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75화 (75/222)

075화

* * *

[ 해당 육체를 EX등급으로 지정할 수 없음. ]

[ 마안의 뭉치의 출력을 ‘임시 차단’ ]

[ 기적 결[email protected](#속에 대한 부109정!)@#발생. ]

[ 권능[email protected] 결!#@*속에 대한 부정 발생. ]

“이, 이게… 뭔 개소리야.”

단잠을 방해하는 빌어먹을 붉은 용과 푸른 용의 혈투를 말리기 위해 마당으로 나왔다. 고작 ‘케피탄 맥주보다 발리아트 포도주가 더 맛있다.’라는 이유로 주변 마력 유동을 변질시킬 정도의 싸움을 해야만 하는가?

그렇다.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델타를 날려버릴지도 모르는 무지막지한 것들을 가볍게 제압하기 위해 ‘마안의 뭉치’를 사용하려고 했다. 했는데.

‘이게 뭔 개소리야?!’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애매한 기억의 대사를 불러 내 마음을 대변한다. 마안의 뭉치가 마치 선택받은 용사만 들 수 있는 검을 아무개나 쥐었다는 듯이, 나를 주인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처럼 얘기했다.

“내가…. 네 주인이라니까!”

[ 결[email protected]#]속에 대[email protected]한 부정=발생. ]

피 터지는 혈투를 강행하는 붉은 용과 푸른 용은 마당에 나와 고함을 지르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내 아서라는 것을 눈치채더니 드래곤으로 변해 서로의 뿔을 부서질 듯이 쥐었던 거대한 손을 천천히 놓는다.

‘레, 렌…. 임자의 표정이 좋지 않으니, 그만하자.’라며 아이리스는 먼저 인간의 형태로 돌아왔고, 렌도 함께 인간의 형태로 돌아오더니 ‘그, 그래요. 암, 발리아트 포도주도 맛있죠.’라고는 당황한 기색으로 웃었다.

“마, 마스터!”

“임자야 괜찮은가, 다친 곳은 없느냐!”

“하아….”

렌과 아이리스는 알고 있었다. 지금 아서에게 일어나는 묘한 기운은 단지 ‘마안의 뭉치’ 때문이 아니라고, 그는 인간 자체가 강한 사내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마법이 담긴 안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기네들쯤은 강철 검 하나로 우습게 가지고 놀 것이라며. 란베르크와 모의 결투에서도 마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냥 강한 인간이었다.

이어서 아서가 여성이 되고 나서부터 더욱이 그 본연의 성깔이 돋보이는 이유로, 아서가 평소보다 배로 무섭게 느껴지는 녀석들이다.

멀리서 달구지를 끄는 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소리를 보아하니 ‘로건’의 마차가 주류배송을 위해 언덕을 오르고 있는 듯하다.

얼굴을 숙이고 자욱하게 드리운 그림자. ‘아서 사장니임~!’이라는 로건의 목소리가 점점 마당에 가까워지자 렌과 아이리스는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다.

“이, 이런… 로건 씨는 아직 마스터의 상황을 모르실 텐데.”

“임, 임자야 오크통은 우리가 옮기도록 하지!”

아무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여인 아서를 보며 ‘큰일이다.’라고 생각한 두 드래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마차를 끌고 올라오는 로건, 끝내 마차에서 내려 뛰어왔다. ‘아서 사장니임~’이라는 반가움에 가득 찬 목소리를 담고서.

“아서… 사장님? 아, 아닌데.”

“그, 그게 로건 씨.”

로건이 바라보고 있던 여인은 참으로 미인이었다. 아이리스처럼 머리가 길게 내려오진 않았지만,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색 단발, 서대륙에서 볼 수 없는 짙은 흑색의 눈동자는 몹시 미려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 안녕하세요. 저는 로건이라고… 합니다.”

“저는 아서의 연인, 엘레나입니다. 반가워요.”

“렌 씨나 아이리스 씨가 사모님이 될 줄 알았는데…!”

“네, 맨날 박 터지게 싸우는 드래곤은 취향이 아니라네요!”

“하하…. 그, 그렇구나.”

