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7화 (17/222)

017화

* * *

『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 요리 경연 대회 ‘규칙’ 』

◈ 주제 : ‘바다생물’에서 벗어나지 말 것.

◈ 미각을 극대화하는 ‘마법 조미료’를 사용하지 말 것.

◈ 식자재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시각 마법’ 사용 금지.

* * *

[ 델타 제국 – 공연 콜로세움 ]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만드는 걸까 하고 궁금해하던 관람객은 망원경까지 동원해서 요리사들의 칼질을 구경하고 있었고, 그저 야채를 다듬었을 뿐인데 탄성이 흐르는 걸 보면 어이가 없기도 했다.

최근엔 삼인방으로 인해 지겹도록 먹었던 생선. 이제 ‘바다’ 라던가 ‘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속에 매스꺼워서 그런지, 째진 눈으로 입을 꾹 다물고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지 않았지만 매일 같이 생선 같은 것들만 먹던 손님들이 영수증조차 받지 않고 나가는 모습이 신기했는데….

“역시, 재능이 있긴 한가 보네.”

『그그으 으르스으든 긋이 으늘끄으, 므스트.』

(과거에 요리사였던 것이 아닐까요, 마스터)

원래 ‘달그락’ 말고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그들. 몹시 집중한 탓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거의 뭐 1대1 스케일의 피규어가 움직이는 느낌이다.

살점 하나 없는 해골들에게 ‘결혼해 줘요.’라며 용사의 쉼터 ‘미혼 남성들’에게 장난스러운 응원을 받기도 했다.

삼인방들은 다른 요리사들이 어떤 요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비단 왕실 요리사들은 삼인방들의 식자재 손질 하나에도 힐끔거리기 바빴다.

애당초 앞치마 안에는 저게 요리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휘황찬란한 장식품들이 두루 붙어있었는데. 순간 요즘 서대륙에서 유행하는 요리사들의 패션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달그락.”

“달, 달그락.”

“달그락?”

삼인방 녀석들은 요리를 하다 말고 서로 턱뼈를 부딪치며 대화를 하는 듯했다. 옐로는 하던 야채 손질을 멈추고 소스를 만들고 있던 오렌지와 그린에게 다가갔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나에게 하는 말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그들끼리의 대화는 알아듣기가 어렵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듯.

옐로가 들고 있던 것은 내가 선물했던 식칼이었다. 약간의 마력을 담으면 재료를 손질할 때 수월하다기에 사준 것인데… 칼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고장이라도 난 걸까.

요리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오렌지에게 며칠 전 설명을 들었던 바로는 모멧티로 회를 쳐서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본 요리의 포인트였다.

넓은 바다가 눈에 그려질 정도의 분위기를 입안에서 느끼게 만들고 싶다고, 오렌지가 그려준 10컷 만화에는 대충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야채를 손질하다 말고 칼을 들며 의아함을 표출하는 옐로의 반응에 오렌지와 그린 또한 비슷한 반응을 했다.

“왜 그래, 너희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야채가 이상하다고?”

옐로가 쥐고 있던 야채는 ‘라본 양파’였는데 일반 양파와는 다른 점이 푸른색이라는 것이다. 바다에서 나는 특수한 야채인데, 푸른빛을 뿜어야 하는 신선한 ‘라본 양파’가 ‘검은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들고 오기 전부터, 썩은 걸 들고 온 건 아니겠지?”

“달그락.”

“그건 절대 아니라니.”

‘라본 양파’는 주위 환경에 따라서 바뀌는 미세한 마력 농도에 의해 변색이 쉽다.

그렇다면 라본 양파가 변색이 이루어질 정도로 이곳은 마력유동이 심하다는 것. 렌도 마력을 조정하고 있으니 녀석을 탓하기에도 뭣한데.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이 대회에서 신선함으로 일희일비하는 요리 과정에 방해될 만한 환경을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다? 적어도 마테의 혀는 그럴 리 없었다.

“달, 달그락, 달그락….”

