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11화 (11/222)
  • 011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소식’ 』

    ◈ ‘메뉴 / 디저트 : 산딸기 아이스크림’ 추가

    ◈ ‘메뉴 / 메인 : 숯불 포테이토 & BBQ’ 추가

    ◈ 금일 ‘월간, 세계의 모험’에서 취재 방문

    * * *

    용사의 쉼터가 한참 달아오르기 시작할 때. 그러니까 레니의 주사가 슬 시작되려거나, 브라운 아저씨가 너무 웃어버린 탓에 바람 새는 소리가 나올 때쯤.

    우리 직원들은 금일 취재를 위해 방문을 요청했던 ‘메이’가 오기까지 약간 긴장한 상태로 쭈뼛하게 있었다.

    메이는 ‘호호,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어차피 혼자 가니까.’라고 말했지만, 심지어 오늘의 경우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존대해보기도 했다. 물론 제명에 못 버틸 것 같아서 포기했지만.

    오늘따라 밖에서 들려오는 잔디를 밟는 소리가 긴장감을 만들어 내기도 했는데. 들어오는 손님이 메이가 아닌 것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외부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해골들의 활약으로 외부고객들이 조금 더 편리를 느끼기에는 충분했고. 이런 부분이 취재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라… 아무래도 ‘월간, 세계의 모험’은 그만큼 인지도가 높은 신문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서, 그럼 오늘 취재가 끝나면 정말 신문에 기재가 되나요?”

    “응, 레니의 주사를 전 대륙 사람들이 알지도 모른다고.”

    “크하하, 여관의 새 역사가 쓰이겠군.”

    “그러게요, 용사의 쉼터에 오는 손님의 주사라면서, 하하.”

    “브라운 아저씨, 아서, 그쯤 하시죠!”

    “미안, 미안.”

    “하하, 미안하네, 레니.”

    ‘월간, 세계의 모험’에 우리 용사의 쉼터가 들어갈 곳은 ‘오늘의 여관’이라는 파트였다. 뭐랄까 지구의 미슐랭 가이드.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의 여관’이라는 파트를 보며 미식가들이나 여관 마니아들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찾아온다고들 하니까 우리 입장에선 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려 새로운 메뉴를 두 가지나 추가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멀리서 숯불 포테이토를 하고 있던 ‘요리 삼인방’이 내게 엄지를 치켜든다. 장하다. 실로 너희들이 우리 가게의 에이스란다…!

    “오, 렌 양 새로 맞춘 유니폼이 근사한걸.”

    “감사합니다!”

    “근데… 뭔가 분위기가 아서랑 비슷한데.”

    “후후, 부부예요.”

    “아서가 들으면 화내겠어, 아하하!”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렌의 새롭게 맞춘 유니폼에 대해 멋지다며 칭찬을 늘어놓았고, 다들 일가견이 있는지 내 유니폼과 비슷하다며 째진 눈을 만들어 콕 집어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저 빨간 용이 내가 혐오감을 느낄 법한 소리를 웃으면서 하는 게 문제였지만.

    손님들의 동태를 파악하거나, 고민 상담 같은 것들을 집중해서 하고 있었던 터라 취재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던 참이었다.

    여관 문을 강렬하게 열고서 달려오는 메이. 그 표정은 이렇다 설명할 방법이 없지만 뭔가 굉장한 것을 본 듯한 얼굴이었다.

    “아서 님, 어떤 예의 바른 해골이 제 마차를 주차해 줬어요!”

    “아, 그때 메이 씨가 보았던 해골의 친구 중 한 명입니다.”

    “네?! 요리를 하는 저 해골들은 뭐죠?!”

    “하하, 저 녀석들도 해골의 친구, 오렌지, 옐로, 그린입니다.”

    “다른 두 명은 서빙하고 있어요!”

    “녀석들은 네이비와 블루입니다.”

    “달그락”

    “우왓!”

    캡틴에게 그때 보았던 ‘메이’라는 여성이 기자였고. 오늘 용사의 쉼터에 찾아와 취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해주었더니만 머리털 없는 두개골에 전구를 띄웠다.

    숲에서 도와주려고 했다가 해치려고 한 것처럼 보였던 오해를 풀고자. 가게 오픈 전부터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 그림을 메이에게 보여주었다.

