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11화 (111/222)
  • 111화

    * * *

    ‘마커스’

    늑대를 잡으러 산을 올랐다가 간신히 토끼를 잡아 오는 사냥꾼. 어찌 잡은 것도 없을 터인데 돈은 어디서 났는지.

    매일같이 여관을 들락날락하며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브라운 아저씨의 시비 보조를 담당하는 사내.

    오늘 그 사내는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기로 하였다.

    살아서 만났으면 좋겠으나, 꽤 장대한 모습으로 나타난 마커스가 작별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면 다음은 없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그런 진지한 표정 속에서도 멍청함이 가득 담긴 자세는 도저히 프로라기 어렵다. 만년 아마추어처럼 사느니, 타 대륙을 돌아다니며 실력을 쌓고 싶다는 마커스의 말이 백번 지당하다.

    “마커스, 너무 진지해지지 마요.”

    “하하, 아서.”

    “몸조리 잘하시고, 돌아오면 말해주세요.”

    “암, 그래야지. 몇 별(달)이면 충분하니까.”

    여관 마당에서 마커스와 가까이 지냈던 이들이 작별 인사를 고하고 있었다. ‘뭐,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다들 왜 이래.’라며 히죽거리는 마커스.

    마중을 나온 사람이 제법 되는 것 같기에 기분 좋은 표정을 숨길 수 없는 듯했다. 브라운 아저씨는 마커스에게 ‘단죄의 검’이라고 불리는 신제품을 작별 인사로 건네주었다.

    “깔끔한 날붙이, 손잡이에는 심판의 여신 ‘아네가브’라,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데요. 브라운, 고마워요.”

    “크하하, 자네가 없으면 난 외로울 거야. 앞으로 시비를 도와줄 친구가 없어지는군, 곤란하다네. 마커스. 아서가 관자놀이를 누르는 일이 없어질지도 몰라.”

    “관자놀이를 누르지 않는 여관주인이라, 다시 만난다면 몹시 당황스러울 겁니다요. 크하하.”

    레니는 그가 여행 간 복용할 수 있도록 포션과 함께 작별 인사를 건넸다. 렌이나 아이리스도 적당히 마커스에게 ‘다양한 짐승에게서 살아남는 법’ 같은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언제나 용의 말씀이라면 메모를 일삼던 마커스였으나, 이번에는 두 여인의 눈을 또렷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냥꾼의 눈은 별안간이었지만, 사뭇 강렬한 느낌이 든다.

    “고마워, 덕분에 용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

    “아하하, 너무 거만해지면 살아남기 어렵다고요.”

    “암… 잘 알지,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했으니까.”

    “어리숙한 사냥꾼 마커스여, 다녀오너라.”

    “고맙다. 렌, 아이리스.”

    마커스가 등을 돌리고 마당을 유유히 걷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그와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단’이 홀로 나무에 기대어 그 걸음을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였다. 예고도 없이 ‘나 떠날 거야.’라며 오랜만에 나타나 마커스가 뱉었던 첫 문장, 그 문장으로 인해 아이단은 몹시도 화가 났다. 대검도 가볍게 드는 쥬드가 이를 간신히 말릴 정도였다.

    마커스에게 다양한 비속어가 섞인 육두문자를 마구 쏴버렸으니, 따지고 보면 ‘작별’이라고 한들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운 게 당연했다.

    “아이단, 정말 괜찮아요?”

    “아서, 남자는 두말하지 않아.”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였잖아요.”

    “그랬었지.”

    “아이단은 냉혈한 기사군요.”

    “개뿔.”

    아이단은 검찰 기사 아이덴의 형으로 동생인 아이덴과 달리 수준 높은 기사는 아니었다. 그가 말하길 ‘기사도이니, 뭐니, 고리타분한 건 아이덴에게 잘 어울려.’라고.

