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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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용사의 쉼터 사장 ‘아서’는 오늘 출장입니다. ※ 렌과 해골들에게 예우를 다해주십시오, 직원들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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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은 용사의 쉼터에 기재되어 있는 여관 이용 사항을 확인하더니, 웃으면서 그 밑에 글을 추가하고야 말았다. 아마 낙서 정도로 생각한 듯하다.
무지개 신사 해골들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달, 달그락’거렸는데, 아마 ‘이러면 큰일 나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스터의 갑작스런 출장으로 인해 캡틴이라는 이름의 해골 망자로부터 잡다한 일들을 배운 렌. 해가 저물어지기 시작하자 신사 해골들과 함께 오픈 준비에 급급했다. 나름 자신감이 차오른 표정을 짓고 있다.
“마스터가 오시기 전에 열심히 해보는 거야!”
“달그락.”
“달, 달그락.”
인간의 모습으로 엄청난 기합을 넣는 렌. 그러나 그 거대한 울림이 가게 내부를 흔들리게 했고, 해골들은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다.
서서히 해가 저물고 부엉이 소리도 가끔 울리는 것이, 해골들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요리 삼인방은 부엌, 네이비와 블루는 홀대기, 캡틴은 라운지 전체, 그러나 유일하게 퍼플이 밖으로 나가자 렌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퍼플 님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달그락.”
퍼플은 최대한 ‘저는 마차를 운행해요.’라는 말을 몸으로 표현하려고 애썼지만, 렌은 그 모습을 보며 ‘춤추러 가는군요.’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뼈가 분리되지 않게 조심하세요!”
“달, 달그락….”
밖에서 잔디가 밟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렌은 마스터가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내심의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얼굴에 자기 머리보다 긴 턱수염을 달고 있는 드워프가 입장했다.
조용히 대장장이 브라운은 추가된 용사의 쉼터 규칙 사항을 확인했지만, 뭔가 오늘 추가된 규칙 사항의 글자가 삐뚤삐뚤 어린아이가 장난친 듯해 보여 인상을 찌푸린다.
“오, 캡틴, 오늘도 왔다네.”
“달그락, 달그락.”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용사의 쉼터입니다!”
“오, 오… 처음 들어보는 인사야, 처음 보는 얼굴이군그래.”
“그때 저 때문에 바지에 지려버리셨죠, 죄송합니다….”
“자, 자네는 설마, 그래 아서의 드래곤이군!”
브라운은 자신의 머리를 ‘탁’ 치며 ‘이제 하다못해 드래곤까지 직원으로 쓰다니, 아하하!’라고 바람 찬 폭소 소리를 섞으며 자리에 앉았다.
찬물과 함께 브라운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메뉴판을 올려두었고, 브라운은 아무 말 없이 렌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질이 좋은 메뉴는?”
“네?”
“음, 아니네, 크하하!”
“달그락.”
“오, 캡틴 오늘 괜찮은 것으로 내오게!”
“달그락.”
렌은 한참을 브라운이 말한 ‘질이 좋은 메뉴’에 대해 고민했다.
과연 이 가게의 메뉴는 질이 좋은 음식이 따로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렌의 머리 위, 물음표가 가득 떠오른 것을 본 캡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열심히 하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먼 곳으로부터 발소리가 여럿 들리는 것을 느낀 귀 밝은 렌은 입구에 선다. 몸을 쭈뼛 세운 다음 기다리기 시작한다. 맞이란 언제나 기쁘니까.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용사의 쉼터입니다!”
“오, 오… 누구시죠?”
“그때 드래곤입니다!”
“아하하, 아하하, 진짜 웃기는 군, 아서!”
“렌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반갑소.”
사냥꾼 마커스는 가게의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렌을 마주하자, 배를 잡으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치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아하하.’라는 표정이었다.
이후로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나더니, 가게 내부가 완전히 채워지고도 손님이 끊이질 않아 외부에서 주문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렌이 이들을 관찰할 때, 대부분 허리에 검을 차고 있거나, 지팡이 같은 것들을 들고 있거나. 흔히 볼 수 있는 모험가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어머, 캡틴, 저 왔어요.”
“달그락.”
