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6화 (16/222)
  • 0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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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소식’ 』

    ◈ ‘요리 삼인방,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금일 출전 / 여관 휴무. ※ 델타 제국 공연 콜로세움 / 많은 응원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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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델타 제국 – 공연 콜로세움 ]

    『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 요리 경연 대회 』

    플레이트로 무장한 검투사들이 당장 나와서 싸워도 못지않은 콜로세움, 요리 경연 대회라는 조화롭지 못한 글자의 천막이 걸려있다.

    서대륙의 ‘최고’라는 명성을 가질 수 있는 요리 대회가 아니한가, 그러나 실제로 콜로세움 중앙에서 ‘요리사’라고 보이는 재목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콜로세움을 둘러싼 관람객들의 자리에서는 ‘역시, 왕실 요리사들이 참전하는 나머지, 주눅이 들어서 나오지 못한 요리사들이 상당수군.’이라는 말들이 자주 오갔다.

    ‘마테의 혀’라고 불리는 서대륙 공인의 조리협회에서는 우편 ‘낮 부엉이’를 통해 받았던 참가자들의 목록을 확인하고 있었으며 30인의 참가자 중 21인이 귀족이나 왕실 요리사라는 것을 파악했다.

    관람객에서는 왕실 요리사들이 제국의 화려한 마차를 타고 등장하는 것을 향해 ‘저런 것도 전부 각 제국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이어서 평소에는 보기 힘들 명품마차를 보자 참았던 탄성을 내뱉기에 십상이었다.

    “자네는 데크 에던 제국의 왕실 요리사가 아니한가.”

    “그대는 아크론의 요리사인가 보군.”

    “피차일반, 이곳에서 좋은 승부를 겨뤄보도록 하지.”

    “허허, 곧 전쟁인데 힘을 아껴야 하지 않겠는가?”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일 터.”

    “흠, 자네는 검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일세.”

    “여기가 ‘델타’라고 배짱이 두둑한가 보군.”

    “하하, 그럼 경연 대회를 아크론에서 열어 달라고 하지 그랬나.”

    “콧대 세우지 말게, 그대 동맹이라는 델타의 전사들은 보지도 못했으니.”

    현재 적대관계에 있는 아크론 제국과 데크 에던 제국의 상황이 요리사마저 서로에게 기 싸움을 하게 만들었다. 서로의 마차를 보더니, 단점을 부각하며 헐뜯기 바쁘다.

    델타는 동맹국이었기 때문에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었던 데크 에던 요리사는 아크론 요리사의 신경을 박박 긁기 시작한다.

    그놈의 ‘등장’은 정치적인 관점에서 큰 한몫을 했다. 휘황찬란한 마차를 몰고 오는 요리사들의 등장으로 서로의 제국이 얼마나 위엄 있는지 내색하기 바쁘다. 낯빛에도 자랑하고자 하는 권력이 가득하다는 말이었다.

    “이런, 확실히 삼인방들이 이곳에 오면 주눅이 들지도 모르겠어.”

    “그러게요 아저씨, 제국의 마차들이 황금빛이네요.”

    “거기다가, 주변에는 호위 기사들까지, 왕족 납시오구만.”

    “그나저나 아서를 포함한 삼인방들이 왜 이렇게 늦을까요?”

    수많은 관람객 중 대거 끼어있는 관람객들은 ‘용사의 쉼터’에 ‘요리 삼인방’들을 응원하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이미 도착해도 모자를 시간인데 해골 신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용사의 쉼터 손님들은 조금씩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시간이 점차 흐르고 대회의 개최 시간이 다가오자 콜로세움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통로 해서 ‘마테의 혀’의 마차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차는 짙은 천막으로 가려져 있다. ‘마테’라는 전 대륙 최고의 2대 요리사이자 서대륙 최고권위 요리사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기는커녕. 그의 아득한 그림자만 비칠 뿐이다.

    마차의 주변에는 기사들로 판단되는 사람들이 호위하고 있었고. 긴 로브를 입고 있는 마테의 혀 위원들이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마테 님, 대회 시작 10분 전입니다.”

