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59화 (59/222)
  • 0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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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용사의 쉼터 ‘길드 창설’

    ※ 길드의 명칭은 ‘드래곤’입니다.

    ◈ 용사의 쉼터 ‘길드 건물’ 건축 완료.

    ※ 제국의뢰 / 개인 의뢰 수령 가능

    ◈ 의뢰 게시판 설치 준비 중.

    ※ 개인 의뢰는 길드 건물에 문의 바랍니다.

    * * *

    [ 서대륙 델타 / 용사의 쉼터 ]

    일명 ‘드래곤 용병단’이었다. 쌈마이한 이름이 누구 의사로 만들어진 길드네임이냐 물어도 알 수 없다. 익명성이 보장된 투표를 통한 결과였기 때문에.

    딱 봐도 ‘브라운 아저씨’나 ‘마커스’의 취향이 듬뿍 들어가 있던 나머지, 그들의 얼굴이 떠오르기에 십상이었으나 여관에 찾아와 ‘드래곤 길드(용병단)’라는 글자를 보고는 흡족해하는 둘을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다.

    ‘누가 보면, 길드 마스터가 당신네인 줄 알겠네.’

    여관에서 일을 하는 해골들과 고블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메인 마스코트로 전향해버린 우리 가게 웨이트리스들 덕분에 ‘드래곤’이라는 단어는 ‘용사의 쉼터’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히고 말았다.

    그런 이유로 ‘드래곤’이라는 이름으로 델타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전 대륙을 향해 퍼져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 길드의 표식은 우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끔 드래곤을 형상화한 트라이벌을 사용한다.

    더군다나 렌은 길드가 창설되자마자 ‘가입 신청’을 통해 정식 길드원이 되기로 했고, 나는 누차 말렸으나 프리실라는 렌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주 환영이라고 기뻐했다.

    당연히 이를 보던 아이리스도 ‘드래곤’이라는 글자 때문에 알 수 없는 욕구가 끓어올랐는지 삐뚤삐뚤한 글씨로 가입신청서를 작성하여 프리실라에게 건네더라.

    제국 소속의 길드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모험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아니어도 가입을 하는 것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

    이후에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던 여관 손님들은 똑같이 가입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했고, ‘모험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나 대게 무소속이었던 손님들은 ‘드디어 나도 소속이 생겼어!’라며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어쩌다가 협업이 되어버린 나의 여관. 이제는 ‘용사의 쉼터 × 드래곤 용병단’이 되시겠다.

    전반적인 제국의뢰를 수령하는 과정은 프리실라가 맡기로 했다. 본인이 길드 마스터이긴 하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도 없을뿐더러, 내 역할은 태양 새의 용병단을 부활시키는 순간 끝이 났기 때문이다.

    나보다 길드 운영에 대해 훨씬 능숙한 프리실라에게 맡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관 운영도 바빠서 홉스와 머리를 맞대는 중이었다. 드래곤 용병단의 의뢰 중매 시스템까지 내가 집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면, 분명 내 머리는 올해의 겨울바람도 느끼지 못한 채 냅다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프리실라 님과 대화를 끝냈습니다. 사장님.”

    “홉스. 정말 괜찮겠어?”

    “예, 그러지 않아도 길드 재정에 대해 관리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유능한 인재가 여관의 매니저라 다행이야.”

    “하하, 감사합니다.”

    “별안간 ‘마리’라는 자가 찾아와서 데리고 갈까 봐 무섭군.”

    홉스가 말하기를 ‘길드 관련 재정 또한 제게 맡겨보는 것이 어떻습니까?’라고. 프리실라와 내게 공손하게 물어보던 의견이 있었다.

    이전부터 홉스는 마법 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언젠가 길드와 관련된 직종에서 일하고 싶었다며, ‘드래곤 길드’는 용사의 쉼터 DLC 같은 느낌이니까 자신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산수라던가, 경영이라던가. 전자의 단어와는 무색할 정도로 거리가 멀었던 프리실라에게는 매우 좋은 제안이었다. 오죽했으면 부단장이라고 불리는 ‘아이나’가 재정을 관리했다고 하니까.

