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24화 (24/222)
  • 024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금일 추가 사항 없음.

    * * *

    용사의 쉼터를 보며 봉사 개천 나무랄 것 없다는 식으로 고뇌했는데, 홉스는 나에게 이렇게 여관이 잘되는 이유는 사장님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

    여관이 지닌 사양에 대해서였다. 타 여관들과는 다르게 손님들의 안락함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일부러 구하기 힘든 자재들로만 건축한 것이 아니냐며.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렇게 돈을 쓰고 싶었을 뿐인데.’라고 이야기하자 홉스는 나에게 ‘사업으로 크게 성공할 재목이십니다.’라며 대뜸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어서 수익이다. 여관의 휴일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계산을 했을 때, 과거의 수익을 아득히 넘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돈이라고 해봐야 렌은 ‘필요 없어요.’ 해골들도 ‘달그락(딱히)’ 그렇다면 나가는 인건비는 홉스밖에 없다. 그것 이외에는 나가는 지출도 딱히 없다. 그러니까 수입은 높아졌고, 지출은 과거랑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었다.

    아무렴 어떠냐며, 홀에서 통제하는 도중 조금 여유가 생겨 밖으로 나와 저번에 심어두었던 델타산맥 꼭대기에서 뽑아온 잡초를 확인했다.

    아주 조그마한 새싹이 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크기가 작다보니 이곳에 잡초를 심어두었다는 것을 망각할지도 모른다는 잡념이 들자 작은 크기의 울타리를 동그랗게 둘러두기까지 했다.

    ‘당첨이었으면 좋겠는데.’

    당첨, 델타산맥 꼭대기에서 멋대로 뽑아온 이 잡초는 로또나 마찬가지, 이것이 자라고 얼마나 대단한 것으로 마무리를 할지 모르겠으나, 성공한다면 이 여관을 하나 더 지어도 될 만큼의 고가식물이 탄생할 것이다.

    물론 성공적으로 이 녀석이 자란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울타리를 두르지 않았을 때였다. 퍼플이 마차를 끌고 가다가 실수로 밟을 뻔한 적이 있다. 하물며 렌이 휴일에 빨래를 널다 뭐가 있는 줄도 모르고 밟을 뻔했던 적이 열 번을 넘는다.

    이러한 어이없는 일들이 로또 육성을 실패하게끔 만들기도 했지만, 그 이외에도 골치 아픈 녀석이라는 것은 변함없었다.

    무엇보다 무사히 자랄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어려웠다. 크기는 작은 주제 어마어마한 마력을 성장에 필요로 했고, 이놈이 가게 앞 잔디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놈이 얼마나 대단한 것으로 자랄지는 모르겠으나, 여관이 건축되어 있는 지대, 즉 언덕에 심은 모든 마력초들을 합산한 가격보다는 비싸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가게 언덕을 뒤덮은 마력초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내가 아끼는데 이유가 있다!

    “아서, 뭘 그렇게 곰곰이 보고 있죠?”

    “레니, 저번에 델타산맥에서 가져온 잡초야.”

    “오, 자라고 있잖아요?”

    “그렇지, 무엇이 될지 궁금하군 나도.”

    “힐을 줘볼까요?”

    “됐네요, 이 사람아….”

    “이 풀 이름이 뭐죠?”

    “아직 짓지는 않았는데.”

    “하나 지어 봐요.”

    “음, 엑스칼리버.”

    “엑.”

    둘이서 쪼그려 앉아 꽁냥꽁냥 ‘이 풀은 말이야…’라는 식의 도입부로 시작한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찾아온 손님들이 ‘아서, 그러다간 홀에 있는 빨간 머리 아가씨가 질투하고 말 거라고.’ ‘하하, 가게를 부숴버릴지도 모른다니까?’라는 말을 건넸다. 그들을 향해 눈을 얇게 뜨며 가게의 홀로 다시금 들어가기로 한다.

    엑스칼리버, 어쨌든 산에서 가져온 풀을 뒤로하고 ‘작명 센스가 쓰레기네요, 아서.’라는 레니의 맹비난을 들으며 그녀와 함께 입구로 들어왔다. 이윽고 마주친 렌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마스터.”

    “응?”

    “레니.”

    “네, 네?”

    “……흠.”

    ‘뭐?’라고 물었지만, 주변 손님들은 ‘바람을 피우는 것 말이네.’라는 식으로 자꾸만 나를 몰아갔고, 레니는 이것이 재밌는지 렌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내 팔짱을 끼거나 하는 방법으로 약을 올렸다.

    “אני רוצה להיות דרקון טוב שלא הורג אנשים.”