삼인방은 언뜻 보기에 열심히 요리하고 있었으나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달그락거리는 턱뼈의 부딪침 소리가 규칙적이다 못해 굉장히 위태롭다.

내가 느끼지 못할 마력 유동, 장내의 마력 농도가 달라질 정도? ‘누군가가 장치한 마법’이라는 사실을 다른 요리사들의 식자재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신선도가 급작스럽게 떨어지는 것을 느낀 후, 미간을 찌푸렸다.

무엇인가. 무엇이 장내의 마력 유동을 불규칙적으로 만들어 식자재의 신선도를 떨어뜨리게 하는가.

그리고 데크 에던의 요리사가 가지고 있는 ‘라본 양파’가 멀쩡한 것을 보며, 나는 이 대회가 ‘마테의 혀’를 떠나 ‘데크 에던’ 제국의 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말았다.

『므, 므스트 급즈기 모믓트의 승트그.』

(마, 마스터 갑자기 모멧티의 상태가)

“왜 그래, 갑자기 당황한 기력이 역력한데.”

『브, 브릇느그 슴흐즈그 스즉흣으으.』

(비, 비린내가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어.”

렌이 물고 있던 모멧티는 미칠 듯이 펄떡이며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점차 움직임이 줄어들며 죽어가고 있었다.

또한, 이 사실을 삼인방이 알게 된 것인지 표정이 없는 그들이지만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달그락….”

“달그락.”

오렌지는 쥐고 있던 칼을 도마에 살포시 얹혀놓고는 고개를 떨궜다.

“왜, 쥐고 있던 칼을 놓는 거지?”

“달그락, 달그락.”

“너에게 재능이 없다는 이상한 소리는 삼가.”

“달그락… 달그락!”

“더 좋은 실력을 갖췄더라면, 식자재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망자에 불과한 해골들이지만. 분명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믿고 자신들의 음식을 기분 좋게 먹어준 손님들의 응원 때문에 자신감 있게 출전했던 것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아니, 우리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

“달그락.”

“손님들에게도 미안해할 필요 없어.”

“달그락….”

“맛이 어떻든 간, 요리를 끝까지 만들지 않은 녀석에게….”

“내 여관의 주방을 맡길 순 없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요리 삼인방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시 해보자.’ ‘일단 만들자.’라는 시늉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멀쩡한 두개골을 돌리며 미친 짓을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뺨을 때리는 행위와 비슷한 듯하다.

“누구나 재능은 있다. 특히 너희들에게는.”

“달그락!”

“그러나, 그 재능이 이끄는 심연에 들어갈 자는 누군가!”

“달그락, 달그락!”

“그래, 너희들이다!”

데크 에던의 계략이 있다면 나는 용사의 쉼터의 계략을 보여주겠다. 관람석 8A 23번에 로브를 쓰고 면색조차 보이지 않도록 꼭꼭 숨어 앉아 있는 네놈. 내가 확인했다.

감히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이곳에서, 제국의 위상 따위를 위해 신성한 경기장을 더럽게 만들다니. 사실 그것보다 내 여관에 요리로 물오른 삼인방을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에!

너희들을 당장이라도 때려 패서 우리 주방장들 앞에서 무릎 꿇게 하고 싶다만, 일단 그건 보류하도록 하고. 다시는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주겠다.

“으, 으악!”

“어머, 왜 그러시죠?”

“자, 자네 괜찮은가?!”

관람석에서 앉아 있던 레니와 브라운 옆에 로브를 쓴 어느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꼬꾸라졌다. 테이저건을 맞은 기분이겠지.

장내 기묘한 마력의 흐름을 추적했더니 저 녀석이 있었고 장내의 마력 흐름을 미세하게 바꾸고 있던 나머지 요리사들의 식재료 상태가 맛이 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마력 유동을 따라 내 마력을 역으로 출력했다. 거대한 마력의 크기를 담아보지 못한 녀석의 마력 신경계는 과부하로 버티다 못해 녹아버렸을 것이다.

“이제 편하게 요리해도 돼.”

“달그락!”

