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7화 (7/222)

0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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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규칙 사항 추가 』

◈ ‘테이머(조련사)’의 경우 자신의 반려 짐승으로 위협 행위 금지

◈ ‘테이머(조련사)’의 경우 자신의 반려 짐승에게 마법 부여 금지

* * *

용사의 쉼터, 여관 명물. 케피탄 맥주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을 만큼 맛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물론 로건의 농장에서 만들어지는 주류 자체가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 더욱 중요한 것은 냉장, 냉동 방법. 이에 따라 맛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 주된 포인트라고 본다.

이 부분에서 로건이 인정한 ‘케피탄 맥주를 가장 맛있게 보존할 수 있는 곳’이 용사의 쉼터였다. 그만큼 나의 주류 창고에는 큰 비밀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는데.

“플로, 플로….”

“괜찮니, 플로우?”

우리 ‘가게의 주류 창고’는 바로 ‘얼음의 정령 플로우(Floe)의 집’이라는 것.

얼음의 정령 중에서도 하위 정령에 속하는 플로우 4마리, 정령을 도심가에서 소환하지 않는 이상 실체화가 된 이들을 보기 어렵다.

먼저 플로우를 계약 소환한 것은 내가 아니다. 주류 창고를 만들기 위해 3년 전 이 땅을 파다 보니 작은 동굴이 있었고, 그곳에 잘못 전이되어 갇혀있던 플로우들을 구해줬던 것이 전부였다.

이후 마력이 짱짱한 잔디를 언덕 전체에 깔아버렸다. 전자 때문에 이곳을 전이되기 전보다 좋은 환경이라 판단한 녀석들, 현시점으로 돌아와 터를 만들며 눌러앉은 것이다.

겸사겸사 주류 창고로 쓸 예정이었으니, 이곳에서 살아도 좋다며 얘기했다. 그러자 이들이 동굴 내부를 얼음으로 가득 메워 최고의 집이자 냉동고를 만들어주더라. 물론 보증금 없고, 월세 없다. 그리고 나는 개이득이다.

안에만 있으면 따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들은 원한다면 정령의 차원으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듯했다.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데, 내가 도와줄 일이 없을까?”

“플로….”

얼음의 정령에서 고열이 난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플로우가 정령계로 갑자기 떠난다고 해서 주류 창고의 냉동환경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정령이 만들어 놓은 환경은 마력의 순환만 있다면 유지할 수 있으니까. 용사의 쉼터가 놓인 언덕에 잔디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플로우의 상태를 보았을 때, 고열로 인하여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까지 녹여버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문제가 없어야 할 주류들이 상하기 시작했던 것. 나에게 미안하다며 내 손보다 작은 크기의 플로우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지 마, 나는 너희들이 더 걱정이니까.”

“…플로”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

“플로, 플로, 플로…. 플로.”

“너도 할 말이 많은가 보구나.”

“플, 플로….”

“잠시만 기다려줄래?”

고열로 인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푸른 정령들, 그림을 그려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그 이유로 급하게 전방 건물로 뛰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붉은 용이 필요하다.

“렌!”

“네, 마스터?”

“잠시만 따라와!”

캡틴에게 열심히 이것저것 배우는 중이었던 렌을 데리고 와야 했다.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태생부터 전 생명체의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개체. 돌파구는 렌이다.

주류 창고에 들어가자, 렌은 거의 다 녹아가는 얼음 위에서 고열을 내며 쓰러져 있던 플로우 4마리를 보더니 달려갔다.

“얼음의 정령들이 왜 고열을 내는 거죠?”

“그래서 널 데려온 거야.”

렌은 이들이 ‘플로, 플로’라고 하는 말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경청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전부 듣고 나서 나를 쳐다보며 렌이 말했다.

“생각보다 심각해요, 마스터.”

“이 정령들은 한 명의 계약자가 있고, 그 계약자가 몹시 악질이라….”

“계약자의 전이를 피해서 이곳에 온 거라고….”

“그런데 그 계약자가, 플로우들에게 지금 몹쓸 짓을 하고 있나 봐요.”

“무슨 짓을 했는데.”