“네, 오늘도 피곤해 죽는 줄 알았어요.”
이들은 모험가로 오늘 있었던 다양한 일들을 하소연하거나, 영웅담처럼 이야기하기 바빴다. 목이 마르니 케피탄 맥주를 자꾸 마시다 보면 금방 취기가 올라와 가게의 분위기가 더욱 불타오른다고.
개중 캡틴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마법사 ‘레니’의 경우, 술에 취하게 되면 캡틴에게 힐을 사용해버릴지도 모르니, 그런 경우가 생기면 말리도록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붉은 용은 전진뿐, 렌은 즉각 움직였다.
“레니 님, 부탁드릴 게 있어요.”
“뭐, 뭐죠?”
“오늘은 취하셔도 힐은 삼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 네….”
“크하하, 그래 캡틴이 죽을 뻔했잖아 그때.”
“암, 신입 직원도 레니에 대해서 잘 아는군, 아하하!”
“아하하, 아하하!”
레니는 렌이 건넨 말이 다소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달아오른 상태로 ‘흥!’이라는 대답과 함께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퍼플이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렌에 앞으로 다가갔고, 렌에게 달그락거리며 몸으로 표현했다. 퍼플 왈, ‘이번에는 제발 알아들어.’ 이다.
“아, 해골 마차를 출발시키겠다는 말인가요?”
“달그락!”
“지금, 해골 마차를 출발할 예정입니다!”
퍼플은 말을 할 수 있는 렌에게 부탁하여, ‘오늘의 해골 마차 : 첫 번째 운행’에 대한 손님들의 의사를 물어보길 원했다.
렌은 큰소리로 가게 홀에 외쳤지만, 가게 손님들은 귀엽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렌, 벌써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브라운 자네는 들어가야 하지 않은가?”
“하하, 왜 내가 지금 들어가야 하는가.”
“브라운 자네의 안사람이 바가지를 긁는다고 하지 않았나.”
“아하하, 그걸 피하려고 이곳에 온 거야!”
시간이 흘러 손님들의 얼굴이 대부분 ‘빨갛다.’라고 느낄 때쯤. 렌은 이들이 용사의 쉼터에서 느끼는 행복함이란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다.
그 고민이 깊어진다. 인간이 느끼는 지금의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며 자신이 했던 긴 여행을 돌아보고, 인간을 마주했던 순간들을 기억했다. 그리 가깝게 지낸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 그들은 용들과 달랐다.
“달그락, 달그락.”
“오늘도 나를 위로해주는 건가, 블루.”
“달그락.”
“고맙네.”
렌은 느꼈다. 홀에서 일하고 있던 블루와 네이비는 단순히 서빙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손님에게는 위로의 토닥임을, 기분이 좋은 손님에게는 어깨뼈가 떨어질 만큼의 격렬한 반응을 주고 있었다는 것.
괜히 이들의 별명이 무지개 ‘신사’가 되었을까. 각자 색이 다른 ‘정장’이라는 유니폼은 ‘신사’라는 말을 더욱 긍지 높게 해주는 듯했다.
“달그락.”
“캡틴, 제가 잘하고 있나요?”
“달그락!”
해골 신사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캡틴에게 칭찬을 듣자,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느낀 렌은 주먹을 쥐며 ‘좋았어!’라는 시늉을 했다.
* * *
점점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 나의 가게 ‘용사의 쉼터’
주류 창고의 문제로 인하여 정령들을 데리고, 계약자에게 찾아갔으나 우리 가게 드래곤이 번역을 잘못한 이유로 계약자인 베로니카에 수업을 듣고 왔다.
먼 곳을 다녀온 까닭에 피곤했던 탓인지 플로우들이 가방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언덕 위의 마력초를 밟고 지나가기 시작하자 가방 밖으로 나와 호롱불 주변을 또다시 맴돌았다.
생각보다 외부에 있는 손님들도 통제가 잘되어가는 것 같았다. 외부에 손님들이 나를 반기며 ‘오, 아서, 돌아왔군, 렌 양이 일을 잘하던걸.’이라며 낄낄 웃었다.
