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35화 (35/222)

035화

* * *

『 오늘의 명언 』

용사의 쉼터는 망할 고잉메리호다.

왜라니, 틈만 주면 개박살 나는데.

― 용사의 쉼터 中 / 사장 아서 ―

* * *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그래서 가짜가 아닌, 진짜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냈다만.” 따위의 소리를 들어도 드래곤 VS 드래곤 슬레이어 = ‘여관 박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렌이건 아이리스건 걔네가 어떻게 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어차피 진짜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냈을 거로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아니 설령 진짜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혹은 상당한 베테랑이라고 하더라도 2000년 가까이 살아온 미치광이 싸움꾼 레드드래곤과 정신 나간 귀족 여사 블루드래곤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호거 로막스를 포함한 떨거지들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에 검찰기관에 마법 수신 후, ‘수가 없는 무한개의 처형인’을 몸에 칭칭 감는다. 이어서 아곤을 어깨에 짊어지어 터벅터벅 여관으로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와 바닥에 묵직한 철이 끌리는 소리가 사방에 퍼져서 그런지 상당히 귀가 불편하다. 아니 심기가 불편하다.

눈을 가리며 짠하고 용사의 쉼터는 괜찮을 거야! 라는 느낌으로 보고 싶었으나 빈손이 없는 데다 정신 잃은 아곤이 내 눈을 대신 가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되는 마음으로 여관에 다가간다. 여관에서 이미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마스터!”

“임자 왔는가.”

“여관이 멀쩡하잖아.”

“네, 드래곤 슬레이어들 말이죠?”

“그놈들은 저기에 있다. 임자.”

딱히 렌과 아이리스가 용으로 변한 것 같지도 않다.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하더니 이미 동공이 회오리치며 우리 잔디밭에 누워있지 않은가.

‘호거 로막스’가 가져온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자격증표’를 똑같이 호주머니에 가지고 있더라고, 암만 봐도 가짜같이 생겼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들고 다니는 걸까.

“아서, 이 자식들 난데없이 나타나서 자기네들이 용 사냥꾼이라고.”

“쥬드 씨도 한참 혼내준 기색이네요.”

“그때를 생각하면 열 받아서 용 아가씨들에게 반만 남겨달라고 했지.”

“쟤들이 반만 패다가 쥬드 씨에게 드립디까.”

“하하, 응 적절한 타이밍에 ‘이제 내 차례야!’라고 했네.”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거대한 크기의 아곤을 보며 부리나케 달려오는 로건, 옆에서 레니가 급급하게 따라와 아곤에게 치유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 레니가 일복이 좋다. 취하지 않아도 될 듯.

아곤을 내려놓자 내 몸을 칭칭 두르고 있는 ‘수가 없는 무한개의 처형인’을 바라보던 렌은 ‘뭐죠 그 불쾌한 녀석, 사슬을 보고 꽤 부럽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에요, 마스터.’라고 듣기 거북한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나는 자기가 드래곤이라서 굵직한 쇠사슬의 포박용 족쇄를 보며 트라우마라도 다시 생긴 줄 알았다. 물론 과거의 한 번 묶인 적이 있다는 전제라만.

아이리스와 렌은 내 몸에 둘러있던 무한개의 처형인을 가볍게 풀어 바닥에 내려놓았고, 아이리스는 손가락으로 굵직한 쇠사슬의 표면을 문질러보기 시작했다.

“마스터, 저는 고작 이 정도로 트라우마가 생기는 용이 아녜요.”

“그래… 너는 그냥 아주 완벽히 씹어 먹을 것 같아 이 정도는.”

“임자, 이 ‘수가 없는 무한개의 처형인’은 레플리카구나.”

“드래곤 사냥 전용 장비도 레플리카를 만들 수 있었나 봐?”

“암, 가능하지 나 같은 실력 좋은 대장장이는 크하하.”

“얼굴이 빨간 게 그사이 한참 드셨나 보네요, 브라운 아저씨.”

“으하하, 제일 재밌는 구경은 싸움 구경 아닌가, 쭉쭉 넘어가더군.”

가게 손님들은 ‘용사의 쉼터’에 이미 완전히 적응한 건지,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 재밌기만 한걸.’라는 대사를 쳤다. 부서지는 여관을 바라보다가 이내 실성하는 내 모습을 계속 보고 싶은 것도 포함인 듯했다. 사람들이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진짜.

