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4화 (14/222)
  • 014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소식’ 』

    ◈ ‘요리 삼인방,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날짜 : 일곱별(달) 12일 오전 11시 ※ 디데이 2일 남음 (요리 삼인방이 다소 예민합니다. 달그락!)

    ◈ 아서와 렌이 ‘모멧티’를 잡기 위해 남대륙으로 출장 중입니다. ※ 무전취식 금지, 금일 외상없음.

    * * *

    [ 남대륙 엘프 주거지, 아이리스 해안 ]

    서대륙의 선량한 여관 주인은 일반 모험가는 남긴 발자취도 보지 못한다는 ‘레드드래곤’을 타고 아이리스 해안에 도착했다.

    이야기로만 듣던 남대륙의 엘프 주거지에는 우리 가게의 바드 ‘웨라’와 비슷한 생김새의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길게 늘어진 해안가에 위치한 목조로 건축된 수상 가옥들. 이를테면 지구의 몰디브를 연상하게 했다.

    십여 년 전부터 엘프가 아닌 다른 종족도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던지 엘프가 아닌 타 종족으로 판단되는 이들도 꽤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우거진 초록 숲의 덩굴이 가득한 그런 곳은 아니었다. 마치 휴양지에 온 것처럼 발랄한 분위기였다. 웨라의 말로 따르면 본인 같은 엘프들이 사는 곳은 동대륙이라 하더라.

    “마스터, 설마 눈앞에 보이는 이 거대한 바다에….”

    “그래, 어딘가에 모멧티가 있겠지….”

    지평선까지 푸른색의 바다가 멈추질 않았다.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지내던 서대륙보다 넓을지도 모를 모멧티의 서식지를 향해서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래도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럼요, 마스터.’라고 웃으면서 했던 대화들이 쑥스러워지고 말았다.

    “저곳을 그냥 들어가서 찾는 것은 무리야.”

    “주변 엘프들에게 물어볼까요?”

    “응, 이대로는 답이 없는걸. 하하.”

    “실례합니다. 길을 여쭈어봐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모멧티라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는데….”

    “모, 모멧티요?”

    바로 옆을 지나가던 엘프를 잡아다가 모멧티가 어디 있는지 묻자, 경악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 길로 쭉 걸어가면 나오는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해상여관 : 구름바다’로 가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했다.

    의외로 모멧티가 무엇인지 아는 것 같은 반응을 보여준 엘프. 역시 서식지가 이곳의 바다였기 때문일까.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다른 엘프들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에 거주하는 엘프들은 ‘모멧티’를 알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한참 동안 하얀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곧장 걸어갔다. 엘프의 인기척이 점차 느껴지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좁아지기 시작하는 백사장 끝. ‘나루터’로 판단되는 것이 희미하게 보인다.

    바닥에도 움직임의 흔적은커녕. 우리가 밟고 온 모래 때문에 엄한 그림에다 낙서를 한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지기까지 했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오호… 남대륙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군.”

    “네, 그렇습니다. 혹시 ‘구름바다 여관’으로 갈 수 있는지요.”

    “물론, 어서 타게.”

    뱃사공 어르신은 나무배에 연결된 밧줄을 감으며 출발 준비를 했다. 전완근에 올라오는 잔 근육이 이 일을 상당히 오래 해온 듯했다.

    배가 바다의 물들을 베어 지나가며 물결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노를 한번 저을 때마다 물이 갈라지는 소리가 듣기 좋다.

    배낭에 있던 플로우들도 밖을 나오더니 바다 냄새를 마음껏 맡으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곳엔 어쩐 일로 왔는가.”

    “모멧티라는 물고기를 찾고 있습니다.”

    “모멧티?”

    “네, 제가 하는 여관의 주방장들이 그것으로 꼭 요리를….”

    “하하, 정말 이런 경우가 다 있을 줄이야.”

    “무슨 소리십니까?”

    “아닐세, 하하.”

