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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랭크의 여관주인-76화 (76/222)
  • 076화

    * * *

    렌의 배웅을 통해 로아와 나는 환계까지 최단시간으로 올 수 있었다. 여관을 봐야 하는 녀석을 보내고, 에녹산맥의 황금광산으로 출발하는 비행선을 타기 위해서 움직였다.

    거대하고 바다의 선박처럼 생긴 비행선이 뱃고동 소리를 내며 지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필요한 것을 모조리 담아서 그런지 가방을 짊어진 로아가 피곤해 보였다.

    “피곤해 보이는군.”

    “아닙니다. 다만 조금 긴장될 뿐이에요.”

    “그런 것 치고는, 꽤 진지한 표정이네.”

    “저에게는 사명입니다.”

    로아는 갈대 나무 부족의 드라이어드로 과거 가족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다. 아와의 황금 광산은 이미 오래전에 닫혀,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곳이라고.

    재물과 나무, 그 자체를 의미하는 신. 나무는 환계에 있어서 자연의 보고와도 같은 것.

    과거, 로아 집안의 내력은 갈대 나무 부족을 대표하여 아와를 섬기던 뿌리 깊은 일가였다. 다만 유대가 과거로부터 끊겨 자신을 포함한 종족의 일부는 아와를 이야기로만 듣게 된다.

    시간이 흘러 자신을 포함한 부모, 혹은 가까운 동지들과 함께 떠나기로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동족들에게 기적을 가져다준 아와를 찾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아와는 잠들었고, 그 광산은 숨어들었기에. 그곳에 가기는커녕, 일생을 아와에만 집착하며 망령처럼 황야를 떠돌아다녔다.

    그렇게 일족들은 말라비틀어진 입술로 차가운 대지에 몸을 누워 하나, 둘 생을 마감한다. 이들이 겪은 것이 바로 ‘탐욕의 대가’ 그것의 시초였다.

    『너희들은 들어라. 감히 아와가 죽어있는 곳을 이상향으로, 결코 없을지어다.』

    『오만한 너희들은 들으라, 그대들은 과거의 내가 내린 기적을 받지 못할 것이니.』

    『과거에 주었던 모든 축복을 죽음으로 돌려보낼지어다.』

    『어째서, 그대들을 보살폈던 나를…. 이 아와는 그대들을 영원히 증오하노라.』

    로아의 이야기로는 과거 ‘마력 전쟁’이 발발할 때, 갈대 나무 부족의 드라이어드들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아와를 제물로 사용했고, 신을 무한한 악몽에 가둬버렸다고 했다.

    제일 깊은 중심부에 존재하는 아와, 그리고 그의 마력을 무한히 추출하여 사용했고. 아와는 그것으로 인해 점점 생명력을 잃다가 마지막 고동을 멈추고 깊은 잠에 빠진다.

    왜? 그들은 광산의 황금을 계속해서 만들어주는 기적을 내린 신에게 그렇게 하였는가. 그 시절의 모두는 이렇게 답할 거라며 로아가 말했다.

    ‘살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라고.’

    로아도 그의 부모들도 ‘마력 전쟁’이라는 것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그것이 일어났던 머나먼 과거, 세계에 순회하던 마력이 멈추고 영원히 결핍된다.

    지구라면 공기가 없어진다는 개념과 같았다. 마력은 그들에게 공기와도 같다. 마력이 없어진 세계, 서로의 마력을 뺏기 위한, 지옥 같은 광경만이 줄을 이룰 뿐이다.

    아와는 광산에 존재했던 모든 갈대 나무 부족에게 마력을 빼앗겨 버린다. 죽지는 아니하나, 다시금 스스로 마력을 보충하기 위해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잠든다.

    이것이 태생이 약자였던 갈대 나무 부족이 ‘마력 전쟁’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우리는 아와에게 죄를 지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곳에 가는 것조차도.’

    ‘갈대 나무 부족, 하나의 생명으로써 아와의 원통함이 내 영혼 안에서 평생을 울었다.’

    ‘그러나 우리는 가지 못한다. 죽음으로 갚고 싶어도, 우리는 그곳이 어딘지 모르기에.’

    ‘하지만 언젠가 네가 그곳에 닿을 수 있다면, 이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져 왔다는 ‘아와의 황금 열쇠’ 그것을 마지막에 쥐여주신 것은 다름 아닌 로아의 어머니.

    300명이 넘어가는 부족을 이끌던 가족 중, 아니 300명 중 마지막에 살아남은 것은 로아였다.