“네, 이제 지긋지긋해서 쫓아내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렌과 아이리스는 자신의 이마를 때리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의 아서는 완전히 엘레나로 빙의되어 있는 상태. 엘레나가 하는 말은 곧 진심이라는 소리였다.

둘은 메소드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 아서를 향해 ‘이제 싸우지 않을게요….’라며 입을 벙긋거리고는 조용히 오크통을 열심히 옮긴다.

* * *

대형 마물의 마력을 상회하는 최강의 종족 드래곤. 두 마리의 혈투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로아’가 엑스칼리버 속에서 수면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피부가 떨릴 정도의 공포감으로 인해 나오지 못했다고.

그런 그녀는 한참 뒤에서야 마당으로 나올 수 있었고, 이어서 목걸이에 차고 있던 ‘황금열쇠’를 내게 보여주었다.

‘황금열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와 님의 황금 광산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오겠다.

“이게 있어야 갈 수 있다는 말이야?”

“네, 이 물건은 갈대 나무 부족에 대대로 이어진 열쇠입니다.”

“마지막 개체인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이 열쇠는 일종의 안내자인 거죠.”

“안내자라니, 열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길을 비춰준다고.”

로아의 부모가 살아있을 적에 들었던 이야기는 이러했다. 열쇠를 지닌 자만 17번째의 입구가 나타난다고, 나머지 16개의 입구는 금화를 갈취하는 이들의 무덤이랑 다를 것이 없다.

‘아와’에게 물려받은 황금열쇠만 있다면, 오랜 시간을 거듭하여 다시금 나타날 황금 광산에 ‘아와’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

“진짜 목적이 뭐야.”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적인 물음이었다. 로아가 불쑥 여관에 나타나 ‘황금 광산’에 있는 ‘아와’를 만나는 것이 목적인지,

그렇지 않으면 아와에게 붙어있는 절망을 떼어서 다시금 ‘신’으로 찬양하고 싶은 것인지. 그녀의 목적과 감정을 알 수 없었기에.

“나는 르파르파의 꽃이 목적이지만.”

아무 말 없이 앉아서 테이블만 쳐다보는 로아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내 목적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에 꽁꽁 담아두고 있는 무언가를 입 밖을 쉽게 꺼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어쨌든, 2일 안에 출발하도록 하자고.”

“네…. 고마워요. 아서.”

“대신 르파르파의 꽃은 반드시 줘야 하니까.”

“주신님을 뵙게 된다면, 가능하고도 남을 기적입니다!”

황금 광산으로 출발하기 위한 모든 일정을 정리한 뒤, 로아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심적인 분위기와 다소 맞지 않은 여관의 분위기를 피해, 자리에서 일어나 엑스칼리버로 향했다.

로아를 마중하는 동시에 ‘드래곤 엘릭서’에서 나오는 레니를 목격한다. 오두막의 문을 열고 발끝을 천천히 내지르는 행동을 보아, 나 몰래 여관으로 들어갈 모양이었던 것 같다.

살짝 쳐다만 보아도 흠칫거리며 당황스러운 역력을 띄는 레니, 왼쪽이 힘겹게 올라간 입 모양으로 웃음을 짓더니 내게 다가왔다. 엄청나게 죄지은 사람처럼 돌아다니던데. 그럼, 그렇게 다녀야지.

“아, 아서… 혹시 필요한 거 없어요?”

“있어.”

“여관에 오지 말라는 그런 소리는… 아, 아니죠?”

“속도의 포션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데.”

“가속 마법을 사용할 때 쓰는 포션 말인가요.”

“그거랑 회복 포션도 좀 만들어줬으면 해.”

“제게 맡겨주세요. 확실히 준비해 드릴 테니까!”

“차라리 그걸 마시고 남자로 돌아갈 수 있음 더 좋고.”

“아하하….”

마안의 뭉치를 사용할 수 없는 지금,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레니에게 온갖 포션을 제조해 지원해달라는 것은 일반적인 모험가들처럼 나도 다를 것이 없으니 기본적인 준비를 해두자는 뜻.