    나무배를 타고 어르신이 노를 젓는 모습이 지겨워질 때쯤. 어느새 바다 위에 떠 있는 ‘해상여관, 구름바다’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건축기술로 깊은 바다 위에 바닥을 만들어 여관을 세웠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시야에 들어오는 건물의 풍채는 어마어마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구름바다 여관’이라는 간판 옆에 ‘전 대륙 최고의 요리사 경연 대회의 1대 우승자’라는 추가문장이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 마스터… ‘전’ 대륙 최고의 요리사라는데요.”

    “나도 봤어, 뭔가 대륙 최강의 전사를 보러 가는 느낌이군.”

    “하하, 오랜만에 재미난 손님들을 태웠어.”

    “어르신 감사합니다.”

    “같이 들어가게나.”

    어르신에게 뱃삯을 드리고, 우리는 나무배에서 내려 여관의 입구 앞을 구경했다. 구름바다라는 여관 자체가 ‘배’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 바다가 출렁일 때마다 안정감을 유지하며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관에 선박과 작은 배들이 뒤죽박죽 있었다. 여관에 오는 손님들의 것으로 보였다. 우리 가게로 따지면 손님들이 말이나 마차를 타고 오듯 이 가게의 손님들은 배를 타고 오는 것이다.

    * * *

    [ 남대륙 해상여관 : 구름바다 ]

    구름바다라는 여관은 우리 라운지의 2배 정도는 될 만큼 거대여관이었고, 홀로 들어가기까지 벽에 걸려있는 그림이나 장식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뭔가 이 가게를 보고 있으면… 내가 여관을 차리기 이전 동료에게 들었던 곳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가 말하기를, ‘바다 위의 여관이라 불리는 곳에 요리가 엄청나게 맛있다고.’ ‘그래서 그 가게의 이름은…’ 딱 여기부터 기억이 완전히 끊긴 나머지 죄 없는 미간을 찌푸린다.

    “자네, 이 가게의 옛날 이름은 ‘바다거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아, 이곳이 바다거북이었군요!”

    “뭔가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말해주었다네!”

    “덕분에 관자를 누를 필요가 없겠어요.”

    “별거 아니네, ‘나중에 보세’, 하하.”

    뱃사공 어르신은 홀 어딘가로 사라졌고 우리 가게의 마스코트…가 되고 싶어 하는 렌이 여관의 메인테이블로 향했다. ‘모험가의 예의’를 지키며 가게 주인에게 주문 후에 바로 질문 공세를 들어갔다.

    ‘모험가의 예의’, 정보 조달을 위해서 근처 여관에 들러 여관의 주인이나 직원, 심지어 손님들에게까지 정보를 물어보아야 하는 상황일 때. 우선 1인 1 주문은 하자! 대충 이런 느낌의 문화라고 할 수 있었다.

    “하하, 모험가의 예의라니 기특한 손님이군요.”

    “이 정도는 기본이죠!”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저는 드래곤 오브 레드아르토 레바테이나 렌입니다!”

    “뭐, 드래곤 오브, 뭐… 응?”

    “그냥 렌이라고 불러주시면.”

    “아하하, 이분의 일행인가 보군요.”

    “네, 서대륙에서 여관을 하는 아서입니다.”

    렌은 하필 이 가게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생선구이’를 두 개 주문했다. 나는 생선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그만, 이제 생선은 그만이다.

    “궁금한 게 무엇입니까? 아는 선에서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저희는 모멧티를 찾고 있습니다.”

    내 입에서 ‘모멧티를 찾아요.’라는 말이 가게 내부에 울려 퍼지자마자, 우리 가게 못지않게 시끄럽던 홀이 별안간 적막해지고 말았다.

    그것을 듣지 못한 동료에게 어깨를 툭 치며 ‘야, 저거 좀 봐봐.’라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화제를 돌리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나요?”

    “아하하, 그것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저희 가게의 주방장들이 원하는 식자재입니다.”

    “혹시 그것을 어디서 알게 되었죠?”

    “음….”

    기억을 찾아 떠나는 이상향. 나는 다시 관자놀이를 누르며 모멧티의 정보가 적혀 있었던 책의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옆의 있던 빨간 용도 함께 관자놀이를 누르기 시작했다.