    “아서. 부탁대로 40명의 방어구만 수리하면 되겠는가?”

    “감사합니다. 브라운 아저씨. 헐값에 해주시고.”

    “크하하! 이런 대량 주문이면 나야 이득이지!”

    “케피탄 맥주도 서비스로 자주 드릴게요.”

    “아주 좋군! 크하하!”

    “아, 그리고 드래곤 모양의 길드 각인도 부탁합니다.”

    지금은 드래곤이라는 길드의 일원이지만, 한 별(달)전까지만 하여도 태양 새의 용병단이었던 그들. 이들의 방어구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녹이 오르거나, 깨진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것을 진즉 발견했던 나는 길드가 창설된 이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메모했다.

    아벨기우스 토벌 보상으로 받았던 1,000골드. 반은 부유선 철문을 망가뜨린 비용으로 지불했지만, 나머지 500골드로 길드원의 방어구와 기동 제복을 제작하는 데 사용하기로 한다.

    본래 250골드 정도를 남기고 길드원들의 고향에다 후원할 생각이었지만 근래에 들어 태양 새의 용병단에서 많은 후원을 했기 때문에 길드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 판단이라며 내게 프리실라가 의견을 전했다.

    “아서, 샘플을 가지고 왔습니다!”

    “오, 브레드 씨. 제가 가도 되는데.”

    “아하하, 시끌벅적한 여관을 오랜만에 보고 싶더군요.”

    브레드는 일전에도 해골 신사들을 포함한 렌과 아이리스의 유니폼을 제작해 주었던 의류 장인이었다. 그도 단골 중 한 명이었으나 올해는 상당히 바쁜 나머지 여관에서 보기 힘들었는데.

    드래곤 길드의 기동 제복을 위해 의뢰를 맡긴 상태였기에 만들어진 샘플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찾아온 듯했다.

    “흠… 누가 한번 입어 보시는 게.”

    “그게 좋겠군요. 입어 볼 사람?”

    브레드는 가방에 담겨 있던 기동 제복을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이것을 보고 있던 길드원과 포함한 단골손님들은 나를 지목했다. 렌과 아이리스도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볼 뿐이다.

    “나보고 입으란 말이야?”

    “마스터, 길드를 창설한 사람은 마스터잖아요.”

    “그러니 임자가 샘플을 입어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드는군.”

    “크하하, 한번 입어 보게.”

    “아서. 입어 보세요. 매일 똑같은 옷만 입지 말고.”

    “똑같은 옷이라니, 이건 내 유니폼이라고, 레니.”

    캡틴의 손목을 잡아 ‘캡틴에게 입혀보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달그락!’이라며 캡틴이 양손으로 X를 만들어 거부 의사를 표했다. 자기는 입고 있는 정장이 좋단다.

    주변에 있던 해골들도 마찬가지였다. 블루, 네이비, 옐로우, 오렌지, 그린, 퍼플. 녀석들을 바라보자 내 시선을 빠르게 회피하기 바쁘다. 두개골을 뒤로 돌려 애당초 시선을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바꾸어버렸다.

    “해골들은 그런 식으로 시선을 피하는구나.”

    “달, 달그락.”

    “알겠어, 알겠다고.”

    나는 한숨을 쉬며 끝내 테이블 위에 있던 제복을 들고 후방 건물로 향했다. 망할 직원들, 망할 손님들이라 구시렁거리며 내 방으로 걸어간다.

    기동 제복. 길드원들이 전투상황을 배제한 환경, 즉 다양한 대외활동을 위해 제작한 일종의 유니폼이었다.

    중갑이나, 경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깔끔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기사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나의 편견일 수 있으나, 태양 새의 용병단에서 활동했던 길드원들이나 현재 가입된 단골손님들이나… 홉스만 한 지적인 분위기를 내는 자가 어디에 있을까.

