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5화 (5/222)
  • 005화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규칙 사항 추가 』

    ◈ ‘해골 직원’들에게 ‘신성 마법 금지’ (잘못하면 소생 불가) ※ ‘레니’는 각별히 조심하길 바람.

    * * *

    “어머머, 아서. 캡틴 머리에 마석이 하나 더 생겼어요!”

    “당신 때문이잖아.”

    “예?”

    “달, 달그락….”

    레니. 술기운에 신성 마법으로 캡틴을 죽일 뻔(?)했던 날을 잊었는지. 오늘 가게에 찾아와 캡틴을 보며 처음 내뱉는 소리가 ‘캡틴에게 뭔가 어둠의 기운이 흘러요.’였다.

    그렇다. 저 불쌍한 해골 직원 캡틴에게 내가 어둠의 마석을 심어버린 것이다. 레니의 신성 마법을 튕겨 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강력한.

    “레니, 여관 이용 규칙에 추가된 사항을 확인해 줘.”

    “아서, 또 규칙이 추가되었어요?”

    “한번 읽어봐.”

    “해골 직원들에게… 신성 마법 금지… 레니는 각별히… 어머!”

    레니의 얼굴이 빨개지자, 먼저 와있던 손님들은 ‘신이시여. 내게 저 상처받은 용자를 어루만질 힘을 주십시오!’라며 어디 광신도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분명한 야매 기도문을 읊었다.

    그러자 그녀는 홀에서 상황을 둘러보고 있던 캡틴을 냅다 안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나… 캡틴은 망자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라도 본 듯, 살점 없는 턱뼈를 빠르게 떨기 시작했다.

    “아하하, 캡틴이 떨고 있잖아 레니, 그만 놔주라고.”

    “앗, 캡틴…. 미안해요.”

    “다, 다, 달그락….”

    “어머, 괜찮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다, 달그락.”

    “역시, 멋쟁이 캡틴!”

    “달그락!”

    레니처럼 주사가 ‘힐을 해주는 것’인 손님이 있는 것처럼. 정말 다양한 손님들이 용사의 쉼터에 찾아온다. 레니는 그래도 양반인 편이다.

    이를테면 여관 이용 규칙 사항 중에 ‘가게 내부에서 폭력 행위 일절 금지’, ‘마법을 가장한 사기 행위 일절 금지’, ‘외상 가능, 무전취식 금지’, ‘가게 내부 물건 훼손 금지’ 라던가.

    위 사항에 비하면 레니의 주사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애교라고 할 수 있다. 아니지 초록빛으로 시야를 가리니 걸리적거리는 것은 사실인가?

    개중 제일 악질은 폭력 행위인데, 늘 말해왔던 것처럼 용사의 쉼터는 이름에 걸맞게 손님들이 모험가라는 직업군이라 너무 씩씩해서 탈이었다.

    정말로 씩씩해서 서로 시비가 붙고. 거친 숨소리로 ‘씩씩’거린다.

    아무튼 이런 피해가 ‘손님들끼리’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사장인 나에게 그 불똥이 튀는 경우도 허다한데. 지금까지 피해온 주먹이나 마법 공격만 1000회가 넘을 듯하다. 솔직히 지겨울 정도다.

    물론 지금은 ‘용사의 쉼터를 운영하는 사장이 겁나 강해요.’ 같은 단골의 소문 덕에 폭력 행위에 대한 문제가 줄어들 수 있었다.

    가게를 둘러보는 중. 브라운 아저씨는 한 시진 전쯤에 입장했던 손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당신, 아주 멋진 테이밍 능력을 갖췄나 보군.”

    “이 ‘잿빛 이리’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소. 자네, 가게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래.”

    “지나가는 길에 잠시 쉬고자 들렸소만.”

    “아무래도 자네는 훌륭한 테이머(Tamer)처럼 보이는데, 맞소?”

    “그렇소, 그렇소. 아하하!”

    지금처럼 조련사라는 직업군을 가진 고객들은 길들인 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다. 조련사 통제 하, 크기가 커서 가게를 비좁게 만드는 수준의 동물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

    그가 데리고 있는 잿빛 이리는 손님들의 이목을 끌 만했다. 저렇게 볼거리가 있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앞으로도 테이머들이 자주 찾아주길 바래본다.

    “이 잿빛 이리는 그대들도 알겠지만 아주 완벽히 길들이기가 어렵소.”

    “암, 익히 알고 있네. 델타산맥의 위상이라고 불리지 않은가.”

