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37화 (37/222)

0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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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곧 맞이할 ‘모험가 시즌’ 전 메뉴 할인. ※ 모험가 시즌에 떠나는 분들에겐 안타까운 이벤트입니다. ※ ‘마커스’는 멀리 갈 일이 없으니 원래 가격대로 받겠습니다. (브라운 아저씨, 레니도 포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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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영업이 성공적으로 끝나, 직원들과 함께 휴무를 맞이했는데 그동안 레니의 주사를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브라운 아저씨처럼 여관에 거의 매일같이 출석하던 단골이 나오지 않게 되자, ‘여관이 질려서 안 오는 건가?’라고 사장으로서의 당연한 추측도 했으나, 레니에게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며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저번, 쥬드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며 혹시 집히는 것이 있냐고 물었는데, 그가 전하는 말로는 근래 레니가 이상한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상한 소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모험가 시즌’이 다가오기 때문에, 올해에는 꼭 가볼 곳이 있어서 그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쥬드, 결과적으로 다시 모험 길에 나설 레니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과거에 몇 번 그녀와 함께 파티를 맺고 던전 조사 의뢰를 진행했던 때가 있었다는데….

회복 실력은 좋으나 전투력이 꽝이라, 혼자 들어왔다간 무조건 개죽음을 당했을 거라며 머리를 아파했다. 실제로 레니는 회복 마법을 제외한 나머지는 F랭크였다.

당시 같은 파티원들도 레니와 함께 던전을 공략하며 상당한 보조 실력을 지닌 센스 있는 마법사라고 칭찬을 했지만, 정작 상대해야 할 몬스터의 수가 늘어나니 레니가 조금씩 짐이 되었던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듯.

레니는 결국 상급 모험가 파티인 쥬드의 팀에서 나와, 다른 파티를 통해 모험가로서의 활동을 지속하던 중, 그 끝내 모험가라는 직업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후 레니와 나의 첫 만남이 3년 전 용사의 쉼터 첫 오픈 날.

나는 이러한 레니에게 늘 여관의 직원으로 들어오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지만, 이 좋은 여관에서 자신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싶지, 남들이 행복을 즐기는 것을 도와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이다. 하나같이 손님들에게 채용을 권유하면 돌아오는 대답이니 익숙했다.

“마스터, 퍼플이 밖에서 마차를 준비했어요.”

“임자, 얼른 출발하도록 하지.”

“그래 나가 있어, 아이리스는 엑스칼리버에 물 좀 주고.”

“알, 알겠다. 후….”

“아하하, 명색의 용에서 여관의 정원사가 되었네요. 아이리스.”

“그 입 다물라, 렌.”

다름이 아니라 휴무를 맞이한 우리들은 오랜만에 ‘던전 할머니 여관’으로 찾아가 휴식을 즐기기로 했다. 렌이 아이리스 옆에서 ‘그 여관이 얼마나 좋은지, 당신을 모를걸요.’라며 귀가 아프도록 자랑을 하는 바람에….

‘임, 임자 나도 가야겠네!’라는 아이리스의 호통을 참다 못해서 이번 휴무에 가보도록 하자고 했던 것이었다. 여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다른 여관에 가고자 하는 직원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잠깐… 그냥 보내버리는 게 나을지도.

“달그락, 달그락.”

“고마워 퍼플, 출발해 볼까.”

“아하하, 출발!”

“오, 마차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이리스, 보세요, 인간의 삶은 행복해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아, 아… 마차 안에 드래곤이 두 마리나 있다니.”

퍼플이 채찍질하자, 철 바퀴는 달그락거리며 지면을 구르기 시작했고, 여관의 언덕으로부터 마차가 추진력을 받아 서서히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베르히만의 전투마’라고 불려 아주 건강하고 튼튼하기로 유명한, 명마 중의 명마 ‘우르그’, 여관 마차를 끄는 두 마리의 말들이 퍼플의 사랑으로 인해 더욱 건강하게 자라는 듯했다.

