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8화 (18/222)
  • 018화

    * * *

    『 서대륙 조리협회 마테의 혀 / 평가에 대한 규정 』

    ◈ 요리사 외모에 대한 부분을 평가 사항으로 넣지 말 것. ※ 종족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심사는 엄중히 처벌.

    ◈ 음식에 적용하는 마법, 사용 유무에 따라 채점. ※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은 음식’일수록 가산점 부여.

    ◈ 독창적인 레시피. ※ 그것에게서 나오는 미려한 맛. ※ 쉽게 구할 수 없는 식자재.

    * * *

    마테가 ‘우정을 잇는 모멧티’를 먹었을 때부터 이미 대회의 우승자는 결정 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나를 올리는 음식은, 리엔 보크의 요리 말고는 없었는데.’라며 다른 요리사들은 우승의 우 자도 넘보지 못할 만큼의 찬사를 삼인방에게 던졌다.

    삼인방의 해골 언어 ‘달그락’으로 시작된 이야기. 본래 여관을 위한 홍보 정도로 가게의 메뉴를 들고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다고 한다. 기특한 녀석들, 내가 개고생한 보람이 있어, 하하.

    그러나 내가 사다 준 ‘리엔 보크의 바다 요리 서적’에는 편지같이 리엔 보크의 이야기를 주절거리는 특이한 레시피가 있었다고. 그게 ‘모멧티’였다.

    ‘마테에게 누군가 꼭 해주었으면 하는 요리’라며 실제 제목의 이름은 전자대로였다. 그렇게 리엔 보크, 모멧티, 마테의 이야기를 감명 깊게 보았던 감수성 풍부한 우리 해골들은 ‘마테’에게 반드시 이 요리를 해주자며 마음먹은 것이다.

    얼마나 그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으면 나에게 생선을 쳐다만 보아도 토악질이 나게 했을까. 이젠 가게의 비린내로부터 탈출이다.

    어쨌거나, 좌우지간, 여하간.

    심사의 결과를 위해 마테가 콜로세움 중앙으로 위원들과 걸어가기 시작하자. 관람객석에서 잠자코 있던 마법 기자들이 어느새 나타나 부리나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중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외견의 여성이 있었는데 ‘메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삼인방들이 상완골을 흔들어 재끼며 먼저 인사하기 바빴다.

    “그럼, 우승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마테 님.”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우승자는….”

    ‘용사의 쉼터’의 요리사. 오렌지, 옐로, 그린입니다!

    라는 소리가 마테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우리 가게의 손님들로 예상되는 환호의 목소리가 콜로세움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콜로세움의 바닥이 울릴 만큼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제게 좋은 음식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달그락.”

    “저를 위한 요리라서 뽑은 게 아닙니다.”

    “달그락?”

    “여러분들의 요리는 왕실 요리사와 다르게. 마음. 그것이 순수했습니다.”

    “그 순수함 끝에 이어지는 몹시 미려한 맛이 제게는 감동이었습니다.”

    “달그락, 달그락!”

    “물론, 그다음은 저의 편애였지만요. 아하하.”

    “달그락, 달그락.”

    “언제든 용사의 쉼터로 오라는 말입니까.”

    “달그락!”

    “하하, 가게로 오면 또 모멧티로 요리를 해주겠다고.”

    “달그락.”

    “자부심을 느끼세요. 21대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는 당신들입니다.”

    멍청함과 죽마고우인 빨간 용과의 모멧티를 잡기 위한 긴 여정을 다시금 떠올린다. 역시 행복한 기억보다는 관자놀이를 눌린 기억이나 미간을 찌푸린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하하.

    이어서 가게로 왔을 때 ‘모멧티로 요리를 다시 해주겠다.’라는 해골들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았으나. 역시나 숲에 가서 녀석들을 도로 버리고 와야겠다는 결론이 떨어졌다.

    옆에서 한참 감동에 빠져있던 렌이 ‘흐으윽, 아주 감동적이에요, 마스터.’라며 훌쩍이고 있었기에 나만 나쁜 놈이 될까 봐 결국 태클조차 넣지 않기로 한다.