    잿빛 이리는 회색 털이 부드럽게 뻗어있는 늑대로, 마력이 순환할 때면 그 털이 푸르게 빛나기도 했다. 델타인들에게는 델타산맥의 위상이라고 불릴 만큼 아주 대단한 짐승이다.

    ‘애당초, 델타를 상징하는 동물이 늑대였지.’

    그렇게 불리는 이유도 테이머들이 이 늑대를 길들이려다 매번 실패하다 보니, 어느덧 델타산맥에서 유일하게 길들일 수 없는 짐승으로 공인되었기 때문이다.

    “아주 힘들었지. 이 몸이 대단해서 길들일 수 있었다는 말이네.”

    “하하…. 그렇구먼, 나는 대장간을 하는 브라운이라고 하네.”

    “통성명은 접어두오. 어차피 델타인이 아니기에.”

    “흠, 조련사 양반. 아쉽군그래.”

    저 테이머라고 자칭하는 손님은 델타의 사람이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이방인으로 보였다. 조련사들 사이에서 익히 유명한 잿빛 이리를 길들인 다음 자기네 대륙으로 데려가 인정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짜증나지만 굳이 통성명이 필요 없다는 조련사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사장 양반, 여기 맥주 하나 주시오.”

    “달그락.”

    “가서, 네 사장에게 맥주 하나 달라고 해.”

    “달그락.”

    조련사는 네이비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리며 실실 웃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손님들은 비단 첫인상과는 다른 조련사 모습에 이를 갈고 눈을 찢은 채 바라보기 바빴다. 우리 가게 손님들은 예의 없는 사람을 질색한다. 나는 이들에게 고개를 절레, ‘가게 내부에서 폭력 행위 일절 금지’라고 입을 벙긋거린다.

    네이비가 맥주를 오크통에서 뽑아내고 있었고 나는 네이비의 뒤로 가서 맞았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이비, 나도 내 직원이 맞고 있는걸 보고만 있을 순 없어.”

    “달그락.”

    “하지만, 우리는 참을 수 있는 선이 존재해야 해.”

    “달그락….”

    “하지만 네게 다시 저런 행동을 한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네이비가 조련사에게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나를 포함한 가게의 손님들은 아닌 척하지만 그의 행동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우리 손님들을 말리는 이유는 이 손님들이 우리 가게의 첫 번째 조항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기 때문이다.

    야만전사보다 싸움은 못하는 주제, 아주 씩씩한 사람들이다. 시비가 붙으며 가게가 분명 풍비박산이 나고 말 것이다. 이 가게가 또 다치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안 된다. 놉.

    분위기가 약간 무거워진 가게. 통성명에 튕겨버린 브라운 아저씨를 달래기 위해 레니가 나선다. 가게 벽에 붙은 그림을 보며 레니는 브라운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저 그림은 언제 봐도 멋있단 말이야. 안 그래요. 아저씨?”

    “시작의 원정대. 7인의 영웅들이 긴 모험을 출발하기 전 모습 말인가!”

    “그림이지만 살아있는 것 같죠?”

    “자네가 신성 마법 능력이 뛰어났다면 저들 중 하나였겠지, 하하.”

    “은근슬쩍 그렇게 제 주사를 돌려 까다니요. 아저씨도 참!”

    레니와 브라운 아저씨가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 저 그림은 '시작의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게에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걸려있는 유일무이한 그림이다.

    내가 이 가게를 오픈한다고 했을 때, 선물로 받은 것인데… 시작의 원정대라는 인물들이 가당찮게 아주 대단한 인물들이라 알려져서 그런지 인기가 많은 그림이었다.

    “웃기는군, 어차피 저것도 허언이 아닌가.”

    “….”

    “….”

    조련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레니는 현재 ‘가게가 너 때문에 던전이 되어가고 있잖아!’라며 네게 맥주잔을 던지려는 중이다.

    방긋방긋 늘 웃고만 다니던 레니와 브라운 아저씨도 표정이 좋지 않다. 그 외에도 많은 단골손님이 가게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네, 웃음이 가득한 이곳에서 그렇게 인상 구길 것 없지 않은가.”

    “영웅이랍시고, 그림을 보며 사색에 잠기는 것이 웃겼나 보지.”

    “뭐라고 했나 방금.”

    ‘브라운 아저씨 안 돼요. 제발 앉아요! 가게가 부서진단 말이야!’라며 마음속으로 무한의 외침을 하는 중이었다. 아니 이건 단말마의 비명이다.

    옆에 앉아 있던 잿빛 이리를 쓰다듬으며 씨익 웃는다. 보는 사람 속이 아득히 매스꺼워지는 금니를 드러냈다.

