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47화 (147/222)
  • 147화

    * * *

    “혁명을 모방한 악마의 자식이다!”

    “마녀의 추종자는 한 놈도 빠짐없이 도륙하고!”

    “저 빌어먹을 악마 새끼에게 신의 철퇴를 내리쳐라!”

    중앙기사단은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중대 규모의 전투성법자가 뚫린 성벽으로부터 줄지어 나왔으나 ‘징그럽다’라는 말과 함께 거침없이 베어버리는 까칠한 검이 서 있다. 그것만으로 상황은 난리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악마의 자식이라니.’

    ‘그렇담, 내 아버지 자르문은 악마라는 것인가.’

    ‘…저 개새끼들 때문에 기분이 더러워졌잖아.’

    강하다고 언급되는 상급 전투성법자들이 무리를 지어 덤볐지만,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

    ‘제아무리’라는 말이 어울렸다. 정문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서 있는 로브를 두른 사내가 명실상부 서대륙 최강의 검객이었으니.

    ‘허접하다. 빌어먹을 이그리스 십자회는 어디에 있지? …쳇, 나 좋다고 판을 만든 것이 아니란 걸 알지만 더럽게 아쉽군.’

    계속해서 정교의 갑옷을 두른 성법자들을 무자비하게 베어나간다.

    까칠한 검은 늘 사방을 비워뒀다. 그 말은 반경 100m 이내로 적을 들여보내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 주위로 황금빛을 발산하는 화살이 무수히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별안간이었지만 눈대중으로 가볍게 세어도 천 개는 족히 넘을 화살 세례였다.

    ‘가속 마법, 중첩.’

    스승에게 배웠던 대로 가속 마법을 중첩하는 까칠한 검. 마력을 흘려보내는 신체의 마력 통로를 넓혀 인간의 속력을 빛으로 가장한다.

    조금씩 그의 주변으로 마력 티끌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말, 말도 안 돼.”

    “도, 도대체 저건 무슨 경지란 말인가.”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내리꽂히는 화살이 로브를 두른 자에게 닿지 않는다.

    그 머리 위로 약 1m가량 사방으로 흩어져나갔다. 심지어 튕겨버린 그 화살에 피해를 보는 전투성법자들이 수두룩했다.

    ‘어, 어째서….’

    눈앞에서 자신의 부하들이 종이처럼 찢겨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전투성법대의 어느 조장은 넋이 나간다.

    ‘무슨 일이 펼쳐지고….’

    저 로브를 두른 자는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 달려드는 부하들이 녀석에게 닿기도 전에 피를 흩뿌리며 뒤로 넘어진다.

    전투성법대의 조장은 알 리가 만무하다. 까칠한 검은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

    그저 육안으로 따라갈 수 없을 뿐. 다가가질 않았으니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고막을 찢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전능하고 위대한 창조주이시여 저를 시―― 험….”

    정문이라고 부르기에도 쉽지 않다.

    정문과 붙은 성벽이 완전히 파괴되어버렸으니, 폐허라는 말이 가장 적합했다. 그 폐허에서 다시 전투성법자들이 뛰어나왔다.

    까칠한 검은 이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이 작전에 투입된 가장 큰 이유는 ‘정문 타격 및 공황 상태조성’이 아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이그리스 십자회’에게 대적하는 것. 문제는 그 대단하다는 십자회의 모습은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펑.

    허공을 향해 붉은색의 마력 구가 솟아오르더니 작은 소리를 내며 터진다.

    ‘쇠로 된 꽃’들이 중앙기사단 내부로 침투하여 대공 감지 장치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였는데, 이어서 까칠한 검은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정교의 군대가 얼마나 뛰어난지, 지켜보자고.’

    ‘지금부터 1분씩 늦을 때마다 감점이다.’

    까칠한 검은 정문을 향해 바라보고 있던 몸을 반대로 돌렸다.

    델타 내부, 임시주둔 막사 같은 근방에 있을 정교의 임시기관들. 그곳에서 지원하는 병력과 마주하려는 것이다.

    ‘물론, 도착한들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그게 내 임무라서 말이지.’

