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05화 (105/222)
  • 105화

    * * *

    『 용사의 쉼터 : 부유선 이용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부유선.

    ※ ‘드래곤 길드’의 부유선.

    ◈ ‘부유선 내부에서 폭력행위 일절 금지’ (부유선의 주인이 존X 강하기 때문에, 골로 가는 수가 있음. 심지어 두 마리의 드래곤을 보유)

    ◈ ‘부유선 내부 물건 훼손 금지’ (부유선의 출처는 ‘블헤이드 가문의 고속 검 란베르크’임으로 변상 대신 생명이 결딴날 수 있음을 예고)

    * * *

    “우왓, 내가 진짜 드래곤을 타보다니!”

    “살짝 뜨거운 것 같은데!”

    “암, 레드드래곤이니까!”

    『꽉 붙잡으세요, 손님들!』

    “네, 네!”

    야시장이 열리고 우리는 시장에서 가장 구석인 ‘왼쪽 구석’의 하늘에다 부유선을 띄웠다.

    아무래도 거대한 용을 픽업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관점에서 다른 상호를 위해 고려한 사항이었다.

    ‘생각보다 인기가 좋은 레드드래곤이라.’

    이 광경을 목격한 시장 관리원의 표정은 정말이지 가관이었는데, 일단은 동공이 사라진 것을 보아… 영혼이 몸 밖으로 새어 나온 지 오래인 듯하다.

    ‘와, 이거 너무 귀여운데요?’

    ‘지고한 드래곤에게 리본을 장착하라니!’

    ‘아이리스,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그건 그렇지만.’

    부유선에서 녀석들이 용형으로 바뀌기 전에 의류 장인 ‘브레드’에게 받은 거대한 리본 두 개를 넘겨주었다.

    은근 수줍음이 많은 푸른 용의 표정을 보며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저희를 보고 겁을 먹지 않는다고 하잖아요.’라며 아이리스의 볼을 꼬집는 렌.

    사실 산도 씹어 먹을 것 같은 드래곤에게 리본을 달자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위이기도 했다. 다른 드래곤이 기피감을 느끼는 드래곤마스터가 돼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렌과 아이리스가 적대감 따위를 내게 들이댄다는 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상관없다고 치자, 그저 걱정인 것은 만날 일이 거의 없는 다른 드래곤들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

    ‘자칫하다가, 드래곤들에게 소문이 나겠는걸.’

    ‘취향이 특이한, 드래곤 마스터….’

    부유선에 도착한 렌은 10명 가까이 되는 손님을 내리고, 다시금 퍼플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참, 퍼플도 인기가 매우 많았는데, 간혹 몇몇 손님들은 퍼플을 보며 ‘드래곤 스컬나이트’라며 ‘렌’의 진짜 주인이라는 둥, 특이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말로만 듣던, 해골 직원인가.”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이름이 캡틴이라니, 아주 멋진걸!”

    부유선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공간은 크게 펼쳐진 테라스였다. 주황 불빛을 뿜어대는 수많은 조명과 조형처럼 쌓인 오크통.

    나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런던의 한 장소 같아.’라는 말을 더했다. ‘런던이 뭐죠?’라는 말은 당연히 들었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달그락’ 소리를 내며 손님의 주문을 받는 해골이나 외부에서 불꽃 쇼를 하며 요리를 하는 해골이나 ‘용사의 쉼터’가 처음인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정령들이 날아다니잖아!”

    “우와 진짜네.”

    사람들은 반딧불처럼 청초한 별을 그리듯 날아다니는 정령들을 보고는 몹시 신기해했다. 생각해보면 찾아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정령들인데.

    있을 법하지 않은 장소에서 보다 보니 새로운 무드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이어서 사람들은 ‘캡틴’의 안내를 받아 이동한다.

    어색하다면 ‘프리실라와 란베르크’의 사이만큼 어색한 콧수염을 단 말끔한 청년이 있었는데. 심지어 콧수염이 삐뚤다. 한쪽으로 내려앉아 있다.

    “아니, 잠시만, 아저씨.”

    “에, 저 말입니까.”

    “당신이 왜 여기에 있죠?”

    “크흠, 전 델타의 시민입니다.”

    “델타의 시민이 아니라고 하진 않았는데요.”

