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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랭크의 여관주인-148화 (148/222)

148화

* * *

―프리실라의 검은 섬연하지 못하다. 가냘프고 아름다운 검, 섬연한 검이라고 부를 수 있는 란베르크와 달리 아주 무식하고 못돼먹은 검이다.

투구는 모르딕의 얼을 가리고 있지만 분명 무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라 단언하는 프리실라였다. 모르딕의 검 끝에서 빛이 일렁거리면 꼭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때, 전력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실은 완전히 봐주고 있었던 것이었군!’

다음, 감쪽같은 속도를 지닌 칼날을 간신히 막아낸다. 고스란히 그 기적을 반복하는 것. 프리실라는 치아를 꽉 깨물며, 손끝에 터지는 일격의 고통을 죄다 받아내고 있다.

버텨내고 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

‘자칫하다간, 다칠지도 모른다네!’

몇몇을 제외한 투입조의 대부분은 정문을 향해 이동했다.

아이나는 개중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전사들만 남기고 프리실라에서 멀리 떨어지게 했다.

어쩔 수 없다. 출중한 실력을 갖췄다고 한들 눈앞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누가 끼고 말 것이 아니다. 프리실라 반경 50m 이내로 접근한다는 일은 명백한 자살행위였다.

계속해서 땅은 거세게 울린다.

검과 검끼리 부딪치는 것이 전부인데도 바닥은 고통스럽다며 고함을 치고 있다.

“자네의 검은 이런 것이 아니다!”

천둥을 두른 검이 매몰차게 사방을 베어나가고 있으나, 공포감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프리실라가 모르딕 아젤이라는 사계 최강의 검객이라 부르는 존재와 첫 격을 닿았을 때를 떠올린다. 이런 기분이 아니었다.

‘가슴의 울림.’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그 울림.’

계속해서 받아친다. 받아친다. 강철끼리 부딪치는 충격음이 울린다. 울린다.

어울리지도 않는 이그리스 십자회의 갑주를 두른 모르딕 아젤의 검을 계속해서 받아친다.

‘란베르크 선생은 섬연한 검이고.’

‘모르딕 아젤은 단려한 검이라….’

굉장히 불규칙적인 동작으로 밀집된 검술은 모르딕이 가진 본래의 것과 다르다.

전력에 가까운 힘을 쏟아내는 듯하나, 그것이 제 인격이 아니라면 무용지물이다. 저 공격에는 단정함이 전혀 없다.

그저 살의가 담긴 행위일 뿐이다.

―.

일순간은 아이나와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간신히 받아치는 것을 반복하는 줄만 알았더니.

검을 쥔 모르딕의 팔이 높게 튀어 오른다. 이어서 프리실라, 호탕한 자유가 쥔 검에는 모르딕의 검과 흡사하게 우레가 치는 소리가 퍼졌다.

“단순히 승리를 위해 검을 쥘 뿐이라.”

“비록 섬연하거나, 단려할 순 없으나.”

“내 의지가 담긴 이 검은…….”

“처염한 검이다.”

“그래, 처절하게 아름답다고 할 수 있으니.”

“나는 처염한 검이다.”

모르딕은 묵직한 검기를 전방으로 던졌다. 노란빛의 전격을 튀기던 칼끝에서 세로로 이어지는 번개, 투구 속에서 백안을 띈 프리실라에게 강한 마력이 발산되며 밟고 있던 땅이 으스러졌다.

―!

우레가 우레끼리 부딪치며 사방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일시적으로 시야를 잃는다.

청각, 이후에는 금속성의 부딪침이 느껴진다. 그것도 맹렬하게. 다시 시야를 되찾았을 때는 도리어 모르딕이 프리실라의 검을 간신히 받아쳐 내고 있다.

―치―이―이―이―이――잉!

격을 주고받는 행위가 ‘칭’소리 하나만을 울리게 했다. 산발적으로 퍼지는 소리가 아니라 쇠가 갈리는 듯이 쭉 이어지는 소리였다.

그만큼 저 둘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서로의 일격을 주고받는 중이다.

상황은 역전된다.

프리실라가 전방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모르딕이 뒤로 주춤거리며 밀려 나간다. 두 개의 검은 여전히 쇳가루를 퉁기며 눈으로 담지 못할 부딪침을 연속했다.

‘……하아, …하아.’

