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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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렘과 석공 : 건설조합’ / ‘여관 공사 내용’ 』
※ 의뢰인 : 아서 / 합산 비용 : 690골드
1. 언덕지대 ‘지반’ 보수공사 [30% 진행] ※ 지반에 뚫린 구멍 처리 및 평탄화 비용 / 200골드.
2. 언덕지대 ‘잔디’ 추가 배양 및 보수 [0% 진행] ※ 의뢰인이 지급한 마력초 배양 비용 / 100골드.
3. 전방 건물 ‘지붕, 창문’ 보수공사. ※ 반경 50m 크기의 구멍 보수비용 / 120골드. ※ 전방 건물 창문 전체 교체 비용 / 70골드.
4. 추가공사 : 지정영역 강화보수 (마법결계 장치) ※ 영역 강화 결계장치사 추가 인건비용 / 200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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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과 석공’은 골렘을 생성하여 다룰 수 있는 마법사와 기술자들이 모여 만든 건설 길드로 알려져 있다.
브라운 아저씨의 추천으로 인하여 서대륙 시내에 있는 골렘과 석공 본사로 향해, 여관 보수에 대한 계약을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비용은 다소 나가더라도 상당히 빠른 업무진척도를 보여준다는 업체로 유명했기에 나는 단번에 오케이사인을 내린다. 이후에 이들은 매일같이 여관에 찾아와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가격이 다소 나가리라 생각했는데 합산 비용으로 690골드가 결제되었고, 이것도 브라운 아저씨라는 추천인 할인을 받아 나름 보수비용이 적게 나온 편이라고 들었다. 우리 가게 술고래 씨가 덕을 주고 갔네.
거대한 골렘들이 마법사들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며, 파인 구멍에 돌을 깔고 흙을 덮는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이전에 마력초를 샀던 농장으로부터 똑같은 물건을 주문하여 작업자들에게 지급했다. 다시금 씨앗을 배양하거나 뿌리로 옮기기 위해서는 땅이 평탄하지 않으면 진행을 할 수 없기에 잔디 보수공사는 진척도 0%이다.
전방 건물의 지붕, 아쉽게도 본래 재질의 목재를 사용하지 못했다.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점이기도 했지만, 구했다고 하더라도 이곳으로 배달이 오기까지 한참 걸리기 때문이었다.
신사 해골들도 골렘 사이에 껴서 작업하고 있던 중, 건설조합의 작업자들이 녀석들을 보며 ‘해골들도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 것 같은데, 네크로맨서 특채를 건의해볼까?’라고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건설조합의 실수로 사령 술사들을 입사시키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이 친구들이 조금 다른 망자들에 비해 똑똑한 편이에요.’라고 말해주었다. 무려 서리한을 든 해골보다 대단하다고요, 하하!
“마스터, 다녀올게요!”
“임자, 다녀오겠다.”
“아이리스는 유니폼 잘 맞춰오고, 마차는?”
“퍼플 씨에게 미안해서 걸어 다녀오게요.”
“그래, 아이리스에게 근방에 관해 설명도 해줬으면 하는데.”
“네, 마스터 걱정하지 마세요.”
“렌, 설마 이 몸에게 걸으라는 소린가.”
“그럼요, 그럼 뭐 용으로 변해서 갑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마스터가 말씀하셨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금물이라고.”
“알, 알겠다. 다녀오겠다. 임자.”
총총걸음으로 뛰어가는 렌, 인간의 모습이 어색한지 평범한 걸음조차도 불편해 보이는 아이리스, 이들이 금세 여관 밖으로 사라졌다.
그나저나 너희들이 치고받고 싸우다가 생긴 구멍을 보고 ‘에크!’ 하면서 피하는 심보는 뭐냐 도대체? 하긴 여관이 부서지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반쯤 혼절해 있던 내 잘못이지.
“캡틴, 이 휴지는 뭐야, 눈물 닦으라고 주는 거야? 고마워, 너밖에 없다.”
좌우간, 어쩌다가 여관에 입성하게 되어 버린 아이리스가 평생 내 로브만 입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여벌 옷과 유니폼을 맞추기 위해, 렌이 녀석의 손을 잡고 시내로 나선 것이었다.
‘맛있는 것도 챙겨 먹고, 녀석에게 시내 구경 좀 시켜주다 와.’
