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34화 (34/222)
  • 034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7인의 원정대’ 본 그림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 큰돈을 가지고 와서 경매를 제시해도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부호들의 중매거래인분들은 경매 제시를 삼가세요)

    * * *

    아이리스의 입에서 ‘설명은 여기까지.’라는 말이 떨어지자, 많은 사람 중 예술업계의 종사자들이 ‘아주 훌륭한 설명입니다.’라며 칭찬으로 줄을 놓았다.

    ‘흠, 인간들이 나를 칭찬하는군.’ ‘짐이 인간들에게 칭찬을 받는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어색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칠 줄 모르는 박수 세례. 나름 뿌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문제는 뒤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렌이었다. ‘질 수 없지만, 나는 저렇게 설명을 못 하겠고… 그냥 저번에 싸우면서 죽이는 거였는데.’라며 정말이지 끔찍한 속내가 드러나는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 ‘전투력은 내가 높은데.’라며 여관직원에게서 나오기 힘든 혼잣말을 연달아 하고 있다.

    이런 속내를 보고 있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레니가 렌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고, 렌은 레니를 보며 울상을 짓는다.

    ‘레니, 고마워요. 그래도 전투력은 제가 더 센 것 같죠?’라는 말에 ‘그러니까, 전투력이 무슨 상관인데!’로 레니의 답변이 돌아오겠다.

    “오늘은 가게 내부에서 마실 수 있겠군!”

    “오셨어요, 쥬드 씨.”

    “하하, 아서 자네는 여전히 일하기 싫은 표정이 다분하군.”

    “서비스 주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사, 사실은 굉장히 열정이 넘치는 표정이라고 말하고 싶었네.”

    “아서, 그리고 여관의 일당들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네.”

    “말 돌리기 S랭크인 것 같은데, 그래서 녀석들이 어디서 잡혔답니까?”

    “음… 그러니까, 델타 시내 옆에 있는 이름 없는 숲에서.”

    “이런, 그 숲은 숨고 싶은 자들에게 끌리는 게 있나 보네요.”

    “다만, 그때 내가 상대했던 대장으로 판단되는 녀석은 잡히지 않았다.”

    “드레인 웨폰을 들고 있던….”

    쥬드는 대충 브라운 아저씨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단골들과의 수다를 시작했다. 여관 운영 3년 차 사장의 눈으로 볼 때, 프리실라나 쥬드 같은 성질의 인물들은 유난히 브라운 아저씨와 잘 어울리는 듯.

    그가 말한 것처럼, 최근 며칠간 제국 검찰기관에서 빠른 조치로 인하여 델타 내부의 ‘그림자 기둥’ 조직원들을 추적하여 체포하는 것까지 성공했다고 한다.

    뿌리를 뽑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림자 기둥의 간부라고 기재되어 있던 ‘호거 로막스’는 여전히 체포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분명 어디선가 부리나케 도망치고 있겠지.

    녀석을 제외한 부하 놈들을 잡아봐야 ‘드레인 웨폰’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녀석의 편의성을 위한 부하 손을 몇 개 잘랐다고 한들, 녀석이 델타를 빠져나가 ‘그림자 기둥’의 본거지로 되돌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그나저나 브라운, 드레인 웨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겁니까?”

    “쥬드, 나도 드레인 웨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네.”

    “그래도, 당시에는 뭔가 아는 눈치셨잖습니까.”

    “흠… ‘흡마철’이라고 불리는 광물을 알고 있나?”

    ‘흡마철’이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광물 중에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가 절망을 토하는 구멍이라는 재앙을 맞아본 이들이기에 더욱.

    그러지 않아도 허공에 떠도는 마력이 줄어들고, 식물에서 추출되는 마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데 ‘흡마철’이라는 광물이, 살기 위해 자기 코도 석 자인 사람들의 마력을 뺏어갔으니 말이다.

    무기에다 마법을 응용하여 대상의 마력을 간접적으로 흡수하는 것은 별개였다. 그것은 일종의 기술이며 개나 소나 흉내 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그 정도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술자라면 ‘드레인 웨폰’을 들었다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를 것 같으면 더욱 스케일이 남다를 테니까.

