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20화 (20/222)

020화

* * *

보고 또 보고, 다시 보아도 ‘용사의 쉼터 직원 공고문’을 쥐고 있던 녀석은 틀림없이 ‘고블린’이었다.

녹색 피부의 작은 신장. 금방이라도 야비한 짓을 할 것만 같은 분위기는 녀석이 ‘고블린’이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충분했다.

주변의 손님들은 결의 가득 찬 눈빛으로 들어오는 고블린의 모습을 보며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 프리실라는 검을 뽑아 들어 고블린의 목에 겨누기까지 했다.

“네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온 것이냐.”

“저는 직원 공고를 보고 왔습니다.”

“고, 고블린이 말을 하는군, 아서!”

“말을 하는 개체는 이미 오래전에 멸종되었다고 들었는데!”

“이 여관의 주인은 누구시죠?”

“저, 저쪽에 있다네.”

생각보다 아주 예의가 바른 고블린이라 그런지 프리실라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지목했다. 주변에 있는 손님들도 마찬가지로 현 상황에 대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블린을 바라볼 뿐이다.

“저는 풀 나무 족의 ‘홉스’라고 합니다.”

“그, 그렇군.”

이어서 홉스라는 고블린이 애써 다시 붙여놓은 직원공고문을 까치발을 들어 테이블 위에다 올려두었다. 다음으로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일하고 싶어요.”

“고블린까지 찾아오다니, 아서… 말 좀 해보게.”

“하지만 고블린이라뇨 아서, 생각을 깊게….”

“저 망자분들도 일을 하는데, 저라고 못할 것이 있나요.”

“그, 그건 그렇지만.”

녀석의 눈빛을 보고는 이를 거절하는 것보다 ‘일을 시켜보자’는 마음이 가슴 한쪽 자리잡힌다.

여관의 분주한 상태는 뒷전으로 무언가를 부탁하는 데 있어서 정중함이 느껴진다. 주변 환경에 대해 침착함은 더욱 이목을 끈다.

“홉스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이력서는 가지고 왔나.”

“여기 있습니다.”

무려 이 고블린은 배운 녀석이었다.

“여기 앉아, 이력서 확인 후 면접을 보도록 하지.”

간단한 면접을 위해 의자에 앉으라고 말했더니, 인간이 사용하는 의자는 자신에게 약간 높았던지라 까치발을 들고 어렵사리 올라가는 홉스였다. 먼저 여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다소 신체적 불편함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홉스라는 이 녀석은 ‘풀 나무’라는 고블린 유파 중에서도 인간과의 교류가 있었던 특이 종이었다.

그래서 인간의 말을 사용할 줄 알며, 학술적으로도 지혜와 지성을 가진 종족이라 판단되어 ‘짐승’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고블린이다.

심지어는 마법에 대한 심도를 깊게 했던 ‘풀 나무 족’의 고블린은 5서클 이상의 마법까지 구현할 수 있는 개체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세계에서도 부르길 그들은 늘 지식을 탐구한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차별받는 것을 싫어하기에 차별받지 않으려 노력하는 지성적인 개체들이라 단언했다.

물론 어디까지 오래된 과거에 일이었다.

이후, ‘1차 마력 전쟁’이라 불리는 ‘절망을 토하는 구멍’ 현상이 일어나고, 마물들이 인계를 포함한 전 대륙으로 떨어졌을 때.

마계를 제외한 모든 계는 이 마수들의 형태를 보며 ‘마계의 것’이라 판단한 나머지, 모두가 마계를 적으로 내몰았고 당연히 마계의 원주종족이라 불리는 여러 개체 중에서도 ‘고블린’이라는 개체가 빠질 수 없었다.

그렇게 인간과 가장 가까운 교류를 하고 있었던 ‘풀 나무 족의 고블린’들은 함께하던 인간들에게 무참히 죽어 나갔던 것이었다.

