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60화 (60/222)
  • 060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드래곤 길드’의 제휴여관.

    * * *

    본래 나는 아침형 사내라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직원이 여관에 투숙하기 시작한 뒤 매일같이 여덟 번째로 기상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여덟 번째였던 이유는 다름이 아닌 일곱 명의 해골들 때문이었는데, 녀석들보다 일찍 기상하고 싶다면 밤을 꼬박 버티는 방법 이외에는 없을 듯하다.

    내가 졸린 눈으로 침대에서 일어날 때, 이미 녀석들은 달그락 소리를 내며 관을 열고 유유히 마당 잔디를 밟으며 아침을 맞이한다.

    그만큼이나 기상을 이르게 하는 해골들이었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오늘부터 나는 마흔여덟 번째로 기상하는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압!”

    “흡!”

    “좀 더 강하게 내려쳐라!”

    “예, 부단장님!”

    태양 새의 용병단, 아니 이제는 드래곤 용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길드원들이 언덕에 모여 훈련을 하고 있었다.

    프리실라는 허수아비처럼 세워져 있는 50개가량에 목각인형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길드원들을 훈련했다. 앞으로는 이웃 농장에 닭이 우는 소리가 아닌 길드원들의 기합 소리로 아침을 맞이할 듯하다.

    “프리실라. 아침부터 열심이네요.”

    “왔는가, 단장.”

    “단장이라니 그냥 아서라고 불러요.”

    “단장님이 오셨다. 전원 중지!”

    ‘경례!’라고 프리실라가 외치는 순간. 전 길드원은 ‘충성!’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별안간 쭈뼛하고 지나가는 소름. 어렴풋이나마 지구에 있었을 때 군 시절 신병교육대 조교 임무를 수행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수많은 훈련병 앞에서 거수경례 훈련을 가르치고는 했었지.’ 잠시나마 지구에 있었을 때를 기억하며 피식하고 웃는다.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네요.”

    “암, 단장은 우리에게 있어 훌륭한 지도자라네.”

    “전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만.”

    “무슨 소릴, 우리의 꿈을 품어주었다!”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든, 그대들이 좋고 내가 좋으면 그만이 아닌가, 나는 단장이나 길드 마스터님이라는 소리가 어색하고 불편하게만 느껴졌는데, 그들은 나를 부를 때 필요한 호칭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많은 사람에게 불려야 한다면, 체계가 있어야겠네요.”

    “단장, 다른 호칭을 원하는가.”

    “이들에게 직접 전달하겠습니다.”

    참새인지 모를 어느 조류의 하나가 지나다니며 짹짹거리는 것 이외 들리는 소음은 전혀 없었다. 그만큼 길드원들이 나에게 집중하는 강도도 높아진다.

    “여관에서 일하는 직원은 사장이라 불러주시고.”

    “현장을 나가는 전투원은 단장이라고 불러주세요.”

    “대기업 운영하는 느낌이라, 저는 전자가 좋습니다만.”

    * * *

    [ 용사의 쉼터 / 드래곤 길드 ]

    용사의 쉼터 좌측에 세워진 길드 아지트는 여관의 크기보다 작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40명 이상의 인원이 들어가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여관과 비슷한 인테리어와 구조로 되어 있지만, 길드원의 각종 방어구와 무기들을 거치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사무를 보는 길드원들의 긴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가진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하기 힘든 재질의 자재를 구해다가 건축한 곳이라 마력 순환에도 도움을 주며, 길드원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이들은 틈만 나면 마당에 있는 허수아비들과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길드 아지트에 앉아서 쉬고 있는 경우는 보기가 어렵다.

    “일찍 오셨군요. 단장님.”

    “아침부터 수고가 많네요. 아이나.”

    ‘아이나’는 델타 변방의 있는 태양 새의 용병단 이들의 고향 마을 출신의 일원 중 한 명이었다. 단아한 모습과 다정한 마음씨에 ‘마을 내에서 장가가고 싶은 순위.’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여성이기도 하다.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라고 프리실라가 말하길. 과거 기사단 출신의 여인으로 심지어 ‘뱅가드’의 칭호까지 지니고 있는 상당한 실력가라 했다는 점.