그래도 천만다행이었던 것은 이런 녀석들이 여관에 쳐들어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아이리스나 렌은 이해한 듯하다. 여관 밖으로 어떻게 끌고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방 건물에 흠집은 단 하나도 없었다.

내게 ‘부피만 작게, 최대한 덜 때려서.’라고 웃으며 말하는 렌에게 ‘안 때릴 생각을 해야지!’라고 윽박지를 수밖에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 그전에 ‘부피만 작게’는 뭔데?

* * *

기사를 선망하는 자들은 모험가들과 달리 가문에서 조기교육을 받거나, 일반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이들의 경우 꾸준히 학업을 필요로 한다.

모험가는 ‘엄마, 나 모험가 할래.’라고 하는 순간부터 모험가지만, 기사는 엄연히 제국 기사 인증을 받기 위한 시험절차도 걸쳐야 할 뿐더러, 그 난이도가 쉽다고 하기는 결코 어렵다.

물론 특채의 경우도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하지만, 대부분 엄청난 실력의 모험가라거나 귀족 가문의 자녀들이 포함되는 사항이다.

‘자 그럼, 어렵게 기사가 되었는데 어떤 기사가 되고 싶은가?’

많은 이들은 기초기사 수료를 통해 기본적으로 ‘9급 ~ 7급 전투 병사’들을 통솔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9급 전투 병사 생활부터 시작하여 1급까지 진급한 뒤, ‘전투 부사관’의 직책까지 올라간다면 기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한다. 간단히 기사라고 불리는 ‘장교’에 진급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이렇게 지구라고 따졌을 때 공무원 시험이라 불리는 기사라는 직업을 어렵게 도달하여,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은 3가지로 분류된다.

◈ 제국 왕실 기사단 ◈

왕실 기사단은 제국이라는 이름이 붙은 국가에서 ‘제국의 위상’이라고 불리는 검이다. 상당히 많은 신입 기사들이 이를 목표로 두고 있지만, 대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제국의 왕이라고 불리는 국가의 심장을 수호하는 이들은, 스스로 상당히 자부하며 그 또한 실력이 어마어마하여 대부분 S랭크 이상의 전투 실력을 지닌 기사들이다.

◈ 제국 중앙 기사단 ◈

보편적으로 기사들이 가장 많이 편성 받는 과라고 할 수 있는데, 전투 기사 병력이나 전술 등을 교육하는 ‘제국 기사 교육대’부터 시작하여 ‘기사 30군’이라고 불리는 30개의 대대가 존재한다.

제국의 힘을 상징하는 ‘군대’ 그리고 국가를 수호하는 이들이 모인 중앙 기사단은 결의로 똘똘 뭉친 거대한 방패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없으면 전쟁은 물론 제국을 수호하는 일이란 결코 불가능하지 않는다.

◈ 제국 검찰 기사단 ◈

귀족 가문의 자녀 중 상당한 엘리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비전투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귀족 가문의 엘리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 기사의 직책을 가지기 위해서는 ‘집행법’ ‘심판법’ 등의 상당히 어려운 학문을 공부해야 한다.

당연히 어릴 때부터 상당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이들이 그나마 검찰 기사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제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명가는 ‘기사’ 가문이 많으니.

이들은 제국의 위법 인물들을 심판하는 동시에, 제국의 고위 직책을 맡은 자들이 범법을 저지른 것 또한 심판하는 자들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지구의 ‘검찰’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들 중 즉결심판을 작전하는 ‘심판관’이라고 불리는 기사들이 있다. 대부분 왕실기사단에서 특채가 되어 직책을 맡기기 때문에 S랭크 이상의 상당한 전투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 서대륙 : 델타 제국 검찰 기사단 ]

그렇게 혼자 속으로 주절거리던 이유는 ‘검찰 집행관’에 불려 ‘그림자 기둥’에 대한 사건기록을 기사 집행관 앞에서 조사받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쪼록 있었던 일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고, 집행관은 나에게 ‘드레인 웨폰’과 ‘수가 없는 무한개의 처형인’을 수거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잡았던 ‘그림자 기둥’의 일당들과 그 무리의 수장으로 보이던 ‘호거 로막스’를 자세히 조사한 후, 조직의 그림자를 추적해서 범죄 집단의 뿌리를 뽑겠다고 큰 소리로 단언하며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나, 아서 님에게는 불편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합니다.”