    “그래요. 준비합시다.”

    콜로세움 중앙에는 30개의 긴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그곳에 자리하는 사람들은 전부 어마어마한 마차를 타고 온 요리사들이었다. 관람객에서는 ‘결국 제국의 위상을 다루는 싸움인가.’라며 혀를 찼다.

    29명이 자리에 배치하여 자신이 가지고 왔던 식자재들을 하나둘 꺼내며 서로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그런 기류로 인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기 시작했다.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사람들은 저 빈자리가 무엇일까 추리를 반복했다. 대회 시간에 맞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왕실 요리사들에게 주눅이 들어서 나오지 못한 요리사일 것이라며 금세 안타까움으로 추측이 끝난다.

    “저기 빈자리는 무엇입니까.”

    “제 생각에는 참여를 포기한 인원인 것 같습니다. 마테 님.”

    “왕실의 요리사들에게 주눅이 들어서?”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런 마차들 사이에서 유유히 등장하긴 힘들겠지요.”

    “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패기 있는 요리사가 있어야 할 터인데.”

    “송구스럽습니다. 마테 님.”

    점점 대회가 개최되는 시간이 임박해 오자, 용사의 쉼터에서 찾아온 손님들은 아서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 불안감에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용사의 쉼터 손님들은 다시 생각했다. 요리 삼인방이 왕실의 위상에 주눅이 들어서 오지 못했다? 전자처럼 추측했던 관람객들 사이에서 ‘그건 아니야.’라고 끝내 단언하는 여관 손님들이다. 그들은 주눅 들지 않는다.

    “분명… 무슨 일이 있나 봐요.”

    “레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게.”

    “그래도, 삼인방의 요리 실력이 너무 아깝잖아요.”

    “용사의 쉼터를 가는 손님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급한 일이 생겨 오지 못했을 거라며 손님들이 아쉬워하고 있을 때. 조리협회 위원이 중앙으로 나와 대회 준비를 시작하자 손님들 또한 삼인방의 참가를 반쯤 포기하며 그들을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하기로 한다.

    “대회 시작 1분 전입니다. 참가자분들은 모두 자리에 위치해 주십시오,”

    휘황찬란한 장신구들로 꾸며져 있는 복장 위에 앞치마를 두른다. 다들 주방장 1명 보조 2명으로 요리를 하게 될 각자의 테이블 앞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별안간, 관람객들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공기를 찢는 어마어마한 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관람 객석을 포함한 콜로세움에 거대한 그림자가 가렸다.

    ‘레드드래곤’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동공은 확장되기 시작했고.

    마테의 호위 기사들을 허리에 찼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강렬한 날갯짓에 콜로세움에 없던 모래가 흩날린다.

    모두는 용의 등에서 내린 5명의 일행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왕실 요리사들은 자신들이 타고 온 마차를 바라보다가.

    저 빈자리의 요리사들이 타고 온 ‘레드드래곤’을 바라본다.

    그렇다. 그 어느 제국의 위상이라도 드래곤을 타고 오는 위상은 없었다.

    ‘용사의 쉼터’라고 불리는 여관에, 얼굴을 가린 요리사들.

    주눅은커녕. 이곳에서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최고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드래곤이 물고 온 거대한 물고기는 재료처럼 던져진다.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콜로세움 안을 가득 울리며.

    우승자도 아닌 여관의 요리사들에게 박수갈채가 떨어졌다.

    * * *

    “이 드래곤은 위험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걸 누가 믿습니까?!”

    “제가 이 용의 주인입니다.”

    “당신! 얼른 드래곤을 물리십시오!”

    “렌, 네가 무섭지 않다는 걸 보여줘.”

    『 네, 마스터. 』

    『 여러분, 저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습니다. 』

    “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믿냐고!”

    『 여러분, 그러니까 저는… 채, 채식주의 용입니다. 』

    “아, 그냥 사람으로 변하면 될 거 아니야!”

