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9화 (19/222)
  • 0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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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요리 삼인방’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등극! ※ 이들을 응원해주신 손님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 일주일간 케피탄 맥주가 무료! ※ 공짜라고 무리해서 마시지 말 것. (특히 브라운 아저씨)

    ◈ 아무리 떼써도 ‘우정을 잇는 모멧티’ 요리는 맛볼 수 없음. ※ 송구스러우나 그 개체는 더 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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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떼써도 ‘우정을 잇는 모멧티’는 맛볼 수 없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평소에 보지도 못한 손님들이 나타나 꽉 쥔 주먹으로 ‘무멧티’라고 외치곤 돈부터 내밀기에 십상이었다. 글쎄 모멧티라니까 그러네.

    마법 기자들의 경우에도 요 며칠 사이 상당수로 다녀갔는데, 메이가 썼던 기사가 파급력이 컸는지, 다른 대륙에서 넘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걱정이 앞서게도 늘어나는 손님에 의해 평소보다 자주 들리는 ‘달그락’ 소리가 캡틴을 포함한 해골들이 더욱 분주해졌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렌이 있어서 조금 여유롭지 않나? 라는 말에 반문을 내밀자면, 녀석은 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기에 도리어 손님들에게 서빙하러 가면 그곳에서 수다를 떠느라 10분을 잡아먹는 건 기본이었다.

    ‘렌, 조금 바쁜 것 같으니까 다른 곳도 봐줘.’

    ‘아하하, 죄송합니다. 역시 인간은 재밌네요.’

    라며, 마치 인간에게 호기심이 가득한 마왕이 인간계에 섞여 살면서 할 법한 대답을 던지고는 했다.

    아무튼 문제가 무엇이냐. 장사가 잘되는 것은 좋은데, 왜 점점 내가 홀에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을까? 왜 내가 다시 ‘헤이스트’를 사용하면서 홀을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을까.

    그래, 나는 돈을 원하지 않는다. 이미 먹고 살아갈 정도의 돈은 모았기 때문에. 그래서 단란한 분위기의 은퇴에 걸맞은 여관을 창출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늘 손님들에게 말했다.

    날마다 사냥에 실패하는 마커스 따위에게 ‘하하, 아서! 이곳은 타 제국에 가맹점을 내더라도 손색이 없겠어!’와 같은 소리를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직원이 필요해….”

    “어머, 아서 그런 표정으로 그런 비슷한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아아, 이렇게 잘될 줄 알았어야지, 레니.”

    “그래도 외부 라운지를 늘려서 다행이네요.”

    “이제는 레니가 취해도 더 전부 힐을 해주지 못한다고.”

    “아하하… 네, 제 마력이 먼저 바닥나겠네요.”

    “이참에 마법사 말고, 웨이트리스는 어때.”

    “사양합니다.”

    그렇다. 아무리 단골들에게 ‘지금 하던 일을 때려치우면 여기서 더 많이 벌게 해줄게요.’라고 이야기한들. 그들의 대답으로 ‘즐기고 싶은 것이지 즐기는 것을 도와주고 싶지는 않네.’라며 멋쩍은 웃음으로 윙크를 날릴 뿐이다.

    당장이라도 ‘가게 문을 닫겠어요!’라고 이야기하면 ‘미안하네, 우리들이 잠시 도와주지!’라며 대답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더욱. 가게 휴무라는 말만 들어도 갓 태어난 아가들의 표정을 짓는 손님들 앞에서 ‘장기 휴무’란 말을 함부로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번 장기 휴무 덕에 아주 훌륭한 ‘해골들’을 얻어서 다행이었지만 옆에서 ‘마스터, 왜 저는 빼는 거죠?’라며 내게 이야기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겠다!

    방금 손님들과 떠들다가 온 녀석은 주문이 밀려 사장인 내가 헤이스트를 10번이나 쓰게 만들었으니까.

    “오, 아서! 이게 무슨 일인가, 최고의 요리사라니!”

    “프리실라, 문을 살살 열어주세요, 제발.”

    “아아, 미안하네. 하하!”

