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39화 (39/222)

0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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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여관 주인, 아서는 또 출장입니다.

※ 여관 문의는 홉스에게 부탁드립니다.

◈ 발리아트 포도주 재입고.

※ 선물용 포장 서비스 개시.

※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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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랭크에 가능성이 있는 A랭크의 모험가 ‘쥬드’가 원정대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내가 그에게 직접 ‘레니가 발레포르의 탑을 공략하려고 하니, 같이 가주셔야겠어요.’라고 넌지시 이야기했던 것.

당연히 ‘물론이지, 기다리고 있었네.’라며 괜스레 옆에 있던 레니의 정수리에다가 약한 꿀밤을 때리고는 ‘나는 지금까지 만난 동료 중에, 레니 네가 제일 듬직했어.’라며 자신감을 높였다.

3인의 멤버로 ‘발레포르의 탑’을 공략하겠다는 소리는 정신 나간 괴짜가 할 법한 이야기기가 틀림없었다. 심지어 모르는 모험가들이 시내를 지나칠 때마다 우리를 보며 ‘저건 자살 행위야.’라고 조용히 입을 열었으니까.

레니와 쥬드는 ‘솔직히 이 파티는 3인 파티가 아니라 1인 솔로 공략이나 마찬가진데….’라며 ‘그 1인 솔로는 용도 한 손에 때려눕힘.’ 거리다 폭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유적까지의 이동인데, 레니의 말로는 발레포르의 탑이 서대륙 거의 끝자락에 있는 드넓은 초원 위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드넓은 초원이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이퀴시아 제국 근방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초원이었다.

문제는 그곳까지의 거리였고, 거의 남대륙의 아이리스 해안을 향해 이동했던 거리와 맞먹을 정도였는데.

렌도, 아이리스도 여관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를 태워다 줄 수도 없고, 아니 타고 싶지도 않으니, 여관마차를 이용해야만 했다. 문제는 마차는 한 대. 퍼플이 여관손님들을 위해 해골 마차를 운영해야한다.

결과적으로 쥬드가 가지고 있는 마차를 이용하여, 서대륙 끝자락에 있는 이퀴시아 제국 근방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결론이 떨어진다.

“아 참, 얘들아 그만 넣으라니까.”

“달그락, 달그락!”

“왜 화를 내고 그래, 너무 많아!”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뭐,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먹을 게 많아야 한다고?”

“달그락!”

“하, 배낭이 쥬드의 마차랑 크기가 비슷하다고.”

싱그러운 오전, 내리쬐는 여름 햇빛, 그리고 거대한 배낭에는 소풍이라도 가는 건지 엄청난 음식들이 포장되어 담아져 있다. 전부 해골들의 만행이었다.

엄마의 잔소리 같은 ‘달그락’이 먼 여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향하는 듯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많아, 엄마.

일단은 조금이라도 빼는 시늉을 했다가, 분노의 ‘달그락’ 소리를 들을까 봐 덜컥 겁이 나버린 탓에 마지못하여 마차 지붕 위에다가 끈으로 고정한다.

“다녀올게….”

“마스터, 조심하시고요.”

“걱정하지 마, 여차하면 둘이 데리고 도망쳐야지.”

“하하, 발레포르가 그 생각을 할 것 같은데요, 마스터.”

“임자, 무슨 일이 있으면 짐을 부르라.”

“어떻게 너를 불러.”

“아득히 먼 곳에 있더라도, 내 이름을 부른다면 반드시 날아가겠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 같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휘파람도 좋다. 손 피리라도 좋다.”

“알겠으니까 그만, 그건 또 어떻게 안 건지.”

“그, 그 무엇도 우릴 막을 순 없다. 마음이 연결되어 있느니라.”

“진짜 넌 알 수가 없다. 아이리스.”

모두의 폭소가 섞인 여관을 떠나 쥬드의 마차에 올라탔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레니를 바라보며 ‘너무 긴장하지 마,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어.’라고 말하자 쥬드가 웃으며 이내 채찍질을 시작했다.

