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04화 (104/222)
  • 104화

    * * *

    내일 열릴 ‘겨울 야시장’을 위해서 브라운 아저씨를 포함한 드래곤 길드의 많은 일원은 부유선에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용사의 쉼터’라는 분위기에 걸맞도록 휘황찬란한 주황 조명들을 달 거니, 큼지막한 글씨로 ‘용사의 쉼터’라는 상호를 달 거니….

    전투함선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로 위장하기 위해 작업에 관련된 온갖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리가 갈게, 걱정하지 말라고!’

    ‘생각보다 야시장에서 인기가 부족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던 중, 아니나 다를까 여관의 손님들은 ‘찾아가서 늘 하던 대로 하면 되지?’라며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어서 갈대나무의 로아는 정령계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찾아가는 것이 문제는 되지 않을까 하고 고민을 했는데, 아이리스가 나서서 이야기하길.

    ‘정령은 인류와 가깝게 지냈으니, 그렇게 문제 될 부분은 없다. 이 여관에는 짐과 같은 용이 두 마리나 살고 있지 않느냐.’

    틀린 말이 아니었다. 용사의 쉼터는 이미 드래곤이라는 먹이사슬 최상위 존재가 여관의 직원이라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로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정령계로 돌아가 아와와 정령왕에게 전달했다. ‘암, 그렇고말고, 이 몸도 찾아갈 터이니,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게!’라며 호탕한 웃음과 함께 정령왕은 내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으나.

    ‘그 양반은 오지 마라 그래.’

    어쩔 수 없었다. 사실상 정령왕이 야시장에서 용사의 쉼터 부유선에만 있으리란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 살았다고 비유하기에도 곤란한 정령왕 주제에, 호기심이 옆집 농장의 꼬마보다 많다니까.’

    ‘렌 + 아이리스 = 정령왕’이라는 느낌 때문에 야시장이 끝날 때까지 온종일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정령왕께서 실망이 크실 텐데요.’라는 표정으로 멀뚱히 나를 쳐다보던 로아. 그 양반의 얼굴이 떠오르며 마음 한쪽 애석해지지만 ‘안 돼!’라고 윽박지를 수밖에 없다.

    ‘사실 어떤 방법을 쓰던, 망할 정령왕은 야시장에 찾아올 확률이 높다.’

    * * *

    [ 1. 픽업 수단 ― ‘드래곤’ ]

    아네스가 말했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델타에서 열리는 야시장은 제국의 북쪽 성벽 바로 옆, ‘북쪽 시내’에서 열리게 되는데, 하늘에 떠 있는 부유선을 지상에 둘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많지 않다.

    중형차 정도의 마차를 개조하여 음식이나 아이템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델타의 늑대들이 끌고 가는 ‘30명은 족히 탈 수 있을 법한 대형마차’만 하여도 상당히 주목을 받는다고 했다.

    시장 중앙에 굳건하게 조각되어있는 델타 황제의 동상을 부수고 지상에다 ‘델타의 매국노라 오해받는 프리실라가 부단장인 드래곤 길드’의 부유선을 정박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그렇지, 픽업 수단으로 이건….’

    ‘용사의 쉼터 ― 부유 선박형 여관, 겨울 야시장 진출 기획서’를 다 함께 작성했다. 그래, 여전히 본인은 ‘픽업 수단’이라는 글자의 해답으로 ‘드래곤’이라 적혀 있는 것이 머리가 아팠다.

    ‘나를 제외한 과반수 찬성으로 채택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무를 수도 없는데.’

    먼저 부유선으로 야시장에서 장사하겠다는 허가를 ‘북쪽 시장 관리원’에게 명확히 받았으니 문제는 없다… 내겐 문제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관리원에서 질문하길 ‘그래서 픽업 방법은 뭐죠, 동아줄이라도 내리나요?’라는 말에 ‘드래곤이요.’라고 말하자 더욱 폭소하며 ‘이 양반이 장난도!’라고는 진심으로 장난처럼 받아들이더라.

    보라,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관리원에서도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이 픽업 수단을! 문제는 이 장난을 용사의 쉼터는 진짜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게 내 머리를 아프게 한다고.’

