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31화 (31/222)
  • 031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3일 후, 여관 운영 개시. ※ 여러분의 응원 덕에 빠르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 ‘태양 새의 용병단’은 케피탄 맥주 1일 무료.

    ◈ 서대륙, 범죄조직 ‘그림자 기둥’ 출몰. ※ 사건 당일, 여관을 이용한 손님들은 제국기관으로 신고 바랍니다. ※ 인상착의에 대한 정보를 제국기관에 전달 바랍니다.

    * * *

    낮 부엉이 우편을 통해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을 델타 시내로 보냈다. 낮 부엉이는 ‘마법 부엉이를 이용한 우체국’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법 통신 중 하나로 손꼽혔다.

    나는 여관의 경영자라는 계약조건을 가지고 업체에 사업자등록증을 발부하여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었는데, 자영업자에게는 ‘여관 추가 사항’이나 ‘여관 공지’ 등을 델타 시내에 있는 낮 부엉이 전용의 거대한 게시판에 기재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브라운 아저씨가 델타 시내를 지나가던 중 ‘오, 드디어 용사의 쉼터가 다시 운영하는군.’이라며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

    지구에서처럼 메일이나 SNS 애플리케이션으로 정보를 간편하게 보낼 수 있는 세계는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

    물론 단골들에게는 주소를 받아서 낮 부엉이로 따로 연락해주거나, ‘마법 회신 기기’라고 불리는 일종의 무전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도구를 사용한다.

    굳이 낮 부엉이 위주로 사용하는 데 이유가 있다. 마법 회신 기기를 집에다 두고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길 부엉이가 최고래.

    모험가들은 대부분 마법 회신 기기를 지니고 있다.

    (아, 참고로 문자 같은 것은 불가능하니까)

    “홉스, 나중에 얘네 둘에게 낮 부엉이를 등록시켜 줘.”

    “사장님, 신사 해골 분들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오, 쟤네들도 같이 등록하는 게 좋겠어.”

    “다음 휴일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스터, 그럼 저희도 부엉이가 생기는 건가요?”

    “풉. 멍청하기 짝이 없군.”

    “아이리스, 왜 갑자기 시비예요.”

    “생각해보라, 지금껏 임자가 사용한 부엉이는 전부 달랐다.”

    “그러고 보니… 찾아오는 부엉이들이 전부 다르긴 했죠.”

    부엉이를 데려 키운다(?)는 느낌과는 상당히 멀다고 볼 수 있는데, 애당초 살아있는 부엉이가 아니라, 마법 시스템으로 구축된 거대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형태가 부엉이 실사에 가까울 뿐이지 실제로 살아있는 부엉이는 아니라는 말이고, 각 대륙에 많은 지점이 있어서 그곳에 찾아가 ‘자신의 고유 마력을 등록’하게 되면 ‘코드를 지급받게 되어’(전화번호 같은 것) 그 번호로 대륙을 넘나드는 부엉이 통신을 할 수 있다.

    고유 코드의 존재 예시로, 우편을 ‘여관 주소’로 받는 것이 아닌 ‘고유 코드’로 받게 되면 내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나에게 부엉이가 우편을 배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일정 영역을 벗어나면 가벼운 편지 정도만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즉 조금 불편한 문자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조만간 낮 부엉이 측에서 신규 마법 회신 기기를 발표한다는 점. 역시 최대한 버티기가 답이다.

    “그래도 여관이 복구되어서 천만다행이야.”

    “그러게 말이다. 임자.”

    “어쭈구리, 네가 다 부셔놓고.”

    “미, 미안.”

    “마스터, 들어가서 차라도 가져올까요?”

    “좋지, 삼인방 녀석들도 부엌에 뭘 만들러 갔나 봐.”

    “킁킁… 일단 가서 그들이 만든 음식을 먹어봐야겠어요. 아하하.”

    완전히 복구되어버린 여관마당에 드러누워 있었더니, 다시 원하던 평화가 찾아옴을 느꼈다. 세상, 세상 행복하다.

