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25화 (25/222)
  • 025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다시 말하지만 가게 내에서 ‘폭력 금지’입니다.

    ※ 특히 매우 씩씩한 쥬드 씨는 조심합시다!

    * * *

    ‘이번은 예외니까 부서지지만 않게 해결해주세요.’라는 여관 주인의 명령 아닌 명령이 떨어지자. 쥬드는 ‘걱정하지 말라고. 부서지면 내가 변상하지!’라며 호탕한 자세를 취했다.

    그대 덩치만 한 그 검을 한 번이라도 휘둘렀다간 온 가게가 부서지고 말 터. 정말이지 쥬드는 ‘남자 프리실라 버전’이 따로 없었다. 혹은 프리실라가 ‘여자 쥬드 버전’일지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한숨을 쉬자 렌이 ‘구경삼아 마시면서 보세요.’라며 맥주 두 개를 가지고 온다.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은 뒤. ‘근무 중에는 음주 금지랬지.’라며 녀석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데헷, 하면서 머리 쓰다듬다가 몰래 마시지 마라.”

    “넵.”

    “버리고 와, 브라운 아저씨 주든지.”

    “마스터, 제발요.”

    말로 해결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가게에 피해가 없게끔 알아서 도망가게 하는 방법도 있다. 힘으로 해결 할 필요가 없는데도, 쥬드의 열정적인 태도로 인하여 가게가 너무 뜨거워진 나머지 곱게 말리기도 뭣하다.

    ‘그럼, 밖에 나가서 싸우세요.’라고 말했더니 ‘그럼 분위기가 죽어서 안 돼.’란다. 그것도 쥬드의 대답이 아니라 이미 두 사내의 접전을 구경하며 넋이 나간 채로 ‘가게 손님들’이 던진 말이었다. 미친 사람들이 분명하다.

    눈치를 보다가 쥬드가 해먹을 여관파괴를 위해 이윽고 계산기를 꺼낸다. 하나라도 부서지면 시작이니까.

    “쥬드, 그 검은 너무 커, 이걸 쓰게.”

    “오, 감사합니다. 브라운.”

    브라운 아저씨는 쥬드의 검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고, 자칫 잘못 휘둘렀다간 어렵게 구해온 여관 내부에 있는 장식품들이 깨져버리고 말 것이라며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한손검을 쥬드에게 던져주었다.

    ‘아, 계산기 꺼냈는데. 쳇.’

    어느새 가게 홀은 손님들에 의해 사방 끝으로 테이블이 치워진 상태였다. 자연스레 중앙에는 원형이 만들어진다. 두 사내는 눈싸움을 하기 바쁘다.

    그나저나 잡배의 부하는 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도 표정은 비장한 것이 거의 본인이 싸우는 느낌이다. 이름은 부하에, 그냥 돈 줍는 크리쳐 같은 건가보다.

    ― 칭!

    강력한 철 음성이 가게 내부를 울렸고, 검에 휘두른 마력이 부딪치자 푸른 파편이 만들어져 흩날린다.

    잡배가 쥬드의 공격을 여러 차례 막는다. 반대로 잡배가 쥬드에게 가하는 공격이 예상보다 묵직하다는 것을 느낀 사람들, 숨을 죽이며 잠자코 지켜보기 시작했다.

    체격으로는 잡배보다 훨씬 상위호환인 쥬드의 피지컬. 육체가 압도적이었기에 공격의 단단함이 달랐다. 잡배는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손이 저릿하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데, B급이라고 해서 미안하네.”

    “흥, 아직 멀었다.”

    “그래도 자네는 A랭크 언저리쯤 되려나?”

    “이 개자식이!”

    다시 여러 번의 불특정한 패턴의 공격으로 쥬드에게 검을 휘둘렀으나, 그는 여러 번의 격을 손쉽게 막아 냈다. 마지막 공격을 피한 후 발로 잡배의 복부를 까버린다.

    “억!”

    “이봐, 이런 단순한 공격에 쓰러지면 곤란하지.”

    “아, 아직 멀었다.”

    “호오, 그래도 집념 하나는 용을 잡을 만하군.”

    쥬드는 ‘구멍 막기’에도 참여한 엄청난 실력에 모험가, 현재 기록되어 있는 것은 A랭크였지만 실상 과거의 이력이나 강함을 미루어보았을 때, S랭크 언저리는 가능한 인물이었다.