    고귀하신 아이리스 님에게 ‘너, 아무나 등에 태우는 거 싫어하잖아.’라고 지원을 요청했으나,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라고 대답하는 빌어먹을 푸른 용이었다.

    더군다나 붉은 용은 ‘아이리스가 손님을 등에 태우기 싫다면야, 혼자서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질 않는걸요.’라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으니, 내가 무슨 말을 더하랴.

    차라리 하델의 마안으로 야시장을 폭발시켜 버리는 것이 내 관자놀이가 조금이라도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이지 않을까.

    좌우지간….

    렌은 ‘지상에서 부유선으로’ 아이리스는 ‘부유선에서 지상으로’라는 픽업 임무를 맡게 되었다. 혹시 몰라 지상에는 ‘퍼플’을 배치하여 막 나가는 이 용가리들을 관리하라는 임무를 내렸다.

    * * *

    [ 2. 포션판매 – ‘드래곤 엘릭서’ ]

    다음은 주정뱅이… 아니 포션 제조 담당의 레니였다.

    이 또한 홉스의 의견을 바탕으로 탄생한 기획. 테이블을 잔뜩 집어넣어도 자리가 비는 부유선 안에다가, 제휴 상호를 운영하는 레니와 브라운에게 판매의 터를 제공하자는 것.

    실은 ‘겨울 야시장에 들뜬 레니의 주사를 미연에 방지하자’라는 의미가 더욱 크다. 여관의 규모가 아닌 야시장의 규모에서 술에 취한 레니가 힐을 난무하고 다닌다면.

    ‘마력 고갈로 인한 어지러움에서 끝나지 않을…. 후.’

    ‘…진짜 죽을지도 모르니까.’

    고로 금테 안경에 빛이 번진 홉스는 레니에게 ‘여관을 위해 찬성해 주세요.’라는 상당한 분위기로 권유했다. 거의 강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레니는 ‘어머, 정말 좋은데요?’라며 손뼉을 쳤고, 레니의 주사를 알고 있던 이들은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레니는 드래곤 길드의 길드원에게 제공하는 ‘레니의 회복 물약’을 다른 이들도 한번 복용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더했다.

    * * *

    [ 3. 장비판매 – ‘비 바잔 드래곤’ ]

    다음은 ‘크하하’의 웃음소리 도입부 담당이자 장비 제작 담당의 브라운 아저씨.

    홉스가 레니에게 ‘부유선에서 레니 님의 포션을 판매해보세요.’라는 말을 뱉었을 때부터였다. 브라운 아저씨는 이미 술 냄새를 물씬 풍기며 ‘나도, 나도! 크하하!’라며 다가왔다.

    그러지 않아도 브라운 아저씨의 장비는 더욱더 많은 사람이 알 필요성이 있었다. 메이를 통해 브라운 아저씨의 실력이 검증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는 삶’을 추구했다.

    이후, 브라운 아저씨가 마당 한복판에 있는 거대한 나무 ‘엑스칼리버’ 앞에서 제사(?) 같은 것을 지냈는데.

    그가 말하길 ‘야시장에 놓아줄 아가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라는 뜻’을 담아 행하는 일종의 기도 같은 것이라고 한다.

    마브리우스 산맥에 거주했던 드워프들이 겉으로는 땅딸보에다 근육이 많고 술을 좋아하는 종족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가의 혼이 깃든 존재라는데, 사실 그 부분에 대해 동감이 쉽지 않았다. 미안해요, 브라운.

    그래서 자신이 혼신을 다해 만든 무기나 갑옷 같은 것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 좋은 곳에 사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우선이라고.

    ‘철을 두드리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끝이 아니야, 좋은 주인에게 넘기는 것. 거기까지가 작품이 완성되었다는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네!’

    걸걸한 목소리로 뜻밖의 멋진 대사를 외치던 브라운 아저씨의 옆으로 로아가 지나갔다. 엑스칼리버를 통해 때마침 정령계로 돌아갈 생각인 로아.

    입구 앞에서 입을 열기 전에는 인자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브라운이 알 수 없는 제사를 지내고 있으니 충분히 당황스러울 만했다. ‘불을 지펴두고서 무엇을 하는 거죠?’라며 떨리는 동공으로 조심스럽게 묻는 로아.