    이미지는 중요하다. 대부분의 길드라고 불리는 조합들은 이미지가 비슷하게 겹치기에. 게다가 길드라는 이미지가 정결함과는 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팅’이라는 부분을 결합하여 탄생된 것이 지금의 기동 제복이었고, 제복을 입고 돌아다닌다면 길드의 이미지가 자리 잡힐 수 있을뿐더러 결과적으로는 ‘용사의 쉼터’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이것도 전부 베네핏으로 이어진다.’

    바지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보통 지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검은색 슬랙스와 다를 바가 없다. 상의도 마찬가지였다. 와이셔츠와 블레이저 재킷.

    아무래도 내 유니폼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터라 전반적으로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포켓 외부에는 ‘드래곤’이라는 글자와 함께 붉은색의 로고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 핀포인트였다.

    “이 정도면 거의 현대 복장인데.”

    거울에 비친 아서의 모습을 보니, 금방이라도 출근길에 오를 것 같은 팔팔한 신입사원의 느낌이 물씬했다.

    기동 제복을 입은 길드원이 용사의 쉼터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상상을 했는데, 그것은 분명 회식이었다. 목걸이 형태 사원증이 있다면 회식이 분명했다!

    “마, 마스터.”

    “뭐, 뭐야. 언제 왔어.”

    “만 년 살아온 용보다 멋져요.”

    “그냥 평소 복장에다가 겉옷 걸친 게 전부잖아.”

    나는 렌과 함께 전방 건물로 다시금 향했다. 이 와중에 녀석은 나의 재킷을 쳐다보기 바빴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잽싸게 전방 건물로 뛰어갔다.

    ‘어, 어째서 뛰어가나요. 마스터.’라고 이야기하지만 열심히 팔을 앞뒤로 흔들며 ‘네가 쳐다보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라고 외친다.

    “오, 오….”

    “그럴싸하잖아. 제법.”

    “으하하, 아서의 외모가 출중한 탓인가!”

    “임자. 만 년 살아온 용보다 더 훌륭하다.”

    ‘만 년 살아온 용보다 더.’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렌과 아이리스는 입을 모아 대답하길 용들에 있어서 최고의 칭찬과도 같다 했다.

    겉옷을 하나 걸친 것만으로 졸지에 만 년을 살아온 암모나이트 화석과 같은 드래곤과 동급이 되어버린다.

    여관 내부에 있던 길드원을 포함한 손님들은 나에게 다가와 착용한 옷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재질을 만져보거나 냄새를 맡아보거나(?)를 반복하며 관심을 가졌다.

    그중 프리실라는 길드원과 함께 ‘이것이 우리가 착용하게 될 제복인가, 아주 훌륭하다.’며 탄성을 내기 시작했다.

    여관 손님들은 포인트가 되는 드래곤 길드의 로고를 보며 ‘이름 모를 하나의 제국 같다.’는 식으로 부풀리기 바쁘다.

    “아서, 자네를 보고 있으니….”

    “프리실라, 고뇌에 빠진 모습은 처음인데요.”

    “제국을 이끄는 통치자 같은 느낌이다.”

    * * *

    며칠 뒤에 브레드는 수송 마차를 통해 100명분 가량의 기동 제복을 만들어 여관으로 배송했다.

    외주까지 고용하며 단기간에 완성한 브레드에게 인센티브까지 부여함으로 완벽한 거래가 성사되었고, 제복을 받은 길드원들은 상당히 좋은 반응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전투를 위한 갑옷을 착용하는 일보다 기동 제복을 입을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나는 즐거워하는 이들에게 용사의 쉼터 직원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라며 탄산수 무료쿠폰을 30개씩 나눠주며 ‘습관적으로 마케팅을 일삼아라.’라고 말했다.

    길드원들은 ‘사장님 가라사대, 습관적인 마케팅을 일삼는다!’를 외치며 호주머니에 탄산수 무료쿠폰을 공손히 집어넣었다.

    문제는 ‘회사원’ 같은 느낌을 줄 것으로 생각했던 내 감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점. 이들이 검은색의 기동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볼 때면….

    ‘90년대 깍두기 형님들을 보고 있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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