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77화 (77/222)
  • 077화

    * * *

    엘프 종족들을 대표하는 궁사들의 조합 ‘실리프레스 연맹’ 인간 종족을 대표하는 검사들의 조합 ‘철혈의 검’ 다양한 종족들과 문화권들로 이루어진 모험가의 조합 ‘엘도라도’ 마계의 종족들을 대표하는 마법사의 조합 ‘마도 연맹’

    길드 순위 100위권에 들어가는 대형 길드들. 산맥 군데군데, 하늘을 나는 길드 선박들이 닻을 건 상태로 고정되어 있었다.

    16개의 입구 중에서 대부분은 길드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는 남은 입구를 찾아 헤맸으나, 일반 모험가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기에 쉽지 않았다.

    자연 마법으로 인하여 유적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생성된 구멍, 마치 얼른 들어오라는 느낌이다. 황금 광산의 16개 입구에는 40명 이상의 인원들로 구성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아. 길드나 모험가들 때문에 우리가 들어갈 입구가 없어.”

    “아직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뭐지, 그 꿍꿍이가 있는 표정은.”

    “본래 아와의 황금 광산은 17개의 입구로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적혀있냐.”

    부유선을 타고 올 때부터, 로아는 낡은 책을 읽고 있었다. 아와의 황금 광산과 자신의 일족에 대한 과거사가 담겨있다는 고고학자의 서적이었다.

    “16개의 입구가 열리고, 다시 닫히는 순간. 그때 17번째의 입구가 나올 것이다.”

    “그 입구로 가면?”

    “진짜 아와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기다려보자고.”

    항상 큰 이벤트가 있을 때면 마법 기자가 촬영을 위해 나타난다. 이번에도 대형 길드의 공격대 쪽으로 각 1명씩 마법 기자가 붙은 것 같았다.

    과연 특파원들이 촬영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나는 별안간 죽는다는 것에 한 표 건다.

    지면을 울리는 강렬한 소리가 산맥을 흔들리게 했고, 떠 있는 선박들은 휘청거렸다. 이내 입구를 막고 있던 붉은색의 결계가 사라지며 그 속에서 강렬한 바람이 새어 나왔다.

    모험가들은 팔로 머리를 감싸며 시야를 조금씩 확보하기 시작했다. 스산한 기운이 몸을 스치는 가운데, 에녹 산맥에 마법 기자의 외침이 퍼진다.

    “지금부터 아와의 황금 광산 탐방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와의 황금 광산, 입구 해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많은 인파가 순식간에 입구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고,

    해방되었던 입구가 전자에 설명되었던 부분처럼 다시금 붉은색의 기운으로 덮인다.

    로아와 나는 주위를 살펴 어느 곳이 숨은 17번째의 입구인지 찾는다. 로아 목에 걸고 있던 황금색의 열쇠가 빛을 내더니 어느 곳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저곳입니다.”

    빛이 가리키던 입구가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반갑다는 듯 로아가 뛰어갔으나, 갑자기 그런 적 없었다는 것처럼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돌리며 나를 바라봤다.

    “왜 그래.”

    일반적인 광산의 입구처럼 생긴 것이 아니었다. 원형의 돌이 지면에 박혀있었고, 그 위에는 석판 하나가 놓여있었다. 즉 입구라고 생각될 만한 요지가 전혀 없다.

    석판의 새겨진 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고, 로아는 고대 아칸 언어를 보며 내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 의문의 석상 】

    이곳은 아와가 잠든 곳.

    그대는 비극에 향할 자격이 있는가.

    16개의 구멍, 금화를 갈취하는 이들의 무덤.

    그곳의 끝은, 그저 탐욕이 가득한 종말.

    아와의 황금열쇠를 지닌 자, 이것을 보라.

    그대가 열린 길을 향할 자격이 있다면.

    이 경고를 파괴하라.

    17번째의 길은 열릴지어다.

    읽어준 석판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고는, 석판을 곧바로 부숴버렸더니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보는 드라이어드 로아.

    “아서 님?!”