“얼음의 정령을 불의 정령으로 변이시키려는….”

아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가끔 정령사들 중 아주 변태 같은 발명가가 정령 마법을 배워가며 아주 괴상한 실험을 한다는 얘기. 하물며 플로우들의 계약자가 그런 놈이었다니.

플로우들이 불의 정령으로 바뀌는 것은커녕, 가능하다면 그 발명가라는 인간은 신이나 다름이 없다. 즉 이대로 가다가는 애꿎은 플로우들만 소멸하고 만다는 것이다.

“계약을 해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네… 계약자가 파기하지 않는 이상.”

“그럼… 그놈을 찾는 게 우선이겠군.”

괴로워하는 플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결된 마력의 전체 회로들을 확인했다.

그중 가장 굵직하게 연결된 회로는 ‘정령계’였고, 나머지 몇 가닥들이 ‘무언가’에 연결되어 있다. 분명 계약자일 확률이 높다.

‘마안’을 사용하여 계약자로 추정되는 마력 회로가 붙어있는 좌표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오랜만에 상당한 마력을 사용한 까닭에 몸이 휘청거리고 말았다.

“마, 마스터!”

“괜찮아, 가게로 돌아가자.”

얼음 정령들을 안은 채로 렌의 부축을 받아 가게로 돌아온 후, 캡틴에게 하루 정도 밖을 다녀올 예정이니 가게를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다.

“렌, 계산(카운터)의 경우는 네가 신경 써.”

“네, 마스터 그 정도는…. 인간의 화폐는 쉬우니까요.”

“갑작스럽겠지만 내일부터 바로 일 투입이야.”

“…아까 마스터에게서 느껴진 엄청난 마력 유동은 뭐죠?”

지도를 꺼내어 긴 테이블에 펼친 뒤, 추적한 좌표를 확인하여 위치를 파악했고 ‘서대륙 델타의 있는 어느 마법 학교’라는 것을 알아냈다.

“플로우를 만진 것만으로, 마스터의 정체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그냥 여관 주인일 뿐이네요.”

“하하, 지도에 표시한 위치면 조금 먼 거린데… 태워다 드릴게요!”

“아니, 용을 타고 다니면 눈에 띄잖아.”

“…투명화 마법을 쓰면 되죠!”

“어째서 가게에 올 때 진즉 쓰지 않은 거지? 그냥 가게만 봐줘.”

“…네, 네!”

묵혀 둔 지 한참 된 배낭을 꺼내어 마실 물이나 요깃거리들을 대충 챙겨 넣었다. 이상하게 해골 녀석들이 부모님처럼 자꾸 먹을 것을 욱여넣는다.

“…그, 그만 좀!”

가볍게 다녀오고 싶으나, 생각보다 거리가 먼 곳이기도 했으니, 달그락 소리의 호들갑은 이유가 있었다.

계약 파기를 위해서라면 이곳에 플로우들을 넣어서 데려가야 한다. 잡다한 물건들 때문에 플로우들의 자리를 낭비할 수 없다.

“조, 조금만 빼자. 응?”

출발 전, 간단한 정비를 끝낸 뒤, 렌과 신사 해골들을 횡대로 세워서 ‘내일 오픈 이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전달했다.

『 전지전능한 사장님이 사랑스러운 직원들에게 부탁한 일 』

◈ 창문틀에 날카롭게 남아있는 잔재들을 처리할 것.

◈ 내일 오전에 찾아오는 ‘로건’에게 ‘케피탄 맥주’를 받을 것.

◈ 언덕을 돌아다니며 물을 줄 것. (잔디를 말함)

◈ ‘렌’은 ‘캡틴’에게 잘 훈련 받을 것.

◈ 가게는 항상 깨끗이.

“흠, 너도 조만간 유니폼을 맞추는 게 났겠다.”

“감,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로브도 좋아요.”

“하하, 그건 내 것이라서 싫어.”

“아, 네….”