휴일이면 시내로 나가거나 쓸데없는 것들을 구경하는 데 흥미를 보였던 렌, 나름대로 여관을 열심히 수호해 준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생각해 보니 사람 구경도 상당히 좋아한 것 같다.
‘…아이리스.’
아이리스를 받아들인 의미는 크게 없었다. 나는 알다시피 흐르는 물결처럼 살아가는 사내이기에.
게다가 ‘그녀도 외로웠던 게 아닐까요.’라며 홉스가 넌지시 말해줬던 부분을 떠올리면, 무릇 신경 쓰인 것도 사실이었다.
‘나도 참, 꼴사납게 녀석이 생각보다 마음에 걸렸던 건가.’
진짜 속내 같아서는 빨간 용의 뿔이건, 푸른 용의 뿔이건, 진즉 몽땅 잘라내 여관 벽에 ‘용의 뿔입니다.’라는 설명문과 함께 박제해버렸다.
“사장님 여기 있는 이 울타리는 뭐죠?”
“아, 그건 건들면 안 돼요.”
현장의 지시자로 보이는 건설업체의 직원이 ‘엑스칼리버’를 지키고 있는 조그마한 울타리를 보며 신기하게 생각한 듯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처음에는 아주 귀여운 새싹이라는 느낌에 가까웠는데,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묘목’ 정도의 크기가 될 법했다. 아무래도 내가 언덕에 심은 마력초 때문이다. 또 마력초 자랑인가.
“아서, 우리가 왔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여성의 거친 목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30명 정도의 인원이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아, 프리실라가 끌고 오는 태양 새의 용병단인 듯했다.
“프리실라, 당분간 여관은 영업하지 않아요.”
“하하, 일찌감치 들어서 알고 있었네.”
“그럼 뭣 하러 여기까지 오셨죠?”
“뭣 하러라니, 이거 섭섭한데.”
“설마, 단장님.”
“그럼, 여관의 보수공사를 도와주러 왔지.”
“용병단의 인원들을 전부 끌고 오셨군요.”
“암, 근데 이미 업체를 부른 것처럼 보이는군.”
프리실라가 용병단 인원 전체를 데리고 와서 보수를 도와주려고 한 것이다. 들어야 할 무기 대신 삽을 들고서, 심지어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하는 친우에게 가는 것이니 예를 다하라.’고 부하들에게 얘기했단다.
나는 괜찮다며 극구 사양했지만, 이미 그녀는 용병단을 사방팔방으로 퍼뜨려 ‘어떻게든 돕기, 시작!’을 외쳐버렸고. 흙을 평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골렘들에게 바짝 붙더니 별안간 폭풍의 삽질을 시작했다.
태양 새의 용병단 전체가 추가인력으로 투입되니 원래 빠르게 진행되고 있던 지대작업이 더욱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역시 물량에는 장사가 없구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만 같았던 여관이 조금씩 복구가 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단장님, 다음 출전은 언제입니까.”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래도 아크론 제국 의뢰계약상 이번 전쟁이 마지막 출전이시죠?”
“그 이후엔 전쟁보단 레이드 위주의 용병단으로 운영할까 고민 중이야.”
“음, 어느 쪽이든 프리실라 마음이니까요.”
“전쟁에서 우세한 국가는.”
“아크론이었지만 데크 에던이 승기를 잡고 있네.”
“과연, 전쟁의 목적은요.”
“발리아트 숲의 권한.”
“역시 영역에 대한 전쟁이었군요.”
서대륙 ‘발리아트 숲’은 하위정령들이 자주 나타나는 자원이 풍부한 숲으로 가끔 상위 정령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는 곳이었다.
가끔 ‘마법 생명’ 관련 학자들이 들려 필요한 자원을 채집해오거나 마탑에서도 학생들을 데려다 견학을 시키는 숲이기도 하다.
이 숲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크론과 데크 에던. 델타 제국과는 다르게 가까이 붙어있는 제국들이다. 제국 사이 어딘가에 있던 발리아트 숲의 권한을 가지려고 다시 또 치고받는 중인 게 분명하다.