    “이거 부셔야 길이 생기잖아. 아마…. 그런 것 같아.”

    석판을 부수자마자 바닥에서부터 지면 덩어리가 위로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인해 모래와 흙이 한참 휘날린다.

    무릇 적당한 크기의 동굴이 만들어지며 ‘들어가자’라는 말과 함께 둘은 흩날리는 모래를 뚫고서 입구 안으로 발을 뻗는다.

    “저기요. 잠, 잠시만!”

    어두운 동굴을 계속해서 걸어갔고, 그 끝에 도달했을 때는 벽밖에 없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 덕에 주위를 밝힐 필요도 없이 걸어왔으나.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조금 더 가더라도 쉽게 정면에는 길 자체가 없었다. 즉 막힌 통로처럼 보였다.

    “로아, 그 책 말이야 확실한 거야?”

    “네…. 분명 이곳이 17번째의 입구입니다. 잠깐.”

    이 작은 동굴 안에서 로아의 소리가 이렇게 멀리 퍼져나가는 건 분명 이상했다.

    로아가 가리키는 바닥을 향해 시선을 옮겼고, 로아도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내렸다. 얼마나 깊은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거대한 구멍이 있었다.

    “뭔가 발견했구나, 로아.”

    “이 구멍이 너무 깊어서 검은색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만….”

    확실히 깊다. 칠흑 같은 것이 심해의 구멍을 연상케 할 정도였고, 소리는 무겁게 울렸다. 뺨에 식은땀이 흐르던 로아는 시작하지도 않은 광산탐방에 지레 겁을 먹고야 말았다.

    “아,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로아는 ‘발광 : 반딧불’을 꺼내 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녀석이 꺼내 들은 반딧불은 어두운 환경 특성의 유적에서 자주 사용되는 아이템이었고, 주위를 밝게 만들어서 시야를 확보하는 기능을 가진, 꽤 쓸모가 있는 물건이었다.

    로아는 지니고 있던 반딧불을 바닥에 뚫린 거대한 구멍에다가 던져버렸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던 반딧불이 점점 은은해지기 시작하며 사라졌다.

    매우 깊다는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한 로아와 로아의 동공은 미칠 듯이 떨렸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대충 ‘그냥 돌아갑시다.’라고 강렬하게 외치고 있었으나, 모르겠고. 녀석의 허리를 팔로 감아 들고는 냅다 뛰어내렸다.

    떨어지는 중력으로 인하여 바닥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강렬하게 쇄도하며 표정은 일그러진다. 로아는 공포감에 의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만 질러댔다.

    떨어질 때도 분명 거대한 구멍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정한 구간을 지나고 나니, 상당한 크기의 근사한 사원이 펼쳐졌고, 우리는 허공에서 그 웅장함을 눈에 담았다.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 로아는 그 웅장함에 매료되어 반쯤 감았던 눈을 떴다. 그렇게 멈출 줄 모르고 쉼 없이 떨어지다가, 마침내 바닥에 착지했다.

    “후, 생각보다 높은걸.”

    손으로 잡고 있던 로아를 바닥에 떨궜다. 반쯤 눈이 풀려 침을 흘리던 그녀가 영혼을 되찾고는 천천히 다가와 묻는다.

    “설마…. 설마, 낙사 정도의 충격을 다짜고짜 받아버린 겁니까.”

    “그게 왜?”

    “지, 지금 방어구도 그게 전부인데요?”

    “이게 전부라니, 지금 입고 있는 유니폼이 얼마나 좋은 건데.”

    “아…. 방어구가 아니라 유니폼….”

    “별거 아니야. 아무튼.”

    “역, 역시…. 정령왕님께서 부탁한 인물이군요.”

    “망할 정령왕, 호롱불 만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유적 천장에는 ‘탐욕의 대가와 알 수 없는 저주’라는 글자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며 로아가 말했다.