    “마스터, 그래도 결국 삼인방들이 우승했네요.”

    “우리가 어렵게 모멧티를 잡아 왔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아하하, 마스터의 말씀이 백번 지당합니다!”

    렌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치며, 바다의 짠물을 잔뜩 뒤집어쓴 남대륙 여정을 생각하다가 쓴웃음을 짓는다.

    우승 트로피를 머리 위로 올리며 춤을 추는 삼인방 녀석들을 보자마자 꾹꾹 참았던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지만.

    * * *

    【 월간, 세계의 모험! /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

    서대륙, 오늘은 21대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날이었습니다.

    서대륙에 내로라하는 상당한 실력의 요리사들이 대거 참여했는데요. 그중에서도 각 제국의 ‘왕실 요리사’들이 상당수로 보였습니다.

    ‘마테의 혀’라고 불리는 서대륙 최고의 조리협회에서 주최하는 본 대회는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라는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아주 멋진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콜로세움 안에 가득 찬 관람객들이 왕실 요리사들이 타고 오는 마차에 넋이 나가버렸는데요.

    저 메이도 저렇게 반짝거리는 마차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할 것 같은 자태에 놀라자빠지고 말았답니다!

    [ 대회가 시작되기 1분 전, 돌연히 나타난 레드드래곤! ]

    그곳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용사의 쉼터’ 여관의 일행들이었습니다! 빈자리가 그들의 자리였던지, 관람석에서 단골손님들의 환호가 터지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은 이 상황에 놀라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마차를 타고 왔던 왕실 요리사들이 ‘드래곤을 타고 오다니!’라며 여관 요리사의 아주 멋진 등장으로 자존심에 금이 간 듯해 보이네요!

    드래곤이 물고 있던 거대한 물고기는 상당히 특이해 보였습니다. 저것으로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할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마테의 호위 기사들이 경계하는 듯했으나, 주인으로 보이는 용사의 쉼터 사장님이 ‘얘는 위험하지 않아요.’라며 다독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로 상당히 인상적인 드래곤이었으나, 비단 생긴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천연덕스러워 보입니다. 하하, 덕분에 사람들의 경계가 무너져버리고 말았네요.

    [ 용사의 쉼터 메인 요리사, 오렌지, 옐로, 그린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

    저번에 소개했던 오늘의 여관 ‘용사의 쉼터’ 요리사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래곤 씨가 살아있는 물고기를 입으로 물어 난동부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요리사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장내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모두 서로의 요리를 힐끗 쳐다보며 눈치 보기 바쁜 상황에, 해골 삼인방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요리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프로답네요!

    드디어 조리협회의 수장, 마테의 심사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가 걸어 다니는 순간, 수군거리는 소리가 줄어들며 적막을 두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음미하는 마테, 배가 부르지 않도록 조금씩만 먹으며 입을 닦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삼인방 앞에 서서, 그들의 음식을 먹습니다. 아, 아! 마테가 울고 있습니다! 마테가 감동을 하고 있습니다!

    ‘용사의 쉼터’ 여관의 ‘오렌지, 옐로, 그린’이 만든 ‘우정을 잇는 모멧티’가 마테의 혀를 울리고 말았습니다!… 결과는 이미 정해진 듯합니다!

    ◈ 데크 에던 제국의 왕실 요리사 : 슈빌만 ◈

    ― 슈빌만 : 인정할 수 없어.

    ― 메이 : 오, 슈빌만 씨가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요?

    ― 슈빌만 : 분명, 내가 우승이 될 수밖에 없었을 터!

    ― 메이 : 하하, 실력보다 굉장히 오만한 분이군요!

    ― 슈빌만 : 젠장, 짜증 나는 기자로군.

    ◈ 아크론 제국의 왕실 요리사 : 라빈 ◈

    ― 메이 : 오늘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라빈 : 음, 마테 님을 울렸으니….

    ― 메이 : 확실히, 해골 요리사분들의 우승자입니까?

    ― 라빈 : 인정하는 부분일세. 마테 님의 저런 반응은 처음이니까.

    ― 메이 : 데크 에던의 요리사와 반대로 화끈하게 인정한 당신을 리스펙!