『므, 므스트, 급즈그 므믓트그!』

(마, 마스터 갑자기 모멧티가!“)

“아주 팔팔해졌네, 그래.”

* * *

콜로세움은 1시간이라는 시간을 가득 채우고. 요리사들은 자신의 요리를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그중 데크 에던 요리사의 표정이 좋지 않다. 자신을 백업하려고 했던 어느 마법사의 횡포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듯했다.

마테가 자신의 마차에 두른 천막을 걷으며 나왔다. 유유히 참가자들의 음식에 다가가 맛을 보기 시작했다.

마테의 표정은 일관성 있었다. ‘그저 그렇군.’이라는 표정으로 왕실 요리사들의 음식을 음미하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역시, 마테의 혀라고 불릴 만해.’라며 미세한 반응이라도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리고 마테는 어느 해골 3인방 앞에 섰다.

“달그락.”

“요리사가 해골이라니, 특이하군요.”

“달그락.”

“이 요리에 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달그락, 달그락.”

“요리의 제목은 ‘우정을 잇는 모멧티’ 라고 합니다.”

“설, 설마.”

“달그락.”

“먼저 드셔보라고 합니다.”

마테는 주름진 얼굴로 우정을 잇는 모멧티 한 점을 조용히 입에 넣었다. 극적으로 조용했던 이 순간. 사람들의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고 만다.

“마, 마테 님?”

“…괜찮습니다.”

입을 막으며 땅에 털썩 주저앉은 마테가 걱정되어 옆에 있던 조리협회의 일원이 달려왔으나, 그는 괜찮다며 음식과 함께 울음을 꾸역꾸역 삼켰다.

여전히 눈가에 그윽하게 차 있는 눈물에 의해 조리협회의 일원들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소스… 출처는 어떻게 되나요.”

“달그락.”

“리엔 보크의 바다 요리 서적이라고 합니다.”

“달그락, 달그락.”

“뭐, 뭐라고? 아….”

“저는 괜찮습니다. 계속 설명하세요.”

“이 요리는, 당신에게 바치는 요리라고….”

“그게… 무슨 소리인지.”

“리엔 보크가 당신에게 대신해주라고 했던 요리랍니다.”

“아, 아….”

“달그락.”

“화해의 선물로, 대신 요리해주라며, 서적에….”

“역시, 리엔 보크 그 양반이….”

* * *

[ 남대륙 아이리스 대양 어느 곳 ]

새벽의 기운이 해류를 타고 넘어오는 것을 흡수하는 거대한 물고기. 그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어두운 형태의 또 다른 거대한 것이 허공에 떠 있었다.

바로 오늘이라는 듯이 침을 꿀꺽 삼키며. 새벽 4시 49분. 지난 몇십 년간 아껴두었던 물고기를 목이 빠지듯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새벽 5시가 되어, 잡아먹는 것을 오랫동안 참고 기다렸던 거대한 ‘그것’은 ‘그토록 바라왔던 순간을 드디어 맞이하는 건가’라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질 못했다.

『 왜 튀어 오르지 않는 거야. 』

1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혹시나 해서 1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것 앞에 거대한 물고기가 튀어 오르기는커녕, 휑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칠 뿐이었다.

『 누구냐… 이 몸이 아껴두었던 것을 가져간 놈이. 』

날이 밝아오며 새벽은 점점 끝나가고 있었다.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햇볕에 의해 어두웠던 그림자가 서서히 거둬지며, 그것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누, 누구냔 말이다!!! 』

푸르고 단단한 비늘로 온몸이 감싸져 있으며.

거대한 날개는 육중한 크기의 몸을 허공에 띄우기 충분하다.

『 이 세상 끝까지 찾아가… 네놈을 능멸하겠다! 』

자신이 몇십 년간 아껴두었던 물고기를 잡아간 어느 대상에게 외치는 대양 위의 ‘블루드래곤’ 그것이 뿜어대는 분노란 바다 안에 있는 생물들이 아이리스 해변까지 도망가게 만드는 데 충분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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