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5화 (15/222)
  • 015화

    * * *

    『 해상여관 구름바다 : 전 대륙 최고의 1대 요리사 여관 』

    ◈ 배를 ‘선착’시킬 때, 옆 배와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주십시오.

    ◈ ‘모멧티’에 의해서 근래 물고기들이 기력이 약해져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모멧티를 잡아주시는 분께, 의뢰 금 10골드를 드립니다.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소식’ 』

    ◈ ‘요리 삼인방,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날짜 : 일곱별(달) 12일 오전 11시. ※ 디데이 ‘1일’ 남음 (요리 삼인방이 다소 예민합니다. 달그락!)

    * * *

    렌과 나는 혹여 모멧티를 잡아가지 못할까 봐 불안한 마음에 뜬눈으로 새벽이 끝나기까지 버티고 있었다.

    가끔 졸기도 했었는데. 그 꿈에서 미간에 오렌지, 옐로, 그린 색의 마석을 끼운 해골들이 나오기도 했다. 정확히 악몽이었다.

    우리랑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는 엘프 ‘모멧티’ 씨는 잔잔한 바다 중앙, 물결에 떠 있는 나무배에서 길쭉한 지푸라기 같은 것을 입에 물고 잠을 자고 있었다.

    “흐음, 배에서 오래간만에 잤더니 몸이 뻐근하군.”

    “일어나셨습니까.”

    “아서 군, 모멧티를 정말 손으로 잡을 것인가?”

    “튀어 오른다고 했으니, 손으로 잡아야지요.”

    “오호, ‘손’으로 잡는다?”

    의미심장한 그의 웃음에 우리는 소름이 끼쳤지만, 다크서클이 드리워진 눈으로 렌과 함께 모멧티가 튀어 오를 곳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1일, 내일 정오에는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경연 대회가 열리는 날. 나는 망할 모멧티를 잡기 위해서 2일 동안 가게를 비웠다. 물론 가게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내가 문제지.

    도대체 무슨 기가 찬 맛이 나기에 리엔 보크가 ‘자신이 모멧티로 요리로 할 순 없지만, 누군가가 꼭 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한 걸까? 생선을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내 시선에는 구역질 나는 똑같은 물고기 같은데.

    “온몸을 사용해도 모자랄 텐데, 손으로 잡겠다니.”

    “네… 네?”

    “곧 시간이네, 하하!”

    모멧티 씨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더니 초침이 4시 59분을 가리키는 것을 보며, 우리에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 푸스으으으으으으! 』

    “오, 오오오옥, 마, 마스터!”

    “뭐, 뭐뭐뭐머뭐야 저거!”

    “지금이야, 잡으시게!”

    우리는 저것을 맨손으로 잡겠다는 소리를 했다는 건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모멧티가 바다 위로 튀어 오르자,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에게 드리운다.

    엄청난 사이즈의 몸으로 우리 가게 잔디의 30%를 훼손시킨 렌, 그리고 모멧티, 그래 드래곤의 크기와 별다를 것 없을 정도로 아주 육중한 물고기였다.

    “마, 마스터 잡아야 해요!”

    “망할, 저걸 어떻게 산 채로 잡아가!”

    “플로, 플로….”

    눈앞에서 고농축 바다 마력을 흡수하려 튀어 오르고 있던 모멧티가 허공에서 푸른빛의 마력을 흡수하더니, 순식간 바다로 빠져 돌아가버렸다.

    “망, 망했어.”

    “마, 마스터.”

    “크하하, 자네들 모멧티를 너무 얕잡아보았군.”

    “크, 크기가 저렇다고 왜 말해주지 않으셨죠!”

    “이 양반 보게. 출발 전에 당부했을 터. 허허.”

    “언, 언제 그런 말을 해주셨죠?!”

    “자네 옆에 있는 렌 양에게 말이네.”

    “아하하, 마스터….”

    망했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는 저 망할 드래곤은 모멧티 씨에게 무언가 들은 것 같았다.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그런 적이 있었던가…’라니. 해답을 아는데 고찰이라니! 네가 까먹은 거잖아 등X아!

    2000년 동안 풀만 먹고 살아왔던 용이 까먹어서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마스터, 사실 모멧티가 드래곤으로 변한 저랑 크기가 비슷하데요!’라고만 말해줬으면 되었는데… 잠시 눈물 좀 닦고.

