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56화 (56/222)
  • 056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용사의 쉼터 ‘길드 창설’ 임박. ※길드 명을 추천받습니다. 아래에 있는 투표함에 의견을 작성해 넣어주세요.

    ◈ 용사의 쉼터 ‘길드 건물’ 구축 중. ※의뢰 게시판 위치 선정에 대한 투표 결과로 의뢰 게시판은 ‘여관’에 배치합니다.

    * * *

    여관의 분위기는 여전히 ‘아서의 길드 창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여관 홀을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해골들의 ‘달그락’ 소리보다 ‘아서, 길드는?’이라고 내 이름 두 자로 시작되는 문장이 더욱더 많아졌다.

    하물며 프리실라가 온 동네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다 델타의 늑대들을 제치고 서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가 될 것만 같아 부담이 앞서기까지.

    홉스는 내게 ‘돈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칭찬을 했는데 사실 그것이 칭찬인지는 모르겠고, 일명 주인공효과라 하여 움직이는 곳마다 골치 아픈 일이 늘어나는 것뿐이었다.

    ‘사장님은 창출을 위해 발품을 팔러 다니는 것.’이라며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에 대한 동경심을 표하는 홉스는 알다가도 알 수 없다. 미안하지만 강제적 보너스 월급을 받아줘야겠어.

    “아서, 종합시험은 언제지?”

    “5일가량 남았습니다만. 프리실라.”

    “건투를 비네. 이제 우리의 꿈이 멀지 않았군.”

    “은근슬쩍 ‘우리’라니요. 프리실라의 꿈이지.”

    “하하, 고맙네.”

    “제게는 늘 여관이 최우선입니다.”

    “그대의 꿈 안에… 내 꿈을 품어주어 고맙네.”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마시고, 서빙이나 도와주세요.”

    “으하하, 프리실라. 해골 친구들이 바빠서 내 주문을 받지 못한다고.”

    “알, 알겠네… 갑니다. 브라운!”

    가게가 날이 가면 갈수록 거듭해서 바빠지고 있었다. 렌과 아이리스도 해골 못지않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나, 여유로운 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바빴다.

    물론 태양 새의 용병 단원들도 교대해가며 홀에서 분주하게 서빙을 도와주고 있었다. 던전 할머니 여관의 컨셉을 훔쳐 온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도 가히 문제가 없다.

    사실 던전 할머니 여관의 주인 ‘노튼 아네스’가 자신의 여관에서 ‘용사의 쉼터’를 언급하며 홍보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에 대해서 용사의 쉼터 또한 경쟁사인데 홍보를 해주어도 되느냐며 물었다.

    ‘우리 가게의 손님이 줄어들면 꽤 좋을 것 같군.’ 즉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여관이 장사가 더욱 잘되는 이유는 아네스의 ‘평온한 노후 영업을 위한 손님 떠넘기기.’ 같은 계략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서, 길드 건물이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던데.”

    “레니, 보시다시피 이미 나를 길드 마스터 취급을 하고 있어.”

    “아하하, 제일 중요한 종합시험을 앞두고, 다들 흥분했나 봐요.”

    “그러니까. 게다가 그 시험이 머리를 아프게 해.”

    “어디로 가는데요?”

    “어쩌면 발레포르 같은 녀석을 또 잡아야 할지도 몰라.”

    발레포르 토벌 이후 레니의 우울한 표정은 다시 볼 수 없었지만, 여전히 주사가 힐을 해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 레니가 무슨 일로 정상적인 상태인가 했더니 지금 막 도착했던 것. 언덕을 오르고 여관에 입장하기까지 하루가 지날수록 근사해지는 길드 건물을 보며 놀란 듯했다.

    이미 프리실라나 그의 단원들은 벌써 나를 보며 단장님이라고 칭하기 바쁘다. 이미 근사하게 다지어놓은 길드 건물만 보아도 그렇다.

    ‘차라리 길드를 석공 길드와 비슷하게 건설 길드로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라며 의견을 제시했지만, 실력이 부족하단다. 용사의 쉼터 전방 건물과 견주어도 문제가 없을 아지트를 만들어 놓고서.

