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53화 (53/222)

0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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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 마스터 필기시험 / 유의사항 』

◈ 길드 마스터 능력 필기시험 09:00까지 길드 관리기관 시험실에 입실하여, 시험 관련 유의사항을 전달받는다.

◈ 시험은 1가지 과목으로 진행되며, 본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감독관의 본인 확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

◈ 배치된 시험관의 철저한 관리 및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마법이 적용되어 있으니 혹여 적발되는 수험생은 즉시 퇴실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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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타 제국 : 길드 관리기관 ]

시간에 맞춰 길드 관리기관에 도착하자 마중을 나온 렌과 아이리스는 나지막이 작은 목소리로 응원을 전했고, 퍼플이 끌고 온 마차 안으로 다시금 들어갔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수험생들의 반 할이 귀족의 자제들로 보였는데, 대부분 이들은 ‘기사’와 관련된 고위직책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고 ‘할 것도 없는데 길드라도 만들까.’라는 마인드를 가진 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A랭크라는 모험가 등급을 검사받은 것 또한 ‘실력’이라기보다는 ‘돈’으로 해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인하고는 딱히 관련된 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만 나를 포함한 귀족의 신분이 아닌 수험생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그들을 조용히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한가로이 펜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10명의 시험관이 100평 정도의 시험실로 입장한다.

길드 관리기관의 정갈한 제복을 입은 채, 선글라스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자 앞의 은은하게 비치는 시스루원단의 천이 시야를 가렸다.

아무래도 수험생들이 시험관의 표정이나 동공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인 듯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 서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고유결계를 장치했는데,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큰 마력 유동이 발생하면 곧바로 반응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지금부터 필기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무거운 목소리가 시험장 내부를 울리자, 50명 되지 않는 수험생들은 빳빳한 자세로 책상에 붙어 시험관이 나누어주는 종이를 받기 시작했다.

필기시험을 치르는 시간은 2시간. 시간 내에 100문항이 조금 되지 않는 필기시험의 문제들을 전부 풀어야 했다.

시험지를 받고서 책상에 놓은 후. 문제를 전체적으로 훑는 과정이 끝나고 ‘필기시험은 확실히 통과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다. 주변에서 자신이 공부했던 것이 나오지 않았는지 몇몇 탄성이 들려온다.

그마저도 시험관은 부정행위로 간주할 수 있으니 말을 하지 마라며 으름장을 놓았고, 다시금 펜이 두꺼운 종이를 긁어 내려가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진다.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어!’

마안의 뭉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시험문제의 대한 풀이를 숙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더욱이나 그 과정에서 완벽히 100점을 맞기 위해 헤이스트를 사용해가며 여러 차례 반복한 강제적인 지식의 숙달은 지금 빛을 발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1시간도 지나지 않고 마지막 문제를 풀 수 있을 듯했다. 이를테면 ‘길드 마스터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을 서술하시오.’라는 문제는 상당히 별것 아닌 듯해도 이곳에 번호로 나열해 적어야만 하는 서술이 5개나 된다. 전부 다 하면 1,000자는 족히 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부 알고 있지. 하하.’

공부에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마안의 뭉치 중, ‘마안 : 지혜의 이상향’은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무려 EX랭크의 마안을 사용하여 공부했으니 이까짓 필기시험은 가뿐히 통과겠지.

‘사기라니 그럼 너희도 개쩌는 먼치킨 하던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를 향한 야유를 가볍게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당신들입니까?

글쎄 나는 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시험장 내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능력으로 공부의 효율을 높였을 뿐!

째깍째깍. 시험장 내부에 있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ASMR처럼 귓가에 스며든다. 박자에 맞춰 시험지에 나열된 문제를 풀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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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전시상황 : 유적 탐사 중 20명의 인원 중 7명이 상처를 입은 상태 / 길드 마스터가 해야 할 행동 중 올바르지 못한 것은?

⓵ 7명의 인원을 후방으로 배치하여, 13명의 인원 중 7명의 인원을 후방으로 배치된 인원들의 역할을 보강한다.

⓶ 배치되어 있는 인원 중, 회복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원에게 7명의 부상자를 회복. 이어서 2명의 인원을 추가 배치하여 사주경계를 돕게 한다.

⓷ 일단 길드원보다는 길드 마스터의 목숨값이 크기 때문에, 큰 부상이 아닐 시에는 같은 포지션으로 유적을 탐사한다.

⓸ 7명의 부상을 확인했으나 전력보강이 가능한 인원이 없다. 공략확률이 60% 이하로 측정되었으며 명령을 통해 유적조사를 즉각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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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자처럼 눈감고도 풀이 가능한 문제가 10개 중 1개꼴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공부만 했다면 충분히 합격률이 높다고 할 수 있는 필기시험이었다. 당연히 73번 문제의 답은 3번이다.

생각해보라 프리실라도 합격했으니까. 사실 마안의 뭉치 따위는 사용하지 않았어도 시험을 통과하는데 문제가 전혀 없다.

