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52화 (52/222)
  • 052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용사의 쉼터 ‘길드 창설’ 준비. ※ 여관 마당 왼쪽에 길드 건물을 구축할 예정. ※ 태양 새의 용병단의 의지를 이어나갈 새로운 조합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프리실라에게 문의 바랍니다. <노튼 프리실라>

    ◈ 의뢰 게시판 운영에 대한 의견 수립 (1) 의뢰 게시판을 길드 건물에 배치. (2) 모두가 볼 수 있게 여관 내부에 배치. ※ 아래에 있는 투표함에 의견을 작성해 넣어주세요.

    * * *

    [ 서대륙 델타 / 용사의 쉼터 ]

    델타산맥에서 오래전에 가져온 ‘엑스칼리버’ 별명을 지어주긴 했지만, 어쩌다 보니 내 이름 두 글자 ‘아서’와 관련이 깊은 것처럼 되어버렸다.

    물론 이것에 대해 의미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전혀 없다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 없이 지은 것.

    처음에는 얇은 줄기에 불과하던 엑스칼리버가 아이리스의 마력이 담긴 물을 머금더니 상당한 속도로 자라고 있다. 더군다나 언덕에 깔린 마력초 또한 성장에 상당한 도움을 준 듯했다.

    얇은 줄기에 불과하던 이 식물이 어느새 묘목이 되더니, 지금은 쥬드의 신장보다 거대한 크기로 성장한 나무가 되어 있다.

    일전에 이것을 보며 로또라고 하지 않았던가, 델타산맥에 가장 꼭대기 높은 창공에서 흐르는 특수한 마력이 잡초에 흡수되면 그것을 ‘천사의 꽃’이라고 불렀다. 특정 개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어디까지 전설일 뿐.

    암반 사이에 미세한 마력을 보충받으며 생명을 어렵게 유지하는 이 꽃을 우리 정원으로 가지고 온다면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임자의 고독한 모습도 좋다만, 공부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 그게.”

    “얼른 들어가서 공부를 하도록, 짐은 이것에 물을 줄 테니.”

    “조금만 쉬려고 나왔다니까.”

    “얼른!”

    “그, 그래.”

    아이리스와는 블루드래곤으로 나름 ‘지혜’에 개체라고 불리는 고지식한 용이었고, 길드 마스터 시험을 위해 공부를 시작한 나에게 많은 조언을 주었다. 아니 잔소리가 늘었다.

    몇 시간 동안 후방 건물에 있는 내 방에서 공부하다가 여관의 상태나 보려고 나온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손님들과 마주칠 때마다 ‘아서, 들어가서 공부해야지?’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었다.

    “마스터, 표정이 좋지 않아요.”

    “응, 막 쉬러 나왔는데, 아이리스가 다시 공부하러 가래.”

    “맞다. 마스터 공부하셔야죠. 아하하.”

    “너까지 그러기야?”

    붉은 용도 마찬가지였다. 지혜라는 단어하고는 완전히 극상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배신을 하면 상당히 곤란하다. 최소한 ‘마스터. 그런 건 때려치우고 저랑 수다나 떨죠.’라고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뭔가 이 여관의 주인은 난데, 시끄럽고 떠들썩한 여관 홀을 보고 있으면 본인만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과연 이것을 보며 외롭다고 하는 건가! 고독하다고 하는 건가!

    저녁에는 여관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사장으로서 당연한 역할이 아니냐며 적극적으로 따지고 들었지만…. 심지어 ‘오후에는 공부 열심히 할게.’라는 소리까지.

    어렵사리 얻어놓은 직원들 덕에 헤이스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감개무량할 정도로 내가 할 일이 줄어들 긴 했지만.

    ‘헤이스트를 쓰면서 공부를 하고 있을 줄이야.’

    10일조차 남지 않은 필기시험을 앞둔 내게 어찌나 마음이 깊을 수가 있는지, 우리 여관의 직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사장님이 없어도 여관은 문제없어요.’

    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은 필요 없는데.