후에 ‘7인의 원정대’라고 불리는 위대한 영웅들로 인하여 ‘절망을 토하는 구멍’의 원흉을 알아내고, 마계의 횡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므로 이들의 오해가 풀렸으나, 이미 마계는 잔뜩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런 상처가 있는 녀석이, 살아남아서 굳이 우리 가게로 오다니.’

“동정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성공할 거니까요.”

“각오가 상당히 멋지네.”

그리고 녀석이 정성스레 종이봉투에 담아온 이력서를 보기 위해, 예쁘게 찍어놓은 밀랍을 뜯어냈다. 섬세함까지, 사실 지금까지 부족함이 없다.

옆에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는 빨간 용이나, 숲에서 메이를 도와주려다가 놀라게 한 나머지 아직도 여성을 대하는 게 어색한 캡틴이나, 사실 특채에 가깝지 이력서라는 개념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렌, 너의 이력서를 적어서 나에게 보여줘.’라고 이야기하더라도 ‘이름 : 드래곤 오브 레드아르토 레바테이나 렌’이라는 장문의 성명을 보자마자 읽는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이력 사항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타 용들과의 전투에서 무패’라던가.

[ 용사의 쉼터 이력서 – 1. 기본 사항 ]

― 이름 : 크루샤 홉스

― 성별 : ♂

― 출생 : (신) 아칸세기 1190년 4월 18일

― 종족 : 고블린 / 풀 나무 족

― 출신 : 마계 서대륙 / 첼로니아

[ 용사의 쉼터 이력서 – 2. 학력 사항 ]

― 첼로니아 마법 대학 / 마법경제학과 졸업 (1216년)

― 마계 첼로니아 제국군 병장 전역 (1212년)

[ 용사의 쉼터 이력서 – 3. 경력 사항 및 추가 사항]

― 마계 서대륙 ‘마리의 여관’ 직위 : 매니저 3년 근무

[ 용사의 쉼터 이력서 – 4. 자격 사항 및 추가 사항]

― 기본 원소계열 마법 / 1, 2 서클 자격

― 특수마종 20인 이중마차 면허증

― 바리스타 자격증

― 마계 마법 경제 논문 공모전 1등 수상

고블린 주제에 나보다 학력이 좋다. 마계에 명문대학 중에서도 손꼽히는 첼로니아 마법 대학에 그것도 명문가 자녀들이 많다는 ‘마법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내가 생각했던 ‘적당한 직원’이라는 개념을 아득히 초월한 녀석이었다. 그러니까 렌이나 무지개 신사들의 경우랑은 다르다.

“이 정도 경력이면 다른 곳에 넣어도 되었을 텐데.”

“아서 님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았을 터.”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요리 경연 대회에 망자들을 출전시킨 것을.”

“그게 어쨌다는 거지.”

“감히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명 깊었습니다.”

“흠, 저들은 능력이 있었기에.”

“그 능력을 성장시켜주는 것은 언제나 ‘리더’지요.”

“좋아, 그럼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는?”

“용사의 쉼터에서 제 그릇을 키우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저는 이곳에서 매니저를 하고 싶습니다.”

매니저. 그렇다. 캡틴이 신사 해골들을 대표하는 리더이긴 하지만, 말을 하며 여관을 나 없이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렌은 매니저의 능력이 부족하다. …인정?

어쩌면 녀석도 그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꺼낸 이야기였을지도 모르는 부분이었고, 마계에 있는 ‘마리의 여관’에서 매니저를 했던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사항이다.

무엇보다도 첼로니아 마법경제학과라는 부분에서 100점을 주고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졸업률이 현저히 낮은 이 대학에서 명실상부 졸업장을 거머쥐고 나왔다는 것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점이니.

“무엇보다도 사장님의 차별 없는 채용에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차별 없는 채용이라….”

“리더의 재목으로 보이는 캡틴 씨에게 죄송하지만….”

“꼭 이곳에서 매니저를 하고 싶습니다. 사장님.”