    실상 완전히 실력 없는 모험가는 아닐지라도, 저 잡배가 S랭크가 아닌 이상 쥬드를 온전하게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흉흉한 기운이 가게 내부에 맴돌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잊고 결투를 지켜보느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비단 이 가게의 주인은 잡배 주위로 마력 유동이 불규칙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낀다. 분명 일반적인 마력의 흐름이 아니다.

    분명 어떠한 장치가 있을 것이다. 아주 미세하게 마력이 줄어들고 있는 쥬드의 상태를 보아 하면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마력은 곧 체력과도 연관된다.

    잡배는 쥬드의 공격에 고통은 느끼지만, 여전히 지칠 줄 몰랐다. 뒤에 있는 부하 녀석의 당당한 얼굴은 더더욱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쥬드, 슬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암, 뭔가 공격을 할 때마다 내가 피곤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쥬드는 검에 푸른 마력의 기운을 더욱 쏟아 넣었다. 칼날에 풍압이 흘러나와 주변 사람들에 얼굴을 스친다. 그 바람에 의해서 렌을 포함한 여성들의 치마가 조금씩 들썩이자 그는 ‘치마를 잡는 게 좋을 겁니다.’라며 윙크를 건넨다. 저런 상황에서 꽤 신사다운 척을 하고 있다.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닐 터.’라며 다시 검을 휘둘러 전진하는 잡배, 가속 마법이라도 은근슬쩍 적용했는지,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졌다.

    쥬드는 그 빠른 검의 움직임을 전부 피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는지 검으로 방어하는 동작을 사이마다 넣는다.

    ‘검이 닿는 순간마다, 내가 피곤함이 늘어나는 기분.’이라 생각했던 그는 최대한 검끼리의 접점을 줄이려고 애썼다.

    “자식, 섞어가면서 마법을 쓰다니 말이야.”

    “네놈도 그럼 사용하던지.”

    “그러지 않아도 사용할 거네.”

    ‘걸려들었군.’

    쥬드는 강력한 마력을 자신의 몸 밖으로 흘려보냈다. 그의 몸이 푸른 마력의 기운으로 흉흉해지기 시작한다. 형색을 보아 ‘거신 마법’을 사용한 듯했다.

    ‘신체 강화 : 거신체’ 거대한 검을 휘두르는 전사계열의 모험가 중에서도 거의 베테랑만 사용할 수 있다는 버프 마법, 온몸에 마력을 휘두르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마력이 다할 때까지 자신의 신체를 마치 ‘거신(鉅神)’처럼 만든다는 효과였다.

    ‘굳이 꼭 저것을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과는 다르게 쥬드의 표정과 언행이 마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느낌이 크다.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저 녀석이군, 렌 저 부하 놈을 잡아.”

    “예, 마스터!”

    형님 뒤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잡배가 쥬드에게 정신 마법으로 가벼운 착란을 주고 있었다. 녀석 때문에 굳이 쥬드가 거신체를 사용하면서까지 저 잡배들을 대응할 필요가 없다.

    “당신 비겁하네요, 진짜.”

    렌은 정신 마법을 걸고 있던 잡배를 붙잡아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생각보다 아무 미동 없이 잡혀주는 부하, 쥬드와 대면하고 있던 잡배는 그에게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도발을 끊임없이 해댄다.

    ― 쾅!

    강력한 일격,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가게 내부가 흔들리고 열린 창문 밖으로 강한 바람이 새어 나갔다.

    “윽?!”

    “이런, 이런, 경솔했군.”

    “무슨 짓을 한 거냐.”

    “하하, 자네가 약한 것일 뿐이지 않은가.”

    일부러 강한 마력 유동이 담긴 기술을 기다렸다는 듯했다.

    푸른 기운을 내뿜는 쥬드는 분명 검을 아래로 찍어 내렸고, 잡배는 그것을 검으로 막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쥬드가 힘을 잃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기세등등한 모습과 달리 쥬드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마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버린 것처럼 안색이 다분히 좋지 않았다. 이미 잡배는 자신의 검을 쥬드의 목에다 가져다 대었다.

    “아서, 저 검은 ‘드레인 소드’라네!”

    “그랬군요. 고마워요. 브라운 아저씨.”

    브라운의 외침, 쓰러진 쥬드는 이미 몸이 축 풀린 상태로 결국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레니는 황급하게 뛰어와 거대한 쥬드를 부축하여 뒤로 빠지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에게 힐을 사용한다.

    “저기 손님, 아니 당신. 드레인 소드라뇨.”

    “시끄럽다. 이제 사장 놈의 차례인가.”

    “당신이 그 검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일 텐데요.”

    “아니, 나는 드레인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모험가다.”

    “모험가는 드레인 웨폰을 허가받을 수 없습니다.”

