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14화 (114/222)
  • 114화

    * * *

    [ 아포네트 마도연구원, 아포네트 동굴 ]

    마리의 정보를 기반으로, 변장을 위한 로브를 착용하고는 마계 서대륙 끝자락에 위치한 아포네트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변장을 위한 로브는 필수였다. 다양한 학술원이나 문파에는 제복이나 그 집단을 특정화할 수 있는 의복이 있기 마련인데.

    ‘아포네트 마도연구원의 로브라니…. 뭔가 나쁜 놈이 된 것 같잖아.’

    짙은 녹색의 발끝까지 길게 떨어지는 원단, 팔 끝에 금실 자수가 있는 로브. 마리가 ‘공작의 기본은 변장이란다.’라며 출발 전에 건네주었다.

    “홉, 홉스 간지럽다고.”

    “아, 죄송합니다!”

    “단장님 목소리를 조금 낮추십시오.”

    “…홉스의 목소리가 더 컸는데.”

    포유류나 파충류 수인 등의 그와 비슷하게 아우르는 모든 아인종의 경우, 아포네트 마도연구원에 입성할 수 없다는 상당히 종족 차별적인 금칙이 있었다.

    이로 인해 ‘괜찮으니까 마리와 함께 있어.’라는 말을 건넸으나, 기필코 따라오겠다던 녀석. 현재 내가 착용한 로브 속에 숨어 함께하고 있다.

    동굴 앞. 거대한 나무 뒤에 숨어 입구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아이나는 ‘그림자 기둥도 이런 기분 나쁜 곳에는 기지를 두지 않을 것 같다.’라는 말을 더했다.

    서대륙 끝자락에 위치한 이름 없는 숲에다 꼭꼭 숨겨놓은 아포네트의 마도연구원은 가문에서 설립한 학원이나 마탑과 다르게 몹시도 음산한 분위기가 풍겼기 때문이었다.

    “단장, 저길 보세요.”

    아이나가 가리키고 있던 곳에는 아포네트 마도연구원의 로브를 착용한 이들이 서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은 저 무리에 끼어서 자연스럽게 이동하라는 마리의 말을 떠올린다. 곰곰이, 아니 대충 생각해봐도 저 녀석들이 바보도 아닐 텐데, 우리가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단장님, 이 상황을 타개할 마안은 없습니까?’

    ‘아이나, 상식적으로 저 상황에 자연스럽게 낄 수 있는 마안이라는 건 존재 할 수 없어.’라고 말하자, 다시금 아이나는 동굴 입구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마도연구원의 동태를 파악했다.

    “생각보다 만능은….”

    “…다 들렸어, 방금!”

    답답할 노릇이다. 장애나 어려움 따위를 에두르지 아니하고 몸소 직접 마주 대항하여 이겨냄을 의미하는 정면 돌파 전술을 마리가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지르고트의 마석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들의 부정행위가 무엇인지 조사한다. 결정적인 추가사항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시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부탁.

    내가 정면 돌파를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이미 타르툰이 당한 상태에서 증거가 확실한데, 어째서 마리가 군대를 움직여 증거를 확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혹시 만약, 증거를 찾지 못하게 된다면.’

    마리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100일 선거가 이루어지는 시점 마왕의 이유 없는 무력행사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있다고. 그것도 마리가 말한 사항이었단다.

    “저기 누군가 있는 것 같은데.”

    “…!”

    입구에 몇 안 되는 마도연구원들이 우리가 숨어있는 나무쪽을 향해 뱉은 말이었고, 아이나는 내밀던 고개를 황급히 집어넣고는 내게 강하게 밀착했다.

    ‘…아이나. 너, 너무 가까워.’

    ‘쑥스러움이 많은 단장에게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마도연구원들은 계속해서 우리가 숨어있는 나무를 향해 걸어왔다. 계속해서 ‘나무 뒤에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라는 말과 함께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몇 보면 우리를 발각할 수 있는 거리까지 밀접해지기 시작하자, 아이나는 급박한 상황에 갑자기 돌아버리기라도 한 건지 나무 밖으로 뛰어나간다.

    “아하하, 나무 뒤에… 고, 고양이가 있기에 잠시 보았다네.”

    “…아, 아니. 당신은!”

    나와 아이나는 동시에 ‘…젠장, 들켜버렸나.’라는 입 모양을 한 듯했다. 자포자기에 가까운 아이나를 향해서 90도 인사를 하는 마도연구원 일행.

    “원로님 반갑습니다.”

    “음, 음? …음 그래요. 모두 고생이 많답니다.”

    이내 몸을 돌려 동굴로 들어가는 마도연구원들이었다. 아이나에게 ‘이 상황을 타개할 능력은 네게 있었나 보네.’라고 입을 열자, 놀랍게도 자세히 살펴보니 비밀은 우리가 착용한 로브에 있었다고 했다.

    소매 끝에 금실의 자수가 상급 연구원을 의미하는 듯했다. 그 외에도 로브의 후드로 얼굴이 가려져 누가 누군지 판단하기 쉽지 않아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던 것.

    “후… 마리가 생각 없는 마왕은 아니었네.”

    “…프리실라와 함께 전장을 나가는 것보다 짜릿한 순간이었습니다.”

    “홉스는 괜찮아?”

    대답이 없는 홉스로 인해서 착용한 로브를 들췄더니만… 다리를 잡은 채로 기절해있었다. 진정 녀석이 첼로니아 제국군의 군인으로 전역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 * *

    [ 아포네트 동굴의 비밀제단 ]

    동굴 속으로 들어오니 ‘던전 할머니 여관’보다 더욱더 퀴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포네트의 마도연구원. 짙은 마기가 낀 동굴의 공기가 후드 속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동굴을 들어서고부터 홉스는 내가 착용한 로브 사이로 마법녹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특별히 부정행위로 판단되는 것이 없다.