    사실 렌도 그렇다. ‘공부하셔야죠.’라고 이야기해도 얼굴을 돌리며 눈물을 훔친다. ‘편이 되어주질 못해서 미안해요, 마스터.’ 나는 그런 렌에게 째진 눈을 만들어 쳐다보며 말했다.

    “차라리 지금 편이 되어주면 좋겠는데.”

    “하,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마스터.”

    “나는 지금 렌이 필요한데.”

    내가 뱉은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렌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뒤로 ‘꽈당’하고 넘어지고 만다.

    대충 바닥에 쓰러져서 실실 웃고 있는 렌을 지나치고, 시원하게 얼려놓은 나무 컵에다 케피탄 맥주를 잔뜩 채워 ‘브라운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오, 아서.”

    “한잔하시죠.”

    “크하하, 나는 가방끈이 긴 놈은 별로.”

    “예?”

    “가서 캡틴에게 가져오라고 해. 크하하!”

    “이, 이 사람들이 작정했네!”

    별안간 ‘아서의 친구는 누가 되어주나.’라는 논제로 여관 내부에서 손님들의 폭소가 봇물 터지듯이 가득 채워진다.

    마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앉아 있던 아이단과 어깨동무하며 나를 비웃기 바빴다.

    ‘아서가 이런 취급을 당하는 건 처음이지? 하하!’라며 매일 사냥감을 놓쳐서 우울해하는 사람에게 힘내라며 서비스를 주었던 내가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마커스까지….”

    “달그락.”

    “캡틴이구나.”

    “달그락, 달그락.”

    “역시 나를 알아주는 건, 해골들밖에 없어.”

    “달그락!”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렌을 손가락으로 지목하고는 캡틴을 향해 말하는 마커스. 캡틴은 내 어깨를 두드리는 것을 멈추더니 마커스에게 집중한다.

    “이봐, 캡틴.”

    “달그락?”

    “그래서 너희 둘 중, 누가 이 가게의 부사장이냐.”

    “그야… 당연히 홉스 씨가 매니저 역할을….”

    “달, 달그락!”

    “뭐죠, 캡틴 그 의미심장한 대결 구도의 자세는.”

    “달그락! 달그락!”

    “오호호, 이런, 지금 드래곤과 서열 경쟁을 하고 싶은 건가요?”

    캡틴의 이러한 반응이 나로서는 도통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안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렌과 치열한 눈빛 싸움을 벌인다. 나는 이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아, 아…를 운운했다.

    “잠시만, 여기서 제가 왜 빠지는 겁니까.”

    “그래요 홉스 씨. 좋아요.”

    “달그락!”

    “사장님 다음으로 여관 통솔권을 지닌 자는 접니다.”

    “아하하, 그건 지금부터 무력으로 정해질 예정입니다.”

    “무, 무력이라니, 합당하지 않습니다. 렌.”

    “이봐, 누구 마음대로 가게의 다음 주인을 정해.”

    “마스터, 하지만 이건 저희에게 중요한 문제에요.”

    “망할, 갑자기 습관성 편두통이 밀려오려고 해….”

    “전적으로 사장님은 이 홉스를 믿으셔야 합니다!”

    “플로! 플로!”

    간만에 여관 내부로 들어와 손님들의 눈요기가 되어주는 플로우들도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청각적으로는 여관 내부의 웃음소리가 가득. 시야에는 어느새 나타난 ‘레니’가 걸고 있는 치유 마법의 녹색 빛으로 물들여지고 말았다.

    이것을 보며 총체적 난국이라고 일컫는가, 눈앞에서 치열한 경쟁 구도를 펼치고 있는 이들 사이에 어느새 나타난 ‘아이리스’가 개입된다.

    ‘짐도 이 경쟁에 참여하겠다.’

    물론 네이비, 블루, 주방에 있던 옐로우, 오렌지, 그린 또한 식칼을 내려놓더니 홀로 나와 ‘달그락!’거리며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퍼플은 말도 마라 마차를 타고 홀 내부로 쳐들어오려는 것을 밖에 있던 쥬드가 간신히 말렸으니.