    “화딱지가 앉을 정도로 눈치 빠른 녀석들이군.”

    “얼른 처리해버리고, 여관 돈을 가져나가죠. 형님!”

    드레인 웨폰(Drain Weapon)

    마력을 빨아들이는 ‘흡마철’이라고 불리는 재료로 만들어진 일종의 무기.

    흡마철 자체가 자연 마법 현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질이기 때문에 지정된 출처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산발적으로 생성된다.

    흡마철은 제국에 의해서만 관리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들어진 무기 또한 아주 특별한 고위급 전투공무원에게만 사용허가가 떨어진다.

    고작 마력을 빨아 당기는 무기 가지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라며 어느 모험가가 이에 대해 반문하기도 했지만, 드레인 웨폰. 일반 사업가들의 양산화를 금지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서대륙 어느 마을에 일어난 일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어느 날부터 서서히 마력 유동이 약해지면서 공기가 무거워지고 마을 사람들의 호흡이 힘들어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게 되자, 제국에서 마을 주변을 확인해봤더니 근방에 흡마철 1t이 있었다고 한다.

    즉 저 잡배가 들고 있는 무기는 몇 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지만, 시종일관 저 무기가 1t이 모이면 마을 하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란 소리였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사망하는 지경까지 가볍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어쨌거나, 잡배가 범법을 저질렀다는 것은 틀림없다.

    “죄송하지만, 그 무기를 회수해야겠습니다.”

    “웃기는군, 네가 무슨 수로.”

    여관에 있을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그렇듯, 나는 마력을 더불어 몸에 중첩되어 있는 특수한 기적들을 봉인하고 있다. 이는 불가시의 상태라 볼 수 있는데, 웬만하면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다.

    렌이라는 상당한 양의 마력통을 보유하고 있는 드래곤이 늘 내 곁에 있다. 이는 거대한 마력덩어리가 내 옆에 있다는 말이었다.

    저런 A랭크 미만 모험가들의 마력은 벌레보다 작게 느껴지기 때문에 마력을 읽기가 도통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경우는 예외로 따져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쥬드도 이미 누워있는 상태에 흐릿한 눈으로 나에게 무언의 미안함을 던졌다. 이곳에서 저 잡배가 들고 있는 드레인 소드를 감당할 사람은 렌과 나밖에 없었다.

    “마지막입니다. 무기를 놔두고 나가주세요.”

    “그런 말을 할 시간에 얼른 덤비는 것이 좋을 거다.”

    “삼류 조연 악당이 던질만한 대사나 던지는 놈이…. 후.”

    몇 초의 정적이 이루어지고, 고요한 가게 내부에는 사람들의 규칙적이지 못한 숨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식은땀을 흘린다.

    “전부, 저 잡배 때문에 그러는 거야?”

    별안간 엄청난 마력 유동이 느껴짐을 알아챈다. 얼굴을 돌려 렌을 확인했으나 렌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디인가, 잡배인가, 잡배도 아니다. 드레인 웨폰, 그것도 아니다.

    오싹해지는 주변 기류에 의해 사람들은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기 시작했고, 잡배들 또한 검을 떨어뜨리며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게를 울리는 어마어마한 진공, 저 하늘로부터 들리는 구름을 찢는 소리, 불길한 플래그가 머릿속에서 마구 세워진다. 렌을 바라보았더니 이윽고 짜증나는 기억이 떠오르고 말았다.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하, 마스터.”

    “뭐야 그 웃음은 설마 아니겠지.”

    “여관 허공에 저랑 비슷한 녀석이 온 것 같은데요.”

    가게에 창문이 몹시 연약한 나머지 우수수 깨지기에 십상이었다. 그때 이후로 강화 코팅을 해두는 것이었는데… 또 깨지고 말았다.

    과거 렌의 등장으로 인해서, 아니 이미 렌이 여관의 직원으로 들어온 이상 새로 나타난 드래곤에 의해 바지에 지리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손님들은, 멍하니 얼굴을 내밀어 창문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 용이다.”

    “어라, 진짜네.”

    “렌 양의 친구가 온 것 같은데.”

    ‘저는 꽤나 드래곤들 사이에서 성질 더럽고 싸움을 좋아하는 고약한 개체로 유명하기 때문에 친구 따윈 없는데요?’라고 대답하자 나를 포함한 손님들은 입을 벌리며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저 경악할 뿐이다.

    그럼 저건 뭘까.

    “그럼 저 용이 네 친구가 아니란 말이야?”

    “네, ‘블루드래곤’이라면 더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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