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3화 (13/222)

0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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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소식’ 』

◈ ‘요리 삼인방,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날짜 : 일곱별(달) 12일 오전 11시 ※ 디데이 3일 남음 (요리 삼인방이 다소 예민합니다. 달그락!)

◈ 당분간 주문을 해도 원하는 메뉴가 안 나올 수 있습니다. ※ 대부분 물고기 요리입니다. (원산지 : 델타산맥 아래 개울가) ※ 사장 지시가 절대 아니므로 아서에게 뭐라고 하지 말 것.

◈ 가게에 비린내가 난다는 클레임에 오픈 이후 방향제를 설치하겠습니다. ※ 향긋한 장미 향, 정신이 맑아진다는 ‘에로니 풀’ 추출 방향제.

* * *

“크하하, 숯불 포테이토 & 달그락… 아니 BBQ를 가져다주게.”

“달, 달그락.”

“허허,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가 아주 일품이야.”

브라운 아저씨는 우리 가게의 최초 입장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오늘도 어지간히 망치질했는지 아직 마르지 않은 땀이 가득해 보였고. 케피탄 맥주와 함께 숯불 포테이토 & 달그락… 아니 BBQ를 시켰다.

근래에 들어 요리 삼인방이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 관계로 나를 포함한 가게의 모든 이들은 새로운 말버릇이 생겼다. 입에 ‘달그락’이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으, 아닛! 블루! 이건 숯불 포테이토 & BBQ가 아니잖아!”

“달, 달그락.”

“오, 오렌지가 그냥 주라고 했단 말인가?”

“음…. 그, 그래.”

그렇게 근래에 들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요리 삼인방이 손님들이 시킨 메뉴를 만들지 않고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대회를 위해 독단적으로 새롭게 만든 메뉴를 내보낸다는 것.

맛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 고객이 무슨 니즈로 메뉴를 주문하는지 파악해서 어느 정도 그 니즈에 걸맞은 ‘물고기’ 요리를 내보낸다는 것이다.

손님들도 이것에 대해 불만은커녕 맛이 좋은 나머지 신메뉴로 추가하자는 이야기도 했다. 점점, 내 의사는 수립되지 않는다. 하하!

가게가 더 잘되고 싶으면 조용히 하고 우리들을 믿으라며 아주 정열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단란한… 여관이… 아니다. 진즉 판은 커졌으니.

한번은 삼인방에게 ‘가게에 물고기 때문에 비린내가 진동하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했다가 ‘달그락, 달그락!!’이라며 드래곤 레이지에 달하는 분노를 표출했기 때문에 사장은 입에 지퍼를 달기로 했다.

“흠, 이번 것도 괜찮군, 근데 뭔가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할까.”

“달, 달그락!”

“안 돼요, 아저씨!”

“왜 그러나, 렌… 웁, 웁!”

‘떨어진다.’라는 말은 현재 우리 가게의 금지단어였다! 렌은 놀란 나머지 브라운 아저씨의 수염 많은 입을 가리기 바빴다.

“오, 나왔어 렌, 윽! 가게에 비린내가 나잖아.”

“하하, 마커스 씨, 물고기 음식 때문에 그래요.”

“그, 그렇군, 그렇다고 손님이 ‘떨어질 것’ 같진 않지만.”

“안, 안 돼요!”

“응? 왜 그래, 웁!”

노심초사는 나뿐만이 아니라 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렌이 가게 마감까지 얼마나 많은 손님의 입을 막을지 내기를 하라고 하면 전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물고기가 전부 떨어질 때도 되었건만. 처음에 사다 준 몇 마리의 물고기는 어림도 없었는지 외부에 자주 나가는 퍼플에게 물고기를 잡아 오라고 시킨 듯했다.

그래서 오전에는 캡틴과 블루, 네이비, 퍼플은 마차를 타고 어디 주변에 바다는 없으니 개울가라도 가는지 몇십 마리씩 물고기를 잡아 오기 시작했다. 이후 가게에 비린내가 떠나가질 않고 있다는 것. 아주 물고기를 멸종시킬 심산이다.

그래도 꽤, 아니 아주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녀석들을 도와주고 싶었기에 오늘 오전에 시내에서 구입한 방향제 여러 개를 홀 곳곳에 배치했다.

“이 정도면 냄새가 덜한 것 같아.”