* * *

오랜만에 고대유적을 향하는 탓에 긴장한 모습으로 쭈뼛하게 있던 레니는 온데간데없었다. 코를 골며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어 자는 그녀였다.

침이 어깨에 떨어지려고 하자, 기겁하며 레니의 머리를 들어 올리고는 ‘도착했어, 레니!’라 외친다. 화들짝 깨어난 그녀는 쭉 늘어난 침을 소매 끝으로 닦기 시작했다.

“어, 죄송해요.”

“아니야 묻기 직전에 깨웠으니까.”

“아하하….”

국경을 넘나드는 달구지 소리 끝에 우리는 ‘서대륙 이퀴시아 제국의 국문 앞’에 도착한다. 우리를 제외한 길드의 마차나, 거대 이동 수단을 볼 수 있었는데.

근방에 있는 ‘발레포르의 탑’ 이외에도 서대륙 끝자락에는 많은 고대유적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퀴시아 제국’을 길드의 베이스캠프로 잡으려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발레포르의 탑’으로 향해 공략을 추진하려는 길드는 보이지 않는 듯했다. 다른 마차의 안에서 나오는 음성들은 대부분 타 유적에 대한 이야기였다.

국문에는 상당한 숫자의 경비병들과 이퀴시아 제국 기사로 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모험가의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제국 근방에 있는 고대유적 탐사를 위한 모험가들이 상당수로 입국해서 그런 듯했다.

동쪽으로 들어온 우리들은, 나머지 3개의 국문에도 분명 이 정도의 인파가 몰려있으리라 예측했고, 길드 마스터로 보이는 자들이 거대한 마차에 내려 뒤이어 따라오는 길드 마차들을 멈춰 세웠다.

“모험가님 안녕하십니까. 등급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네, 델타에서 오신 쥬드 님, 내부의 타고 계시는 두 분은 일행입니까?”

“그렇습니다. 저희는 원정대고요.”

“두 분의 등급표도 보여주시겠습니까?”

레니의 등급표와 내 등급표를 함께 기사에게 건네주었다.

대충 지구라고 쳤을 때, 주민등록증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원을 나타내는 여러 상황에서 필요성이 많은 증표 같은 것.

기사는 우리들의 등급표를 유심히 보며, 이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아서 님과 레니 님이시군요. 두 분은 신인 모험가입니까?”

“레니는 은퇴했었지만, 오래되었어요.”

“죄, 죄송합니다. 감히 제가 등급에 대한 편견이 있었네요.”

“저는 그저 장사꾼일 뿐입니다만, 그녀도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아서 님은 여관경영주라고 되어 있네요. 상호가 뭔가요?”

“용사의 쉼터요.”

“용… 용사의 쉼터, 근래에 가장 떠오르고 있다던 여관!”

“하하, 맞아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평범한 장사꾼이 아니셨네요.”

가만히 보니… 이 기사가 통행허가증을 적기 위해 사용하는 받침대가 ‘여관 운영을 위한 200가지 방법’이라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은퇴 이후에 여관을 운영할 계획이 있는 청년인 듯하다.

그러니 현재 최고의 여관이라고 명성을 크게 얻는 나의 ‘용사의 쉼터’에 대해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근래 가장 기쁜 순간이구나.

쥬드는 기사에게 통행허가증을 받아, 다시 마차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내 그가 하는 말은 ‘하하, A랭크의 모험가보다, 여관 주인이 더 주목받을 줄이야.’이었다.

레니의 경우는 C랭크의 모험가라고 기재가 되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사업자식’ 증명이라 랭크 따위는 기재되어 있지 않은 순수 일반 시민의 증명배지 중 하나였다.

“아서, 저 여관이 어떤가.”

“음, ‘마리의 여관’이라 나쁘지 않네요. 레니는?”

“아무렴요, 마법사의 여관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걸요.”