시험문제는 객관식과 서술형이 섞여서 출제되는데, 확실히 공부만 했다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고, 조금 더 심화 문제는 공부를 얼마나 더 많이 했느냐의 차이인 듯했다. 서술형으로는 아래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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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마법으로 간주하는 이계의 능력을 사용하는 유적의 파수꾼(몬스터)이 6마리가 있다. 3마리는 ‘화염특화’ 마법을 사용하는 파수꾼이며 나머지 3마리는 ‘회복특화’마법을 사용하는 파수꾼이다. 현재 수험생의 파티원은 4명(마법사 2명, 전사 2명) 마법사 2명은 ‘빙결특화’ 마법을 사용한다. 전자의 위치로 6마리의 적들을 수월하게 공략할 방법을 서술하시오.

[ 빙결특화 마법사라면 필수적으로 습득하는 '화염 방비의 가호'를 전사 2체에 사용하여 적군 마법사에게 대응시킴과 동시. 아군의 빙결 마법으로 회복특화 마법사 2체의 마법을 저지 혹은 지연한다. 그 후 화염특화 마법사를 순차적으로 무력화시키며 적의 전투능력을 빠르게 상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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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형은 조금 더 전문적인 상황을 연출해서 적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고, 화염 방비의 가호라는 마법을 굳이 언급하면서까지 문제를 풀었다.

100번의 별것 없는 문제를 깔끔하게 풀고는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것으로 필기시험은 무조건 통과라고 볼 수 있었으니.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시험 종료 시간을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근데, 이 묘한 느낌은 뭘까.’

이러한 전형적인 이질감은 대부분 마력 유동에서 일어난다. 그 말은 즉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고유결계속에 누군가 마력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것이 쉽게 가능할 리가 없다. 한 명이 적용해놓은 마법도 아니고 열 명의 시험관들이 들어와 10번을 중첩한 고유결계인데 7서클이 넘는 마법사가 감히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시험관들이 즉각 알아채고 말 것이다.

지금의 미묘한 마력 유동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기는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조화롭지 못한 마력 유동은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 ‘추적’을 유난히 잘하는 이유가 있다.

전부 내 눈에 패시브 스킬 마냥 적용되어 있는 마력추적의 마안 덕인데, 불가할 때의 장막을 걷어내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있는 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투명렌즈 같은 것.

‘겸사겸사, 탐정 놀이나 해보자.’

안구에 약간의 마력만 집중해서 넣어주면 추적을 조금 더 자세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마력 유동에 의해서 고유결계도 반응하지 못할 거다. 시간도 남았겠다.

물론 시험관이 볼 때 별안간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에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책상에 엎드려 눈알만 조심히 굴리는 쪽을 선택했다.

‘아니, 저게 뭐람.’

나는 내 마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아티펙트 : 옵저버’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주인이 대강 귀족 자제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추측했다.

‘네놈은 나보다 더 나쁜 놈이야 인마.’라며 속으로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 으름장이 허공을 맴돌며 다른 수험생들의 시험지를 훔쳐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험관들이 전혀 알아채지 못할 법하군.’

시험관들을 무력하다며 탓할 문제가 아니었다. 허공에 떠돌아다니는 ‘해리포터의 골든 스니치’같은 것은 무려 [ S등급 아티펙트 옵저버 : 황금심안 ]이다.

상당한 거금으로도 구하지 못할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귀족의 신분 정도일 테고, 게다가 고위 마법사의 은신 마법이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보니 견적이 뽑혔다.

‘돈도 많으니 능력 좋은 마법사까지 동원했네.’

꼴에 시험장 안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저걸 확 부숴버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저 황금심안을 부술 수도 없었다.

괜히 마력을 조금이라도 더 늘렸다간 내가 부정행위로 퇴실당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기가 찬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시험이 종료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이나 남았다. 녀석은 남들이 풀 때 여러 곳을 황금심안으로 돌아다니며 정답을 훔칠 것이고, 분명 내게도 황금심안은 다가올 것이다.

“시험관님!”

“뭐죠, 갑자기 일어서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손 뻗으면 잡힐 정도로 근접한 황금심안.

망할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고급 옵저버를 잽싸게 낚아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10명의 시험관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이것 좀 보시죠.”

“그게 뭐죠?”

“누군가가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공손히 시험관에 손바닥 위, 황금 심안을 올려두었고 시험관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무언가의 감촉 때문에 놀라고 말았다.

“당신은 이것을 어떻게 발견했습니까?”

“제가 선천적으로 마력 유동에 예민해서….”

“당신이 이 물건의 주인이 아니라는 보장은요.”

“제 시험지를 보십시오. 이미 전부 풀었습니다.”

“하긴, 아직 1시간이나 넘게 남았으니까요.”

“부정행위의 출처를 발견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접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험관은 내게 멍청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럼 부정행위를 저지르려고 작정한 황금심안의 주인이 ‘사실 이건 제 물건입니다!’라고 시험관에게 보여준답니까.

적당히 ‘기본’을 평가하는 시험이라 그런지 정말 필요한 형식만 갖추어 놓고서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느낌. 시험관의 ‘그냥 적당히 넘어가지.’라는 표정은 그들을 더욱더 한심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이 시험이 사실상 수능이었으면 시험관 전부 모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마법이라는 본래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특이점 하나가 많은 것을 다르게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프리실라는 이런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했다는 것인가. ‘요령은 없다.’ 뜬눈으로 밤을 넘기며 공부하는 그녀의 옛 모습을 상상하고 말았다.

‘프리실라 덕에 나도 그랬지만.’

‘나름 떳떳할 수 있어서 좋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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