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29화 (29/222)
  • 029화

    * * *

    『 드래곤의 장문 이름에 대해 분석해보자. 』

    ※ 예시 : 드래곤 오브 블루아르헨 블레아스 아이리스

    ◈ 드래곤 오브 =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지고의 존재임을 알린다. ※ 사실상 ‘내 이름은’이라는 뜻이나 다름이 없다.

    ◈ 블루아르헨 = 자신의 혈통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첫 번째 성. ※ 5색이 존재하며, 푸른 용의 ‘아르헨’ 혈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 블레아스 = 자신이 누구의 직계인지 알려주는 두 번째 성. ※ 최초 개체의 라스트네임이 ‘블레아스’라는 것.

    ◈ 아이리스 = 개체에 가장 가깝고 어울리는 것에서 가져온 이름. ※ 주로 서식지나 영역에 관한 사물에서 이름을 가져온다.

    * * *

    ‘아이리스’는 자신의 종자라고 할 수 있는 ‘블레아스’의 자손으로 1,700살의 나이를 하고 있었다. ‘한… 2,000살 조금 안 될걸요?’라고 이야기했던 렌보다 나이가 어렸다.

    녀석들이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며 앉아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이 ‘렌은 20대 중후반의 여성 느낌’이라면 ‘아이리스는 20대 초중반의 여성 느낌’에 가깝다.

    게다가 ‘짐’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표현했던 아이리스. 그녀는 오만한 귀족 같은 느낌이다. 그럴 법도 했다. 이름 앞에 붙는 ‘블루아르헨’은 개체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혈통이라니까.

    “슬 남대륙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떤가요.”

    “싫다. 나의 모멧티를 다시 뱉어내라!”

    “마스터, 계속 헛소리를 지껄이는데 죽일까요?”

    “무, 무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다니.”

    “당신이 할 소리가 아닐 텐데요, 아이리스.”

    부서진 여관에서 무슨 말을 더 이어간단 말인가, ‘그냥 양쪽 뿔을 전부 잘라버리고, 우리도 여관 수리 보상으로 사용해도 괜찮겠지?’라며 말하자 아이리스는 아무 말 없이 조용해졌다.

    “이, 이곳의 음식이 맛있군.”

    “음식이 맛있다는 이유로 여기에 남겠다는 헛소리는 용납할 수 없어.”

    “마스터의 말씀대로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 그럼 가끔은 와도 괜찮겠는가.”

    “아무 대가 없이 눌어붙을 생각이라면 사양인데.”

    “…가끔 나도 영역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 오겠다.”

    “그럼 다음에 올 때, 가게 손님들에게 사과하도록.”

    “짐에게 무엄하다. 감히 다른 인간들에게 사과하라니.”

    “별수 없나, 다시는 오지 마라.”

    ‘마스터, 정말 다시 오게 할 생각이에요? 이 녀석 눌어붙을 생각이라고요.’라며 나를 노려보기 시작하는 붉은 용.

    노려보는 렌에게 ‘가끔 물고기를 잡아 온다니까.’라고 대답했다. 새 의견을 제시한 홉스가 아니었더라면, 아이리스는 실로 용국이 되어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긴 했다.

    “모멧티 이후로 가게 손님들께서 다른 대륙의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해 보는 것이 어떠냐며…. 의견을 제시한 적도 있었고요.”

    렌의 표정이 영 탐탁지 않은 듯하다. 홉스는 여관 수리 이후에 새로운 메뉴들과 식자재의 다양성을 높이자는 의견을 추가적으로 제시한다. 물론 붉은 용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홉스, 정말 이러기에요? 기러기냐고요.”

    “렌 님… 하, 하지만 여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끼룩….”

    “그럼 홉스는 아이리스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다는 건가.”

    “네 사장님… 조심스럽긴 하지만요.”

    “마스터, 아이리스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그건 너도 다를 게 없단다. 새삼스레.”

    “짐을 무시하지 마라 렌, 짐은 매우 똑똑하다!”

    홉스의 의견은 일리가 있다. 손님들이 부쩍 늘어나고, 나를 포함한 아홉 명의 직원으로는 여관의 로테이션을 효율적으로 돌릴 수 없다.

    근방 지역에 모험가들은 무조건 우리 여관으로 찾아오니까, 홀을 맡는 직원을 한 명 정도 늘려도 문제는 없다. 몰라, 전부 절충안을 제시한 홉스 탓이다.