마차 밖으로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한 델타산맥이 희미하게 보이며, 렌과 아이리스는 마치 창문 밖을 바라보는 고양이 마냥 델타의 절경을 넋 놓아 구경하고 있었다.

얼굴에 스치는 맞바람이 기분을 좋게… 더불어 로건 농장으로부터 넘어오는 구수한 내음, 나와 용 아가씨들의 배꼽시계를 울리게 했다.

약간 떨어져 있는 로건 농장에서 철기의 음성이 들리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주말 없이 부리나케 작업을 하는 듯했다. 녀석들, 다친 곳이 괜찮을지 모르겠네.

“렌, 그 여관에는 팔씨름 이벤트가 있다고 하던데.”

“맞아요, 저랑 한번 붙어 볼래요?”

“인간의 모습으로는 승산이 있을지 모르니, 도전을 받아들이지.”

“하아….”

던전 할머니 여관의 ‘강한 팔’ 이벤트 1, 2위의 소속 문항이 ‘용사의 쉼터’가 되고 말 것이다. 1위를 하고 나서 렌과 나의 기록을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며 기껏 부탁했는데.

* * *

[ 서대륙 델타 중심구 / 던전 할머니 여관 ]

여전히 알 수 없는 칙칙한 던전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관의 설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설마, 던전을 통째로 들고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식하게 생긴 여관이니까.

더군다나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쥬드’나 ‘브라운 아저씨’를 연상하게 하는 강인한 모습의 모험가들로 이루어져 있고, 심지어 직원들마저 과거 ‘델타의 늑대’ 용병단 일원들이었다.

미녀에 기준을 아득히 넘어버린 렌과 아이리스를 보다가,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서빙을 하러 다니는 거친 수염의 용병들을 보고 있자면, ‘그래도 직원 비주얼은 우리 여관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걔네 좋아하라고 한 말은 아니고.

‘이런, 갑자기 달그락 이라는 소리가 들렸어.’

해골 신사들을 위해서 비주얼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야겠다.

거대한 ‘의뢰 게시판’에 컵을 들고 우르르 몰려 구경을 하고 있던 갑옷들이 많아, 이곳이 여관인지 용병단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이러한 분위기가 과거에는 여관의 대표적인 이미지였으니, 어떻게 보면 이 여관의 주인 아네스는 고전파가 아닐까.

“자네 왔는가.”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네스.”

“그대가 ‘호거 로막스’를 잡았다는 소리를 들었네!”

“그건 어떻게….”

“하하, 자네를 수사했던 집행관이 내 지인일세.”

“이런, 그럼 주요 시민 항목에서 제 이름을 빼주라고 해주세요.”

풀 플레이트를 착용하고 있기에는 지나치게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드는 아네스에게 무겁지 않으냐며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할매 그만 그것 좀 벗어요, 골병 얻겠소.’라고 이야기했다가 ‘현역이라고 이년아.’라며 혼쭐나는 태양 새의 용병 단장(프리실라)을 먼저 보았기 때문이었다.

렌은 서빙을 하고 있던 용병에게 저번에 먹었던 던전의 향기라는 조미료가 들어간 맥주 두 개를 주문했다. 하나는 아이리스의 몫이었다.

아이리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이것이 네 고향이 떠오른다는 신묘한 맥주더냐.’라며 탄산이 보글보글 튀고 있는 컵의 내부를 빤히 쳐다본다.

“저번보다 손님들이 많아졌네요.”

“암, 조만간 모험가의 시즌이니.”

우리 여관과는 차이점이 있는데, ‘의뢰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 던전 할머니 여관은 모험가 시즌일수록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저렇게 무지막지한 대검을 등에 차고 있는 모험가들이 줄을 서서 구경하고 있는 의뢰 게시판, 시력이 나쁘더라도 읽을 수 있을 만큼 큼지막한 ‘고대유적’이라는 글자, 이러한 의뢰가 많아졌기 때문일까.

생긴 것과는 다르게 목이 빠지라 눈알을 굴리는 갑옷 뭉치들의 모습이 귀여웠다. 여전히 높은 레벨의 NPC 같은 느낌이 물씬 나지만.