“네 마스터, 다행히 비린내가 사라졌네요.”

“하지만 문제는….”

“역시, ‘모멧티’겠죠….”

모멧티, 그놈의 모멧티, 바드 웨라 씨가 모멧티의 출처를 알려주었는데 웨라가 엘프 종족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래 모멧티의 출처는 남대륙의 엘프의 주거지인 ‘아이리스 해안’을 거처 나오는 대양 어딘가에 서식한다고 했다.

그녀가 이것도 전설일 뿐이라고 했는데. 잘하면 서적에 나온 모멧티가 정말 마지막 개체일지도 모른다는 당부도 전했다.

그래서 나는 삼인방에 ‘이렇고, 저렇고, 이렇게 돼서, 힘들 것 같아.’라고 얘기했더니 온종일 달그락, 달그락.

훤했다. ‘분명 아서 님이라면 구해 올 수 있어요.’라는 뜻으로, 녀석들이 자꾸만 짜증나는 플래그를 세웠다.

나는 또 반박했다. ‘아니 그럼, 대회 날까지 어떻게 보관할 건데?’라고 말하자 ‘달그락, 달그락’ 그러니까 ‘아서 님이 얼음 마법으로 냉동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한 것 같다.

그리고 또 반박했다. ‘아니, 나는 원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 모멧티를 잡아서 들고 간들, 신선함을 유지하긴 어려울 거야.’라고.

그러자 삼인방은 동시에 등 긁는 효자손으로 딱일 것만 같은 팔 3개를 어딘가로 지목한다. 그 방향은 주류 창고인 플로우들의 집이었다.

“아서, 남대륙이라면 지금 가도 한 별(달)은 걸릴 텐데.”

“레니, 말이 맞아, 지금 가도 무리가 있어.”

“아니요, 마스터, 제가 있잖아요.”

렌은 자신의 양팔로 날갯짓을 하며 ‘저를 타고 가면 딱 맞을 거예요. 안전운전, 총알 운전.’이라며 방긋 웃었지만 이 사장은 결국 관자놀이를 힘껏 누르며 고개를 흔들고 만다.

3일, 캡틴에게 가게를 부탁하고 단골손님들에게 이야기해둔다면 내가 가게를 비워도 문제는 없다. 만약 그곳에 갔는데도 모멧티를 잡지 못해서 돌아오면?

마왕이 심심해서 소환해본 해골이 스컬나이트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리치 킹이라든지, 서리한을 든…. 크흠.

“마스터, ‘방해물만 없다면’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야, 그렇게 야무진 플래그 세우지 말라니까.”

* * *

다음 날 새벽, 결국 무지막지한 크기의 붉은 용을 타고 남대륙의 엘프 주거지 ‘아이리스 해안’으로 출발하기 위해 마당으로 나와 있는 중이었다.

배웅을 위해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근래부터 시니컬해진 주방장들이 우리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알겠어. 꼭 가지고 올게, 너무 그러지 마. 내가 이 가게 주인이잖아.

캡틴은 우리를 위해 배낭 안에 여러 가지 물건들과 여행에 필요할 법한 것들을 챙겨주었고, 저번보다 큰 배낭을 가져가기 때문에 플로우들이 들어가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드래곤이라는 본래의 형태로 변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풀기 시작하는 렌. 옆에 있던 캡틴을 잡고서 보는 사람마저 시원하게 스트레칭을 진행했다.

변신 과정은 뭔가 마법 소녀처럼 ‘뿅’하는 느낌이 아니라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굳이 표현하자면 ‘꿀럭, 꿀럭’ 같은 느낌이었다.

『 마스터, 출발하겠습니다! 』

“속도 너무 밟지 마라.”

『 빠르게 가면, 마스터가 제게 더 붙지 않을까요? 』

“나 드래곤 죽여본 적 있다.”

『 아, 넵. 』

“캡틴, 돌아올 때까지 가게를 잘 부탁해.”

“달그락!”

“다른 신사들도 맡은바, 잘 부탁할게.”

“달그락, 달그락!”

나는 드래곤으로 변한 렌 등에 올라탔고 플로우들도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이곳에서도 상당히 멀다고 할 수 있는 서대륙의 델타산맥에서 중간 점검 후, 곧장 남대륙의 ‘아이리스 해안’까지 쉬지 않고 도착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였다.

