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38화 (138/222)
  • 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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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 미정의 혁명단 일지 1일 차, 작성자 : 란베르크 ]

    100일 전쟁의 아네스가 델타의 늑대의 본거지. 여관으로 나를 불렀다.

    여관 휘하의 조합 ‘드래곤’과 ‘델타의 늑대’들의 세력을 합세하여 연합을 만들자는 의견 때문이었다.

    델타 내에서 정교를 향한 저항운동을 펼칠 자들이 필요하다며 혁명을 논한다.

    현재 제국 내부에서 세력을 밀집시킨다는 것은 정교의 눈에 들어오기 쉬우니, 말 그대로 레지스탕스를 창설하자는 말이었다.

    「노튼 프리실라, 노튼 아네스, 블헤이드 메인 란베크르」

    이 이야기를 나누던 3명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3개의 조를 분산 시켜 우리는 정교를 향한 저항운동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나는 가문에 속한 인재 몇몇과 개별기동을 통하여 요인암살에 초점을 둔다.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전투성법자들의 의미 없는 살인을 막는 것은 프리실라와 아네스의 세력이 맡는다.

    「호르게타」 용과 늑대를 상징하는 고대의 아칸어. 호르는 용을 의미하며, 게타는 늑대를 의미했고, 이것은 무려 프리실라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 * *

    [ 호르게타 혁명단 일지 3일 차, 작성자 : 란베르크 ]

    선생님이 델타를 떠나, 환계로 간 지 며칠이 흘렀다. 이후에 제국은 계속해서 몰락하고 있다. 나날이 갈수록 정교를 향해 반기를 들었던 제국 기사가 죽어갔다.

    물론 일반인들도 예외가 아니었고.

    델타의 황실은 더는 권력이나 힘을 상징하지 않았다. 3세의 왕관은 고귀한 표상을 상징하지 않으며, 옆에 있던 야망을 품은 권력자들이 그 왕관을 대신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제국을 배신한 정권의 일원들은 정교의 휘하로. 황실의 권한을 대신하게 된다.

    델타 3세는 참지 못하고 정교에 반기를 들다, 심지어 한쪽 귀가 잘려 나갔다. 전투성법자에 의해, 심판에 따라.

    하물며 황실 예하에 소속되어있는 귀족 가문 또한 정교의 주시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나의 아버지 자르문도 정교의 간섭을 피할 수 없었다. 황실의 대의를 위하여 ‘블헤이드 메인’ 가문이 움직이는 것을 완전히 차단해버린 것이다.

    괜찮다. 우리는 움직일 수 있으니.

    혁명단이 존재하기에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시간을 끌어야 한다.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정교의 통제가 심판이 아닌 ‘명분 없는 침략’이라는 것을 사계가 알아야 한다. 신을 방자한 날개를 찢어발기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

    “어때, 란베르크 선생! 내 이름은 ‘호탕한 자유’다!”

    프리실라가 란베르크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호탕한 자유’ 그 이름하여 혁명단의 돌격 조장. 단원들의 복면과 달리 빛이 찬란한 판금 투구가 눈을 아프게 한다.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아흐메(Armet) 투구라 문제는 없었지만, 아이가드(eye guard) 아래로 그려둔 웃는 입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아네스는 이를 보며 자포자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흔든다.

    “저항하는 자가 특정되는 것은 좋지 않다. 프리실라.”

    “아니, 영웅상을 보이는 존재가 있어야 희망도 배가 되는 법!”

    “크흠…. 틀린 말은 아니다만.”

    “선생은 ‘까칠한 검’이고, 할매는 ‘잔소리 왕’이다.”

    ‘까칠한 검’과 ‘잔소리 왕’은 ‘호탕한 자유’가 멋대로 지은 이름을 듣고 미간을 찌푸린다.

    보기보다 근사한 이름의 ‘호탕한 자유’와 달리, 자신의 단점을 직설한 활동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 * *

    [ 호르게타 혁명단 일지 7일 차, 작성자 : 란베르크 ]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로브로 몸을 감춘 뒤에서야 레지스탕스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본격적인 저항계획을 세웠는데, 첫 번째는 전투성법자들로 구성된 페지르의 전투성법대를 타격하는 것이었다.