“불편한 이야기라니, 그게 무슨….”

“아서 님은 현재 델타 제국에 주요 시민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어째서죠, 관심받는 건 딱 질색인데.”

“인적 조사 전에도 말했던 두 마리의 용 때문이지요.”

그러지 않아도 렌이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대회에서 나타난 뒤, 수많은 마법 신문에 등판 되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니 ‘검찰 기사단’에 연락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집행관은 진즉부터 렌을 알고 있다.

오늘의 경우 ‘아이리스’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둘 다 ‘아서의 용’으로 취급이 되어 있으니 나는 주요 인물이 되는 식이었다.

‘어느 기사단에 ‘용기사’도 있는 판국에 너무 그러지 말라고 사정했는데.’

‘어느 대륙의 용기사는 마을 하나를 간단하게 괴멸시킬 수 있는데요, 아서 님은 두 마리나 데리고 있으니 맘만 먹으면 마을 두 개는 쉽게 부실 수 있겠네요, 그죠?’라고 말하기에 반문할 수 없었다.

지구로 따지면 ‘전투기 2대’를 가지고 있는 일반 시민이나 다를 것이 없으니까, 괜히 따지고 들어봐야 테러리스트로 오해만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필히 조심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당연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주요 시민은 좀.”

“하하,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주요 시민은 기사단에서 감시항목에 있잖습니까.”

“아서 님 경우에는 달에 한 번 기관에 오셔서 기록만 남겨 주시면 됩니다.”

“아, 아…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군요.”

“그분들께서 시민을 무고하게 죽이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없어요.”

“걔넨 ‘후’ 하고 입김만 불어도 사람들이 바지에 지려버린다고요.”

“아하하, 어차피 마스터분께서 잘 훈련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혹시 걔네가 잘못해서 범법을 저지르면.”

“네, 마스터인 아서 님도 같은 처벌 대상이 됩니다.”

한숨을 쉬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 마침 양손에 족쇄를 차고 기사들과 함께 이동하는 ‘호거 로막스’가 보였다.

‘두고 보자.’는 식의 표정으로 째려보고 가면 뭐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마을 하나는 괴멸시킬 수 있는 용이 두 마리나 있다. 이 인간아.

“아, 아….”

“그래도 아서 님 덕에 무사히 드레인 웨폰은 회수했습니다.”

“그러니 보상으로 주요 인물에서 빼주시지요.”

“안 됩니다. 저의 권한 밖이랍니다.”

이야기를 끝마치고 터벅터벅 거대한 기관의 건물에서 나왔더니, 밖에 렌과 아이리스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앞으로는 달에 한 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녀석들을 데리고 ‘우리는 아무 짓도 안 해요.’라며 검사를 받으러 와야 한다니, 하하.

“마스터, 어서 오세요!”

“임자, 얼굴이 영 좋지 않아 보이는구나.”

“너희… 내가 목걸이 뒤편으로 해두지 말랬다!”

“마스터, 이렇게 해야 한다고 검찰 기사 집행관이….”

“우리가 임자의 용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불가시의 장막(Invisibility Curtain)을 걷어내겠다.”

[ 고유 차원으로부터 연결 : 대상을 카테고리 EX로 지정 ]

“…마안의 뭉치(Bundle of Magical Eyes)를 개안한다.”

[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마안들의 묶음을 해당 장기(눈)에 결속 ]

“시야에 포착된 세계에서 지구로 탈출하기 위한 마안을 결속한다.”

[ 해당 카테고리 지정 : 오류 / 실패 / 거부 ]

“망할 판타지….”

관자놀이를 누르려고 시늉하니, 양쪽에서 각자의 손가락으로 내 관자놀이를 대신 눌러주는 녀석들이었다. 한쪽은 불 속성 손가락이고, 한쪽은 물 속성 손가락이냐,

미워 죽겠으나, 장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녀석들에게 떨어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예측한다. 은퇴 이후의 내 이야기는 분명 ‘판타지 치유물’이었는데. 녀석들 덕에 다시 ‘다크판타지’가 될 것만 같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