적당히 제국 간의 교류를 통해서 다정한 방법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는가, 괜히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숲의 권한을 어떤 제국의 것이라 칭할 필요가 있는가. 반은 네 것, 반은 내 것, 좋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의적 명분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데크 에던의 왕실 정부’는 상당히 꽉 막힌 권력자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말이 무리를 넘어 불가능에 가깝다.
“재앙을 어렵게 막았으면, 서로 돕고 살 것이지.”
“자네도 알겠지만, 재앙과 동시에 마력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나.”
“또다시 자원을 잃거나, 부족해지는 것이 두렵겠죠.”
“그러니 세력이 강해지고 있는 아크론에 경계를 할 수밖에.”
과거 ‘절망을 토하는 구멍’이 세계 곳곳에 발생한 뒤로부터 허공에 떠도는 마력이 점진적으로 소멸하기 시작했다. 반년이 흐른 시기에는 인계를 포함한 4계에는 완전히 마력이 소실된다.
‘마력이 없어진다는 것은 곧 호흡이 불가능해진다는 것.’
당연히 생존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마력을 약탈하려 했으며 그것이 제국 간의 거대한 전쟁으로 이루어지면서 붙인 전쟁의 이름이 ‘마력 전쟁’이었다.
뒤이어 ‘무정부 상태’라는 단어가 결합했고, 거의 디스토피아의 분위기를 나타냈던 4년간의 암흑기가 있었다.
“7인의 영웅들이 아니었으면 멸망이었어.”
“그 원정대가 원인을 발견하고, 한몫했으니까요.”
“언제나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여관에 붙어있는 그림을 자주 보셨던 거군요.”
“부끄럽게, 그런 것까지 관찰하다니. 아서.”
내리쬐는 뙤약볕에 몇 시간 동안 노출되어 땀을 닦기 바쁜 이들을 위해 ‘휴식 타임’을 외친다.
신사 해골들과 나는 케피탄 맥주는 아니지만 마실 물을 꺼내온 뒤, 언덕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건설 길드의 직원들과 태양 새 용병들에게 나눠주며 고마움을 표했다.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이들의 소리가 매우 경쾌하기 그지없었고, 조금씩 복구가 되어가는 여관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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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공사를 하던 전 인원은 저녁이 되어가자 시간에 맞게 복귀했으며, 마침 렌과 아이리스가 가게로 돌아왔다.
캡틴, 블루, 네이비는 홀의 바닥을 쓸거나 닦고, 요리 삼인방이 저녁 식사를 위해 부엌칼을 쥐었는지 야채를 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렌은 뭐랄까 정체를 들켜 사뿐사뿐 움직이는 암살자 마냥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뭐야, 너 왜 그래.’라며 의심을 품는 순간, 꺄르르 소리에 시선이 자연스레 이동한다.
아이리스가 자신의 유니폼을 보여주면 빙글 돌기 시작했다. 목에 착용한 ‘무언가’ 때문에 홀의 전구 빛이 반사되어 눈을 부시게 만든다. 그 다음은 내 미간이 찌푸려지는 일만 남았다.
제발 그것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역시는 역시, 또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것은 내가 지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드는 강력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녀석들의 꿍꿍이가 도대체 뭘까, 이런 식으로 나를 파렴치한으로 내몰아 여관을 독차지할 셈인가? 그런 것인가? 나에게 진짜 속셈을 말하라, 이 빌어먹을 용들아….
《 드래곤 오브 블루아르헨 블레아스 아이리스 / ♀ 》
※ 좌표 : 서대륙 델타 제국 외곽 : 용사의 쉼터 여관
※ 나이 : 1,700살 (추정)
※ 주인 : 아서
“어째서 그 짜증 나는 물건을 목에 차고 있지, 아이리스.”
“아, 이 목걸이를 말하는 것인가.”
“저, 저는 마스터가 싫어할 거라고 말했어요.”
정말 가게 손님들이 아이리스의 저 망할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눈에 훤했다. ‘아서,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그것도 드래곤인데?’ 관자놀이를 너무 눌려서 움푹 파일 것만 같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내 취향은 저런 것이라고 확고하게 밝히는 꼴이나 마찬가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내 의사가 아니라며 설명해봐야… 벌써 멸시의 시선이 느껴졌다.
“둘 다 그냥 목걸이 내놔.”
“마, 마스터 억울해요.”
“짐은 그것을 허용할 수 없다.”
“빌어먹을 드래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