투구 속에서 남성의 거친 호흡 소리가 퍼졌다. 이전과 달리 아무 소리가 없던 투구 속에서 체력고갈로 느껴지는 숨이 터진 것이다.

프리실라는 계속해서 몰아친다.

몰아칠 수 있었다. 아직 체력은 남아있다. 고갈시킬 연료가 남아있다.

조금도 남기지 않고 마력을 태워 간다. 모르딕을 혼절시키기 위해, 얼을 가린 투구를 칼등으로 쳐버릴 기회만 노린다.

‘보았다. 자네의 방심을!’

강력하나 단정한 일격을 쏘아내는 모르딕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 란베르크는 프리실라에게 늘 강조했다.

모르딕 아젤이 란베르크를 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모르딕 아젤은 자신의 힘을 간혹 제어하지 못하는 타입이다.’

기억하자, 고양된 전투 중 미세한 순간을 포착하여 손잡이 부근의 균형을 상실시킨다.

공격에 성공했을 때. 녀석은 60% 확률로 자신의 검을 놓치곤 한다는 것을.

‘제정신이 아니니, 100% 확률로 놓친다.’

반복되는 일격을 막아내던 모르딕이 계속해서 거친 호흡을 뱉었다.

격하게 울리는 대지가 멈출 새 없이 가라앉았고, 바닥은 검기로 인하여 엉망진창이다.

프리실라가 적당히 빈 곳을 보였다. 노린 것이었지만 불리한 자세가 유지되었기 때문에 가로로 베어지는 첫 번째 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이어서 두 번째 격으로 모르딕이 아래로 검을 내려찍는다.

―쾅!

과거에는 두 개의 검이었다. 투구가 가리고 있던 프리실라의 얼굴엔 미소가 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허공으로 차오르는 검이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르딕의 것이었다.

합에 의해서 모르딕의 검이 제 주인을 잃은 것처럼 저 뒤로 나가떨어진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프리실라는 이어서 투구의 턱 부근 정도를 떠올리며 칼등을 세웠다.

마지막 격이 될 터이다.

‘……!’

본래 비슷한 체격이었다.

그가 그녀일 때까지만 하여도, 신장이 쥬드만큼 컸던 모르딕이 칼등을 손으로 받아 프리실라를 향해 내려 본다.

눈을 가리는 투구 사이로 붉은빛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일전에 있었던 거친 호흡은 없었던 것처럼 사방은 대기의 마력이 흐르는 정도의 백색소음만이 이어졌다.

‘제기라아알! 꿈쩍도 하지 않군!’

한 손으로 프리실라의 검을 강하게 쥐고 있었기 때문에 프리실라는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힘으로 그것을 뿌리치려 했으나, 나무에 깊숙이 박힌 도끼를 빼내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철컥―――――――.

모르딕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 든다.

그 검은 프리실라가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만든다.

호탕한 자유를 내려다보고 있는 투구 속에 철혈이 있었다. 전쟁에서 쓰는 쇠로 된 것과 흘리는 피를 비유하는 것처럼 투구 안에는 광기가 서린 집념 이외 아무것도 없다.

호탕한 자유는 광기가 서린 철혈에게 삼켜지려고 하고 있다.

모르딕이 새롭게 빼든 검은 마치 사냥을 위한 짐승의 두꺼운 송곳니와 같다.

호탕한 자유는 이번 전투에서 누구보다 철저하고 냉정하게 다가갔다.

프리실라는 자신의 고집을 틀어막고 목적을 위했다. 하지만.

‘죽는다.’

독백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나 결과를 대신했으니, 확정되었다시피 두 개의 음절은 호탕한 자유의 뇌리를 스친다.

그것은 어림없는 패배이다.

“프리실라!”

아이나, 빠른 속도로 뛰어와 거대한 체구를 가진 모르딕에게 몸을 던진다.

가벼운 공격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갑옷의 무게와 더하여 체중을 포탄처럼 쏘아붙인 것. 모르딕은 일순간 균형을 잃는 듯했다.

“….”

강철끼리 부딪치는 묵직한 소리가 중앙기사단 전체를 울리고, 놀란 표정을 짓던 혁명 단원들은 정신을 차린 뒤에 기합을 넣으며 모르딕에게 달려든다. 프리실라를 살리기 위해.

모르딕은 균형을 잃은 와중에도 사방에 달려드는 적들을 모두 시야에 담았다.