    “오랜만에 뵙네요.”

    “신문으로는 봤다네, 해골 요리사들이 엄청난 명예를 거머쥐었다고.”

    “예, 그거 때문에 용병단이 오늘 즐길 자리가 남았는지 모르겠네요.”

    “확실히, 손님이 아주 많군, 그러나 괜찮다. 오늘은 혼자니.”

    “앉으세요, 늘 드시던 거로 가져올 테니까.”

    그녀는 델타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출신으로, 성인이 되자마자 델타의 용병단에 입단하여 5년간 현장에서 일하다가 20세의 반이 넘어갈 때쯤, 태양 새의 용병단이라는 자신의 길드를 조직했다.

    프리실라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전부 자신의 고향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근래에 일이 많아졌는지 여관에서 자주 보지는 못하고 있다.

    내가 여관을 창업할 때부터 브라운 아저씨와 같은 원년 단골로 단란한 여관을 창출하겠다는 각오를 했을 때부터 시작해 많은 조언을 주었던 고마운 손님이라 생각한다.

    다만 조금 걱정되는 것은 근래에 용병단 일이 많아졌다는 것. 비단 날마다 상처가 늘어서 오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았는데 ‘우리 마을을 부흥시키기 위해.’였다.

    나는 그 말을 듣기 전에 했던 대답으로 ‘이제, 슬 은퇴하시죠.’라며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한들 알아먹을 여자가 아니었지만.

    프리실라는 가져다준 음식과 공짜 케피탄 맥주를 마시다가, 무언가 번뜩 생각이 난 건지 잔을 내려놓고 나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아 참, 아서, 이번에 A+랭크로 승급했다고.”

    “만년 A랭크일 줄 알았더니. 대단하세요.”

    “아직 그대에게는 한참 멀었지만, 아하하!”

    “하하,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당신의 용병단을 부숴버리겠습니다.”

    랭크(등급)라는 것은 각종 전문분야의 실력을 나타내는 검증서 같은 것인데. 전투 공무원이든, 전투 프리랜서든, 이러한 랭크를 통해 의뢰를 전문화할 수 있었다.

    그녀가 A+랭크가 되었다고 했다. A+랭크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등급이 아니라 예를 들자면 ‘제국 기사단’의 기사단장 정도의 레벨로 가늠할 수 있다.

    A랭크가 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무려 그 뒤에 +가 붙는다는 것은 AA랭크로 넘어갈 수 있는 기질이 충분하다는 것.

    그만큼 그녀는 전투로서 탁월한 인재라는 이야기다. 보통 B랭크만 되어도, 상당한 베테랑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슬 아크론 산하에 들어간 이유를 말해주시죠.”

    “음….”

    “뜸을 들이는 단장님은 처음이군요.”

    “하아, 그게 말이네.”

    ‘아크론’ 산하라는 말은 ‘데크 에던’과 적대관계에 들어서겠다는 말이었고, ‘데크 에던’과 적대관계라는 말은 곧 동맹국인 ‘델타’의 적이라는 말이었다.

    변방 출신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델타’ 출신에 가까운 프리실라가 왜 ‘아크론’ 산하로 들어간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역시, 좋은 자리에서는 힘든 대화인가요.”

    “첫째, 돈 때문에 아크론 산하로 들어갔다.”

    “오호라, 용병이지만 명예로운 기사도를 가진 당신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에게 ‘돈’이란 마을을 부흥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매개체였기에 어느 정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기사도라고 이야기는 했는데. 마냥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인품과 리더십은 내가 볼 때 ‘용병’이라는 단어보다는 ‘기사단장’에 현저히 가까웠다.

    “아크론에서 주는 돈은 마을을 부흥시키고도 남으니까.”

    “잘하면 은퇴도 가능하다는 소리겠네요.”

    “그리고 내가 델타 변방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서 의뢰했겠지.”

    ‘촌구석 시골 용병대장이라 의뢰를 주면 무조건 받을 것이다.’ 과연, 이름 없는 용병단에게 제국의 위상이 걸린 전쟁에 도우미로 참전시키겠는가?