    그렇게 반쯤 눈이 풀린 그의 어머니가 죽기 전에 쥐여주신 금색의 열쇠가 유일한 단서, 나는 비행선의 난간을 잡고 바람을 느끼던 로아에게 말했다.

    “마력 전쟁이라면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전 일이지.”

    “그렇습니다. 그때 세계 절반의 생명이 무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절망의 순간이라고.”

    “네가 했던 일도 아니고, 아와를 실제로 본 것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갈대 나무 부족은 드라이어드 중에서도 제일 약한 부족이었죠.”

    “그런데?”

    “만약 우리의 죄를 말할 수 있다면, 그에게 이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

    “우리가 나약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라고.”

    로아는 눈물을 흘렸다. 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로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대답했다.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혼내야겠는데.”

    한참을 그렇게 환계의 파랗게 물든 창공을 바라보던 중. 지역을 이동하는 세계비행선보다 거대한 크기의 길드 선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간에서도 막론하는 대형조합, 그들이 낳은 엄청난 세력의 길드들이 대거 눈에 들어온다.

    “이거 경쟁률이 거세겠어.”

    “강한 모험가들이 찾아 나서고 있어요.”

    “그 끝에 닿는 것은 우리가 될 테니 걱정하지 마.”

    “하는 말투는 전혀 도와주시지 않을 것 같았는데.”

    “장사를 하다 보면 성격이 좀 꼬이거든.”

    “아하하, 아서 님은 재미있는 분이세요.”

    “….”

    “아서 님?”

    “너를 도와주는 이유는, 르파르파의 꽃을 위해서일 뿐이야.”

    * * *

    해가 저물고, 로아와 나는 각자의 방에서 정비한 후, 선박의 식당가로 이동했다. 모험가들은 식사뿐만 아니라 유적에서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니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

    로아와 주문시킨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도중 모험가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너 혹시 용사의 쉼터 여관 가봤냐?”

    “아니, 거기 사람 죽고 막 그런다던데.”

    “수익 없는 모험가들만 가겠지, 물약값만 아까워.”

    소규모 길드의 인원이 비행선에 타고 있는 듯했다. 복장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고수의 느낌이 전혀 나질 않는 걸 보니 황금 광산에서 죽을 듯싶다. 심했다면 미안.

    확실히 저런 이들이 우리 여관에 들어와서 마커스처럼 고정손님이 되어야 할 텐데. 괴상한 소문으로 모험가들에게 비아냥거리기 쉬운 여관인가?

    “그러니까 금방 식을걸.”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해골들이 서빙한다니. 웩.”

    둘의 폭소가 식당가 내부를 울리자,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험가가 있었다. 나와 로아처럼 로브계열의 아이템을 장착한 나머지 정보를 알기는 어려웠다.

    “거기 재밌는 곳이던데, 가보고 싶은 사람이야 나는.”

    날카로운 음성이 그들의 고막을 때려 박았고, 그 모험가들 또한 인상을 구기기 시작했다. 정체 모를 모험가 덕분에 내려갔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구냐, 넌 오늘부터 VIP니까!

    “아, 지금 우리한테 지금 시비 건 거야?”

    “시비를 걸 가치도 없다만, 그 여관에 가고 싶은 모험가로서 기분이 영 좋지가 않아서 말이지.”

    “보아하니, 랭크도 낮은 모험가 같은데 그렇게 시비 걸다가 죽어.”

    로브를 입고 있던 모험가의 멱살을 난데없이 잡더니 결투를 신청했다. 주위에 지켜보고 있던 모험가들이 갑작스럽게 열광하기 시작하며 손뼉을 친다.

    “미안하지만, 나랑 싸워서 좋은 건 없다고 보는데.”

    “로브나 입고 모습이나 감추는 게.”

    그의 말에 따라, 지켜보던 모험가들의 폭소가 끊이질 않았고 로브를 입은 모험가가 조용해졌다. 그 모험가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더니 눈이 마주친 나를 대뜸 지목했다.

    “뭐야, 쟤도 너처럼 로브 입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냐?”

    “여기서 저 사람을 제외하면, 나와 비등한 실력을 찾아보기 힘들군.”

    지목을 당한 나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며,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애써 로아를 쳐다본다. 로아도 나를 보며 땀을 삐질 흘리고는 ‘뭐죠, 이 상황은?’이라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

    멈췄던 폭소가 더욱 심해졌고, 그들에 의해 로브 모험가가 조롱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그 후 모험가들의 웃음소리 사이에서 로브를 쓴 모험가는 후드를 걷어내기 시작했고.