    “뭐, 뭐야 그 장문의 말은.”

    “사장님 렌 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군요.”

    “홉스, 너 고대어 할 줄 알아?”

    “네, 조금은.”

    그리고 렌은 고개를 돌리더니 유유히 자기 할 일을 위해 사라져 버렸고, 손님들은 ‘아서가 용을 질투하게 했어, 이건 위험하다고.’라며 복장을 잡았다. 거참, 복장을 터트려줄 수도 없고.

    “그래서, 쟤가 하고 간 말이 뭔데.”

    “저는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 좋은 용이 되고 싶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번역을 듣자마자 브라운 아저씨는 배를 잡으며 이미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손님들도 침을 질질 흘리며 웃다가, 렌을 향해 ‘난 살려줘,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렌!’ 같은 까마귀 짓을 해댔다. 아까는 레니가 참하긴 하지? 이래 놓고서는.

    ‘쳇, 사람들이 정말, 일이나 해야지.’

    그렇게 놀림거리로 전향한 이후, 홀에서 캡틴을 포함한 해골들과 서빙을 하던 중. 여관 문에 달린 종이 울린다. 단골과는 다른 울림, 새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델타에서 유명한 여관인가 봅니다. 형님.”

    “그럭저럭 괜찮군.”

    “자, 집중하시오, 이분은 드래곤 슬레이어입니다!”

    그렇게 시끄럽던 여관이 정적이 되는 순간이었다. ‘형님’이라고 불리는 사내는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당히 어색했다. 마치 야만전사가 활을 들고 나는 궁수요, 검은 쓸 줄 모르오. 같은 어색함이었다.

    손님들은 가게에 입장한 두 명의 사내를 향해 멀뚱멀뚱 쳐다봤다. ‘저게, 드래곤 슬레이어라고?’라는 식의 의심을 시작된다.

    손님들이 근래에 내가 전파했던 ‘드래곤 슬레이어로 위장한 사기꾼’이 있다는 말을 기억한 것이다. 심지어 이미 항간에는 떠들썩한 이야기였다.

    “허허, 대단한 분이 들어오셨구먼.”

    “렌 양은 지금 기분이 좋지 않으니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걸세.”

    나는 용잡이라고 불리는 사내에게 다가가 말했다.

    “랭크와 자격증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랭크와 자격증은 뭣 하러 보여 달라는 거지?”

    “고위 모험가들에게는 맥주가 공짜거든요.”

    손님들이 내 말에 한술 더 뜨고자 했다.

    “이봐, 이 여관에서 공짜 맥주를 마시고 돌아간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자네가 고위 모험가라면 가능할 텐데 말이지.”

    당연히 고위 모험가들에게 맥주 공짜란 말은 거짓말이었다. 공짜 맥주는 여관주인 맘이다. 기분이 좋다면야 종일 무료이기도하고, 이는 모든 손님이 아는 사실이다.

    “흥, 잘난 건 알아서 말이야.”

    “아, 확인… 되었습니다.”

    확인되긴 개뿔. 조잡하게 만들어진 펜던트에 궁서체로 적어 둔 ‘드래곤 슬레이어 S랭크임.’ 을 보며 나는 탄성을 뱉었다. 정말로 이 허접한 가짜 자격증으로 인해 사람들이 속아 넘어갔다면, 제국에서 주최하는 무료 시력검사가 시급하다.

    “그럼, 맥주는 무료겠지?”

    “네 손님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어쨌거나 실컷 남아도는 케피탄 맥주를 대충 따라서 캡틴에게 가져다주라고 말한 후, 여관에 있는 ‘마법 회신 기기’를 통해 모험가들로 한창 시끄러울 ‘던전 할머니 여관’에 회신했다.

    내가 직접 처리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녀석들을 취하게 만든 다음 던전 할머니 여관 소속의 용병들이나 잡배 처리 의뢰를 하는 모험가들의 손에 쥐여주려고 했다.

    “오, 자네 생각보다 예쁘게 생겼군.”

    “어라, 처음 보는 얼굴이시네요.”

    “이곳에 앉아보게.”

    “죄송합니다. 저는 바빠서요.”

    사내는 레니의 손목을 잡고 가게에서는 하면 안 될 행위 중, 하나를 실천하고 있었다. 순식간 자기네들 테이블로 데려가더니 용잡이가 레니의 손목을 부여잡는다. 속셈이 좋지 않은 듯하다.

    그것을 본 손님들은 ‘그러지 말게.’ ‘대단한 사람들이 왜 그러나.’라는 식으로 여관 금지사항 ‘폭력 금지’라는 말을 되새기며 대화로 타이르기 시작했다.