    탐욕의 대가라고 불리는 아와 광산의 저주, 우리에게 어떠한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우리는 알 턱이 없었으나, 분명한 것은 이 저주가 모험가를 서서히 죽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급작스러운 유적 해방 시기에 황금 광산에 진입했던 모험가들에 의해 판명된 사실로는 그 어떤 마법으로도 탐욕의 대가가 내리는 상태 이상을 회복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그렇기에 아서 파티가 공략 이전까지 알 수 없는 저주에 노출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발레포르의 탑보다 넓은 평수처럼 보이는 사원이 산맥 안에 있었다. 그 또한 차원 자체를 가진 아와의 힘으로 인해 이곳에 있는 것이겠지만.

    바닥에는 틈틈이 금화들이 모래처럼 흩어져있었고, 분명히 이 세계의 화폐가 분명했다. 우리는 이것들을 확실히 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집었다.

    [ 탐욕의 대가를 원하느냐. ]

    우리는 유적에 울리는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금화를 바닥에 떨궈버렸다.

    [ 원하지 않는 것이더냐. ]

    소리는 그저 유적에 적용된 마법의 일부거나 수호자의 사념이 담긴 소리였을 뿐이겠지만, 동공이 확장되기 시작하는 로아를 보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이어서, ‘이 수많은 금화를 들고 나간다면 분명 더없이 좋을지도 모르는데….’ ‘초월등급 아이템의 가격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을 재산은 쉽게 얻을지도 모르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아하니 나도 전형적인 한국인 플레이어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지, 이것들을 들고 나가려 한다면 그 끝은 슬픈 결말이라고.’

    바닥에 이렇게 많은 금화가 떨어져 있는데, 분명 40인 원정대는 분열이 가기에 십상일 것이다. 한 줌만 쥐어도 100골드가 넘어갈 것 같은데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이것을 모른 채 지나갈까.

    “아서 님 저기 보세요!”

    로아가 지목한 곳에는 유적 중앙에 놓여있는 오벨리스크가 있었다.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수북이 쌓인 금화의 길을 걸어갔다.

    금화를 밟을 때마다 그것이 부딪치는 소리, 알게 모르게 우리들은 그 소리에 집중했다. 퀭한 눈으로 오벨리스크 앞에 다가갔고, 그녀는 오벨리스크에 적힌 말을 그대로 읽어주었다.

    【 수호자 황금 거인의 오벨리스크 】

    그대들의 영혼은 황금으로 되어 있는가.

    살아있음은 이곳에 결코 허용되지 아니하며.

    그대들은 영혼을 황금으로 대신 할 수 있는가.

    원한다면 영혼으로 금화를 삼켜라.

    금빛의 피를 흐르게 하라.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벨리스크를 멍하니 바라본다. 로아의 대답을 기다리던 시간에 주위를 살피며 오벨리스크 뒤를 주시했고, 거인의 형상을 한 아주 거대한 석상이 벽 사이에 반쯤 묻혀있었다.

    주위가 황금빛으로 가득한 사원 속에서 로아가 침을 꿀꺽이는 소리를 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서로를 바라보다가 다시 바닥에 놓인 금화를 줍는다.

    [ 탐욕의 대가를 원하느냐. ]

    금화를 입에 털어 넣고는, 눈을 질끈 감고 삼켰다. 옆에 있던 로아도 내가 하는 행동을 따라 금화를 입에다 넣고 삼켜버렸다.

    이내 지금까지 들렸던 사념의 목소리와 다르게 다른 문장이 광산 내부에서 울렸다. 이를테면 이것은 다음 구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메시지와 같은 것.

    [ 금화의 영혼을 지닐 자격이 있다. ]

    [ 아와의 황금 거인은 그대들의 영혼을 아와에게 바치리다. ]

    “빌어먹을, 그럴 줄 알았다.”

    내 예상은 빗나간 적이 거의 없다. 반쯤 벽에 파묻혀 있었다. 50m는 족히 넘는 크기의 돌로 된 거인 형상.

    별안간 괴로운 울음을 반복하더니, 이내 벽으로부터 서서히 몸을 꺼내기 시작했다.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낮추며 우리를 향해 날카롭고 묵직한 괴성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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