    델타에는 정교의 명령으로 인하여 2개의 전투성법대가 임시진지를 구축했다. 「페지르 21전투성법대」와「페지르 17전투기병성법대」로 각각 제국의 동서, 남북을 통제했다.

    게다가 제국의 민간교회를 장악하여 막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교의 명령으로 강제적으로 건축된 교회도 20개가 넘는다.

    동문에서 가장 가까운 21전투성법대의 주둔 막사가 되어버린 「델타 중앙교회」를 ‘델타의 늑대’가 후문에서 타격하고, ‘드래곤 길드’가 난잡해진 내부에 진입하여 중앙교회의 신도들을 구출한다.

    그들을 구출하는 이유. 정교의 본래 가르침과 다른 현재 교황이 이끄는 종교를 비판하다 ‘마녀의 추종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무기 구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기 구원’

    교황이 바뀐 후 탄생한 정교 법으로 ‘자신의 죄가 없어질 때까지 정교의 일꾼이 되어 신을 위한 봉사를 행하라’는 의미가 있다.

    말이 일꾼이지,

    직역하면 노예와 다름없다.

    * * *

    [ 호르게타 혁명단 일지 10일 차, 작성자 : 란베르크 ]

    21전투성법대의 주둔 막사 「델타 중앙교회」를 타격하고, 신도들을 구출하는 작전은 매우 성공적으로 종료한다.

    아쉽게도 21전투성법대의 주둔 막사를 헤집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 이상을 얻어올 순 없었다.

    「복면을 쓰고 저항운동을 펼치는 이들을 수배한다.」

    21전투성법대의 주둔 막사를 타격했던 일이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프리실라는 제국 사방을 굴러다니는 정교의 새로운 전문을 보며 침을 걸쭉하게 뱉었다.

    정교가 아무리 우리를 찾으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정령왕의 도움을 받아 호르게타 혁명단의 임시본거지가 ‘정령계’에 있기 때문인데, 게다가 용사의 쉼터가 위치한 마을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적어 전투성법대의 순찰이 거의 없는 곳이다.

    「철혈의 검, 몇몇의 조합원이 ‘무기 구원’을 선고받다.」

    분명 철혈의 검은 정교의 명령을 받아 ‘헤르메딕트 성가대’의 수호역할을 맡았던 대조합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전투성법대의 중심 막사가 되어버린 ‘중앙기사단’에 쳐들어갔다가 몽땅 잡혔다.

    그리고 그들을 구출하는 목표를 세웠다. ‘중앙기사단 전투성법대 중심 막사’에 ‘모르딕 아젤’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 아젤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 * *

    [ 호르게타 혁명단 일지 15일 차, 작성자 : 란베르크 ]

    ‘모르딕 아젤’은 정교에 의해서 정신적 지배를 당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동료 ‘말던 포그마’를 찔러 중상을 입힐 수 없다.

    중앙기사단 본부에는 철혈의 검 조합원들이 임시감옥에 갇혀있었는데, 중앙기사단 소속의 기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부에 쳐들어와 제국과 기사도를 어지럽히는 정교의 압제, 이들은 그것에 저항했을 뿐이다.

    혁명단을 이끄는 두 세력이 몰아치니, 이들도 레지스탕스의 저항을 쉽게 막을 수 없다. 세력의 크기는 전투성법대 중심 막사와 비등했으니까.

    게다가 현존하는 조합 중 가장 이름을 널리 떨친 ‘델타의 늑대’가 있으니 판을 뒤집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모르딕’이었다. 철혈의 검을 이끄는 수장 말이다.

    ‘모르딕’이 나타나 혁명단을 공격하며 작전에 훼방을 놓았다. 퀭한 눈으로.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어두운 마력을 내뿜으며 말이다.