    “아하, 그렇게 된 거였군요.”

    “달그락!”

    “죄, 죄송해요 오해해서,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달그락.”

    캡틴은 자신의 정장 오른쪽 포켓에 붙어있는 명찰을 손가락뼈로 가리켰고, 메이는 그것을 지긋이 바라봤다.

    “캡틴 씨!”

    “달그락.”

    메이는 가게를 퍼플 덕에 급하게 입장해버린 나머지 외부의 공간을 확실히 보고 오지 못했다며 둘러보고 오겠다는 말을 전한 뒤에 밖으로 나갔다.

    “마, 마스터, 확실히 전문 기자는 다르군요.”

    “그, 그러게다. 뭔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밖으로 나갔어.”

    “저희가 잘할 수 있겠죠?”

    “긴, 긴장할 것 없어.”

    “아하하, 둘 다 벌써 긴장했는데 뭔 소린가!”

    “덜덜 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하하.”

    “부부 아니랄까 봐 긴장도 같이 하나 봐!”

    “아 좀, 부부 아니라니까요! 뭐라고 말해 봐, 렌!”

    “מותק, אין לך מה להסתיר♥”

    “즉그슬으믄, 흐트표 뜨르.”

    “아하하, 아하하하!”

    “여긴 올 때마다, 내 복장이 견디질 못하는군, 아하하!”

    메이는 외부를 둘러보고 온 뒤, 홀로 들어오더니 어느새 나를 놀리는 손님들에게 동화가 되어 함께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기자 아니랄까 봐, 위장이 뛰어나다.

    물론 용사의 쉼터라는 여관에 대한 건축물 외관과 내부의 인테리어를 보는 것도 중요했으나. 메인은 요리였다.

    참고로 나는 요리의 자신이 없다. 노력한 만큼 실력도 좋아지긴 했으나 단골도 맛이 없는 음식은 ‘퉤, 뭐야 아서.’라고 말하기 십상이었다.

    다만 우리 요리 트리오가 들어온 뒤로는 얘기가 다르다.

    오렌지, 옐로, 그린. 내가 숭배할 정도로 그들은 요리를 아주 잘했다. 주방 담당이 바뀐 뒤에 손님들이 ‘오, 오!’라며 상당한 미미(美味)를 느꼈다. 어느 만화처럼 음식으로 봉황의 기운을 내뿜게 만드는 일도 가능했다.

    “아서, 가장 추천하는 메뉴가 뭔가요?”

    “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요리 트리오에게 헐레벌떡 뛰어가, 굳이 귀도 없는 그들에게 손날을 만들어 귓속말로 물었다. 사장의 체면이 있기에 차마 멀리서 ‘얘들아 추천 메뉴가 뭐니?’라고 묻기가 힘들다고.

    “달그락, 달그락.”

    “뭐, 새로 만든 메뉴들을 보내자고?”

    “달그락!”

    “왜, 자신 있어?”

    “달그락, 달그락….”

    “하, 이전 것들은 내가 만든 것들이라 별로일 거 같다고?”

    “달, 달그락….”

    이마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왠지 모를 수치감을 느꼈지만, 현재 주방의 대장들은 저 녀석들이기 때문에 무슨 말이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로 가져다드릴게요.”

    “오, 어떤 건가요?”

    “숯불 포테이토 & BBQ와 산딸기 아이스크림입니다.”

    “아하, 하나씩 설명 부탁드릴게요.”

    “…네?”

    ‘마스터, 너무 긴장하셨어요!’라는 눈치를 마구 보내기 시작하는 렌, 그러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으면 장식품 같은 캡틴이 나의 대답을 가만히 기다리는 듯했다.

    “강인한 정신의 마법 (The magic of a strong spirit)”

    “아하하, 아서가 자기한테 정신 마법을 걸었어!”

    “아서, 많이 긴장했나 보군, 하하.”

    “브라운 아저씨 조용히 해요, 시작하면 되나요, 메이?”

    “네!”

    “먼저, ‘숯불 포테이토 & 바비큐’에 경우는 야시장에서 발견한 ‘화염 마법으로 구워드리는, 양고기 스테이크’라는 포장마차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숯불 향, 그 그윽한 숯불 향을 3서클 마법만으로 낼 수 있느냐고 물어봤답니다.”

    “하하, 네.”