아네스와 여관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서로에게 알려주며 대화를 하던 중, 그녀의 부하로 보이는 사내가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아네스 님, 또 그녀가 여관에….”

“이런,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라, 쫓아낼 수도 없고.”

“무슨 일이죠?”

“여관에 꼬박 찾아와, 파티를 구하고 있는 손님이….”

“꽤 열정이 가득한 모험가네요.”

“문제는 주사가 사람들에게 치유 마법을 사용하고 다니네.”

“왠지 많이 들어본 주사네요… 네?”

“그러니까 힐을 무진장 사용하고 다니는 여인이….”

고개를 틀어보니 저 멀리서 ‘레니’가 이미 가득 취한 채로, 여관 내부를 떠돌아다니며 힐을 해주고 있었다. 그 끝에 흐린 말로 ‘저랑 고대유적을 향해 파티하실 분을 구해요. 히끅.’이란다.

‘우리 가게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러면 곤란해, 레니!’

거대한 풀 플레이트를 착용한 남성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의 레니를 아무도 파티에 넣어주지 않자, 아네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투력이 F랭크라니, 우리 여관 손님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을 거다.”

“그래도 회복 마법에 관련된 기술은 A랭크예요.”

“저렇게 바바리안 같은 사내들이 회복 마법을 받으면서 싸우진 않으니까.”

“그, 그렇군요.”

일단은 여자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광전사들 사이에서 힐을 난무하고 다니는 레니를 말려야 했다. 일단 우리 가게 단골이니까.

렌과 아이리스도 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어, 레니 씨잖아?’라는 외침과 함께 커진 동공으로 앉아 있던 자리에서 덜컥 일어났다.

“레니, 정신 차려.”

“히끅, 어… 어!”

“그래, 정신 차려봐, 나 아서라고.”

“히끅, 성질 개 더러운 여관 주인이다….”

“푸하하, 마, 마스터 죄송해요.”

“크흡, 임자 레니의 상태가 좋지 않군.”

“아이리스, 방금 웃었잖아. 너도.”

“레니, 마력을 많이 소진한 것 같아, 괜찮아?”

“히끅, 아뇨… 괜찮지 않아요.”

괜찮지 않다는 말을 던지고 정신을 잃은 레니, 렌은 그녀를 부축하여 의자로 데려갔고, 아이리스도 레니에게 과하지 않도록 적당한 마력을 공급해주기 시작했다.

이미 정신이 오락가락한 레니를 지켜보던 아네스가 나에게 다가와, 최근 레니가 이 여관을 찾아와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며칠간 계속해서 여관을 찾아와, 가장 강해 보이는 이들에게 자신이 의뢰 비용을 줄 테니 파티를 통해 어느 고대유적을 공략하자고 제안을 했다. 혹은 팀원으로 들어오라는 권유를 했다고.

문제는 레니가 가려고 했던 그 고대유적의 정체란 ‘발레포르의 탑’

가릴 것 없는 모험가들에게도 상당한 거북함을 안겨준다는 이 유적의 이름, ‘모험가 시즌에 피해야 할 고대유적 TOP10’ 중 하나였다.

과거의 많은 모험가들이 도전했다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는 ‘발레포르의 탑’을 전투력이 제로에 가까운 힐러와 공략한다?

‘모두가 고개를 흔들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을걸.’

10년 전, 모험가 시즌에 돌연 나타난 ‘발레포르의 탑’, 이곳을 향하는 모험가들에게 해당 제국 측에서는 ‘그 탑에 가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제국의 이러한 공고는 곧 ‘S랭크 이상의 모험가 권장’과 같은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마스터, 아무래도 저희 여관에서 재워야 할 듯싶어요.”

“그래, 후방 건물에 방이 남아있으니까.”

“숙박비는 짐이 내일 그녀에게 받도록 하지, 임자.”

“괜찮아, 오늘은 예외.”

“이렇게 착한 임자에게, 성질 고약한 여관 주인이라니.”

“야, 너도 아까 웃은 거 봤다니까.”

“하하… 임자도 참, 무슨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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