    그런 뉘앙스가 담긴 말을 자주 일삼았는데, 직업정신이 부족해 보이는 아이단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동생, 아이덴은 그냥 형의 매질이 무서운 게 아닐까 싶다.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 사이가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토끼만 잡는 사냥꾼과 직장에 고리타분함을 느끼는 기사는 상당히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그러나 아이덴이 말한 아이단은 ‘사냥꾼 마커스와 매력적인 조합’이란 문장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대단한 존재처럼 표현했는데….

    ‘아이단 형은 무섭고, 대단해요.’

    ‘제가 검찰 기사단에 들어 올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었죠.’

    ‘어떻게 보면, 제가 낙하산이라는 말을 들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덴은 형이 무서운 게 아닐까 싶다. 다만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여관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단은 사실 검찰 기사단 소속의 특별임무를 맡은 요원’이라는 말이 있었다.

    ‘개소리야, 그건.’

    성격이 이 여관주인과 흡사하거나, 그렇게 상냥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아이단의 귀로 소문이 들어갔을 때는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어쨌거나.

    마커스가 용사의 쉼터에 찾아와서 여관주인의 얼을 지겨울 정도로 자주 보게 되는 시점 이전부터, 마커스는 아이단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에게 ‘죽지 마라.’는 이 세상 식의 인사도 없이 보내는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꽉 막힌 사람이네요.’라고 말하자, ‘쳇’과 함께 고개를 돌리는 아이단이었다.

    “그런 사이라면서,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건지.”

    “아서, 가끔은 보내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야.”

    “아이단에게는 지금이 최선이라는 거군요.”

    “그래, 이렇게 보내는 것이 맞는 건지.”

    “죽을까 봐요?”

    “아니, …아니다.”

    아이단의 알 수 없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 어떠한 말도 소용없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멋대로 입을 열었지만, 나는 자격이 없다. 저들의 사이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 * *

    제국법 휘하에 있는 길드 관리기관에서 조합에게 내리는 규칙이 있었다. 본인이 상당히 싫어하는 규칙 중 하나를 예시로 들겠다.

    등급을 측정하기 애매하나 특별히 취급되어야 하는 의뢰에 경우 ‘단장의 참관’이 있다. 당연히 드래곤 길드도 예외는 아니기에, 지금 이렇게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다.

    ‘의뢰인이 수인(Furry)이라니, 하물며 ’흰 갈퀴‘는 델타에서 보기 힘든 종족인데.’

    수인의 용모가 확실했다. 복슬복슬한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위에 옷가지를 입고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비교할 것 없고, 사실상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하….”

    “단장님, 이분께서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 아이나.”

    “죄송합니다. 남편을 찾아만 주신다면 사례는 반드시….”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그래, 이분께서 꼭 찾아주실 거야.”

    특별등급으로 지정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모녀의 남편을 찾아주어야 할 프리실라 및 길드원들이 대형 의뢰로 부재중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란베르크 녀석마저 대형 의뢰에 참여한 상태였지.’

    ‘마스터,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니까요!’라는 렌의 외침에 ‘임자야, 녀석이 할 수 있는데, 내가 못 할 리가 없지 않으냐!’라는 아이리스의 대답이 있었다.

    그래, 그렇다고 렌이나 아이리스를 보내자니, 관자놀이를 별개로 미간까지 당겨오는 것을 보아, 어쩔 수 없이 내가 가는 것이 맞으리라 판단이 앞선다.

    무엇보다 애처롭게 나를 쳐다보는 저 모녀의 의뢰를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여관을 폐업하지 않는 이상, 해당 의뢰를 거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구두쇠, 특이한 취향을 가진, 불쌍한 사람을 무시하는.’

    ‘이곳이 어떻게 만든 낙원인데, 욕을 들으며 장사할 순 없다고.’

    여관의 홀에서 빠져나와, 마당 오른쪽에 건축되어있는 길드 건물에서 의뢰인과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진행했고, 아이나는 필요한 정보를 정리했다.

    “그러니까, 남편이 마계에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함께 마계에 있었다가, 이렇게 델타로….”

    “마계에서 남편과 함께 거주하지 않는 이유는 뭐죠?”

    “그이는 아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며….”

    “꽤 위험한 일을 하시나 봅니다.”