    자기네들이 진짜 ‘드래곤 슬레이어’라도 된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 내가본 메소드 연기 중에서 단언컨대 최고다.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것이 영광이지!”

    “형님 맞습니다. 신경 마시지요.”

    “달그락.”

    “뭐지, 이 해골은.”

    “가게의 직원입니다. 못된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리죠.”

    “허, 달그락 밖에 거리지 않는데.”

    “손님은 여관의 금기사항을 어기셨습니다.”

    “네놈이 가게의 주인인가?”

    “그렇습니다.”

    전혀 이 일을 모르고 외부에 나가 있었던 렌은 홀로 들어와 현재 상황을 목격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에게 다가와 입을 연다.

    “마스터, 왜 그러시죠?”

    “이자가 자신의 경력으로 여관의 분위기를 망치고 있어.”

    “이 사람이 뭔데요.”

    “드래곤 슬레이어.”

    “에?”

    렌의 그 표정은 최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말하는 작자를 아주 우습다는 듯이 바라보는 표정과 ‘벌레만도 못한 게 어디서.’라는 대사를 거리낌 없이 뱉는다.

    그 때문에 강하게 붙잡고 있던 레니의 손목이 풀렸고, 레니는 브라운 아저씨 뒤로 숨었다. 잔뜩 화가 나 있던 이들은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아 든다. 여기서 렌은 한술 더 뜨고야 만다.

    “혹시 지금까지 그 검으로 용을 잡아 온 건 아니겠죠?”

    “그, 그렇다.”

    “용의 약점은 어디인가요.”

    “그것, 그 뭐냐, 심장이다.”

    “……에?”

    렌은 ‘용을 살해하는 자’라 감히 그 자칭을 붙이는 사내들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저 바보 같은 두 사내를 보라, 그러니까 살해당하는 쪽에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것이다.

    어느새 거대한 체구를 가진 ‘쥬드’가 나타나 사내들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다.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말을 잇는다.

    “이봐, 용의 약점은 뿔이라고 뿔.”

    “너는 누구냐!”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에서 ‘그것보다 못한 잡배’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뒤에서 얄밉게 빈정거리던 쥬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뒤로 한 보 빠지며 하찮은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는 그.

    “근데, 그 펜던트는 진짜 잘 만들었더라.”

    전혀 모르겠는데, 전혀 잘 만든 건지 모르겠는데.

    “허, 이건 당연히 국가에서 증명받은 진짜이니까.”

    이 자식, 분명 자기가 만든 설정에 너무 몰입한 것이다.

    쥬드는 등 뒤에 매고 있던 거대한 검을 꺼내 들었고, 단골손님들과 나는 여관이용조항 ‘가게 내부에서는 폭력 금지!’를 외쳤다. 왠지 일방적으로 쥬드의 폭행이 될 것만 같다.

    “내 검으로도, 용의 피부는커녕 외피에 흠집 하나 내지 못했다.”

    “….”

    “네가 가진 그 검으로 용에게 상처를 입히기는커녕.”

    “….”

    “네 검이나 손이나 둘 중 하나가 부서지겠지.”

    쥬드가 말한 부분은 명쾌한 해답이었다. 만약 그들이 진짜 드래곤 슬레이어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자신의 마력을 통해 단검의 강도를 높인다면 드래곤의 강철 피부를 뚫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런 모험가들은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들. 사람들에게 굳이 용을 사냥하고 다닌다며 떠들썩하게 자랑하고 다닐 그릇이 아니다. 그러니 저들은 가짜일 수밖에 없었다.

    잡배는 아무 말도 없이 흉흉한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다. 마력파장이 칼날 끝에서 맴돈다. 여관 내부에서 느낀 쭈뼛한 마력유동에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꼈고 급기야 동공이 커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칼날에 모인 마력의 기운이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였기 때문에, 단순히 아무것도 아닌 모험가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흉내 내고 다니는 것은 아닌 듯했다.

    현재 쥬드는 나와 손님들을 향해 ‘미안, 미안 말로만 할 거야.’라고 말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잡배의 흉흉한 기운을 느끼고는 돌연 눈빛을 바꾸고 전투태세를 갖춘다. 이내 잡배를 향해 입을 열었다.

    “확실히 S랭크는 아니라도, B랭크는 된단 말이지?”

    “델타는, 입을 함부로 나불거리는 녀석이 너무 많아.”

    “내가 입만 나불거리는 녀석인가, 한번 확인해 보시지. 어디 때려 눕혀보게나.”

    “좋다. 지껄이지 말고 들어와라. 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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