    “크흠, 흠. 저는 정령왕이 아니올시다.”

    나의 ‘잡아가!’라는 외침을 듣자마자 길드원 두 명이 ‘콧수염을 삐뚤게 달아버린 정령왕’의 양팔을 잡더니 사정없이 끌고 갔다.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정령왕님!’ 난처한 표정을 짓는 길드원이지만 무자비하게도 정령왕은 다리가 끌리며 사라져간다.

    부조화의 여인이 딸꾹질하며 캡틴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는 손님 사이로 슬그머니 붙었다.

    콧수염만큼 어색한 거대한 안경, 이건 또 어디서 났대. 아무튼 수상했다.

    정령왕의 무모한 도전으로 인하여 가로로 완전히 찢긴 내 눈을 마주친 여인은 ‘흠칫’하더니, 결국은 이실직고를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걸어온다.

    “아와는 들어가.”

    “….”

    “들어가, 뒤지기 싫으면.”

    놀란 표정을 짓는 아와는 이상한 안경을 매만지며 ‘고맙다….’라는 말을 전한 뒤, 이어서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는 조용히 캡틴을 따라갔다.

    멀리서 ‘저, 주신 새X’라는 정령왕의 소리가 들려왔으나, 아와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저 멀리 끌려가는 정령왕에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좌우지간, 정령왕의 야시장을 향한 ‘해바라기’ 같은 호기심은 끝이 났으나, 야시장이 열리는 시간 동안 언제, 어디서, 콧수염을 달고 다니는 사내를 발견할지 모른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장님, 수익 보고하겠습니다.”

    “아이나, 고생이 많네, 예상 수익은 아직 멀었지?”

    “그게, 예상 수익을 넘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뭐라고?”

    “그것도… 델타의 늑대 상호보다 두 배.”

    아이나는 홉스와 함께 부유선 카운터를 담당했는데, 추가적으로는 금일 손익에 대해서 한 시간 간격으로 내게 보고했다.

    ‘그러니까, 아이나가 내게 3번 왔다 갔는데.’

    야시장이 끝이 나려면 10시간은 족히 남았고, 오픈을 한 지 3시간 만에 예상 수익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겨울 야시장 1등 수익을 놓치지 않던 델타의 늑대보다 2배 더 높다니.

    ‘잠, 잠시만. 델타의 늑대보다 우리가 수익이 2배 더 높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라는 물음에 어쩔 줄 모르는 아이나.

    조용히 내게 말하길 ‘프리실라 부단장이 자객을 보내어 장부를 확인했다고 합니다.’란다. 걸리기라도 했다면 바로 모의 공성전이었다.

    …정면 돌파밖에 모르는 무식한 부단장아.

    “손님, 이것 좀 받아 가세요!”

    “오, 이게 뭡니까?”

    “이번에 ‘드래곤 엘릭서’에서 만든 포션입니다.”

    “샘플… 같은 건가요?”

    ‘한번 사용해보시고, 더 필요하시면 저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하하.’라며 손으로 부유선 내부에 위치한 조그마한 상호를 가리키는 레니.

    레니는 야시장에서 메인으로 판매하려 했던 피로회복제를 엄지손가락 크기의 소형 플라스크에 담아 샘플을 만들었는데.

    드래곤을 통해서 부유선에 도착한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고 난 후였다. 레니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샘플을 건네주고는 드래곤 엘릭서의 제품 판매를 촉진했다.

    ‘아침이 개운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피로회복제라는 느낌보다 다음 날 아침 숙취를 피하고자 레니가 만든 샘플을 단숨에 들이켜는 손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는지 레니에게 찾아가 포션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많이 팔아 봐, 레니.”

    “그럼요, 제가 잘 되어야지, 아서도 좋으니까요.”

    “꽤 징그러운 소리를 하는군.”

    “달그락.”

    스치는 ‘달그락’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손님과 함께 케피탄 맥주를 마시고 있는 ‘브라운 아저씨’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캡틴이 있었다.

    이러한 캡틴의 어깨를 부여잡고는 합석 중인 손님에게 ‘이 녀석 굉장히 일을 잘한다고, 크하하!’라며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한다.

    손님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캡틴의 ‘두개골 회전하기 서비스’로 폭소를 터뜨렸다.