    문제는 흡마철이 사용되어 만들어진 무기는 ‘누구나 들 수 있다는 것’, 철없는 철부지가 원한다면 그 무기로 범죄를 일으키는 것 따위는 어렵지 않았다. 손이 달린 인간이라면 물건을 드는 것이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생각해보라, 검을 부딪치기만 했다. 흡마철이 마력을 사용하고 있는 상대에게 반응한다.

    상대에게는 마력 손실을 일으키고 본인에게는 회복이 된다. 흡마철이 상대의 마력을 흡수하고, 쥐고 있는 대상에게 옮긴다.

    이것이 만약 원거리 무기로서 제약까지 없다면? 화기의 탄두나 화살 같은 것으로 예를 들면 어떠한가.

    어차피 흡마철에 관련된 ‘드레인 웨폰의 실용성은 어디까지.’라는 이름으로 논문을 낼 생각도 없으니, 이마를 누르던 내 손. 이 손을 떼어주는 렌을 봐서라도 쓸데없는 고민은 접어두는 것으로 했다.

    “아, 아서! 밖에 로건이 왔네!”

    “왜 그렇게 헐떡이는….”

    “아, 아서 님… 도, 도와주십시오.”

    “로건!”

    아까부터 창밖을 유심히 쳐다보던 마커스가 급기야 일어나더니 나에게 로건이 왔다며 외쳤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로건은 온몸에 피를 묻히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거친 숨소리, 레니는 급하게 로건에게 붙어 치유를 시작했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생채기가 가득했다.

    “무슨 일이야, 얼른 말해봐.”

    “저희 농장에… 그림자 기둥이.”

    “일당은 잡혔다고 들었는데!”

    “아, 아곤이 위험해요, 아서 사장님….”

    그리고 보니 늘 붙어있어야 할 아곤이 없었다. 아곤은 아무래도 농장에 쳐들어온 녀석들을 막는 중이었을 테고, 로건은 미친 듯이 용사의 쉼터로 달려와 나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했던 것이겠지.

    “다녀올게요.”

    “아, 아서 저도 같이!”

    “나도 따라가겠네!”

    “상처가 남은 쥬드랑 레니가 따라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

    “마스터, 제가 있어요.”

    “임자, 나도 있다네.”

    “둘 다, 모두의 소중한 여관을 지켜주고 있어.”

    “….”

    “망할, 또 부수기만 해봐.”

    * * *

    [ 서대륙 로건 농장 ]

    밤이 깊어지고 로건 농장으로 찾아오는 것은 처음, 우리 여관과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가속 마법을 중첩하여 빠른 속도로 이동해 농장에 도착했지만, 생각보다 조용한 느낌의 농장에 이곳에 정말 ‘그림자 기둥’의 일당이 쳐들어온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커다란 농장, 멀리서 여러 개의 횃불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으, 윽….”

    “아곤!”

    아곤은 피를 흘리며 반쯤 실신한 상태로 이들의 앞에 놓여있었다. 숫자는 2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보는 사람도 기분이 나빠지는 금니 가득한 미소로 나를 반기는 ‘호거 로막스’가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지.”

    “납시었군.”

    바닥에서 거대한 쇠사슬 두 개가 위로 튀어 오르더니 이내 나의 양 손목에 부착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런 마력 유동 없이 솟아오른 이것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불가시의 장막’을 걷지 않는 이상 피하는 것 따위는 불가능했다.

    비열하게 웃어 재끼는 녀석의 얼굴에다 침을 뱉은 뒤, 전신에 마력을 둘러 족쇄를 파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족쇄가 예상과 달리 찰랑거리는 소리만 이어지고 아무런 미동이 없다.

    녀석은 옆에 있던 부하의 옷가지를 잡고 자신의 얼굴을 닦는다.

    “제길, 내 얼굴에 침을 뱉은 건 네가 처음이다.”

    “이 족쇄는 무한개의 처형인?”

    “크흐흐, 이 족쇄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나 보군.”