“출발하자.”

『 마스터, 꽉 잡으세요! 』

별안간, 마당과 멀어지더니 공기를 뚫는 소리가 고막을 때리기 시작했다. 굉장한 속도감에 의해서 몸의 균형 잡기가 다소 어려웠던 나는, 균형 마법을 신체에 중첩하고 렌을 더욱더 강하게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 זה טוב♥ 』

“하….”

드래곤이 세간에 알려진 비행속도보다 빠른지, 마차로 가면 30분은 족히 걸릴 델타 시내 상공을 진즉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 *

[ 서대륙 델타산맥 ]

시원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몇 시간 동안 날아온 렌은 오랜만에 몸을 시원하게 푼 느낌이라며 몹시 상쾌해 했다.

플로우들도 가방에서 나와 델타산맥에서 흐르는 순수한 마력을 흡수하더니 기분 좋은 소리를 내기도 했다.

델타산맥은 아주 거대한 산들로 이루어진 서대륙의 자연경관 중 하나였고 렌이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날아오면서 소진된 마력을 보충하기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대륙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대양을 횡단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어느 정도의 휴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복부에서 울리는 배꼽시계를 멈추기 위해서 내 몸집보다 거대한 배낭 속 요리를 꺼낸다.

삼 형제가 넣어둔 도시락 속엔 아니나 다를까 토악질 나는 생선구이의 눈이 ‘물고기는 죄가 없다.’며 나를 째려봤다.

“아아, 또 생선이야, 나는 편식하는 놈이 아닌데.”

“생선을 쳐다보기만 해도 단내가 올라오는 것 같아요, 마스터.”

“문제는 입에 물려도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는 거지.”

“네… 동의합니다.”

플로우들은 하급 정령으로 주변에 조금이라도 강하게 상성되는 원소의 기운이 있으면 쉽게 쇠약해진다는 가르침을 기억하는가?

플로우의 상성 원소로는 당연히 ‘불’이 되겠는데. 샐러맨더 따위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최상급 정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레드드래곤이 플로우들과 함께 있다. 이는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법 학교 태풍의 탑에서 만들었던 ‘정령왕의 기운이 담긴 호롱불’을 챙겨 온 덕에 플로우의 상성 기운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다. 비록 너 때문에 주목을 받았지만 아주 고맙다. 정령왕!

우리들은 지독할 정도로 익숙해져 버린 생선구이의 식감을 다시금 느껴보며 자주는 오지 못할 델타산맥의 경관을 즐기도록 했다.

빛깔 좋은 암반과 청록색의 나무들이 우거지고, 넓게 퍼진 푸르른 창공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쩌면 ‘그 여정이 곧 보상이다.’라는 말이 틀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는 쉬었다 가야, 수지타산이 맞지.”

“아하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마스터.”

다른 곳에서 쉬어도 될 터인데. 굳이 델타산맥으로 온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사실 진짜 목적은 ‘이것’이었다.

취식 보행은 좋지 않지만, 입에 있는 생선구이가 좀처럼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은 관계로 음식을 씹으면서 암반 사이에 있는 풀들을 뽑았다.

“마스터, 그게 뭔가요?”

“아, 여관 마당에 심어보려고 해.”

“엑, 그런 잡초를 왜.”

“여긴, 델타산맥의 꼭대기야.”

“그런데요?”

“운 좋게, 이 잡초가 ‘그것’일 수도 있다고.”

“그것?”

델타산맥의 가장 꼭대기. 높은 창공에서만 흐르는 특수한 마력이 암반 사이에 자라나는 잡초에 스며들어 ‘천사의 꽃’이라 불리는 전설의 식물이 있다.

자연 마법(생명체의 마법이 아닌, 자연으로부터 저절로 만들어지는 마법 현상)이 적용된, ‘천사의 꽃’은 암반 사이에 미세한 마력을 공급받으며 살기 때문에, 그 이상 자라는 것이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제대로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전해지지만, 마력초들이 잔뜩 심겨 있는 우리 언덕에는 실험 삼아 심어볼 만하다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큼지막한 배낭으로부터 가게 앞마당에서 퍼낸 흙이 담긴 유리병을 꺼내어 식물이라는 종목의 로또를 집어넣었다. 부디 당첨을 소망한다. 원래 로또란 그런 맛으로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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