    등을 돌리고 있는 까칠한 검을 향해 중앙기사단 내부에서 튀어나온 전투성법자가 공격을 시도했다.

    당연하게도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 등을 돌리는 시늉조차 없는데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베어졌다.

    * * *

    중앙기사단의 중심은 콜로세움처럼 뚫려있다. 이것은 중앙기사단에 훈련을 위한 곳이자, 대열을 정비하는 곳이었다.

    정문이 누군가로 인하여 초토화가 되어버린 탓에 넓게 펴진 흙바닥 위에 대규모의 인원이 별안간 나타났다는 것을 알 리가 만무한 전투성법자들. 이들은 무기 같은 것을 쥐고서 정문을 향해 부리나케 뛰어갈 뿐이다.

    ‘이러면 중앙투입조가 왜 필요한 건가, 란베르크 선생?’

    ‘어서 나타나라, 모르딕 아젤.’

    중앙투입조는 ‘호탕한 자유’와 함께 건물에서 나오는 이들을 막아선다.

    ‘나는 델타의 자유를 원하는, 호탕한 자유다!’라며 소리치는 프리실라에게 이목이 쏠리고 만다.

    몇 개의 소대가 중앙투입조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나는 중앙투입조를 이끌고 사방에서 몰아치는 전투성법자들의 압박에 맞섰다.

    ‘호탕한 자유.’

    얼굴을 가린 투구에 낙서처럼 웃는 입이 그려져 있다. 분명 호탕한 자유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성법자들은 ‘저 악마의 웃음을 처단하라!’며 외치자 이마에 혈관을 세우며 분개하는 프리실라였다.

    “이 녀석들… 악마의 웃음이라니, 호탕한 자유라니까!”

    최대한 영웅상을 내세우며 이들과 대적하는 프리실라, 어디선가 오늘의 작전을 기사화할 메이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의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퇴사도 각오하고 있으니까요. …아서 사장님이 돌아오신다면 직원으로 채용해주시겠죠?’

    메이의 목소리가 호탕한 자유 귓가에 울리고 있으니, 국민들을 위해 압제에 맞서는 모습을 더욱더 강렬하게 보여주고픈 마음이, 열정이 앞섰다.

    ‘전장에 들어서면 침착과 냉정을 유지하라.’

    ‘전투가 아닌 전장 그 자체의 흐름을 읽어라.’

    ‘우매한 행동이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패배를 불러온다.’

    이전보다 쓸데없는 동작이 줄어들고 공격의 대부분이 상당히 단조롭다.

    왕성한 체력을 가졌기에 피지컬로만 전장을 헤집던 그녀가 체력을 관리하는 방식의 전투를 터득한 것.

    ‘검에 마력이 흐른다.’

    ‘집중, 검에 마력이 흐른다.’

    화사한 빛을 품으며 신성한 것이라 외치고 달려드는 전투성법자들이 가벼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졌다.

    이어서 호탕한 자유를 향해 덤벼들었던 소대 규모의 전투성법자들도 동시에 튕겨 나가 땅을 세차게 굴렀다.

    그런 장면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은 이른바 ‘버티기’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다시금 저 멀리서 성법자들이 건물로부터 떼를 지어 뛰어나왔다.

    * * *

    우레가 내려치는 소리가 들리고, 순식간 전방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많던 적들이 일격에 초토화되어버린다.

    이것은 호탕한 자유 진영의 공격이 아니다. 이를 함께 목격했던 혁명단원들은 입을 닫지 못했다. 작전 투입 전에 정령으로부터 받은 가호가 이들을 살린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투성법자들과의 거리가 아득히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즉사할 뻔했다는 점이다. 아이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 원천을 찾아 집중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혁명단원들을 통제했다.

    ‘지금부터, 제가 조장입니다.’

    중대 정도의 규모가 세 갈래로 나뉘어 건물에서 뛰어나왔다.

    바깥 상황을 알 리가 만무하다.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전투성법자가 무엇이던, 또다시 천둥을 내리치는 자.

    우레가 치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무음 속.