    “여기서 이 잿빛 이리를 당해낼 자가 있는가.”

    “이 자식이…!”

    그리고 조련사는 잿빛 이리 귓가에 무슨 말을 속삭이더니. 그 이리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브라운 아저씨와 레니가 있는 방향으로 묵직한 짐승의 포효를 뱉는다.

    브라운 아저씨는 물론 레니도 그 모습에 공포감을 느꼈는지, 흠칫하는 모습이다. 이 가게의 사장답게 더 보고 있을 수 없으니 이만 쫓아내야겠군… 이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 달그락”

    “달그락!”

    요리하던 삼인방은 물론, 밖에 있는 퍼플까지 7명의 해골 신사들이 브라운 아저씨와 레니의 앞을 가로막고 망할 늑대 앞에 섰다.

    “오, 오….”

    “멋있잖아, 너희.”

    “이봐, 해골들이 자네를 지켜주고 있다고.”

    옆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도 잿빛 이리는 없는 취급을 하며 해골들에게 멋있다는 칭찬을 했다. 머리털이 없는 두개골을 부끄럽다는 듯이 만지는 사랑스러운 내 직원들이었다. 아무래도 너희는 해골이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말해보자.

    “웃기는군, 잿빛 이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컹컹, 컹컹!”

    “여기 맥주가 그렇게 맛있다더니, 맛도 없고 짜증 나던 참이었다.”

    쓰다듬고 있던 늑대에게 조련사가 마력을 주입하자 사람보다 작았던 늑대는 4명분이 족히 넘을 정도로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그만하시죠.”

    “뭐야, 사장이면 다요.”

    “네, 여기서는 제가 곧 법이니까요.”

    “장사할 줄 모르오? 손님이 왕 아니오!”

    “일단 아직까지 손님이니 당신도 왕입니다만.”

    “그래, 잘 아는군, 그렇담….”

    “이제부터는, 왕… 재수랄까요.”

    조련사를 제외한 손님들은 다시 폭소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것도 서비스의 일종이다.

    “이 새끼가.”

    “저희 손님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당신을 쫓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네가 무슨 수로. 익히 이야기는 들었다만 네놈이 꽤 강하다고!”

    “네, 상당히 강한 편이니 조심해주세요.”

    “늑대가 아무런 경계를 하지 않는 것 보니, 감흥이 없는데.”

    “저런 하룻강아지가 느끼지 못할 존재여서 그런가 보죠, 하하.”

    “하, 델타에는 전부 허언이 가득한 사람들밖에 없는가!”

    거대해진 잿빛 이리는 조련사의 ‘가서 혼내 줘.’라는 말과 동시에 달려들었으나, 별안간 그 기색을 감추더니 공포에 질린 듯 떨기 시작했다.

    별안간 가게를 울리는 어마어마한 진공. 저 하늘로부터 들리는 구름을 찢는 소리가 가게 손님들을 놀라게 했다.

    가게에 창문이 깨지면서 손님들은 고개를 낮추고 자신의 팔로 강력한 풍압을 막기 바빴다. 돌연 나타난 이 상황에 손님들은 어리둥절했으나 당장 빨려 나갈 것 같은 공기 때문에 테이블을 잡고 몸을 지탱한다.

    『 אדוני היקר, איפה אתה! 』

    『 איפה אתה! 』

    모든 가게 사람들의 고막을 아프게 할 정도로 웅장하게 울리는 고대어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거대한 크기의 ‘레드드래곤’이 시야에 잡히고 만다.

    그래, 내 눈에도 확실히 보인다. 저 빌어먹을 빨간 용이.

    가게 내부의 손님들은 강력한 풍압으로 인해 또다시 공포감을 느낀다. 조여 오는 숨통에 커진 동공으로 전원 신음을 토할 뿐이었다.

    이미 이들은 전설로만 내려오는 드래곤의 실체를 본 것만으로도 오금이 지릴 정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중 실제로 지려버린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 אדוני היקר, איפה אתה! 』

    “야, 나 고대어 모른다고.”

    『 주인님, 저 와써용….』

    “이 정신 나간 드래곤아… 손님 있을 때오면 어떡해.”

    갑자기 가게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함성. 마치 손님들이 조련사의 콧대를 부숴버린 것처럼 강렬하게 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나는 ‘아서! 아서!’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손님들의 환호를 뒤로. 가게의 깨진 창문과 난장판이 되어버린 홀을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망할… 가게가 또 박살이 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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