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61화 (61/222)

061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드래곤 길드’의 제휴 여관.

◈ 용사의 쉼터 ‘제휴 서비스 준비 중.’

※ ‘대장간 : 비 바잔 드래곤’

※ ‘포션 상점 : 드래곤 엘릭서’

* * *

이제는 닭이 우는 소리보다는 길드원들의 목검이 허수아비를 내려치는 소리로 아침을 깨기에 십상이었다. 반쯤 잠에서 깨어 그들의 기합 소리를 듣고는 ‘아, 시작했나 보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다시 잠자리에 든다.

그들이 목검을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1시간 정도를 더 잤다가 일어나면, 대부분 훈련이 마무리되어갈 때쯤이었다. 이것이 아침 훈련의 일부일 뿐이다.

일단은 전쟁에 관여하지 않는 전투 조합이 되었지만, 몬스터 퇴치 의뢰나 유적 탐사 의뢰의 경우도 전투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물론 길드 마스터의 입장인 나로서 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흘리는 땀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나, 아침 단잠을 방해하는 요소가 두 마리의 용을 포함해 다소 늘어났다는 것이 피곤할 뿐이다.

“프리실라 덕에 아침을 빨리 맞이하네요.”

“늦잠꾸러기, 단장 왔는가.”

“사장이라니까요.”

“늦잠꾸러기, 사장 왔는가.”

“이보세요. 부단장 나리 지금 7시입니다만.”

“하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 법이지.”

“저는 아침부터 벌레를 먹는 취향은 없어서요. 훈련은 어때요.”

“그야, 아주 발전하고 있다네.”

착용하고 있던 플레이트 갑옷을 자신의 주먹으로 툭툭 치며,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이런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비해 내가 느낀 그들의 발전은 상당히 저조하다는 것인데.

사실, 제대로 된 검술조차 배우지 못한 이들이라 단순 전투에 초점을 둔 훈련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프레임이 없었기에 프리실라가 교육하는 전투 방식을 효율적으로 배워가질 못하는 것 같다.

하물며 프리실라 또한 ‘제국 검술’ 같은 정갈한 부류의 검법을 배우지 않았으니. 일명 ‘잡검술’이라 부르는 검법을 자신이 고안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사실 이는 ‘노튼 아네스’의 흔적이기도 했다.

피지컬이 충분히 따라주는 그녀는 잡검술을 떠나 그 어떤 검술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비단 피지컬이 따라주지 못하는 길드원들에게 이 잡검술이란 노동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그런지 단순히 상대방을 제압하고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잡검술’을 배워가는 길드원들은 몸이 성하질 않은 듯했다.

“이놈들, 그렇게 허약해서 되겠는가!”라며 프리실라는 단순히 ‘정신력 부족과 육체단련의 부족’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전부 자기 같은 줄 아나 봐.

나는 프리실라를 예외로 길드원들이 하는 훈련을 냉정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깨진 장독에 물을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프리실라, 아이나에게 맡겨보는 건 어때요.”

“자, 자네 설마 내가 부족하다는 것인가?”

“그, 그런 뜻은 아닙니다만.”

“하지만… 아이나는 검을 들지 않는다네.”

“프리실라는 너무 강해서, 저들이 흉내 낼 수 없어요.”

아이나는 기사 출신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검을 다루는 법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알고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러나 프리실라의 말처럼 아이나는 검을 쥐지 않는다.

태양 새의 용병단이 제2의 델타의 늑대들이라 유명해진 이유를 알 법했다. 단장에 의해서 무식하게 강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겠지.

햇볕에 그을려 노릇해진 길드원들의 얼굴, 이미 사백안을 뜨고 있다. 검을 쥔 채로 무한하게 허수아비를 떼려 패며….

“제가 검술 교본이라도 구해 드릴게요. 검을 쥘 필요 없이 아이나가 교본으로 기초교육을 가르치는 것은 어떨까요.”

“오호… 좋은 생각이네 아서. 그러지 않아도 길드원들에게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프리실라도 교육에 참석하시고요.”

“크윽, 알겠네. 교본은 하나로 되지 않을 거다.”

“괜찮아요. 대량으로 사들이죠 뭐.”

“역시 부자는 씀씀이도 다르군. 하하.”