    “그러자, 그가 하는 말이 ‘제가 샐러맨더의 화염을 사용하거든요.’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샐러맨더의 마력으로 정제시킨 숯을 이용하자는 동기를 얻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샐러맨더의 숯을 통해 감자와 돼지고기를 조화롭게 조리한 이 음식이지요.”

    “완벽해요, 역시 사장님이시군요.”

    “그리고 ‘산딸기 아이스크림’의 경우는 메이 씨도 익히 알고 계시다시피 유명한 디저트이죠, 산딸기의 농축된 마력이 얼마나 짙은지에 따라서 그 향이 달라지는데, 저희는 유통 업자에게 직접 산딸기를 구매하지 않고, 이 산딸기를 직접 재배하기로 했습니다.”

    “오호, 재배가 가능한가요?”

    “아주 좋은 질문이었습니다. 저희 용사의 쉼터가 있는 이 언덕은 제가 직접 ‘몹시 어렵게 수공한 고급 마력초’로 되어 있어서 마력 공급이 자주 필요한 산딸기의 경우 재배를 통해 아주 신선한 상태로 수확이 가능합니다.”

    “와우!”

    보라. 나의 완벽한 설명을. 손님들도 입 모양을 소문자 o모양으로 ‘오, 오’ 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서 입이 마르도록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고 나니, 이어서 오렌지가 해당 음식들을 가져다주었다.

    “음, 음.”

    가게의 손님들이 메이의 반응을 보기 위해 조용해진다. 과장하자면 허공에 떠도는 마력이 순환되는 게 들릴 정도였다.

    “꿀꺽, 아, 아니….”

    “아… 아니?”

    메이는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떨궈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사이에서 약간의 흐느낌이 느껴진다. 테이블 위로 쥐똥만 한 눈물이 떨어졌다.

    “…흑, 흑 할머니.”

    “메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드셔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가게 홀에 플로우도 없는데 싸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기분에다가 분위기가 숙연해지기까지 시작했다. 트리오, 너희는 음식으로 여자를 울려버렸다.

    캡틴은 가끔 ‘울고 있는 손님’들을 위해 자신의 주머니에다 휴지를 넣어두고 있었는데, 마침 녀석이 그것을 꺼내 메이에게 건넸다.

    “달그락, 달그락”

    “하하… 고마워요.”

    “달그락.”

    “너무 맛있어서, 울어버렸네요.”

    “괜찮나요, 메이 씨?”

    “네, 그리고 요리 트리오 분들께서는 ‘이곳’에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가방에서 어떤 종이를 꺼냈고, 그녀가 말한 ‘이곳’은 다름 아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라고 불리는 ‘큰 규모의 요리대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라는 말과 ‘요리대회’라는 단어를 인지한 부엌의 트리오들은 돌연히 나타나 포스터의 공고를 동공도 없는데 또렷이 쳐다보고 있었다.

    “무, 무서워요.”

    “달그락.”

    “너희 이곳에 출전하고 싶구나.”

    “달그락!”

    “좋아, 허락하지.”

    “달그락, 달그락♥”

    용사의 쉼터. 여관 메인 요리사 ‘해골 트리오’의 ‘요리대회’출전이라는 것이 확정되자, 가게의 손님들은 ‘응원하러 가지!’라며 녀석들에게 큰 응원을 해주었다.

    * * *

    메이가 단골손님들의 인터뷰까지 끝마친 뒤, 그녀의 마중을 위해 함께 외부로 나갔다. 그녀는 밤하늘을 보더니 이내 ‘시야 녹화 마법, 종료’라며 혼잣말을 했다.

    “오, 그것도 마법입니까?”

    “네, 마법 기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녹화 마법이에요.”

    “신기한 마법이군요.”

    “하하, 마력 고갈 때문에 길게는 사용할 수 없어요.”

    “여관은 어떠셨나요?”

    “저의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감사합니다.”

    “아, 저도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대회에 취재를 간답니다.”

    “그럴 것 같았어요, 아직 일정은 남았으니 여유롭겠네요.”

    “저는 여유롭겠지만….”

    이야기를 끝내고 그녀는 자신의 마차를 탑승하여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가 마지막에 나지막이 전한 말은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라는 대회에 엄청난 실력의 요리사들이 출전할 것이니 해골 요리사들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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