    모멧티는 새벽 5시 정각에 튀어 오른다. 내일 새벽 5시에 다시 물고기를 노린다는 것은 대회 날짜에 맞게 서대륙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물고기 없이 돌아간다면… 요리 삼인방 녀석들을 대회장으로 데려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내일 새벽 모멧티를 잡으려고 한다면. 시간에 맞춰 대회장으로 간다는 것은 역시, 절대 불가능이었다.

    당분간 내 꿈에서 해골 삼인방이 등장하는 악몽이 줄을 칠 것이다.

    아, 방금 벌써 꿈에서 달그락거리는 오렌지가 보였다.

    * * *

    [ 남대륙 아이리스 대양, 해상여관 : 구름바다 ]

    모든 가능성이 자신 안에 있다는 말을 아는가. 렌과 나는 혼이 나간 표정으로 모멧티 씨가 끌어주는 나무배를 탔다. 구름바다 여관으로 돌아왔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이대로 돌아갔다간 3명의 해골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주고 말 거야.’라며 서로에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는다.

    개뿔, 우리는 2일간 이어진 여정으로 인해 몸이 지친 상태다. 휴식 없이 모멧티를 포획하여 돌아간다는 건 도저히 무리였다.

    애당초 3초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렌을 보라. 포획에 성공했다고 한들, 현 상태로 복귀하다간 물고기와 함께 땅에 처박히는 건 일도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는가. 일단은 잠을 자는 것이다. 구름바다 여관에 있는 투숙객 시설을 이용하여 렌과 나는 무거운 몸을 침대를 향해 꼬꾸라지는 것을 우선으로 계획을 정했다.

    각자의 침대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마스터, 모멧티가 튀어 오르기 전부터 제가….”

    “드래곤이 되어서 잡겠다는 말이지?”

    “네, 그리고 마스터를 태우고 곧장 달리는 거죠.”

    빨간 용이 한 소리는 정말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을 슬며시 감았다.

    계산상 6시간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지는데. 6시간 안에 저 모멧티를 잡아다가 용사의 쉼터로 향해 해골들을 태워 시내보다 먼 ‘델타 제국의 공연 콜로세움’까지 가겠다고?

    다시, 간단하게 거대한 모멧티를 들고 남대륙에서 서대륙까지 6시간 안에 가보자. 이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미친 소리야 그건.”

    “아뇨 마스터, 제가 진짜 속도로 가면 충분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잠을 자야 한다?”

    “하하, 바로 그거죠.”

    “그럼 냉동은.”

    “플로우들에게….”

    “네 몸뚱어리만한 걸, 상식적으로 쟤네가 어떻게 냉동시켜.”

    “마스터의 얼음 마법까지 동원하면 되죠!”

    “원소 마법은 사용할 줄 모른다고 했습니다. 레드아르토 씨.”

    이미 렌은 코를 골며 곯아떨어졌다. 적막한 방안에서 ‘정신 차려요, 렌 씨.’ ‘이봐요, 잠이 옵니까 지금.’ ‘야, 망할 드래곤아.’라고 했지만, 미동도 없이 ‘음냐, 음냐 더는 못 먹어요.’ 렌은 이미 꿈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나도 눈꺼풀이 스르르… 세상 그 무엇보다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음냐, 음냐, 생선구이는 더 못 먹겠다고….

    * * *

    “마스터, 마스터!”

    “음, 오늘 휴일이잖아… 자게 내버려 둬.”

    “마스터, 모멧티를 잡아야 해요!”

    “음, 모멧티… 모멧티!!!!”

    나는 헐레벌떡 일어나 벽에 걸려있는 시계부터 확인했다. 침은 4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안도감에 큰 숨을 내쉬었지만 생각해보니 모멧티 씨에게 오늘 새벽에 녀석을 잡기 위해서 배를 태워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젠장, 모멧티 씨에게 말하는 걸 깜빡했어!”

    “마스터, 일단 얼른 나가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우리는 가지고 있던 짐을 대충 짊어진 다음 급급하게 방에서 나온다. 코끝에 새벽의 시원함이 스치는 순간, 반쯤 수면 중이던 뇌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걱정했던 우려를 해결해 줄 모멧티 씨가 여관 입구에 기대어 우리들을 반겼다. 입에 물고 있는 긴 지푸라기가 여전히 인상적이다. 은인인가, 은인의 보헤미안인 것인가!