    ‘자네가 아와에게 기도를 하는 것처럼, 이 대장장이도 받드는 주신이 있어서 말이네.’

    ‘그분께 내가 만든 아이들이 좋은 주인의 손때가 묻길 바라며 기도하는 거란다.’

    다행스럽게도 입을 열면 인자하다는 것을 단 1초 만에 판단이 가능한 브라운 아저씨, 로아는 좋은 뜻을 품은 그 기도를 브라운과 함께했다.

    ‘그분의 존함은 헬리오스.’

    마브리우스 산의 드워프들은 ‘헬리오스’라는 불과 태양의 주신, ‘자애로운 산맥’을 섬긴다. 이들이 철을 두드리고 가공하는 데 있어서 ‘헬리오스’ 이외에 생각이 나는 주신도 없을 뿐더러 섬길 수 있는 주신도 없다고.

    “아무튼, 장사 중에 음주는 안 됩디다.”

    “크하하, 자네의 말을 그리 쉽게 들을 사람으로 보이는가.”

    “이거 참, 애석하게도 여관의 블랙리스트가 늘겠군요.”

    “…미안하다네. 마셔도 조금만 마시겠네.”

    * * *

    [ 4. 경호원 – ‘란베르크’ ]

    힘쓰는 거 좋아하고, 척이면 척인 ‘프리실라’나 ‘길드원’들을 경호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서빙이나 해골 삼인방의 보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로 적합한 인재는 란베르크 이외에 없었고, 녀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다. 내가 믿는 구석이 많은 직원이라 마음을 놓고 맡길 수 있었는데.

    ‘그게, 저희 아버지께서 야시장에 찾아오신다는군요.’

    생각보다 더욱 가시방석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블헤이드 가문에서 기사라는 명예까지 포기하고 아들이 찾아간 여관이 어떤 곳인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느낌이다.

    하물며 집을 나간 아들이 난데없이 다시금 나타나, 선생님이라 부르는 일개 여관주인의 정령을 찾으러 가기 위해서 근사한 집 정도는 우습게 지을 수 있는 부유선을 훔쳐 달아났으니.

    “난 너희 아버지를 볼 자신이 없어.”

    “아버지는 선생님을 굉장히 기대하십니다.”

    “….”

    * * *

    모든 일정 정리가 끝나고, 렌과 아이리스, 홉스는 내일 초저녁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겨울 야시장’을 위해 각자의 방과 집으로 이동했다.

    평소보다 여관의 마감 시간을 앞당겼는데, 손님은 무척이나 기대하는 표정과 함께 해골 마차에 올라탔다.

    “아, 아서, 지금까지 봤던 아서의 얼굴 중 가장 피곤해 보여요.”

    “아… 메이구나.”

    메이는 ‘월간 세계의 모험’에서 특별히 ‘용사의 쉼터 전담 기자’로 지정되어 앞으로도 여관에 관련된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기사로 쓸 예정이다.

    그녀는 오늘 손님이 묵을 수 있는 투숙객 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여관 일동과 함께 부유선에 올라가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여관 홀에서 한숨을 푹푹 쉬며,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던 나를 발견한 기자 양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그나저나 그 뒤에 숨겨진 미소는 뭔데.

    ‘기자 아니랄까 봐 가십거리가 생겨 좋겠어, 그래.’

    나는 조용히 ‘좋지 않은 일들은 되도록 기사에 쓰지 말아 줘.’라고 이야기했는데, 메이도 자신이 여관의 식구이길 바랐는지 ‘저도 용사의 쉼터에 가족이라 생각하는데요!’라며 볼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는다.

    “이봐, 메이 그 전에 그 미소부터 숨기란 말이야.”

    “앗, 티가 너무 났나 보네요.”

    “…내 고통은 곧, 네 기삿거리니까.”

    “아서도 야시장을 돌아다닐 생각이죠?”

    “암, 그곳이 열려있다면야.”

    “그곳?”

    “있어, 마법 서클로 고기를 굽혀주는 곳이라고.”

    내가 없어도 될 만큼 여유가 생긴다면 반드시 마법 서클로 고기를 굽혀주는 샐러맨더 직화구이를 또 한 번 맛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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