    아포네트 로브를 착용한 연구원들과 제법 마주쳤는데, 특별한 인사 없이 고개로만 안부를 묻듯 별일 없이 지나칠 수 있었고.

    하물며 지나가는 이들에게 ‘지르고트의 마석은 어디에 있나.’라며 긴장감을 잔뜩 품은 채로 물었으나, ‘지르고트의 마석이라니요, 근래에 원로께서 연구하시는 분야입니까?’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단장, 지르고트라고 불리는 마석 말입니다.”

    “응, 그게 왜?”

    “과연, 실제로 있는 것일까요?”

    “마도 백과에도 적혀있었잖아.”

    ‘동굴에 들어와 보니, 일반적인 연구원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라며 아이나가 의문을 제기했다.

    확실히 음산한 분위기는 여전했으나, 슬쩍 이나마 마주친 연구원들의 분위기는 도저히 ‘저주’라는 마법학을 연구한다고 하기에는 어려웠다.

    아이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애당초 지르고트의 마석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여관주인 또한 은퇴 이후 아템과 함께 수많은 대륙을 넘나들며, 꽤 방대한 지식을 알고 있는 편이라 자신할 수 있었는데, 지르고트의 마석은 들어본 적이 없다.

    홉스는 내 로브 속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애당초 마리 사장의 스승인 ’게이트 디 마나‘의 비밀 서적이니까요. 그 내부에 있는 정보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홉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마리의 스승이 ‘게이트 디 마나’라니요?”

    “게이트 디 마나라면 마도 연맹의 수장인 그 마나를 말하는 건가.”

    게이트 디 마나는 ‘마법 본국’과 나란히 하는 ‘마도 연맹’의 수장이자, 셀로닌이 존재했던 ‘네르브리안 가문’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게이트 가문’의 마법사였다.

    마계 17 가문 중 가장 세력이 약한 ’페르세포‘의 인물이 마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마나‘의 도움이 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5대 마왕에게 어마어마한 스승이 있었군그래.’

    게이트 디 마나의 존재는 가히 세계관 최강이라 부를 수 있는 마법사. 10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래곤을 죽였다는 전설이 있다.

    “단장님, 홉스 씨의 말을 토대로 마도 백과에 나온 정보는 게이트 디 마나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집필된 서적, 즉 마나의 메모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르고트라고 불리는 마석이 세간에 알려졌다간 난리가 났을 테니까. 따지고 보면 아포네트에서도 연구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포네트 측에서도 마도연구원을 이 동굴에 다시금 설립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조사에 따르면 아포네트 마도연구원은 아인종만 아니라면 가문의 피가 흐르지 않더라도 저주를 탐구하는 마법사로서 연구원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현재 동굴에서 특별한 게 집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더하여 그 마주치는 연구원들에게 특별한 느낌조차 없었으니….”

    “일반적인 연구원들은 지르고트 마석의 정체도 모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이 동굴 내부에는 별개의 장소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떨어집니다.”

    대화 이후로도 아포네트의 마도연구원인마냥 동굴 내부를 계속해서 탐사했지만, 집히는 것은커녕, 저주를 연구하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불가시의 장막(Invisibility Curtain)을 걷어내겠다.’

    [ 고유 차원으로부터 연결 : 대상을 카테고리 EX로 지정 ]

    ‘마안의 뭉치(Bundle of Magical Eyes)를 개안한다.’

    [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마안들의 묶음을 해당 장기(눈)에 결속 ]

    ‘시야에 포착된 공간에 적용된 모든 마법을 ‘파악’ 가능한 마안 결속.’

    [ 해당 마안의 결속상태 지정 : 지속형 / 일시형 ]

    ‘…빌어먹을, 눈이 터질 것만 같네. 하루 2번으로 줄여야겠어.’

    ‘포착된 공간에서만 확인하는 거로.’

    [ 해당 장기(눈)에 ‘SSS 랭크 : 셜록의 단서’ 일시형 마안 결속 ]

    양 눈에서 미세하게 핏방울이 떨어졌고, 아이나는 이를 보며 ‘단장님, 괜찮으십니까!’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안구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재 마안의 뭉치도 거의 고물에 가까운 느낌이고, 상당한 카운터로 돌아오는 미안 사용의 보상 효과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단, 단장님….”

    자연 마력은 자연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짙은 농도의 마력, 음산하고 탁한 마력은 동굴 같은 자연환경에서 만들어지기에 십상이지만, 이곳은 달랐다.

    ‘자연 마력이 아니야, 이 동굴의 마력이 아니라는 건가.’

    시야에 포착된 공간에서 모든 마력의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하는 마안, 셜록의 단서. 대기 중에 흐르는 마력이 자연 마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굴 내부를 돌아다니는 연구원 중, 우리와 같이 로브에 금실의 자수가 있는 존재에게서 유독 탁한 마력 유동이 느껴지는 것을 포착했고, 아이나와 홉스에게 대상의 위치를 알렸다.

    “저자를 주목해.”

    주의할 인물로 낙인찍힌 금실 자수의 연구원이 나타나자, 주변의 연구원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주변의 인구 유동이 없어지자, 조용히 후드를 벗은 연구원은 동굴 벽을 만지작거리더니 마력을 주입하고는 존재하지 않는 문을 만들어 들어갔다.

    “사장님, …저자는 자치령에서 보았던 아포네트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자입니다.”

    “단장님, 순간적으로 저자에게서 묘한 마력이 느껴졌습니다. 빠르게 뒤를 밟아야 합니다.”

    “응, 확인했어. 그리고 이상한 문을 만드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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