    길드 마스터의 권한을 얻기 위한 마지막 시험, 종합평가. 레니에게도 미간을 누르며 말했지만,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다.

    ‘하필 AA랭크로 측정되는 바람에.’

    ‘그냥 A랭크로 칩시다. A랭크에 맞는 의뢰로 진행하고 싶어요.’라며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AA랭크 조건에 맞는 인재가 델타 제국에 나타났는데, 그건 정부에서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핍박 아닌 핍박을 관계자에게 듣고야 만다.

    내가 치러야 할 AA랭크에 맞는 종합평가 의뢰는 무려 ‘아벨기우스 토벌’이었다. 아벨기우스란 아칸에 존재하는 전 계를 통틀어 남아있는 사악한 마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아벨기우스 또한 절망을 토하는 구멍에서 튀어나온 A등급 이상의 마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인계의 어느 동대륙, 용암이 들끓어 오르는 섬에서 오랜 잠을 자는 중. 이어야만 했다.

    ‘동대륙 어느 제국의 모험가로 인하여’ 잠에서 반쯤 깨어버린 아벨기우스의 기운은 저 멀리 자리하고 있는 각 제국에 닿고 만다.

    동대륙에 위치한 각 제국에서도 이에 대하여 대륙 최강의 모험가들을 투입하거나 제국의 고등급 기사들을 투입 시키는 방안을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서 추가로 아벨기우스를 깨워버린 모험가는 꽤 중요한 인물이었는지, 동대륙의 다양한 제국에서도 어떻게든 그 모험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전자처럼 거금을 들여 토벌대를 구축한 것이었다.

    ‘문제, 아서의 관자놀이를 누르게 하는 이유는?’ 반쯤 혼미한 상태의 아벨기우스를 때려 패러 가는 토벌파티에 강제적으로 참가하게 된 델타 제국의 평범한 여관 주인은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짜증 나 죽겠다.

    1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토벌대에다가 S랭크 기준의 최강의 모험가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AA랭크인 나는 짐꾼 정도의 역할만 하면 된다고 길드 관리기관의 관계자가 축 처진 어깨를 토닥이긴 했지만.

    그러니까 일명 ‘영웅’들이라고 불러도 문제가 없을 존재들과 함께 하는 것. 이 세계에서 먼치킨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모험가들의 파티에 참여한다는 말이었다.

    “마스터에게 아벨기우스 정도는 쉽잖아요.”

    “쉬운 걸 떠나서, 동대륙까지 가야 하잖아.”

    “기관에서 부유선도 태워준다면서요?”

    “그건 그렇지만….”

    “에이, 가서 아무것도 안 하다가 위험할 때 ‘쓱’ 하세요.”

    “쓱. 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별거 아닌 척하다가, 한 번 터트려주라는 말이죠.”

    “네가 무슨 전개를 좋아하는지 대충 알 것 같은데.”

    “마스터는 가능하잖아요. 할 말 딱 하고, ‘쓱싹’하면 끝.”

    “다음에 지구로 꼭 와라, 보여 줄 책들이 많아.”

    ‘마스터가 말하는 지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라며 물음표를 머리 위에 연타하는 렌이었지만 가볍게 무시한 뒤에 홀을 돌아다니는 것을 택한다. 그저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감독이다. 현장감독.

    “임자, 또 현장감독이라는 핑계로 돌아다니고 있군.”

    “이봐 네가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고.”

    “짐은 현재 서빙만 100개 이상을 했느니라.”

    “그건 잘했네. 그래.”

    “칭찬은 없는가. 적어도 보상이 있어야 할 것 아니야.”

    “방금 했잖아. 잘했다고.”

    “조금 더 좋은 것을 달라는 말이다.”

    “네가 100개의 서빙을 해준 덕에 오늘도 나는 행복하네.”

    “그런 하찮은 보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이를테면?”

    주둥이 내밀던 아이리스를 막고, 어느새 취해있던 레니를 향해 외친다.

    ‘이 녀석 입술이 아프대, 와서 힐 좀 해줘!’