더군다나 황금 광산이라고 불리는 유적은 이미 항간에 떠들썩할 정도로 위험한 유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금이라도 많은 준비를 해두는 것은 당연했다.

기본적인 피지컬로도 충분한 역량을 낼 수 있겠지만, 현재의 나는 여성의 몸을 가진 상태였고 신체적인 특징이 다소 변화한 까닭에 자연스럽게 걷기조차 까다롭다.

이런 마당에 칼을 쥐고 어떤 파수꾼이 나오는지도 모르는 황금 광산에서, 전시상황의 승기를 편안하게 내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하물며 여성의 몸으로 바뀌고 난 뒤, 가벼운 테스트 삼아 실시했던 란베르크와의 대결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역치가 낮다.’

란베르크와의 대련에서 이전보다 움직임이 둔해짐을 확실히 느꼈다. 육체가 가지고 있는 근육량이나 신경계 발달의 정도가 이전보다 상당한 하락 수치를 보여주었다.

홀에서 란베르크는 케피탄 맥주와 함께 숯불 포테이토 & BBQ를 먹고 있었는데, 이내 땀을 잔뜩 흘린 프리실라가 들어와, 란베르크에게 인사를 건넨다.

“오, 란베르크 선생.”

“프리실라. 야간훈련이 끝났나 보지?”

“암, 케피탄 맥주나 한잔할까 하고. 그나저나 상처는 뭔가.”

“여성으로 바뀐 선생님과 대련했다.”

“흠, 아서는 지금 완전히 소녀 상태가 아닌가.”

“그럴 줄 알았는데, 육체적 불리함을 완전히 상쇄하더라.”

이것은 ‘단련한 여성인 프리실라’와 비교하며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문제였다.

내 몸은 아서의 것에서 완전히 바뀐 것이 아니라, 수치가 0인 상태의 아서를 표본으로 호르몬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남성일 때에 비해서 모든 신체 시스템들이 역치가 낮아졌다. 잠에서 깨어 두 마리의 용들을 혼내러 갈 때도 그랬다. 급하게 일어난 까닭에 새끼발가락을 모서리에 찍혔는데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아팠다.

‘그렇기 때문에, 보조적인 도움이 필요해.’

속도의 물약. 헤이스트를 여러 번 중첩하고도 부족한 상황과 혹여 조우한다면 보험 삼아 챙겨가서 나쁠 이유가 없다.

“마스터, 이쪽으로 잠시만 와보세요.”

“뭐야, 왜 둘이서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어.”

멀리서 렌과 아이리스는 비장한 표정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라는 조용한 손짓에 의해 테이블에서 일어나 녀석들을 따라간다.

“이거요.”

“이게, 뭐지?”

“계약 소환 스크롤이에요.”

‘계약 소환 스크롤’이라고 한다면 상당한 대마법사들만 만들 수 있다는 아주 특수한 족자였다. 마법을 적용하여 물건이나 장비들을 워프시킬 수 있는 족자, 게임으로 비유했을 때 일종의 ‘인벤토리’ 같은 것.

“이걸 가지고 가라는 말인가.”

“네, 아이리스와 저를 곧바로 부르실 수 있게요.”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하라는 말이지?”

“마스터는 지금 혼자 가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혹시 모르니까.”

“고맙네. 근데 딱히 쓸 일은 없을 것 같아.”

아이리스도 팔짱을 끼고는 렌이 하는 말에 추가적인 설명을 했다. ‘임자가 위급할 때, 마력을 주입하면 계약상 우리들은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나는 계약을 한 것도 없는데, 무슨 계약상?’이라는 말을 건넸다. 전제가 없었으니까. 나는 녀석들이랑 이렇다 할 계약을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확히 ‘아, 그건 저희가 마음에 들었을 때, 자신의 심장에다….’ 까지만 듣고 귀를 막았다. 더 들었다간 엄지와 중지가 관자놀이를 누르라며 반응할 것 같다.

고개를 숙이며 ‘제발, 그런 그로테스크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라고 속삭였다. 이윽고 참지 못한 엄지와 중지는 관자놀이를 향한다. 무정하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