    관람석에서 터져 나오는 폭소 소리가 콜로세움 안을 가득 울렸고, 인간이 드래곤이랑 하는 콩트를 보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레드드래곤의 특성은 ‘난폭함’이 아니라 알고 보면 ‘멍청함’이 아닐까. 그래도 그 천연덕스러움 때문에 사람들의 경계심을 푸는 것은 충분했다.

    다음은 강렬한 눈빛으로 우리에게 마력을 두른 칼을 들이미는 기사들이었다. 마테를 지키기 위해 경계심을 잔뜩 품고서 윽박을 지르고 있다.

    “검을 내리십시오, 참가자분은 얼른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마, 마테 님!”

    “놔두세요. 놀랍긴 하지만… 오히려 보기 좋군요.”

    “그, 그래도.”

    “그리고 저 용은 전혀 악의가 없어 보입니다.”

    마테라는 자는 천막으로 가려져 있던 마차에서 내려, 호위 기사들에게 검을 거두라는 명령을 했다.

    가누기 힘들어 보이는 몸이지만 그것에서 나오는 기운은 예사가 아니었다. 역시 리엔 보크와 모멧티 씨의 친구라는 것인가, 덕분에 우리는 대회 준비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렌이 비린내 나는 모멧티를 적당히 물어서 제압한 덕에 콜로세움 내부에서 일어나는 물고기의 난장을 막을 수 있었다. 삼인방은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로브를 뒤집어쓴 채. 긴 테이블에 식자재들과 요리도구들을 준비했다.

    “꺄, 오렌지, 옐로, 그린, 파이팅!”

    “크하하, 요리 삼인방, 최선을 다하시게!”

    “자네들이 우리 여관의 자랑일세, 하하!”

    관객석 사이에서 쩌렁대는 여관 손님들의 목소리는 예사가 아니었다.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로 콜로세움 내부가 그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현재 상황.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은 당연했다. 근래에 들어서 주목받는 일이 많아진 듯하다.

    배가 고픈지 물고기를 물고 있지만, 배에서 굉음의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는 빨간 용. 그리고 삐딱하게 서 있는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자.

    우리들의 모습은 아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굉장히 낯설다고 할 수 있음과 동시에 ‘저게 도대체 뭔 조합이지?’라는 느낌이다.

    “마테 님 정말 괜찮을까요?”

    “암, 저들에게서 아주 친근한 느낌이 나는군요.”

    “사실, 웃기긴 합니다.”

    “웃기기도 하지만, 뭐랄까 친숙한 음식을 해줄 것 같네요.”

    “저런 거대한 물고기로요?”

    “하하, 저도 저런 식자재는 처음 봅니다.”

    “오랜만에 마테 님이 웃으셔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요… 리엔 보크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잘 웃질 않았는데.”

    왕실 요리사들은 ‘젠장, 1분이 지난 지가 한참인데 왜 시작하질 않는 거야, 늦게 왔으니 탈락 아니야?’라며 조용히 야유를 던졌다. 그 야유는 귀가 밝은 내게 거슬릴 수밖에 없다.

    “하하, 아서 일행이 왕실 요리사들의 콧대를 박살 냈군.”

    “휘황찬란한 마차로 자랑질하기 바쁘더니, 드래곤 한방에, 하하!”

    “렌도 한몫했어, 내가 저 여관의 단골이라는 게 자랑스럽군, 크하핫!”

    처음에는 왕실 요리사들이나 관람객들이나 용을 타고 돌연히 나타난 요리사들의 소속이 어딘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소속을 표시하는 팻말에 ‘용사의 쉼터 : 여관’을 적어두자 모두가 ‘아, 용사의 쉼터였군!’이라는 친숙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근래 마법 기자 ‘메이’덕으로 ‘용사의 쉼터’가 더욱 잘 알려진 상태였다.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소리와 동시에 로브를 걷은 삼인방 녀석들은, 자신들이 해골이라는 사실을 관람객들에게 알렸다.

    처음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관람석이었지만, 이내 ‘신문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꼭 보고 싶었어!’라며 다양한 찬사를 삼인방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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