의 쉼터를 그토록 아끼는 걸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순히 아름다워서, 돈을 많이 들여서, 전자 따위의 이유는 마스터에게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좋지?”

    어느새 나타난 아서는 렌의 붉은색 머리칼을 이리저리 비비며 쓰다듬었다.

    여관은, 용사의 쉼터는, 마스터에게 ‘자신을 있게끔 하는 이유’였다.

    아서,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용사의 쉼터였다.

    “…네, 앞으로는 마스터의 이야기에 저도 주연으로 끼워주셨으면 좋겠어요.”

    렌의 볼을 꼬집으며 히죽 웃는 아서, 이상하다시피 평소와 다르다. 표정의 색이 다양했다.

    “네가 저어기서, 배고프다 징징거렸을 때부터 그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

    .

    .

    여관에는 웨라의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감미로운 선율에, 너무 튀지 않는 음색, 연주도 단독으로 하고 있다. 평소보다 낮은 템포를 가진 조용한 소리를 켜기 위해서였다.

    그 소리에 맞춰서 다소 시끄럽지 못한 용사의 쉼터였고, 이에 프리실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네스가 이런 광경을 본다면 땅을 거꾸로 파고 나와 우리에게 잔소리를 할지도 몰라!”

    “으하하, 아네스가 좋은 딸을 두고 떠났어. 앞으로 델타의 늑대는 어떻게 되는 건가?”

    프리실라는 팔짱을 끼며 브라운의 말에 대답했다. 의기양양한 표정은 더 이상 슬픔에 잠겨 있는 전사를 떠올리지 못하게 만든다.

    “델타의 늑대는 앞으로도 쭉, 이곳 델타를 떠돌며 수호의 임무를 저버리지 않는다.”

    “오호, 그렇다면 프리실라. 자네가 델타의 늑대를 이끈다는 건가?”

    아니.

    프리실라는 대답했다. 델타의 늑대를 이끄는 것은 여전히 아네스라고. 그 뜻에 고개를 끄덕이는 델타의 늑대들이었다.

    “늑대라는 별칭은 언제나 가슴에 새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드래곤 길드의 부단장이니까.”

    프리실라는 아서를 바라보며 화사한 미소를 보인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 아서도 꽤나 볼 만하다.

    성질은 고약해 보여도 실은 마음이 깊은 사람. 하물며 정도 많아서 아닌 척해도 늘 돕기 바쁜 사람이다.

    “게다가 내가 늑대무리를 이끌기 위해 저곳으로 가버리면, 우리 단장이 미워할지도 몰라.”

    뭐라는 거야. 라며 반문에 나서려는 아서를 막고 신문을 펼치는 마법 기자 메이였다.

    “드디어 첫 호가 발간되었거든요, 모두의 얼굴이 대문을 장식하고 있으니까, 얼른 와서 보세요!”

    ‘신문을 나르는 용.’

    메이가 월간 세계의 모험을 퇴사하고 창업한 1인 신문사였다.

    따지고 보면 1인은 아니었다. 그녀가 드래곤 길드에 정식적으로 가입하며 창설된 곳이니, 길드원도 한패라고 할 수 있다.

    메이가 펼친 저 신문 1호의 탄생은 검을 쥐고서 훈련만 해오던 길드원들의 많은 노고가 들어있다.

    “크하하! 쥬드의 표정이 꼭 범죄자 같은 인상이구먼, 누가 보면 적인 줄 알겠어!”

    “아저씨, 아저씨! 지금 그게 아저씨가 할 소립니까? 내가 범죄자면, 브라운은 구멍에서 떨어진 절망들 중 하나로 알 겁니다!”

    폭소 소리, 역시 용사의 쉼터는 이래야 수지가 맞다. 웨라도 가진 악기를 통해 조금 빠른 선율의 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어머, 해골 신사들도 멋지게 나왔네요.”

    “달그락, 달그락!”

    레니가 캡틴에게 말하자, 캡틴은 손가락으로 블루, 네이비, 퍼플, 옐로우, 그린, 오렌지를 불렀다.

    “달, 달그락?”

    “달,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 달, 그락. 달그락?”

    “달그락!”

    자신들의 사진을 보며 상당한 집중을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달그락 소리는 덤으로, 손님들이 해골들의 대화에 집중한다.

    ―모든 전투가 끝나고, 수많은 인물들이 다 함께 모여 있다. 아서의 앞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7명의 해골들. 표정은 없지만 분명 웃고 있을 것이다.

    엄지를 올리는 캡틴과 해골 무리들을 향해 손님들의 박수갈채가 떨어진다.

    이들의 반응은 언제나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경쾌한 기분을 안겨줬다.

    “달그락!”

    * * *

    한참 이들의 분위기가 끝없이 올라갈 무렵이었다. 가뜩이나 정령계에서 넘어온 인파까지 합치면 용사의 쉼터가 터지기 일보 직전.

    딸랑.

    여관 입구에 부착된 작은 종이 울린다.

    정갈하게 떨어진 로브, 세밀하게 놓여있는 자수, 그 자수를 따라 오른쪽 가슴에는 태풍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아, 교장 선생님께서 어쩐 일로?”

    “받은 게 있으니, 쓰기 위해 온 것이지요.”

    태풍의 탑 교장은 아서를 향해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반듯한 검지와 중지 사이, ‘용사의 쉼터 탄산수 무료 쿠폰’이 있다.

    “학생들을 위해 이곳에 현장학습을 신청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여쭙는 것도 덤이지요. 하하.”

    무려 현장학습을 위해, 현장까지 직접 찾아온 태풍의 탑 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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