    그녀는 프리실라와 어릴 적부터 가까운 사이로 이를테면 ‘마커스와 아이단’ 같은 느낌이었는데, 기사단에서 나와 끝내 프리실라가 창설한 태양 새의 용병단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 이후 제가 재정을 맡고 있지만요. 하하.”

    “홉스와 이야기는 해보셨나요.”

    “네, 홉스 씨는 아주 훌륭한 분이십니다. 배울 점이 너무 많아요.”

    “첼로니아 대학 출신의 엄청난 엘리트 녀석이니까요.”

    “그런 이유로 사장님의 비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호라, 아이나는 비서의 체질인가 봅니다. …뭐라고요?”

    “그러니까 여관비서는 홉스 씨가, 길드 비서는 제가 맡기로.”

    “저는 홉스로도 충분한데.”

    “아하하, 사장님은 유능한 비서 직원을 GET 했습니다.”

    “…이미 내 의견은 들을 생각도 없었군요.”

    여관에서 30보가량 되지 않는 드래곤 길드, 시찰을 나온 사람처럼 길드원들에게 시비를 걸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홉스가 아이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고민한 뒤 작성된 기획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기획안 중에 가장 메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브라운 아저씨’에 관련된 사업이었는데, 근래 브라운은 길드원들의 방어구를 헐값에 수리해주었다.

    아이나가 완전히 허물어 가던 방어구들이 새것처럼 재탄생 된 것을 보고는 홉스에게 ‘브라운 씨는 상당히 실력이 좋은 대장장이인 것 같아요.’라는 대화부터 시작된 기획.

    용사의 쉼터 DLC처럼 연계되는 장인의 무기 및 방어구. 실력 좋은 브라운 아저씨의 능력을 브랜드화하여 최상의 가치로 끌어내는 사업안을 홉스가 제시했다.

    일전에도 브라운 아저씨에게 굴에 박힌 곰처럼 망치만 두드리지 말고 실력이 좋으니 브랜드화를 해보라는 의견을 자주 제시했다. 이것은 드래곤 조합이 창설되며 브라운 아저씨에게 좋은 기회였고.

    “크하하! 대장장이는 그런 복잡한 건 몰러!”

    “이제 좀 아셔야 한다고요, 형수님은 잘 계시죠?”

    “그럼, 매일같이 못살게 구는 건 똑같아, 으하하.”

    더욱이 놀란 것은 브라운 아저씨가 기동 제복에 있던 로고를 그대로 차용하여 드래곤 조합의 방어구들에도 음각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이 음각은 그가 직접 고열로 찍어낼 수 있는 도장을 개별로 제작하여 부여했다. 심지어 움푹 파인 음각에 ‘야광제’를 발라서 야간에 은은한 붉은 빛이 나도록 장치했고, 원하지 않는다면 해당 부위에 마력을 주입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즉 야간기동에서 아군을 식별하는데 편리하고, 하물며 은밀 기동, 혹은 적의 판별을 피하고자 야광제의 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

    “브라운 씨는 천재 대장장이십니다!”

    “아하하, 고맙소. 아이나.”

    브라운 아저씨는 앞으로 용 조합의 일원으로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기를 꿈꾸며, 호탕한 웃음과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브라운 씨 브랜드명은 무엇이 좋을까요?”

    “드워프의 수염 털!”

    “그, 그게 좋으시다면야.”

    “으하하, 홉스! 대장장이는 어려운 거 모른다니까.”

    “그럼, 브라운 씨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시는 것은 어떠신지.”

    “흠… 내 이름이라.”

    브라운 아저씨와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고뇌에 빠진 모습이다. 덥수룩한 수염을 만지며 이름, 이름… 이라고 혼잣말을 지속했다.

    “내 성은 ‘비 바잔’이라고 하네.”

    “3년 단골의 성이 브라운이 아니란 것을 처음 알았네요.”

    “정확히는 ‘비 바잔 브라운’이 내 이름일세.”

    “장인 같은 느낌이 물씬, 좋은 브랜드가 되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그대들과 함께하니.”