이어서 오른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는다. 거대한 검을 쥐고 있던 손, 그곳에 반대 손이 더해진다.

―휙!

큰 충격으로 인하여 프리실라가 넘어졌다. 그로 인해 사방으로 베어지는 모르딕의 검기를 피할 수 있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동료들, 아슬아슬하게 코끝에서 검기가 멈춘 덕에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다.

‘아이나는!’

아이나도 넘어져 있었다.

일순간이지만 쥐고 있던 검을 세로로 세운 덕에 당장에 즉사는 피한다. 날붙이가 반 이상 증발해버린 탓에 더는 검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

‘…살, 살았다!’

아이나의 상체, 착용한 갑옷에서 ‘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자상의 흔적이 시간이라도 거스른 듯 지금에서야 반응했다.

‘……!’

강철로 만들어진 갑옷은 종이처럼 베어진다. 가슴 부근에서 서서히 상처가 드러났다.

허공으로 피가 터진다. 아이나의 피를 보며 프리실라는 땅을 뿌리치고 다시 덤벼든다. 철혈에게.

“흐아아압!”

“…….”

“제기랄, 뭐라도 좋으니 말이라도 하란 말이다!”

“….”

미동도 없다.

계속해서 격을 쏴댔지만, 이전과 달리 프리실라는 체력이 거의 소모된 상태, 게다가 모르딕의 강력한 격을 흘리지도 않고 막아댔으니.

‘제길, 제길, 제길!’

근육이 심각한 손상을 입은 줄도 모르고 그렇게 사용했다.

늦게나마 보상작용이 찾아온 것은 나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프리실라는 진즉 시체가 되어 투기장 바닥을 굴렀을 것이다.

‘닿았다고,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프리실라는 쥐고 있던 검이 평소보다 몇 배는 무겁게 느껴졌고, 알고 있음에도 똑같은 격을 모르딕에게 계속해서 쏴댔다.

멈출 수 없다. 멈춰선 안 된다.

‘…난, 아직도!’

모르딕은 무거웠으나 가볍게 되어버린 프리실라의 검을 아래로 내려친다.

곧바로 왼쪽 발로 프리실라의 거대한 검을 밟아, 그 어떤 동작도 허용하지 않는다.

고개를 쳐올린 프리실라의 눈빛에는 집념이 있었다. 마치 모르딕이 과거에 느꼈던 것과 비슷한 것이 담겨있다.

다시금 사방에다 죽음의 향연이 펼쳐질 우레를 떨어뜨려야 했다.

‘…….’

일시적으로 멈칫거리는 모습이 있었지만 모르딕의 검 끝에서 서서히 우레가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죽음을 암시하는 소리가 서서히 다가온다.

“――――모두, 피――해!”

프리실라는 또다시 사방으로 뻗을 모르딕의 검기를 예측하고 모든 이들에게 외쳤다. 다음은 필멸이다.

천둥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울창했던 하늘이 백야로 바뀐다.

호탕한 자유는 두 눈을 부라리며 이어지는 순간을 똑똑히 두 눈에 담는다.

모르딕의 왼쪽 어깨에 발이 올라가 있다. 나머지 한쪽 다리의 발끝이 모르딕의 왼 손목을 당겨 일격을 막는 자.

‘……란베르크 선생!’

이어서 모르딕의 넓은 어깨를 지지대 삼아 허공에서 몸을 비튼 다음.

오른쪽 무릎은 모르딕의 투구를 향하여 거침없이 쇄도했다.

백금을 씌운 강철이 찌그러지는 소리를 내며 깊숙하게 파였다.

묵직한 타격음이 사방을 향해 터지고, 그대로 모르딕은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지켜보았던 혁명단원들은 투구의 반이 파였으니 자칫 얼굴이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내 바닥에 쓰러진 모르딕을 보며 한숨을 쉬는 까칠한 검이었다.

“쯧, 제자들을 아프게 하면 쓰나.”

“일단은 스승이라는 역할을 하고 있는 탓에.”

“제자들의 죽음을 눈 뜨고 볼 수는 없단 말이다.”

“그러니까, 그…. 꿈자리가 사나워진다고.”

얼굴을 가린 투구 속에서 프리실라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을 것이다.

생존이라는 안도와 함께 란베르크를 향해 덧붙인다.

‘나는 선생이라는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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