    나는 이 상황을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마커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지금부터 여관의 블랙리스트로 등록할 테다.’라고.

    “길드 마스터고 뭐고 때려치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하던 것을 멈추며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가뜩이나 태양 새의 용병단이 여관에 지원을 온 상황이었기에 하던 서빙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그것도 글썽이는 눈빛으로.

    “알, 알겠어. 알겠다고.”

    “아서, 자네의 충실한 부하들을 보게. 자네를 믿고 있어.”

    “프리실라… 저들은 당신의 부하잖아요.”

    “앞으로 저들은 나를 포함해서 자네의 부하일세.”

    “아, 아….”

    * * *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소동이 끝이 나고, 프리실라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이제 정말 필기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이라며 마치 자기가 시험을 치르기라도 하는 듯이 얘기했다.

    프리실라는 내가 길드 마스터 시험을 반드시 통과할 것이라 굳게 믿는 것인지, 조만간 여관 오른쪽에 건축하게 될, 작은 길드 건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당연히 건물의 크기는 본 여관의 크기보다 작은 편이었고, 프리실라가 가져온 도면은 델타 시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의 벽돌로 만든 건물이었다.

    “이 건물을 용병단의 인원들로만 구축하는 게 가능합니까.”

    “물론, 우리들은 이전에 있던 길드 건물도 스스로 만들었으니.”

    “흠, 건물 자재에 대한 비용은요.”

    “그게, 자네도 알다시피 아크론에게 받은 돈은….”

    “제가 지불해야겠군요. 대신 여관 일을 도와주셔야 해요.”

    “당연하지!”

    내가 무사히 길드 마스터의 권한을 얻고 길드를 창설하게 된다면, 나쁘지 않은 베네핏이었다. 애당초 의뢰 게시판을 걸 수 있다는 것.

    제국으로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온다면 여관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보안이 가능했다.

    또한 모든 의뢰 완료 보상에 대한 모든 수요가 프리실라에게 가는 것은 아니니, 30% 정도의 금액이 내게 돌아오는 것을 생각하면 투자해도 나쁘지 않을 사업이었다.

    길드 마스터는 내가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역할은 내가 맡아야 하는 것.

    다음은 투숙 시설의 확장인데, 현재 후방 건물에 마스터 방을 제외하고 남아있는 방은 8개. 열정 페이로 일하는 레드드래곤과 블루드래곤이 얹혀사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투숙 시설을 확장하기에는 후방 건물 사용에 대한 편의가 부족해지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니, 홉스의 말대로 길드 건물 옆에 투숙 시설을 함께 건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듯했다.

    ‘그렇다면, 언덕에 건물이 4개가 되는 것이고.’

    언덕의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건물 4개가 들어온다고 한들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새로 건축될 투숙 건물에 지내면 될 것이지, 후방 건물에 자꾸만 얹혀살려고 하는 프리실라가 문제다.

    “일단은 나도 후방 건물에서 지내겠다.”

    “누구 마음대로요.”

    “나는 길드 마스터를 수호할 의무가 있네.”

    “후방 건물은 직원 숙소가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앙심을 품으려고 하는 첩자가….”

    “설령 그것이 나타나더라도, 저희 용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전투력은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몸에게 장점이 있다.”

    “뭐죠.”

    “크흠… 흠, 용들과 다르게 단장과 연인이 된다면, 후손을 가질….”

    “길드 창설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거로 합시다.”

    결과적으로는 프리실라는 후방 건물에 남은 방 중 하나를 택하여 이미 자신의 짐을 몽땅 옮겨놓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그녀는 이사가 끝난 상태였고, 오늘을 이를테면 새집에서 첫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다.

    일전 그녀의 집에서 뜬눈으로 퍼플을 기다릴 때.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길드 창설에 대한 문제도 있고… 길드 관리를 위해 후방 건물에서 살고 싶네만.’이라는 그녀의 물음에 ‘그렇게 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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