    튼튼해 보이는 쥬드에게 힐을 주고 있던 레니는 황급히 달려온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이리스에게 ‘히끅… 벌이라도 쏘이셨어요? 히끅, 왜 그렇게 입술을 내밀고 있어요.’라며 힐을 걸어준다. 쥬드의 ‘귀찮은 레니가 가버렸군. 다행이야.’라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크하하, 그래서 정실은 누구인가.”

    “아서, 그렇게 뜸 들이다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하하.”

    “브라운 아저씨, 마커스. 제가 인자한 사람으로 보입니까?”

    “크흠, 흠. 미안하네.”

    “…거참, 아이단은 어디 간 거야 글쎄.”

    * * *

    [ 델타 제국 : 길드 관리기관 ]

    최종시험인 종합평가를 위해 기관에 도착한 나는, 길드 관리기관에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로 거대한 부유선을 목격했다.

    안내원 말에 따르면 남대륙부터 각 모험가를 픽업했기 때문에 내가 마지막 탑승자인 듯하다.

    『 아벨기우스 토벌 명령 / S등급 제국의뢰. 』

    ◈ 마물 : 아벨기우스

    ※ 만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드래곤과 크기가 동급. (현재 완벽한 가동상태가 아님)

    ◈ 아벨기우스 섬의 마력 생성 및 마력 순환 수치 ‘최하’

    ※ 마력 ‘순환’ 30% 미만.

    ※ 마력 ‘생성’ 20% 미만.

    ◈ 토벌대에게 주어지는 보상.

    ※ 각 1,000골드 지급.

    거대한 부유선에 탑승하고 난 뒤. 관계자에게 받은 종이에는 아벨기우스에 관련된 간단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다. 등급으로 판단했을 경우 발레포르에 비하면 약한 개체였다.

    애당초 아벨기우스는 일반 모험가들이 마주하기에는 강력한 마물이긴 했으나 ‘절망’ 그 자체의 표기로 나타내는 마물은 아니기 때문에 9명의 S랭크들이 상대하기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아픈 손가락처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었다. 내가 AA랭크라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처럼 그리 달가운 표정으로 나를 반기고 있진 않더라.

    ‘어쩔 수 없는 당연한 반응이겠지.’

    아벨기우스가 머무르는 용암산 꼭대기에서 부유선을 타고 있던 10인의 토벌대는 직결 루트로 하강한다.

    부유선 또한 고랭크 마법사들의 마법 결계를 적용시켜 놓은 덕에 상공에 잠시 머무르는 정도는 가능하다.

    하강한다는 개념이 일반인들에게는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인 것이 아니냐며 의문점을 가질 수 있겠지만, 말했듯 S랭크 전투 능력의 모험가들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한참 넘어선 자들이다.

    토벌대 인원 중 중력을 다루는 마법사가 있다고 했는데, 상공에서 아벨기우스가 위치한 곳까지 완벽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강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것도 없다.

    “어차피 금방 끝날 것 같은데.”

    “잘 알고 계시네요.”

    “아, 죄송합니다. 혼잣말이었어요.”

    “당신 AA랭크라고 들었는데, 뒤에서 편안하게 구경하면 됩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아니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정말 AA랭크나 A랭크의 모험가였더라면 현재 토벌대상인 아벨기우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는커녕 S랭크인 이들에게 있어서 나는 귀찮은 짐 덩어리와 다를 바 없다.

    내가 이 파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9인이라는 S랭크 집합체들이 아벨기우스를 대수롭지 않게 토벌할 수 있다는 점.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높은 레벨들 사이에 쩔이나 받으러 온 초보자나 마찬가지였고.

    어차피 나설 필요도 없을 정도의 강자들과 함께인 덕에, 단지 길드 마스터 권한을 얻기 위한 최종시험을 편안하게 마무리하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일이 잘 풀려서 좋네. 긍정적으로 생각… 하긴 개뿔!’

    나는 거대한 부유선 내부에 아무런 말도 없이 앉아만 있는 S랭크들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와 부유선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델타의 절경을 눈에 담는다.

    ‘아네스 씨. 여우를 피하려다 AA랭크가 되어버렸다고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