    “크하하, 얼른 출발하지, 꽤 오래 주무셨나 보군.”

    “모멧티 씨….”

    “얼른, 내 이름을 딴 물고기를 잡으러 가야지!”

    “예!”

    그의 노를 젓는 실력이란 모멧티가 튀어 오르는 곳에 도착하기까지 큰 역할을 해주었다. 이어서 우리는 거대한 물고기를 기다리며 그것이 ‘커져 버린 이유’를 들었는데.

    본래는 모멧티도 일반 물고기와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계속해서 새벽 해류의 기운을 흡수하다 보니 사이즈가 상당히 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멧티는 대형 물고기가 되어버린 탓에 섭취량도 늘게 되어 아이리스 해안에 서식하는 다른 물고기들이 모조리 잡아먹기 시작하면서, 해안의 약육강식 구조가 바뀌어버렸다.

    이어서 문제는 주변에 있는 음식점들에 큰 타격을 주게 되고. 근래 음식 가게들이 문을 하나둘씩 닫기 시작했다는 것. 그 이유로 구름바다의 주인 리엔 호크도 우리에게 얼른 모멧티를 잡아가라고 했던 것이었다. 포상금이 걸려있던 이유였다.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경연 대회의 주최가 누구인가?”

    “마테의 혀라고 조리협회가 있나 봅니다.”

    “하하, 이런 기구한 운명이.”

    “아는 거라도 있으신지요?”

    “마테라는 녀석도 리엔 보크와 나의 친구라네.”

    서대륙 조리협회의 수장. ‘마테’는 신기하게도 리엔 보크와 모멧티 씨의 과거 친우 사이였다고 했다.

    리엔 보크와 라이벌 관계로 티격태격 늘 싸우다가, 자기는 서대륙에서 음식을 배우겠다며 아이리스 해안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그것도 이제는 아주 먼 이야기군.”

    그리고 어느 날 리엔 보크가 사망했고. 마테는 남대륙으로 돌아와 그의 묘비 앞에서 온종일 울고 있었는데 모멧티 씨가 ‘정말 탈수로 죽을지도 모르겠어.’라며 억지로 목덜미를 끌고 왔다고.

    “문제는 신선도인데, 어떻게 냉동해서 가져가야 할지.”

    “하하, 그런 건 필요 없네.”

    “냉동하지 않으면 도착하기 전에 죽어버릴 텐데요.”

    “저놈은 새벽 기운을 몇십 년간 먹어온 놈이야.”

    “그렇다면….”

    “허공에서 몇 시간 날았다고, 죽을 놈이 아니란 거지.”

    ‘냉동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는 그의 말이 끝나자. 우리는 잠자코 모멧티가 바다에서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렌은 레드드래곤으로 진즉에 변화했었고 그 모습을 보았던 모멧티가 ‘어쩐지 범상치 않은 기운의 여성이었다네.’라는 말을 남기며 감개무량하게도 온화한 웃음소리와 함께 우리를 응원할 뿐이었다. 딱히 놀라지는 않는구나.

    『 푸스으으으으으으! 』

    “가랏, 레드드래곤!”

    “네, 마스터!”

    “몸통 박치기!… 가 아니지.”

    출렁이는 파도로 인해 균형을 잃은 나무배 위에서. 태초마을에 사는 누군가의 대사를 빌려 렌을 응원한다.

    그리고 렌은 양손으로 튀어 오르는 모멧티를 꽉 부여잡았고. 내 얼굴에서는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낚싯대를 쓰지 않았지만, 감히 월척이었다.

    “마스터!”

    “왜, 왜 그래!”

    “미, 미끄러워욧!”

    저 거대한 손톱으로 모멧티를 작살처럼 찔러서 들고 갈 순 없으니, 실제로 무언가를 포옹한다는 느낌으로 모멧티를 잡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바다를 벗어난 물고기는 미끄러우며 상당히 요란스럽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또 다른 실패 요인을 만들고 말았다.

    “마, 마스터!”

    “기다려, 내가 도와줄게.”

    미끄러운 나머지 물고기를 놓치기 일보 직전인 렌.

    일촉즉발의 상황. 결국 약간의 힘을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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