* * *

해가 지기 전에 퍼플의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 ‘검술 교본 기초 교육서.’를 100권가량 구매하여 프리실라에게 전달한 뒤, 렌과 아이리스. 그리고 해골들과 함께 여관 오픈 준비를 끝마치며 손님을 받는다.

“크하하! 오늘도 일등!”

“브라운 아저씨, 바쁘신 줄 알았더니 역시나.”

“일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하는 걸세!”

“크하하, 라며 웃어주고 싶네요.”

“크하하! 어울리지 않는 짓은 그만하게.”

홉스는 새로 건축된 투숙객 시설에 대해 보고했다. ‘후방 건물의 투숙 시설을 포함해서 여관에 묵을 수 있는 방은 총합 27개입니다.’라고.

후방 건물에는 2층에 내 방인 마스터 룸을 제외하고 10개의 방이 있었다. 망할 붉은 용과 빌어먹을 푸른 용, 어이없는 바바리안이 들어와 살고 있기 때문에 7개의 방이 남았고.

후방 건물과 동일하게 같은 자재를 사용하여 건축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투숙객 시설로 나쁘지 않을 좋은 자재들만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화된 여관과는 차이가 크다고 자랑할 수 있다.

“사장님 고로, 후방 건물은 VIP 시설로 싣겠습니다.”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야.”

신축 투숙객 시설의 방들은 ‘스탠더드 룸’으로, 후방 건물 투숙객 시설의 방들은 ‘VIP’룸으로 측정하기로 했다.

투숙객 시설(스탠더드)의 경우 가격을 대폭 하락, VIP룸의 가격을 다소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이전에 VIP룸에서 묵었던 손님들의 혹시나 있을지 모를 컴플레인에 대비한다.

비단 불만을 토할 줄 알았던 손님들은 ‘새로 지은 투숙객 시설 짱이야.’라고 후방 건물 투숙 비용 인상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하다.

“쥬드 씨 오셨네요.”

“아서, 점점 여관이 으리으리해지는군.”

“네, 어쩌다 보니… 근래에 바쁘셨나 보죠?”

“응, 그러지 않아도 밀린 의뢰가 많아서.”

“바쁘면 좋은 거 아니겠어요.”

“틀린 말은 아니네, 발리아트 포도주 한 잔 주게.”

“아쉽게도, 이미 바닥나 버린 지 오랩니다.”

“크으… 그렇다면 케피탄 맥주로.”

“달그락.”

별안간 등장한 캡틴이 케피탄 맥주를 쥬드에게 건넸고, 그는 ‘이런, 상당히 빨라 캡틴!’이라며 살점 없는 녀석의 손바닥과 하이 파이브를 쳤다.

이미 발리아트 포도주가 바닥 난 지 오래였고, 옆에서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던 캡틴은 일찌감치 케피탄 맥주를 뽑고 있었던 것. 장하다. 홀의 지배자 캡틴.

“레니, 작업은 잘되어가?”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아서.”

“믿을 만하지, 회복 마법의 달인인데.”

레니는 새롭게 만든 회복제를 시험해보기 위해서 오늘 의뢰에 출전하는 길드원들에게 포션을 나눠주었다. 그들이 돌아와서 말하길 비싸서 못 쓰는 회복제들 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며 내게 자랑을 더했다.

“앞으로도 신경 써 줘.”

“네, 그리고 오늘은 좀 취해야겠네요!”

“기분 좋다고, 그러진 마….”

케피탄 맥주를 들고 ‘드래곤 엘릭서 만세!’를 외치는 레니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관자놀이가 급작스럽게 욱신거리는 이유란 머지않아 시작될 그녀의 ‘힐 타임’을 떠올려서 그런 듯하다.

“아서 사장님!”

“엑, 로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포도주를 가지고 왔어요. 아곤과 쉴 겸.”

“아직 포도주라면 남아있는데.”

“하하. 앞에 ‘발리아트’가 붙은 포도주입니다만.”

‘발리아트’라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쥬드와 그 외의 손님들, 하던 행동을 멈추고 로건에게 달려가 ‘사실이야? 진심이야?’라는 물음을 던진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라는 식으로 쳐다보는 이들, 그리고 가까운 시선. 거친 숨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스며들고, 로건은 당황스러워하며 식은땀을 흘린다.