    그의 동료 ‘말던 포그마’가 ‘모르딕’을 말렸지만 검격을 맞아 엄한 가슴에 피를 뿌리고 바닥에 쓰러질 뿐이었다. 그래도 ‘포그마’를 포함하여 구출된 이들은 모두 살 수 있었다.

    상공에 마법 미채를 발라 위장 상태로 대기 중이던 길드 부유선에는 ‘레니’가 있었기 때문인데, 여관의 얼음 정령과 동조하여 근래 회복 능력이 월등히 높아진 덕에 신속한 응급 처치가 가능했다.

    「구출한 인원은 약 14명」

    나머지 인원들은 ‘헤르메딕트 성가대’의 수호 임무를 끝낸 뒤, 곧장 아젤 제국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일단은 모두가 살았으나, 모르딕을 데려오지 못했으니 ‘구출한 인원 14명’이라는 문장은 실로 비문이다.

    이들을 제국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모르딕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그들의 뜻. ‘던전 할머니 여관’에 남아 혁명단의 일부가 될 것을 약속했다.

    ‘단장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르딕은 아젤 제국의 다음 통치자가 되어야 하니까요.’

    모르딕에게 왠지 모를 어두운 기운이 느껴졌을 시점은 임무의 보상으로 받은 ‘호르몬 역전 약제’를 복용한 뒤라고 한다.

    남성으로 변한 모르딕.

    어느 날 퀭한 눈을 한 채로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정교의 제복을 입고서 전투성법자를 통제하고 있었다고 한다.

    포그마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미간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모르딕이 입은 정교의 제복에는 「이그리스 십자회의 상징을 의미하는 흉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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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게타 혁명단 일지 20일 차, 작성자 : 란베르크 ]

    데크에던과 아크론이 마녀를 숨긴 세계의 역적 ‘델타’에 맞서겠다며 ‘비르테리아 연합제국’을 창설했다.

    정교에 의해서 모든 것이 제한된 제국을 향해서 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보나 마나 이 또한 정교의 영향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델타를 국제적으로 완전히 매도해버리려는 것이다.

    마법기자 메이의 말로는 세계의 모험을 포함하여 다양한 신문사들이 이를 사계에 퍼뜨렸다고 한다. 이미 사계는 델타제국으로 인해서 난리이다.

    델타 국민을 제외한 모두가, 얼굴을 보이지 않는 혁명단에게 ‘마녀의 추종자’가 분명하다며 손가락질하는 것은 당연했고.

    경정직행이라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무지한 세간이 델타를 향해 혀를 차며 ‘비르테리아 연합’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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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게타 혁명단 일지 22일 차, 작성자 : 란베르크 ]

    사건은 어제 자로 ‘비르테리아 연합군’의 1차 공격을 막은 ‘델타 중앙기사단’을 지원하는 작전에서 일어난다. 남문으로 들어오면 펼쳐지는 광장이 전장이 되었다.

    제국과 제국 간의 싸움인데도 불구하고 정교의 개입으로 「페지르 17전투기병성법대」가 중앙기사단의 진격을 막았는데, 연합군이 중앙기사단을 공격하는 것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델타는 마녀로 인한 문제로 정교의 통제를 받고 있으니 무력의 사용을 막는 것은 당연하고, 타 제국과의 대립은 별개의 이야기니, 그들은 통제 대상이 아니다.

    제국을 두른 거대한 성벽은 델타가 가진 최고의 방어벽이다. 정교가 중앙기사단조차 성벽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차라리 방관이 났다. 이 개새끼들.

    중앙기사단이 제국 내부에서 입을 벌린 채로 공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연합군이 어디로 쳐들어오는지 알려주는 망루의 역할만 수행하면 되었다.

    사건은 이 시점부터인데, 어금니가 매끄러워질 정도로 이빨을 긁던 ‘호탕한 자유’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단독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페지르 17전투기병성법대 2중대 전원 중상」

    ‘호탕한 자유’라 당당히 외친 뒤, 17전투기병성법대를 완전히 개박살내버린 프리실라를 보라, 선생님이 그 이름 앞에 이따금 ‘빌어먹을’이라는 문장을 붙인 것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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