    “아, ‘리엔 보크의 바다 요리 서적’에서 보았습니다.”

    “하하, 역시.”

    “도대체 왜 그러시죠?”

    “리엔 보크는 돌아가신 저의 아버지입니다.”

    “네… 네?!”

    “그리고 이 가게의 주방장이자, 전 대륙 최고의 1대 요리사셨죠.”

    “그, 그런.”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 리엔 호크라고 합니다. 하하.”

    ‘바다거북’이라는 이름의 여관이 리엔 보크의 아들 리엔 호크가 운영하게 되면서 ‘구름바다’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 이후 모멧티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했다.

    “먼저, 모멧티는 아버지의 친구입니다. 하하!”

    “친구라니… 엘프라는 말입니까?”

    “엘프라… 아니 아서 님이 찾으시는 건 물고기가 맞습니다.”

    모멧티라는 물고기는 과거 리엔 보크가 한창 바다 요리에 젖어있을 때 바다에서 만난 물고기였다. 어쩌다 보니 그 물고기와 친해지게 되었다나, 뭐라나.

    서적에 적힌 이름도 리엔 보크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네놈으로 요리를 하면 굉장히 맛있겠어. 그래도 이번 생은 우리가 친구니까 한 번 봐준다.’라고 이야기해놓고 자신의 요리 서적에는 ‘얘 진짜 맛있을 것 같으니까, 제발 누가 잡아가서 요리 한번 해줘라.’라는 것이었다.

    리엔 보크의 모멧티 전설은 아이리스 해안에서 유명했다. 이곳 출신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전설일 정도로.

    문제는 이 물고기를 우리가 잡아가도 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하하, 문제없어요.’라니, 생각보다 수긍이 빠르다고 느낀 나머지 정말 우리가 잡아가도 되는지 다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잡아갈 수 있으면요!”

    “단, 기회는 새벽이 끝나기 직전, 한 번뿐입니다.”

    이른바 새벽의 바다 마력이라는 고농축 해상의 기운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해류를 타고 넘어오며 새벽이 끝나기 전 자연 마법에 의해 사라진다.

    그 순간 모멧티가 바다에서 뛰어올라 대기 중의 마력을 잠시나마 흡수한다. 아무래도 기회란 이때를 의미하는 듯했다.

    “하지만, 모멧티가 어디서 튀어 오르는지 모르면….”

    “늘 같은 장소에서 떠오르기 때문에 괜찮아요.”

    “넓은 바다에서 떠오르는 곳이 정해져 있다는 말입니까?”

    “네, 저희 아버지와 늘 만나던 곳에서요.”

    “하하… 그런 친구를 저희가 잡아가도 될는지.”

    ‘아하하, 아버지가 친구라고 부르는 것뿐이지, 제가 볼 때는 아버지가 그냥 모멧티가 튀어 오르는 곳에 운 좋게 간 것 같네요!’라며 마치 ‘얼른, 얼른 잡아가세요.’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그럼, 그곳이 어디인지 안내를 받을 수 있을까요?”

    “좋습니다. 그럼 모멧티 님에게 가시면 됩니다!”

    “네?”

    라는 말을 전한 후.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쪽에는 아까의 뱃사공 어르신이 보였다. 렌과 나는 순간적으로 ‘우리는 식인종이 아녜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하, 나중에 보자고 하지 않았는가, 내 이름이 모멧티네.”

    뱃사공 모멧티는 리엔 보크와 어릴 적부터 배를 타고 놀던 부X친구였고, 리엔 보크가 바다로 나가서 물고기를 잡을 때면 늘 모멧티의 나무배를 타고 움직였다고 한다.

    담소나 나누며 물고기를 잡으러 갔던 어느 날. 대양에서 해류를 타고 오는 새벽 기운을 흡수하는 특이한 물고기를 발견한다. 그때부터 리엔 보크는 그 물고기에게 ‘모멧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그러니까, 그 ‘모멧티’가 친구가 아니라 이 ‘모멧티’가 진짜 친구 쪽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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