“하하… 발리아트의 포도주가 인기가 많네요. 사장님.”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먹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런.”

“아쉽지만, 오늘 드리는 발리아트 포도주가 마지막일 것 같아요.”

“아크론과 데크 에던 때문인가?”

“네… 휴전된 상황이라 아무도 숲에 접근하지 못해요.”

데크 에던과 아크론은 발리아트 숲의 권한을 얻기 위해 전쟁을 했다. 데크 에던의 승기가 확정되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현재 휴전상태가 오래 지속되었고, 발리아트 숲은 권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봉쇄된 상태다.

이로 인해 로건은 남아있는 발리아트 출처의 포도주를 모험가의 인구 유동이 많은 용사의 쉼터에 넘기기로 했다. 단골손님은 ‘손해 볼 것은 없으니, 얼른 받도록 하지, 고생이 많네. 로건.’ 이라며 여관 주인 행세를 했고.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느끼기에도 발리아트 포도주의 맛은 상당히 미려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깊은 향은 어떠한 포도주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오랜 기간 동안 순도 높은 자연 마력으로 농축된 발리아트 숲의 포도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색. 검붉은색의 포도주가 빛이 적은 곳에서는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로 얼마나 깊은 숙성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고마워. 로건.”

“하하. 서로 먹고살아야지요.”

로건의 말에 아곤은 여관 밖으로 나가 타고 온 마차에서 수십 통의 발리아트 포도주가 담긴 오크를 내리기 시작했고, 힘이 좋은 렌과 아이리스는 몇 통씩 들어 주류 창고로 옮겼다.

그렇게 삽시간에 배송을 마친 로건과 아곤은 여관에 들어와 오랜만에 찾아온 긴 여유를 즐겼고, 단골손님들은 함께 담소를 나누거나, 바드인 웨라의 연주를 들으며 여관의 분위기에 스며든다.

―쾅!

수많은 마차가 지면을 구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단장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관 문을 박차며 들어오는 손님이 있다.

“프리실라, 들어올 때는 제발 살살 들어오라니까요.”

접시를 닦고 있던 중이라 여관 문을 바라보지 않고 전했다. 그녀는 안 봐도 훤하다.

‘하하. 미안하네, 또 까먹었어!’라며 대답이 돌아와야 정상인데, 아무런 기척 없이 고요해지는 여관 내부였다. 시끌벅적했던 여관이 프리실라의 등장 하나만으로 조용해질 리는 없고, 또 무슨 일인가 하며 고개를 들었다.

“형씨, 오랜만이야. 이곳에서 여관을 하고 있을 줄은.”

“당신은.”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온 한 사내. 그의 부하들로 추측되는 이들이 여관 내부를 가득 채운다. 아무래도 여러 대의 마차 소리가 들렸던 이유는 이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누구죠?”

“빌어먹을, 하거먼 필스다! 길드 마스터 시험에서 네놈이 내게 한 짓을 결코 잊을 수 없어, 그때 보란 듯이 나를 무시하는 네놈의 행동을!”

“그저 당신의 부정행위를 신고했을 뿐인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군요. 그렇지 않으시다면… 아, 자진신고를 위해 오셨나요.”

“이, 이 자식이! 나를 놀리다니!”

“이름 앞에 ‘빌어먹을’이라는 말을 붙이던데. 그쪽의 풀네임이… ‘빌어먹을 하거먼 필스’ 입니까?”

하거먼 필스는 기분이 몹시 나빴던지 내 멱살을 강하게 잡았다. 이를 지켜보던 렌과 아이리스는 얼굴을 구기며 녀석들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나는 팔을 들어 우리 가게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웨이트리스들을 멈춘다.

“마스터, 하지만!”

“임자는 너무 물렀거늘!”

“아무거나 먹으면 배탈 난다고. 가만히 있어.”

하거먼 필스가 강하게 쥐고 있던 내 와이셔츠. 유니폼이 구겨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나머지 녀석의 팔을 강하게 뿌리치고 말했다.

“그래서, 목적이 뭡니까.”

“네, 네놈에게 길드 공성전을 신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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