    태양 새의 용병단. 그리고 프리실라라는 이름은 용병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알려진 거물이라고 할 수 있기에 그 점만 보더라도 의뢰를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부연설명으로 인해 ‘델타 변방 출신’이기 때문에 의뢰를 부탁할 수 있었다는 말과 그렇기에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는 말이 정답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 델타 변방은 델타에 의해서 망해가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델타라는 곳을 자본제국으로 만들 때까지’만 말이네.”

    델타는 과거의 제국이라는 모습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전쟁보다는 상권에 신경을 썼고. 무역이나 특색을 가진 왕족 사업가들에게 제국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니 변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델타 시민들의 구역은 점진적으로 개발이 멈춰가고 있다. 마력 순환에 대한 토지개발도 늦춰짐과 동시에 변방에 있는 마력을 델타 중심구역으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마력 순환에 문제가 생긴 변방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뭄이나 자연재해를 마주하게 되는 것은 허다했고.

    전자의 이유로 델타 중심구역에 이사를 오고 싶으나 변방에 있던 자들이 세금이나 땅값이 대폭 상승한 곳을 감당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해서 유지되어. 델타의 변방은 ‘델타이긴 하지만 델타가 아닌 곳’이라는 독립적인 거주지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런 자신의 고향을 부흥시키고 싶었던 것이고.

    태양 새의 용병단은 이런 프리실라와 같은 변방 출신의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아크론에서도 이에 대한 이력을 조사했고 ‘원한 아닌 원한을 갖고 있을 것이라.’ 추측한 아크론 제국이 실력 있는 태양 새의 용병단을 영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괜찮아, 앞으로 두 번만 더 참전하면 되니까.”

    “뭔가 방금, 좋지 않은 플래그를 세운 것 같은데요.”

    “승리의 깃발 말인가, 하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자네가 언제든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어느 날, 원년 단골이 나타나지 않는 건 싫어서요.”

    “하하, 고맙군그래.”

    프리실라가 어느새 취기가 올라와 브라운 아저씨와 함께 어깨동무하며 달그락거리는 캡틴을 따라 하거나, 렌에게 ‘드래곤으로 변해봐, 궁금해.’라는 말을 하는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했다.

    다시 턱을 괴어 ‘사실 아크론이니 뭐니, 여관의 직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문젠데.’라며 한숨을 내쉰다. 어느새 나타난 레니가 내게 힐을 주고 있던 나머지 굉장히 피곤해졌다. 원래 힐은 회복을 위한 마법일 텐데….

    “마스터, 레니를 말릴까요?”

    “벌써 케피탄 만땅인 것 같은데… 내버려 둬.”

    “아하하, 아서가 내 힐에 행복해하고 있어요.”

    “아니 레니, 이건 불행하고 있는 거야.”

    “불행하고 있는 거라니, 현재 진형형인가요!”

    “너 지금 진행형이 아니라 진형형이라고 하고 있다고….”

    슬 퍼플에게 부탁해서 가게의 손님들을 줄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일단은 먼저 레니의 마력이 몽땅 떨어지기 전에 해골 마차를 태워 보내야 하지 않을까.

    “렌, 퍼플에게 가서 해골 마차 운행을 준비해줘.”

    “네, 마스터!”

    렌이 퍼플에게 사장님 가라사대를 전하기 위해 뛰어갔으나 여관의 문을 열며 멍하니 있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내가 뭘 부탁하였는지 까먹은 건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드래곤의 거대한 두상만큼 뇌도 크다고 해줘.

    “렌, 무슨 일이야.”

    “마, 마스터.”

    그리고 렌의 옆을 스치며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100㎝가 되지 않았다.

    분명 ‘용사의 쉼터 직원 공고’는 그간 비가 오는 바람에 눅눅하게 젖고 완전히 찢어 발겨졌을 터.

    홀 내부에 걸어 들어오는 녀석의 작은 손. 쥐고 있던 ‘용사의 쉼터 직원 공고’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갈기갈기 찢어진 공고문을 어렵사리 붙여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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