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51화 (51/222)
  • 051화

    * * *

    [ 델타 제국 : 길드 관리 기관 ]

    델타 제국의 동아줄처럼 이어진 여러 기관의 외관은 상당히 흡사하다고 볼 수 있었다.

    중세하면 떠오르는 잿빛의 벽돌로 이루어진 건물들을 상상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제국에서 직접 관리하는 기관들의 특징은 근사한 성의 축소판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니까.

    흉흉한 분위기를 띠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붕처럼 건물의 뚜껑 역할을 하는 재질 색은 대부분 빨강이나 파랑을 사용했기 때문에, 보기에도 썩 나쁘지 않다. 용사의 쉼터에 비하면, 한참 근사한 편이다.

    길드 관리 기관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모험가의 신분을 만들거나, 혹은 의뢰를 중매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각 제국의 심장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부분이다.

    특히 심장이라고 불리는 제국의 통솔자가 그리 좋은 평도 아니었기에.

    결과적으로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A랭크의 모험가’가 되기 위함이었고, 다음부터 이어지는 큰 목적인 ‘길드 마스터’의 권한을 얻기 위해서였다.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진 프리실라를 보며 연민을 느꼈던 것인지, 나는 어쩔 수 없이 ‘길드를 창설해 줘.’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이어서 등을 떠밀리듯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골치 아프고,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지만.’

    길드를 창설하게 된다면, 여관의 여러 베네핏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꼭 손해만 본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문제는 더욱 바빠질 여관 일이 문제였지만, 예전처럼 여관직원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를테면 태양 새의 용병단의 전 일원이 나의 직원이 되는 것이니까.

    ‘조금이라도 바빠지면, 전부 서빙행이니까.’

    나는 듣지도 못할 태양 새의 용병단 일원들에게 마음속으로 큰 각오를 던져주었다. 물론 프리실라에게는 이미 당부를 해둔 상태였지만.

    “아서, 저쪽이라네.”

    “네, 얼른 가시죠.”

    프리실라는 ‘훌륭한 모험가가 될 수 있는 101가지 방법’이라는 서적을 운운한 뒤에, 내 손을 잡고 반강제적으로 안내를 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녀의 빌어먹을 열정에 파도처럼 쓸려가는 중이고.

    “모험가. 등록하러 왔습니다.”

    “네, 이쪽으로 오시죠.”

    말끔하게 차려입은 데스크의 직원에게 설명을 듣던 중, 프리실라는 답답한 모양인지 ‘AA랭크 연금술사 구출’에 대한 서류를 들이밀었다.

    “음, 이건 뭡니까… AA랭크 의뢰 증명서!”

    “그렇소, 내 친우 아서는 AA랭크의 모험가의 재목이오.”

    “…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오스칼’이라는 의뢰인의 신분을 확인한 뒤에 ‘남대륙 템피드 제국의 연구원’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자 AA랭크 의뢰에 대한 증명이 완벽하게 판명이 된다.

    근래 델타의 강자라고 불리는 이들도 AA랭크에 도달하지 못한 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등 뒤에서 실실 웃으며 나를 자랑하고 있는 A랭크의 강자, 무려 +가 붙어있는 프리실라에게 물었다.

    ‘혼자 다 하셨는데, 단장님이 AA랭크가 될 수도 있었잖아요.’라고 말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현 상황에서 AA랭크가 된다고 한들 내가 타개하고 싶은 상황을 무찌를 순 없으니까.’란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어쨌거나 자신은 길드를 창설할 수 없는 몸이기에 랭크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A랭크 정도의 위치만 생각했다.

    AA랭크의 증명 서류를 판매해도 되는 부분이었다. 그 돈으로 고향을 지원해도 되었고.

    그러나 ‘고위직의 긴급구출에 관한 의뢰였기 때문에, 일반 A랭크처럼 구매하고 판매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설명하는 그녀.

    ‘뭔가, 나에게 부담감을 안기고 싶은 것 같잖아.’