    그는 방어구에 각인된 드래곤 조합의 문양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하는 브라운 아저씨와 그 턱수염이 움직이길 기다릴 뿐이다.

    “대장간 명은 ‘비 바잔 드래곤’이 좋겠어.”

    용사의 쉼터 두 번째 DLC ‘대장간 : 비 바잔 드래곤’이 출시되는 현장이었다. 지켜보던 모든 길드원과 직원들은 환호와 함께 손뼉을 쳤다.

    ‘이전에 생각하셨던 드워프의 수염 털보다는 낫네요.’라고 하자, 이에 브라운 아저씨는 다소 쑥스러운지 얼굴이 달아오른다.

    “다음은 접니다. 아서!”

    “그래, 두 번째 기획안의 주인공은 레니였지.”

    기획안의 두 번째 주인공은 레니, 그녀는 회복 마법 이외에도 회복제에 관련된 지식을 상당히 전문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베네핏으로 이끌기 위해 기획안 두 번째를 제시한 것.

    결과적으로 이러한 재능은 ‘회복제 제조’로 이어지고 ‘포션 상점’에 대한 결과를 도출했다. 현재 모험가라고 하여도 전투등급이 낮은 레니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이를테면 백수 탈출의 기회.

    광활한 이 언덕에 또 하나의 건물을 건축하는 것을 예정했다. 레니가 직접 약재들을 수입하고, 그것으로 회복제를 제조할 수 있는 환경의 자그마한 가게.

    당연히 골렘과 석공을 부를 필요도 없이, 드래곤 조합의 일원들이 건물을 짓는 방향으로 나 또한 자재들을 사들이어 지원한다.

    이로부터 이어지는 모든 용사의 쉼터 제휴 서비스들은 나에게 일정한 수익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고, 이어서 여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방향이 확정되었다.

    “길드원들의 부상까지도 체크, 가끔 의뢰 출전.”

    “의뢰까지 출전한다니, 레니.”

    “아서, 앞으로 이들이 전투에 나가게 된다면 제가 꼭 필요할 거예요.”

    “정말 괜찮겠어?”

    “당연하죠. 게다가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길드니까요.”

    “그래도 대형 유적에도 진입할 일이 많아질 텐데.”

    “걱정 마요. 발레포르 덕에 멘탈이 강해졌으니까.”

    “그래… 그래도 조심하도록 해.”

    레니는 드래곤 길드의 일원으로 그들이 상처를 입는다는 게 몹시도 마음에 걸렸다.

    의뢰를 다녀온 이들에게는 치료를 혹여 대형 의뢰를 출전할 경우 동행하는 것.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재능을 기부할 생각이다. 물론 돈도 벌고.

    “그래서 가게명은 고민해봤어?”

    “이름하여, ‘드래곤 엘릭서’입니다.”

    “아니, 죄다 용에 관련된 거야?”

    “아서의 여관을 따라 상호가 정해지면 좋잖아요.”

    “바바리안이 득실댈 것 같은 분위기를 원한 건 아니었어. 그리고 내 여관은 용사의 쉼터인데.”

    마치 드래곤의 혈액으로 약을 조제할 것만 같은 이름의 상호. 용사의 쉼터 세 번째 DLC ‘포션 상점 : 드래곤 엘릭서’가 출시되는 순간이었다.

    ‘대장간 : 비 바잔 드래곤’과 ‘포션 상점 : 드래곤 엘릭서’는 기본적으로 용사의 쉼터 언덕에 있는 해당 건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길드원들의 장비들로 인해 PPL은 기본이며, 여관에는 제품 디스플레이. 추후 마차를 통해 판매통로를 넓힌다던가, 판매과정 및 마케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 용사의 쉼터 / 휘하 제휴 서비스 』

    1. 용병단 : 드래곤 조합.

    ※ 대표 : 아서 / 노튼 프리실라.

    2. 대장간 : 비 바잔 드래곤.

    ※ 대표 : 비 바잔 브라운.

    3. 포션 상점 : 드래곤 엘릭서.

    ※ 대표 : 레니.

    “마스터. 드래곤 퀵 배달 서비스 어때요?”

    “…국제적인 기업이 되겠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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