* * *

[ 서대륙 델타 – 마법 학교 : 태풍의 탑 ]

작년 같았으면 가게를 비우고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렌이 있는 것보다. 사실 해골 녀석들이 믿음직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마주하는데 성공한 ‘플로우’의 계약자 ‘베로니카’, 그녀와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상황이 오다 보니 더욱이 렌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플로우는 얼음의 정령이라 불의 기운이 가까이 있는 경우에 감기에 걸려요’라는 말을 ‘계약자가 얼음의 정령을 불의 정령으로 변이시키려고 해요.’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는 거지?

“저 다음부터는 드래곤이 지혜의 존재라는 말 따위 믿지 않으려고요.”

“하하… 제 플로우들이 아서 님 가게에서 감기에 걸릴 줄이야.”

자 여기서 얼음의 정령이라 강력한 불의 기운이 가까이 있는 경우 감기에 걸렸다는 말에 ‘강력한 불의 기운’의 주인이 누굴까, 그렇다 우리 가게 레드드래곤 아가씨다.

베로니카가 플로우들에게 마력을 주입하니 서서히 상태가 좋아졌고, 간혹 강한 더위에도 이렇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더이다.

“베로니카 씨가 계약자라면 플로우들을 찾지 않는 이유가 뭐죠?”

“아, 제 정령들이 마음껏 아칸을 활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들에게 있어서도 좋은 계약자겠어요.”

베로니카 씨는 태풍의 탑에서 근무하는 ‘정령 마법’ 과목의 선생님이었다. 이미 그녀를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이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촉이 있었다.

주변 시야가 가려질 정도의 수많은 정령들, 행복한 표정, 그녀의 곁에 함께 있는 것을 보자마자, 속으로 렌을 잔뜩 욕하기 바빴다. 이 멍청한 가짜 드래곤이, 어쩌고, 등등.

“여관, 용사의 쉼터를 운영하신다고 하셨죠?”

“네, 3년 정도 경영 중입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서비스 잊지 말아요!”

“꼭 드릴게요, 훌륭한 직원도 보내주시는데.”

“플로우 말인가요, 아하하.”

플로우 4마리가 고열로부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진즉 그녀의 손가락을 물고 늘어지며 온갖 애교를 부리기 바빴다.

베로니카는 자신의 목에 둘린 목걸이를 풀어버리고, 그것을 4개로 나누어 크기가 작은 플로우들에게 다시 목걸이처럼 걸어주었다.

“불의 기운을 막아주는 그런 아이템인가요.”

“네, 단숨에 알아채시네요.”

“하하… 저도 그렇게 직원에게 부적을 준 적이 있어서.”

그렇게 렌을 통해 악질이라고 예상했던 계약자와 조우한 뒤, ‘얼음 계열 정령’들을 어떻게 돌봐주는지에 대한, 일일 수업을 참석하라는 권유를 받고 만다.

당장 가게로 돌아가게 된다면 번역 솜씨가 개판인 드래곤에게 차별대우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마음을 추스르기 위하여 수업 참석에 대해 수긍했다.

“이렇게 좋은 수업을 듣게 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하하, 곧 시작이니 듣고 가세요.”

“갑작스럽지만, 저희 어디서 본 적이 있던가요?”

“아하하, 아뇨. 아서 님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이 오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베로니카의 강의를 기다리고 있으니 렌과 해골들이 가게오픈을 무사히 할 수 있을까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플로우를 위해서는 지금의 수업을 듣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지만.

나는 플로우와 직접 계약된 것은 아니지만 계약자인 베로니카의 말로는 4마리의 플로우들은 나를 가족이나 아빠처럼 의지한다고 했다.

‘……아빠라.’

용사의 쉼터에서 절대 빼먹을 수 없는 케피탄 맥주를 더욱 맛나게 만드는, 4마리의 작은 직원들을 위해 복지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 옳은 사장의 자세이지 않은가.

태풍의 탑에서 수업을 위한 종소리가 울리고. 로브를 입은 학생들은 강의실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베로니카가 알려준 강의실 문에 걸린 이용 사항을 확인했다.

“왠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용 사항이네….”

나를 처음 본 학생들은 ‘누구지, 누구지?’라는 궁금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조용히 강의실로 들어가 베로니카의 수업을 잠자코 기다린다.

뭔가 풋풋한 새내기 속 복학생이 된 것 같아 쑥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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