    “네놈이 어떻게 이것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건 영업기밀이고, 자네가 워낙 뛰어난 마법사라고 들어서 말이야.”

    [수가 없는 무한개의 처형인] 과거 용을 잡을 때 사용했다는,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대표적인 무기 중 하나, 아주 고강도로 이루어진 족쇄로 성벽을 부수는 충차를 가져와서 박살 내려고 해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는 거대한 용을 제압하는 족쇄.

    마력이 흐르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식이 적용되어 있어, 상급 마법사들도 이것에 닿으면 파이어볼 하나 쏘지 못한다는 게 사실이었다. 직접 이 무거운 족쇄를 하나도 아니고 양손에 붙어있으니 더욱 그랬다.

    잡혀가긴 개뿔, 제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여전히 이 녀석들이 돌아다니는 가운데, 미끼를 잡은 정도로 조직원들을 잡았다고 알린다는 것은 델타가 병신이라는 소리를 광고하고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때는 이 몸이 기분이 좀 상했다.”

    “이런… 잡배에게 ‘기사’처럼이라도 대해주어야 하나?”

    일부러 녀석이 글자 하나하나를 곱씹어 새겨들었으면 하는 생각에 던진 말,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 것이 아주 보기 좋다.

    “네놈이 내 과거에 대해서 뭘 안다고 지껄이느냐.”

    “쓰레기가 지껄이는 기사의 맹약을 들어보고 싶은데. 하하.”

    옆에 있던 부하들은 로건 농장에 있는 오크통을 거대한 마차로 옮기기 바빴다. 실제로 녀석들이 농장을 약탈하기도 한다더니, 이 정도로 가리는 것 없는 잡식성일 줄이야.

    농장을 약탈하는 구시대적인 범죄가 어디에 있나, 내가 만약 ‘그림자 기둥’이라는 이름을 달고 범죄를 할 것 같았으면 최소 제국의 권력자들 모가지를 노려보겠다.

    “그래, 아무렴 상관없다. 여관은 잘 보수했는가.”

    “무슨 생각이지, 여관을 들먹이다니.”

    “여관의 용들은 일을 잘하는가.”

    어차피 메이의 마법기사로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때부터 ‘렌’은 이미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내가 녀석의 주인이라는 전제로 안정성을 보장한다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까지 했었고.

    “이미 유명한 것 같은데 뭐….”

    “네놈의 여관 사정은 내가 조사했다. 용들이 직원이라니.”

    “암, 그중에는 아이리스라고 네 바지를 젖게 만들었던 용도 있다.”

    “그래서 가짜가 아닌, 진짜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냈다만.”

    녀석들의 진짜 속셈은 여관을 부수는 것이었다. 뭐? 용을 죽이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고? 아니, 이 괘씸한 놈은 여관 파괴가 목적이다. 드래곤 VS 드래곤 슬레이어 = 결과적 여관 박살이 아닌가.

    응, 나 예민한 거 맞다. 그것도 무지하게.

    최근 용사의 쉼터가 무자비하게 부서진 내게는 그런 식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림자 기둥을 벽에 달자. 마침 비슷한 샌드백이 필요했다.

    “하하… 하하하.”

    “대장, 이 녀석 실성했나 봅니다.”

    “이제 맞아 죽을 일만 남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

    “불가시의 장막(Invisibility Curtain)을 걷어내겠다.”

    [ 고유 차원으로부터 연결 : 대상을 카테고리 EX로 지정 ]

    “마안의 뭉치(Bundle of Magical Eyes)를 개안한다.”

    [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마안들의 묶음을 해당 장기(눈)에 결속 ]

    “너희들이 가진 건, 전부 훔친 것들이라 내가 들고 갈 수도 없고.”

    “마치 네놈이 나를 약탈하겠다는 말 같군, 상황 파악이….”

    “드레인 웨폰만 회수하도록 하지.”

    내 손목. 두르고 있던 굵직한 쇠사슬로 된 족쇄가 가루처럼 허공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내 녀석들은 ‘말, 말도 안 돼.’라며 딱 수준에 맞는 대사를 던지고는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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