    “이곳에 남고 싶은 이유가 모멧티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네, 네 녀석이 아니었으면 나는 복수심에 죽을 뻔했으니까 말이다.”

    “흠, 목숨을 담보로 했던 초월 마법 말인가?”

    “그렇다. 그대가 짐의 파멸을 막아주었다.”

    “그게 떨어졌다간, 정말로 여관이 없어질지도 몰랐으니까.”

    “어쨌거나! 짐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 * *

    [ 서대륙 : 던전 할머니 여관 ]

    홉스가 매니저로 채용된 이유는 ‘마법 경영학’을 배운 유능한 인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녀석의 말대로 끝내 ‘우선 알바 정도로 써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말에 수긍한다.

    북대륙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음식들을 다음에 도입해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으며, 우선 용사의 쉼터 일동은 박살 나버린 여관을 고치는데 전력을 다하기로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이 여관을 박살 내려고 했던 아이리스. 그랬던 녀석이 왜 이곳에 남으려는지 의문이 들었다.

    홉스가 말하길 아이리스도 사실은 외로웠던 것이라고. 그 대답은 관자놀이를 누르게 하고야 말았다.

    ‘여기는 용 보육원이 아니란 말이다!’

    어쨌거나, 좌우지간, 좌우간.

    ‘이곳에 직원으로 있으려면, 최소한 네가 용이라는 자부심을 버려야 해.’라고 아이리스에게 말했더니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를 보던 렌이 ‘인간을 하대하는 버릇도 고쳐야 합니다.’라고 대답하자 ‘저 붉은 용도 하는데, 짐이 못하겠느냐.’고 받아친다.

    렌이 아이리스에게 꿀밤을 때리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이곳 ‘던전 할머니 여관’으로 찾아오게 된다.

    블루드래곤의 여관 파괴 사건도 상당히 중요했으나, 그전에 찾아왔던 ‘드레인 소드를 가지고 있는 잡배’들은 더욱더 문제였다.

    그 연유로 녀석들의 정보를 자세히 전파하기 위해서 빌어먹을 두 마리의 용과 함께 아네스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래, 그렇게 된 것이었군.”

    “그러나 도망을 갔다는 게 문제입니다.”

    “흠, 최대한 우리 쪽에서 해결해보도록 하지.”

    “잡배들이 어떻게 드레인 웨폰을 얻었을까요.”

    “그 부분 말이네, 녀석들이 단순한 잡배가 아니란 것을 파악했네.”

    ‘단순한 잡배가 아니다?’라고 의문을 품자, 노튼 아네스는 양피지에 기록되어 있는 델타 제국 범죄자 기록 사항을 내게 넘긴다.

    날이 밝아 손님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던 던전 할머니, 이곳도 역시 밤과 달리 상당히 고요했다. 종이에 기록된 활자들을 읽기 위해 눈알 굴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제국에서 이 의뢰를 개시하라는 허가를 받았다.”

    “정말 말씀하신 대로 평범한 잡배들이 아니군요.”

    ‘호거 로막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람의 얼굴은 어제 내가 보았던 드레인 소드를 쥔 잡배와 똑같이 생겼다.

    쥬드와 호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으나, 나름 비슷한 언저리의 실력을 갖추고 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남대륙 출신의 제국 기사였다가 퇴임한 이력이 남아있다.

    문제는 이 ‘로막스’라고 불리는 사내는 인계의 4대륙을 통틀어 악명 높은 범죄조직 ‘그림자 기둥’의 간부 중 한 명이었다는 것.

    ‘그림자 기둥’이라는 말은 이 세계에 사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공포감을 안겨주는 단어였다. 마치 지구에서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라는 말이 있듯.

    이곳에서도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개구쟁이 아이들이나, 버릇없는 꼬마에게 ‘그림자 기둥이 너를 잡아가서 산 채로 잡아먹을 거야.’라는 식이었다.

    “흠, ‘절망을 토하는 구멍’ 이후로 잠적했다고 들었는데.”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만, 근래에 부활한 것 같더구나.”

    “이번 의뢰, 추적하는 용병들은 있습니까?”

    “우리 여관에 직원들도 추적 중이네.”

    “그럼, 저는 발을 떼도록 하겠습니다. 골치 아플 것 같으니.”

    “암, 자네는 여관이 말이 아니라는데….”

    “예, 무척이나 ‘슬픈 상태 중’입니다….”