    얇은 눈을 뜨고 표독스러운 얼굴의 흑막처럼 프리실라를 노려보자, 당황스러웠는지 딴 곳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 조금 더 귀찮은 일을 해야만 할 줄 알았는데, 타 제국의 고위 신분이 구조요청을 했고, 그것으로 AA랭크를 얻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내 눈에는 A든 S든 똑같은 인간이나 다름없는 느낌이었으나 어쨌거나 일이 빠르게 진행되어 좋은 것이 아니한가.

    “아서 님. 모든 서류 처리가 끝났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기 모험가 증명배지를 포함한 서류입니다.”

    “배지의 모양이 조금 특별하게 생겼네요.”

    “저도… 이곳에 일하면서 처음 만져봅니다만.”

    금색으로 반짝거리는 두 개의 커다란 별. 철과 흡사한 재질로 되어 있다. 여권만 한 크기의 가죽에는 쇠판이 붙어있어 내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이를테면 ‘아서’라는 부가 캐릭터를 키우는 기분이다.

    나머지 수첩 같은 증명서 이외에 별 모양의 배지 여분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더니 프리실라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는 필요 없는데, 하나 드릴까요.”

    “아, 아닐세.”

    “뭐야.”

    “나의 것이 아니니.”

    “어떻게 보면 프리실라의 것도 맞으니까.”

    나는 대충 호주머니에서 집히는 만큼 별 무리를 프리실라의 손바닥 위에 쥐여주었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프리실라도 AA랭크라는 위치에 충분히 걸맞은 모험가입니다.’라며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하자… 또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나, 나도.”

    “뭐라고 하는지 안 들려요. 프리실라.”

    “나, 나도 그대를 마스터라고 불러도 되겠는가!”

    “아뇨.”

    그렇게 불린다는 것은 상당히 거북하고 불편하다. 원래부터 꼭 그런 건 아니었지만.

    망할 레드드래곤 때문인지 ‘마스터’라는 소리만 들었는데 악몽을 꾸는 횟수가 늘었다. 또한 블루드래곤이 내게 부르는 ‘임자’라는 호칭도 마찬가지다.

    “단장은 밑에 부하 동료들이 많잖아요.”

    “그,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 아무에게나 머리 숙이면 못쓰죠.”

    “아, 아서는 다르지 않은가!”

    “아무튼, 기각.”

    “…크으.”

    다음은 프리실라가 목을 빼놓으며 기다리고 있었던 ‘길드 마스터’ 신청, 2층으로 올라가 거대한 복도를 지나니 원형의 거대한 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서류처리를 하는 직원들이 한가득하다.

    A라는 등급만 지니고 있다면 길드 마스터의 기초권한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었고, 막히는 것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프리실라의 부탁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그러니까, 시험을 쳐야 한다고요?”

    시험이란다. 반대편에서 그윽하게 나를 바라보는 직원이 나에게 던진 단어는 ‘시험’이었다.

    다시금 째진 눈을 만들어 프리실라를 쳐다보았지만, 괜히 시선을 피하더니 억지로 눈을 맞추자 꿈틀거리는 내 눈썹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보세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그, 그게.”

    “시험이라니요!”

    “길드 마스터가 되려면 3가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하나도 아니고 세 개씩이나?!”

    “크흠, 아서, 너무 걱정하지 말게.”

    “갑자기 당당한 표정을 지어도 소용없다고요.”

    “내가 여러 가지로 조언을 해준다면 통과할 것이야.”

    “아, 아….”

    먼저 길드 마스터에 대한 권한을 얻기 위한 시험이 3가지로 분류된다며 프리실라가 손가락을 펼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필기시험이었다. 그러니까 길드 마스터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나 기본지식…. 같은 것들에 대한 시험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실기시험으로 여러 가지의 시험관들이 길드 마스터의 전투력을 포함한 다양한…. 아무튼 들으면 들을수록 귀찮아지는 것들이었다.

    더욱이 미간을 조여 오게 만드는 것은 그녀의 3번째 손가락이 접히면서 나오는 설명이었는데, 종합평가라고 하는 큰 의뢰를 수행하는 것이다.