    지나가던 블루와 네이비도 브라운 아저씨에게 잡혀서는 다 함께 어깨동무하고서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기 바쁘다.

    “브라운 아저씨, 장비 판매는요?”

    “으하하, 아서.”

    “으하하, 라니.”

    “너, 너무 그런 표정 하지 말게, 전부 팔았다고.”

    “전부 팔았다니, 아침에 챙겨 오셨던 그 장비를 전부요?”

    “이미 맥주를 마신 지 한참이나 지났네. 크하하.”

    레니의 ‘드래곤 엘릭서’처럼 부유선 갑판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이나 방어구 같은 것들을 배치해야 했기 때문에 부유선 구석에 있는 것이 브라운 아저씨의 ‘비 바잔 드래곤’이었는데.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두 마리의 용을 감시하느라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브라운 아저씨가 제작한 장비. 삽시간에 모조리 판매되었다는 것은 심히 대단했다.

    야시장에는 브라운 아저씨와 같은 대장장이들이 많고 그들이 제작한 것을 구매하려고 하는 모험가가 꽤 있다는 정보가 사실인 듯하다.

    “헬리오스께 기도한 것이 도움이 컸던 게야. 하하.”

    “기도도 기도지만, 아저씨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게 검증된 것이겠지요.”

    “우리 사장님이 그리 말해주니, 이 대장장이는 몸 둘 바를 모르겠군!”

    확실히 브라운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픽업 시스템에만 신경을 쓰던 내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몇몇 손님 발밑에는 장비를 담는 포장역할의 자루가 있었는데, ‘비 바잔 드래곤’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브라운 아저씨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치고 놀라울 정도로 감성이 뛰어났다.

    ‘투박하지만… 자루에 포장이라, 나쁘지 않잖아.’

    ―톡. ――톡.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란베르크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너희 부친께서 찾아왔다고 말하지 말아줘.

    “선생님, 저희….”

    “…그래, 어디 계시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원래 독백이 많은 주인공은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며 란베르크에게 장난스럽게 말하자 상당한 고뇌의 표정을 짓다가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검객이 상대의 기습을 예측 할 수 있다… 는 뜻이군요.’ 새로운 가르침을 받았다며 감격하는 란베르크.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서 조용히 관자놀이를 눌렸다.

    “자네가 여관의 주인인가.”

    “그, 그렇습니다.”

    “자네들은 따로 일을 보게나.”

    “알겠습니다. ‘오’여.”

    ‘오’는 란베르크가 말하길 ‘블헤이드 메인 가문’을 이끄는 최고의 수장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블헤이드 메인 오’ 그러니까 란베르크 부친의 진짜 이름은 ‘자르문’이었다.

    ‘자르문’의 호위를 맡고 있던 두 명의 사내는 캡틴의 안내를 받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대륙에 존재하는 최강의 검술 명가 ‘블헤이드 메인’ 가문의 수장은 한낱 여관주인의 생김새를 살펴보기 바빴다.

    검의 제국 ‘아젤’의 통치자와 비견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이 확실하다. 그 눈동자 안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만들어진 긍지가 들어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흰 머리와 흰 수염. 노쇠했다거나 늙었다는 느낌이 아닌, 수많은 경험으로 그 어떤 전투에도 능란하다는 분위기.

    “아들이 어째서 그대에게 목을 매는지, 분위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네.”

    “경께서도 지금까지 만난 검객들과 사뭇 다른 강함이 느껴집니다.”

    “자네는 이를테면 고난에 통달한 자의 분위기로군.”

    “지금은 그저 여관주인일 뿐입니다.”

    “그래서 부유선은 마음에 들었는가.”

    “하하… 경께서 베푼 그 선물은 정말 감사하게….”

    란베르크를 스윽 쳐다보더니 내게 악수를 권하는 그였다. 황급히 바지에 손을 닦고서 사교를 청하는 그의 손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드린다.

    부유선 내부에서 미세하게 흘렀던 긴장이 풀리고, 조금씩 떠드는 소리가 커진다. 부유선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시야에 담고서 천천히 입을 여는 자르문.

    “괜찮다면, 자네가 자리를 안내해주게.”

    ‘이 사람, 진짜 있다가 갈 생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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