    우리 가게로 잡배들이 들어 온 것도 문제였으나, 어차피 아이리스는 그날 우리 여관을 박살 내러 왔을 것이고, 그로 인해 잡배들이 지려버린 채 도망갔다고 하여도 마냥 우리의 잘못이라고만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델타 제국의 중심기관에서도 ‘그림자 기둥’의 추적을 지속해서 하고 있을 테고, 심지어 의뢰 게시판을 사용할 수 있는 길드에게도 전파를 했으니. 지붕에 구멍 뚫린 여관 주인은 잡배들을 찾으러 다닐 필요가 전혀 없다.

    “아무튼 저도 단서를 찾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네, 프리실라도 여관에 대해 걱정하더군.”

    “하하, 벌써 돌아왔나요.”

    “암, 한 번만 더 전쟁 용병으로 출전하면 계약도 끝이라더군.”

    “그거 다행이네요.”

    * * *

    [ 서대륙 : 용사의 쉼터 ]

    캡틴은 아이리스에게 여러 가지 일들을 알려주며 ‘망자 주제에 일을 굉장히 잘하는구나.’라고 드래곤에게 칭찬받기 바빴다.

    아이리스는 ‘너희들은 냄새도 맡지 못하는데 요리를 어떻게 하는 거지?’라며 해골 삼인방들에게 묻자 ‘달그락, 달그락’이라고 아직 해골 언어에 익숙함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에게 그림을 그려서 ‘우리는 오감이 존재합니다.’라고 전달했다.

    생각보다 아이리스는 정말 ‘똑똑한 것’인지 캡틴은 무릇 그녀가 렌보다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닐까? 라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렌과는 다르게 요리 삼인방을 주방보조로 도와주는 것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해골 신사들을 포함하여 홉스까지 ‘전부 괜찮은데, 성격이 마이너스군.’이라며 속으로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이어서 밖으로 나가더니 갑자기 용의 모습으로 변했다. 렌은 ‘풉, 결국 도망가는 겁니까?’라고 얄밉게 빈정거렸지만, ‘무슨 소린가, 그저 내가 망가뜨려 놓은 흙들을 정리하려고 했을 뿐인데.’라며 깊게 파인 구멍들을 빠져나온 흙으로 원상복구 시켰다.

    “꽤 미안했나 보죠, 아이리스.”

    『돌이켜 보니 어느 정도는.』

    “자존심이 그렇게 강한데, 인정하는 게 어디예요.”

    『응, 그러나 네 몫은 남겨두었다.』

    “…치사하게 이왕 혼자 다 하지 정말!”

    나는 언덕 위를 조금씩 올라와, 녀석들이 언덕에 있는 구멍을 메우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렌과 아이리스는 자기가 박혔던 구멍들을 큼지막한 용의 앞발로 흙을 긁어모아 금방 메우기 시작했다.

    “오, 굴삭기가 따로 없네.”

    『굴삭기가 뭐죠, 마스터?』

    “있어, 그런 게.”

    『돌아왔는가, 임자.』

    “임자라니.”

    『이 여관의 임자, 그리고 짐의…』

    붉은 용이 강렬한 어퍼컷을 푸른 용에게 날리며 외쳤다. 오른쪽 다리를 비틀며, 이어서 허리를 돌리고, 지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여, 타격점에 일격을 가하는 피니쉬에 가까운 공격.

    『그,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아아아아아!』

    거대한 주먹이 턱에 꽂히는 순간 ‘우지끈!’하는 몹시 고통스러운 소리와 함께, 백안을 떠버린 아이리스.

    멀찌감치 상공에 떠올랐다. 뭐라고 대답하며 날아간 듯했으나 이미 구름을 뚫고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휑했다.

    그리고 렌이 거대한 손으로 나를 움켜쥐더니, 땅으로부터 들어 올린다. 이어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녀석이 점점 내 몸을 조르는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마, 마스터! 빨리 대답하세요!』

    “뭐, 뭐를!”

    『여관의 1번 마스코트는 렌이라고!』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여관이고 뭐고 내가 다 부숴버릴 거예요!』

    점점 시끄러워져만 가는 여관이 은퇴 전에 생각했던 ‘단란한 여관’과는 멀어지고 있다. 분명하다.

    나는 전이보다는 여타 주인공들의 설정인 회귀를 부러워하며 미간을 찌푸린다.

    회귀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몰라서 묻는 것인가. 델타 외곽의 망할 언덕에다 용사의 쉼터를 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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