    “…위대한 분을 모신다고만 들었어요.”

    “하여간, 남자들이란.”

    “하하…. 딸과 제 눈엔 여전히 그이는 멋진 남편이에요.”

    “애처가시군요.”

    ‘그리고, 편지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아주 소중한 것이라도 품은 듯 감춰두었던 편지를 꺼내더니 공손히 탁자 위로 올려두는 의뢰인이었다. 이내 아이나의 안내를 받아 돌아간다.

    해당 의뢰의 진정한 목적은 ‘편지를 가져다주는 것’과 편지를 읽은 타르툰의 의사를 판단하여 ‘인계로 데려오는 것’인데. 편지를 가져다주는 것부터 받는 이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니던가.

    ‘사랑하는 타르툰에게.’

    ‘어디 있는지… 어떻게든 찾아서 건네주라는 건지.’

    ‘남편이 마계에 있어요.’는 조사 범위가 너무 넓다. 인계보다 거대한 대륙이 마계인데, 그 넓은 땅덩어리에서 ‘타르툰’이라는 수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빌어먹을 ‘월리를 찾아라.’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제가 보좌관으로서 동행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나, 든든하긴 하지만 혼자가 편한걸.”

    “흠… 후회하실 텐데요, 이번 의뢰에 지략가 없이는.”

    “으, 음….”

    “게다가 마계에서 미아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아이나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기다가, 마계에서 미아가 된 델타의 자영업자로 전락할 수 없으니 아이나의 동행을 수락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

    .

    .

    ―아이나의 의뢰 관련 정보조사자료, ‘흰 갈퀴 부족’ 中

    ‘흰 갈퀴’

    고고학자 월키스의 서적에 따르면 마계 : 극동대륙 뫼비우스에 거주하는 수인, 2족으로 분류된다. 가장 크게 측정된 계체는 2m. 인간과 동일한 신체 비율을 지녔기 때문에 생활면에서는 4족으로 분류되는 수인과 다소 다를 수 있다.

    지성이 뛰어나다. 인간과의 교류가 많으며 수인을 대표하는 종족 중 하나로 지정되어있다. 거대한 세력을 이루고 있진 않으나 다양한 부족으로 나뉘어 이를 합하면 작은 국가의 크기와 비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계에서 가끔 보이는 종족이긴 하나, 태생부터가 마계의 생명체이기에 삶의 질을 따지고 보면 이들이 다른 계에 거주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경우를 예외로 드물게는 환계에 거주하기도.

    (1. 의뢰의 범위 좁히기) 인계와 다른 체제를 가진 마계, 대륙에 거주하고 있는 전 종족을 마왕이 통치하는데, 간혹 그 수뇌부의 핵심 인물이 ‘흰 갈퀴’에서 배출된다는 사실이 있었다.

    의뢰자와의 대화 중 ‘위대한 분을 모신다고만 들었어요.’라는 말을 참작하면, 편지의 수령인 ‘타르툰’이 마계의 통치자와 밀접한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2. 접근에 대한 문제) 그러나 어떠한 방식으로 마계의 통치자와 접근할 것인가? 무력으로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마계의 사령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난공불락이라 부르는 통치자의 거처. 마계의 붉은 하늘을 호령하는 왕과 그의 간부들이 밀집된 ‘마왕궁전 : 아베스타’는 인계 제국의 관직마저 접근하기가 몹시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 접근에 대한 문제) 마계의 통치자가 될 수 있는 그릇을 가진 ‘마계 17 가문’의 ‘100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더욱이 경계가 삼엄할 것으로 예상된다.

    (2―3. 대제국 첼로니아) 첼로니아는 본래 마왕궁전이 위치한 제국의 이름으로, 첼로니아 제국 자체가 곧 마왕의 성이라는 말이 있으며, 혹은 ‘마법국’이라고 불린다.

    현재 마계에서 일어나는 ‘100년 선거’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판단하기 어려움으로. 마계로 이동한 뒤에는 첼로니아 근방에 위치한 ‘자치령 블러드 럼’에서 추가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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