    대충 외곽이나 나가서 몬스터나 잡아 오라는 소리로 들렸는데, 과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귀찮은 일이었다.

    길드 마스터의 권한을 신청한 모험가의 등급별로 나누어 의뢰가 측정된다는 것인데, 델타의 길드 관리기관에서 출제한 AA랭크 의뢰는 몇십 년간 없었다고.

    종합평가란 4인 이상의 규모로 이루어진 길드 마스터의 권한을 얻기 위한 모험가들로 파티를 맺어 진행한다.

    전자대로라면 AA랭크로 측정된 나는 자칫하다가 혼자서 의뢰를 진행해야 할지도 모르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에이 괜찮을 거야, 그렇다고 AA랭크의 의뢰를 혼자 보내진 않을 걸세.’라며 내 어깨를 두드리는 프리실라.

    기관의 직원도 ‘네, A랭크 이상의 모험가가 길드 마스터 종합평가를 치를 경우에는 타 제국의 동급 신청자들과 함께 진행합니다.’

    그러나 ‘사실, 서대륙에 AA랭크 이상의 길드 마스터 신청자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인 수행을 하셔야 할지도 몰라요.’

    직원의 말을 듣자 다시금 미간을 찌푸리며 엄지와 검지로 관자놀이를 짓눌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온종일 프리실라를 노려보기 바빴고, 그녀는 그런 나의 시선을 피해 휘파람을 불기 바쁜 날이었다.

    * * *

    [ 델타 제국 : 외곽 북쪽 마을 ]

    프리실라의 고향마을이라고 불리는 델타의 북쪽 외곽은 겉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못 사는 동네는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까지 ‘태양 새의 용병단’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길드 관리기관에서 나온 이후, 여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프리실라의 군마를 탔더니 처음 내뱉는 말이 ‘우리 집으로 가자.’였다.

    가볍게 승낙하기는 개뿔, 별안간 냅다 뛰기 시작하는 군마 때문에 그녀의 허리를 부여잡고 납치되듯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길드 마스터 시험을 위한 서적을 내게 빌려주기 위함이었는데, 언제 그녀가 직접 여관에 찾아와서 주고 가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말굽이 토닥거리는 소리 때문에 ‘멈추지 않으면, 당신을 죽여 버릴 겁니다.’라고 소리쳐도 꿈쩍하지 않는 프리실라. 그녀가 쥔 고삐 덕에 도착하니 속만 뒤집어졌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집이 평범하네요.”

    “흠, 그럼 무엇을 상상했나?”

    “곰의 머리라도 벽에 걸려있을 줄만 알았거든요.”

    “하하, 최근에 버렸다네.”

    “최근에 버렸다니… 그럼 최근까지 달려있었단 소리잖아.”

    집 내부의 인테리어를 보았을 때, 프리실라에게 미안하지만 나도 모르게 바위 산적들의 소굴을 생각하고 말았다.

    물론 그녀와 같은 여성들이 서대륙에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고상한 인테리어를 보지 못한 지 오래된 것 같다.

    먼지가 잔뜩 쌓인 10권가량의 책들을 꺼내는 프리실라는 먼지 때문에 재채기를 시작했고, 코를 한번 쓱 닦더니 ‘본 지 좀 오래되어서 말이지.’라고 실없이 웃는다.

    먼지를 대충 닦아서 건네준 책들을 받아들었고, 창문 밖 이미 어둑해져 버린 밤하늘을 보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태워다 주시죠?”

    “미안하지만, 오늘은 자고 가야 될 것 같네.”

    “당신 미쳤어?”

    “들어보게, 다름이 아니라 제이가 피곤한지 잠들어 버렸다네.”

    “허, 어차피 퍼플을 호출하면 그만이니까. 제이는 말 이름입니까, 괜찮습니다. 푹 자게 두세요.”

    우리 여관의 자랑스러운 해골 마차를 언급했던 당당한 나의 발언은 완전히 무산되었고, 끝내 퍼플은 다음 날 아침 프리실라의 집 앞으로 마차를 타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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