    시인의 언덕이 따로 없다. 고요한 바람, 내리쬐는 햇빛이 약간 덥게 만들었으나 플로우들이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어 시원함이 먼저 찾아왔다.

    심지어 꺼내놓은 정령왕의 기운이 담긴 호롱불 덕에 보지 못했던 하위정령들도 찾아와 날아다녔는데, 베로니카가 이걸 본다면 ‘정령 마법 교육에 좋은 현장 체험이 될 것 같네요.’라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아이리스.”

    “불렀는가. 임자.”

    “언덕에 물 좀 주고 와.”

    “크윽, 임자의 부탁이니.”

    아이리스는 블루드래곤이라 물에 관한 원소를 다루는데 특화되어 있다. 더는 힘들게 나와 렌, 그리고 해골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언덕에 물을 주러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저것 좀 보라, 아이리스가 손가락에서 소방차급 출력으로 물을 쏘고 있는데, 이 드넓은 언덕에 물을 주는 것이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 이 부분을 고려하여 채용한 것은 사실이다.

    홉스와 아이리스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녀석이 생각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이었고 이어서 주중 하루를 정해 그녀가 남대륙에 있는 아이리스 대양으로 출발하여 새로운 식자재들을 조달해오는 방법을 제안했다.

    아이리스 또한 의외로 빠른 수긍을 했고, 녀석이 여관으로 입성한 지 보름이 지나자 이미 여관 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듯했다. 다만 홉스 왈 ‘문제는 그녀가 손님들에게 어떻게 서빙할지가 두렵고 불안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때 [사장님 가라사대]를 외쳤다.

    1.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

    2. ‘용이라고 하여 고객들을 하대하지 말 것.’

    3. ‘고객들에게 참을 수 있는 선이 존재해야 한다.’

    4.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 ‘힘’으로 해결 금물.’

    5. ‘위 사항에 전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직원을 하대한다면.’ ※ ‘그때는 사장 아서가 그 고객을 혼내준다.’

    육군복무 신조 같은 느낌의 5가지 사항을 불러주었더니 홉스는 마지막 특별 항목 덕에 일하는 것이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웃으며 얘기하더라.

    심지어 렌은 여관 오픈 이전에 직원들끼리 ‘사장님 가라사대’를 외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쑥스럽지만 볼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알겠다고 했다.

    “마스터, 드세요.”

    “달그락.”

    렌은 차를 내왔고, 삼인방들은 우리가 가볍게 먹을 샌드위치를 가지고 왔다. ‘그대들은 먹지 못하니까 아쉽겠다.’라고 아이리스가 말했지만 ‘달그락, 달그락(미각도 존재합니다.)’라며 옆에 있던 캡틴이 샌드위치를 덜렁 집더니 적당히 턱으로 씹어 삼켰다.

    우리는 정적을 유지한 채, 충격적인 표정으로 캡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음식물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상당한 의문을 품기 시작할 때쯤. 녀석이 입은 정장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녀석은 와이셔츠를 풀어 멀쩡한 갈비뼈를 훤히 보여주었다. 옆에서 눈을 가리는 렌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고, 아무튼 씹어 삼킨 음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을 맨눈으로 확인한다.

    “오, 몰랐는데, 혹시 마력으로 전환되는 건가.”

    “달그락.”

    “엄청나군, 하긴 미각이 없으면 삼인방이 요리하기 힘들 테니.”

    “달그락, 달그락.”

    우리는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용사의 쉼터 언덕에 드러눕고는 한적한 여유를 맞는다. 어느새 색색 소리를 내며 잠을 자기 시작한 렌과 아이리스.

    마태복음 중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라는 말이 있었는데….

    여관을 박살 내버린 두 명의 용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다가 결국 ‘아, 아’를 운운한다. 어쨌거나 여관이 돌아왔으니, 이 이상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한가.

    ‘아무렴 어때.’라고 슬슬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닫으려고 했다. 멀리서 마차가 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뒤에 딸린 오래된 강철 달구지 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하니 ‘로건’인 듯하다.