“달그락.”

캡틴 녀석이 자신의 손을 흔들며 ‘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라고 전하는 듯하다. 옆에 있던 해골들도 ‘우리 같이 잘해보아요’라는 식의 반응이었다. 아직 채용도 안 했는데.

신사 해골들이나 렌의 반응을 보았을 때도 나쁘지 않았으며 다른 것보다 처음과 다르게 손님들의 ‘자식, 생각보다 멋진 마인드를 가졌군.’이라는 표정으로 응시하는 등의 좋은 반응이 끝내 결론을 내리게 했다.

“좋아, 채용하도록 하지, 홉스.”

“정, 정말입니까?”

“그럼, 그리고 이력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조사하겠어.”

“네, 반드시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가게 손님들의 박수갈채가 떨어지며 ‘홉스, 축하해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야.’ ‘나는 브라운이네 크하하.’ 같은 말들을 전했고, 마치 축하를 위한 연주라도 하듯이 바드인 웨라 씨가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윽, 흑….”

“뭐야, 왜 우는 거야.”

“감사합니다. 정말….”

녀석은 고블린 종족이라는 그 마침표 하나 때문에, 자신의 꿈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을까. ‘차별 없는 채용’에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하는 것부터 상당히 숱한 가시밭길을 걸어왔는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작은 몸집에서 떨어지는 눈물방울들이 우리 같은 거대한 것들이 떨구는 눈물만큼 무거웠다는 것을 보며, 가게 손님들은 ‘내가 너무 편견이 심했던 것 같아.’ 홉스의 어깨를 두드리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과 함께 녀석을 위로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다는 것은 그만큼 남들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아야 했을 터. 녀석의 깔끔하고 단정한 언행을 겉으로. 내면에 있는 연약함이 비친다.

고블린이라는 종족인데도 불구하고 ‘첼로니아’라는 국가에 시민이라고 생각하며 ‘첼로니아 제국군’에 자진 입대한 것만 보아도 어떤 사고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건 내가 사는 거야, 아까 칼을 들이밀어 미안하네.”

“고, 고맙습니다.”

“하하, 앞으로 잘 지내보도록 하지, 나는 프리실라다.”

“홉스입니다. 반갑습니다. 프리실라 님.”

“아하하! 우리 용병단 녀석들보다 예의가 바르군그래!”

“저는 렌이라고 해요, 이 가게의 마스코트랄까요!”

“드래곤으로 변하는 모습 보았습니다. 정말 멋졌어요.”

“뜻밖의 대답, 고마워요. 홉스. 하하.”

지켜보고 있던 캡틴과 홀을 돌아다니던 네이비, 블루, 이어서 주방에 있던 오렌지, 옐로, 그린이 홉스에게 다가와 반가움의 표시(?)라고 할 수 있는 두개골 회전시키기를 선보였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선배님들께 배울 것이 많습니다. 하하.”

녀석은 델타 시내에서 따로 거주하고 있는 본인의 집이 있다고 하여, 굳이 후방에 있는 건물에 기숙 생활을 할 필요 없었다.

무엇보다 ‘일을 하고 난 후에 직장과 집은 별개로 두는 것이 저의 라이프 스타일입니다.’라며 단호하게 이야기하기에, 이 직원을 생각하는 인자한 사장은 말을 줄였다.

렌이 이후로 홉스에게 후방 건물 뒤에 있는 7개의 관을 보여주며 ‘이곳은 신사 해골들의 집이에요.’라고 말해주자 어렵사리 미소를 지으며 ‘우리 집보다 좋은 집입니다. 하하.’라고 대답했다.

분명한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적으로 공포감을 느낀 것이 아닐까.

후로는 ‘용사의 쉼터 여관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정리하여 기획안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는데, 여관이 이보다 잘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으나 이미 이 지경까지 와버린 나머지 최고의 여관을 창출하자는 것으로 여관 식구들과 함께 목표를 새로이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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