그리고 가게의 문 앞에 도착했는데. 이 꼬불꼬불한 글씨로 적어둔 여관의 추가 사항은 무엇인가? 딱 봐도 멍청한 우리 가게 용 짓이다. 젠장!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웨이트리스 렌’은 여관의 드래곤입니다. (해칠 수도 있음) ※ ‘웨이트리스 렌’은 드래곤 중에 가장 포악하다는 ‘레드드래곤’입니다. ※다만 자칭 채식주의자(이제 아님), 사람을 먹지 않습니다.
대놓고 자신을 레드드래곤이라 광고하고 있었기에 나는 또다시 관자놀이를 누르며 ‘아, 아’를 운운했다. 이렇게 되면 숨기려고 했던 의미가 없다!
“해칠 수도 있음이라니… 소문 이상하게 나면 어떡하려고.”
“오, 아서 왔는가! 그건 뭔가! 호롱불인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단골을 포함한 여러 손님이 나를 반겼다. 호롱불 주변에 맴돌던 플로우 4마리를 보자 신기한 듯 바라보기 바쁘다.
“아서, 이번에는 정령 마법까지?!”
“아니야 정령 마법은 1도 모른다고, 레니.”
“아서, 이제는 드래곤도 모자라서 정령까지 직원인가, 아하하!”
“이들은 원래 직원이었어요, 여러분들의 술을 책임지는.”
“오… 아주 훌륭한 직원이었군.”
다행히 내부의 통제도 문제가 없었다. 캡틴이 말하기를 손님들이 평소보다 조심하려고 노력해준 덕에 통제가 어렵지 않았다고.
그래 이쯤 되면 레니도 ‘힐을 해드릴게요~’라며, 홀 안, 동네방네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있어야 맞는데. 멀쩡하게 나를 반기는 것을 보면 취하지 않으려 적당히 즐긴 듯했다.
“그래서 규칙 사항에 난장질을 해놓은 용은 어디?”
“달, 달, 달그락.”
“뭐지, 네가 그렇게 당황한 모습은 처음인데.”
캡틴은 내 앞에서 엄청난 율동으로 뭔가 렌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오늘 일을 상당히 열심히 했고, 아주 완벽히 잘했다는 듯이 설명했다. 그러니까 혼내지 마세요. 라는 느낌이었다.
나는 뭔가 수상해서 캡틴의 몸을 잡아 옆으로 치운 다음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으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렌이 보이지 않았다. 솜털 한 가닥 보이지 않는다.
“달, 달그락.”
“아.”
캡틴이 ‘근막 이완을 위한 마사지건’처럼 자신의 팔을 덜덜 떨며 어딘가를 지목했고. 그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진다.
‘사냥꾼 마커스 자리의 테이블’, 침을 흘리며 자는 ‘빨간 머리의 여자’가 보였다. 마커스도 헛웃음을 내며 나를 바라봤다.
“음냐, 음냐, 케피탄 맥주 만세….”
“술을 마셨나 보네요.”
“우리가 마시는 걸 먹어보고 싶다기에, 하하.”
“이런, 완전히 뻗으셨군.”
“블루랑 장난치고 있었는데, 뭔가 갑자기 오더라고.”
“그래서요?”
“그러더니 힘든 일이 없냐고 물었어, 아하하!”
“크하핫, 이 가게의 직원들은 개그야.”
“아서, 렌이 드래곤이긴 해도 심성은 착한 것 같아요.”
“레니, 나는 일 잘하는 직원을 원한다고.”
정말이지 레드드래곤의 주사가 ‘잠을 자는 것’이라는 부분에 감사할 따름이다. 혹여 홀에 있다가 드래곤으로 변하면 가게가… 아니 상상도 하지 말자, 끔찍하니까.
마법 학교 : 태풍의 탑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만든 ‘정령왕의 기운이 담긴 호롱불’을 홀에 있는 천장에 걸어둔 뒤, 플로우들을 주류 창고로 돌려보냈다.
흠뻑 취한 나머지 브라운 아저씨에게서 나는 술내가 렌에게 났다. 녀석을 업어 방으로 옮기기 위해 후방 건물로 향한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생각보다 가벼운걸.”
“음냐, 마스터… 저 오늘 열심히 해써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