    신의 군대라고 불리는 전투성법대, 그 수많은 인원은 깔끔한 단면으로 무자비하게 잘려 나간다.

    넓디넓은 투기장 흙바닥에 우레가 바닥을 치고 갔다. 넘쳐흐르는 신성력 따위는 온대 간 데 사라지고, 검게 타버린 흔적만이 횡 모양으로 남아있다.

    식물 따위에 느껴지는 미미한 마력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

    천둥소리가 몰아치고.

    그렇게 프리실라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남은 전투성법자들이 반으로 찢어져 땅을 또다시 굴렀다. 투기장 바닥의 색은 모래나 흙 따위로 분명 갈색이었으나, 무정하게 붉은색으로 물들어간다.

    “…….”

    “여기는 호탕한 자유.”

    “모르딕이 등장했다.”

    “작전의 마지막 계획을 실시한다.”

    차가운 공기, 프리실라의 얼을 숨겨주는 투구에 서리가 맺히며 구멍 사이로 김이 피어올랐다. 유유히 걸어오고 있는 모르딕 아젤,

    그의 묵직한 투구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분명 철혈의 검을 이끄는 수장이 맞다.

    ‘…소름이 끼치는 기운이다.’

    프리실라는 제아무리 강한 상대인들, 몸서리치는 공포감이 찾아온들 절대 의지를 굽히지 않는 전사.

    그런데도 전방에서 걸어오는 저것에 기를 죽지 않는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떨리는 손을 멈추기 위해 검을 더욱더 강하게 쥔다. 질척질척 모르딕의 발걸음에서 피가 고인 땅의 끔찍한 소리가 울렸다.

    빛을 반사하는 백금 갑옷.

    이그리스 십자회의 상징이 각인되어 있고, 또한 ‘모르딕 아젤’이라는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 이그리스 십자회의 처음이자 마지막 11번째 심판자를 의미한다.

    온몸을 정교의 갑옷으로 숨긴 모르딕, 프리실라의 눈에는 갑옷이 아닌 감옥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감옥 안에는 숭고한 전사가 갇혀있으며 그 전사를 구출하는 것이 목표. 다만 요동치는 심장은 육체를 향해 계속해서 도망치라 명령한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군, 모르딕.”

    “기억하는가, 내 이름은 노튼 프리실라.”

    “이제는 아무개라고 할 수 없으니.”

    “자네와 다시금 대결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어.”

    * * *

    정문에는 정교의 전투성법자들이 모여 산을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적당히 무너진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있는 까칠한 검이 만든 것이었다.

    ‘음, 공중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꽤 머리를 굴렸군.’

    이런저런 소란이 있었으니 대공을 떠다니던 정교의 부유선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정문 쪽 상공에서 거대한 부유선 3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 같은 재질을 잔뜩 씌워다가 억지 위엄을 풍기는 저것은 정교의 함선이 분명하다.

    ‘근방에 있는 임시주둔 막사에서 전투성법자를 최대한 끌어다 모았잖아. 쓸데없긴, 벌레를 수백 마리를 푼다 하여 호랑이를 사냥할 순 없는 법.’

    정교의 함선으로부터 전투성법자들이 떼거리로 얼굴을 비췄다. 부유선도 함포로 추측되는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공 함포 마법은 공성을 위한 장치 마법이기 때문에 상당한 파괴력을 자랑한다는 점이 있다.

    ‘저것부터 떨어뜨려 볼까.’

    까칠한 검은 긴 호흡을 내뱉으며 집중했다. 지상에서 3,000m. 그는 상공에 부유한 함선 3기를 동시에 격추할 생각이다.

    정문을 향해 함선에서 내린 전투성법자들이 백안을 띄더니 ‘신성기도주문’을 외우며 까칠한 검에게 달려들었고, 때마침 그의 보조역할을 맡은 델타의 늑대들이 나타나 전투성법자들과 대치를 이룬다.

    ‘20분이면 계획된 시간을 초과하니, 얼마 남지 않았다.’

    ‘헤르메딕트 성가대의 지원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해. 프리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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