밤이 깊어지고 있었기에 우리 원정대는 이퀴시아 제국의 여관에서 하루를 묵은 후, 아침이 떠오르는 대로 공략 준비를 마치고 발레포르의 탑으로 향하자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돌아다녀 보다가 ‘마리의 여관’이라는 상호를 찾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여관 이름이라 낯설지가 않다.

“생각해보니, 홉스 씨가 과거에 ‘마계’에 있는 마리의 여관에서….”

“그래 맞아. 그거였다고, 레니!”

“갑,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니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고마워.”

본사는 ‘마계 대륙’에 있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마리의 여관’, 마계 서대륙에 위치한 본사에서 매니저 직책으로 일했던 홉스가 우리 여관의 직원으로 들어온 건데, 그걸 망각하고 있었다니. 용사의 쉼터, 스스로 사장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고야 말았다!

* * *

[ 서대륙 이퀴시아 중심구 / 마리의 여관 ]

마법사의 집이라는 설정이 상당히 어울리는 여관의 외부, 내부로 들어왔을 때도 직원들이 ‘마법사’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하나 같이 레니를 연상하게 만드는 직원들이었다.

우리는 가벼운 식사를 끝낸 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충분히 휴식만 취한 다음 출발하기로 했다. 여기서 음주를 했다간 탑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력이 몽땅 소진된 레니를 누군가가 업고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레니의 막타는 어쩌려고 그러나.

어쨌거나.

마리의 여관으로 온 김에 ‘마법사의 저녁 식사 세트’라는 이미 한참이나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메뉴를 주문했다. 맛집에 왔으면 가장 판매가 잘되는 음식을 먹어보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레니, 표정이 좋지 않아.”

“조금… 마음이 이상하네요.”

“하하, 레니 너무 겁먹지 마, 여차하면 이 쥬드가 살려줄 테니.”

“그런 것보다, 드디어 탑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크흠, 음 그렇군!”

“고마워요, 다들 이렇게까지 도와주셔서.”

나와 쥬드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레니는 여전히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말했잖아, 여관이 뒤숭숭할 것 같다고.”

“말했다네, 이전부터 레니를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우리는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발레포르의 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공략의 문제를 떠나 결과적으로 ‘발레포르’를 처치하는 것까지가 ‘레니 원정대의 목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다.

솔직히 그 누가 들어도 무식한 이름의 ‘발레포르’를 처음부터 레니나 쥬드 근처로 닿게 할 생각은 결코 없었다. 발레포르의 탑은 S랭크 모험가의 사망률도 높았기 때문에.

쥬드는 정말이지 레니가 여차할 때 긴급용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보험이었다. 은퇴 이후 감각이 떨어진 내가, 무뎌진 실력으로 강대한 적과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생각해야 했다.

“저기 자리 봐… 발레포르의 탑으로 가겠대.”

“정신 나갔군, 복장만 볼 때는 완전 초짜잖아.”

“내버려 둬, 아직 겁이 없을 시기겠지 뭐.”

“저건… 미친 짓이야, 자살 행위라고.”

마리의 여관에도 수많은 모험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각자 자리에서 고대유적 공략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던 것 같았다.

당연히 ‘발레포르의 탑’이 목표인 우리 자리에서 ‘발레포르’라는 단어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홀에 있던 주변 모험가들이 은근슬쩍 집중해서 듣더니만, 자살 행위라며 우리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다.

‘자기네들 공략에나 집중할 것이지.’

표정이 진지해지던 레니가 ‘생각 없이 그곳에 가는 거 아니니까, 관심 꺼요!’라며 사람들에게 외친 다음 눈살을 찌푸리며 방으로 향했다.

쥬드는 ‘발레포르 정도는 나 같은 남자에게 식은 죽 먹기.’라며 건치를 들어내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 자세로 자신의 방을 향했다. 나는… 쳐다보는 이들에게 마음속으로 넌지시 동료의 의사를 잇는다.

‘나는 별거 없수. 두 마리의 용을 데리고 사는 여관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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