    모습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는, 지켜보던 모든 모험가의 웃음소리가 사라져 갔다. 그리고 마치 원래부터 우리는 웃지 않았다는 듯, 멈춘 표정으로 그자를 바라본다.

    “잘 웃더니, 목이라도 막혔나 보네.”

    검의 제국 ‘드사덴 아젤’의 영애로 태어나, 성장을 통해 베르히만과 비등한 검술 솜씨를 가진 여인이라고 불리는 SS랭크의 모험가, 아젤 제국의 ‘철혈의 검’ 조합의 수장.

    ‘모르딕 아젤’이었다.

    랭커라고 불리는 모험가들에게도 전설이며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에게 영광인 세계. 이것이 바로 아젤이 로브를 벗어던진 이래, 많은 것이 바뀐 분위기.

    오목조목, 말끔하게 생긴 외모, 목소리는 가냘프다. 반면 장인이 만든 것 같은 풀 스케일 갑주를 입고 최강의 자태를 하고 있었다.

    아젤의 등장으로 인해서 그렇게 시끄러웠던 식당가가 정적을 이룬다. 그녀는 자신의 멱살을 잡았던 모험가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밑천을 드러내는 쓰레기가.”

    .

    .

    .

    사건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난 뒤, 아젤은 나에게 다가와 사과를 전했다.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별생각 없이 지목한 거였는데 조롱거리가 될 줄은.”

    “아닙니다.”

    그녀는 놀랍다는 듯 로아와 나를 번갈아 지목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두 분이 광산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만.”

    “저희 길드 공격대에 들어오셔서 같이 하시죠. 아까의 답례 겸.”

    아젤은 아젤 제국의 대규모 길드 중 하나인 ‘조합 : 철혈의 검’을 운영하고 있었다. ‘철혈의 검’ 이외 선박 외부에서 보았듯, 상당한 길드의 전력들이 광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력이라고는 두 명밖에 없으니, 우리를 안타깝게 볼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

    “아닙니다. 저희는 공격대에 들어가지 않아요.”

    “진심이신가요, 후회하실 텐데.”

    “그나저나 길드 선박은 어디에 두고 이곳에 계시죠?”

    “제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먼저 출발하라고 했습니다.”

    랭커치고는 생각보다 느슨한 성격이라 그런지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대화 끝에 아젤은 로아와 내게 웃음을 날린 뒤, 식당가에서 유유히 사라지고 말았다.

    * * *

    “에녹 산맥에 덩그러니 있었는데, 저걸 찾기 어려웠다고?”

    “아와의 황금 광산은 고유 차원이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저곳에 있었다는 소리는 아니군.”

    “그렇습니다. 아서 님.”

    에녹산맥은 일반인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본래 관광지로 유명한 환계의 마을이다. 산맥으로 이루어진 환경에 형형색색의 집들이 놓여있어 아기자기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그 위에는 길드의 거대한 선박들이 하늘에 있는 구름을 걷으며 전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길드 문양이 그려져 있는 거대한 돛들은 제각기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괜히 길드 선박들을 보니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광산의 문은 언제 열린다고 했지?”

    “앞으로 두 시간 뒤입니다.”

    “공략을 끝내지 못하게 된다면, 입구가 영원히 닫힌다고 했었나.”

    “그리고 탐욕의 대가로 인해, 광산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입니다.”

    “긴장하지 말고.”

    “막상 여기까지 오니…. 떨리는 다리가 멈추질 않네요.”

    로아와 나는 비행선에서 내려 에녹산맥으로 이동하는 마차를 탔고, 대부분의 인원은 파티를 진즉 비행선에서부터 최소 5명 단위로 맞추어 출발했다.

    마차 안에는 우리 둘 외에는 없었고, 마차를 운행하는 마부가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들, 그곳에 가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많이 위험한 곳인가 보군요.”

    “아직…. 돌아온 이방인들이 없다네.”

    바깥에서 확인하며 기본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아와의 황금 광산이 발견되고 난 뒤, 1,000명에 가까운 이들이 도전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대게 80%는 ‘탐욕의 대가’에 어울리는 마땅한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에 돌아온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발견 초기에는 초보 모험가들이나 준비가 되지 않은 애매한 실력의 모험가들이 대거 입장했다. 많은 소문과 명실상부한 난이도로 정보가 밝혀진 바로 지금. 모든 전력을 쏟은 길드의 공격대들로, 공략 레벨의 토대가 잡혔다.

    ‘길드 선박들의 이 웅장함을 보라.’

    ‘대형 길드가 공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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