    ◈ ‘용사의 쉼터’ 요리사 : ‘오렌지, 옐로, 그린’ ◈

    ― 메이 :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기분이 어떠시죠?

    ― 삼인방 : 달그락, 달그락!

    ― 메이 : 오, 우승자가 되어 매우 영광입니까?

    ― 삼인방 : 달그락!

    ― 메이 : 아하하, 두개골을 회전시킬 것까지야.

    ― 삼인방 :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 메이 : 아하하!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자 여러분, ‘용사의 쉼터’에 주방을 맡은 ‘요리 삼인방’들은 ‘21대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의 명예를 얻어, 아주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역시, 이 메이도 ‘용사의 쉼터’에 찾아가 그들의 요리를 먹어본 사람으로서, 본 결과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용사의 쉼터’에 찾아가시면 이제는 해골이 만드는 음식이 아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드셔볼 수 있을 겁니다!

    [ 이상! ‘월간, 세계의 모험 마법 기자 메이’의 취재, 감사합니다! ]

    * * *

    다시금 근사한 기사를 쓰고는, 며칠 뒤 용사의 쉼터에서 여유를 즐기는 중인 메이. 가게의 단골들은 그녀가 가지고 온 마법신문을 둘러싸 대회 당일의 생동감 넘치는 기사를 구경 중이었다.

    “하하! 렌이 정말 한몫했군.”

    “드래곤을 타고 갔으니 사람들의 눈이 뒤집혔겠어, 하하!”

    “크하하, 메이 양이 기사를 아주 재미있게 썼다고!”

    “하하, 그냥 늘 하던 것처럼 썼을 뿐이에요.”

    “메이 양의 기사는 다른 마법 기자들과 다르게 생동감이 넘쳐요!”

    “고마워요. 레니 씨, 촬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은근슬쩍 왕실 요리사들의 자존심을 긁어내리는 인터뷰도 만점이에요.”

    “오, 아서 씨 감사합니다. 하하!”

    요리 삼인방은 자신들의 모습을 멋지게 담아준 메이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음식 하나를 만들어 ‘달그락’이라는 소리와 함께 서비스를 전했다. 그들의 ‘달그락’에 담긴 뜻은 용사의 쉼터 1등 기자, 메이 만세! 란다.

    무르익어가는 여관의 분위기. 유희를 즐기기 위해 정신이 없었는지 테이블 위에 휑하게 올라가 있던 ‘그날’이 담긴 마법신문을 주운 후. 결국 작은 미소를 띠며 가게 벽에 그 신문을 붙인다.

    아, 어제는 남대륙 아이리스 해안에 있는 ‘해상여관 구름바다’에서 낮 부엉이를 통해 우리들 앞으로 편지 한 통이 왔다. 다음은 편지의 주인공 모멧티 씨가 보낸 내용이다.

    * * *

    < 용사의 쉼터 여관, 친애하는 아서 군에게 >

    신문에서 아서 군이 나오는 것을 보았네.

    그리고 삼인방이라고 불리는 그대 여관의 요리사들이 ‘모멧티’라는 이름으로 마테에게 음식을 먹이는 것까지. 그것을 보는 순간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나에게도 흐르더군, 하하!

    리엔 보크와 마테 그리고 나 모멧티.

    우리는 정말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질기고 질긴 사이였는데… 리엔 보크 녀석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마테와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그대들의 멋진 요리로 인해… 우리는 다시 친구라는 이름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심지어 마테 녀석이 남대륙으로 찾아온다고 연락이 왔네.

    그대들에게 굉장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야.

    정말 고맙네. 내가 서대륙으로 가게 되어… 용사의 여관 요리사분들을 실제로 만난다면. 인연을 다시 이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뿐일세. 그리고 그곳에 마테와 손을 잡고 가줘야 재밌지 않겠나. 하하!

    추신 : 리엔 보크의 아들 호크 녀석이 다시 보게 되는 날에 가져가지 않은 모멧티의 포상금을 꼭 가져가라고 그대에게 전했네!

    ― 물고기가 아닌, 뱃사공 모멧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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