    “아서 사장니임!”

    “로건, 어쩐 일로 왔지? 오늘은 오는 날이 아닐 텐데.”

    “하하, 그냥 전해드릴 것이 있어서 왔어요.”

    “아곤도 같이 왔나 보군. 여전히 졸고 있는 것이 보기 좋아.”

    “아하하, 이봐 아곤, 아서 사장님이 열심히 하란다.”

    “이런, 아서 사장님… 앞으로 졸지 않겠습니다!”

    “장난이야, 아곤. 그리고 앞으로도 졸 거잖아, 하하.”

    “그나저나 여관 보수가 끝났나 보죠?”

    “응… 내 안에 감동의 물결이 치는군.”

    세워 둔 마차의 달구지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색의 오크통 여러 개가 보였고, 아곤은 양어깨 위로 그것을 걸치더니 가볍게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보아도 아곤은 전사가 되어야 할 재목이다. 근데 싸움은 못한데. 재질이 딱 야만전사인데. 쩝.

    “이게 뭘까.”

    “이번에 저희 로건 농장에서 새롭게 개발한 포도주입니다.”

    “델타산맥 포도주가 아니라 새로운 포도주라?”

    “예, 사장님도 드셔보시고, 손님들에게도 드려보세요.”

    “많이도 주는군.”

    아곤이 마차에서 검은색 오크통을 하나둘 꺼내기 시작하더니, 평소에 주문하던 양만큼의 상당히 많은 숫자의 오크통들이 모였다. ‘에이, 사양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서 사장님인데.’라고 로건이 말했다.

    보통 델타산맥에서 추출해온 포도나무 씨앗을 가져와 재배하는 것이 로건 농장의 포도주 특징이었다. 마침 프리실라가 일전에 언급했던 ‘발리아트 숲’에서 추출한 포도나무 씨앗을 구했다고 한다.

    그것을 심어 재배하고 로건만의 빠른 성장 시스템으로 인해 포도주까지 금방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아마 발리아트 숲의 권한 전쟁 이전에 무역 상인이 그것을 구해다가 로건에게 판매한 듯하다.

    “오늘은 전 직원들이 마당에 나와 있네요.”

    “옹기종기 모여, 여유를 즐기는 중이지 뭐.”

    “하하, 다시 바빠질 예정이니 잔뜩 쉬는 것 같군요.”

    “아, 로건 전달할 것이 있어.”

    로건은 시내로 나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그림자 기둥’에 대한 정보와 그것의 밑거름이 되었던 ‘드래곤 슬레이어로 경력 조작한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림자 기둥이 델타에 출몰했어.”

    “그, 그림자 기둥이요?”

    “애도 아니고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옆에 아곤도 있는데.”

    “아하하… 아곤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네요.”

    “아무튼 조심하라고.”

    “네, 그들의 ‘농장 약탈’ 가능성도 있겠어요.”

    “그래도 제국이나 용병들이 찾아다니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또 여관과 멀지 않으니,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두 마리의 드래곤과 단숨에 날아가도록 하지.”

    로건과 아곤은 나에게 어마어마한 선물을 남기고 마차에 탑승하여 언덕을 내려갔다.

    이번에 들어온 신규 포도주는 오크통부터 검은색이라 아주 특별해 보였다. 어느새 일어나있던 렌은 이것을 보며 ‘바로 맛보죠.’라고 눈에 빛을 내뿜는다.

    나는 밖에 나와 있던 검은색 오크통을 주류 창고에 넣었고, 나무에 각인된 ‘원산지 : 발리아트 숲’이라는 글자를 확인했다. 괜히 프리실라가 떠올라 신경이 곤두섰다.

    ‘고작 영역의 권한을 위해, 전쟁을 벌이다니.’

    고작 영역이라는 말이 누구에게는 ‘고작’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데크 에던 제국의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을 생각하면 ‘고작’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델타는 저런 놈들과 동맹국이 되었을까, 아니 왜 동맹국으로 받아주었을까.’ 어느새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고민을 관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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