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4화 (4/222)

0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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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규칙 사항 추가 』

◈ ‘해골마차’는 여관 오픈 이후 3회 운행됩니다. ※오픈 이후 3시간마다 운행, 마감 30분 전 마지막 운행. ※유동적으로 운행시간이 바뀔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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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의 재오픈. 모험가 손님들이 ‘무지개 해골신사’들을 처음 볼 때.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나니, 별안간 해골들의 대장 ‘캡틴’과 어깨동무를 하며 미친 듯이 폭소하기 바쁘더라.

오픈 전날. 녀석들의 모습을 보며 고민을 했다. 뼈로 되어 있는 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전라’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던 나머지, 끝내 이름에 맞는 색대로 '정장'을 입혀주었다.

그것이 이들의 ‘큐티 포인트’가 되었던 까닭인가, 정말 ‘무지개 해골신사’라고 불리며 이렇게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시작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브라운 아저씨가 ‘캡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허리에 찰 만한 검 하나를 선물로 주지!’라며 브라운표 팁을 던지기도 했다.

“블루 씨, 여기!”

“달그락!”

“네이비 씨 여기, 여기~”

“달, 달그락!”

표정이 없는 얼굴이라 장담은 못 하겠다만. 무엇보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바쁘게 움직이며 빈 접시를 나르거나, 음식을 나르는 모습이 가끔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열정을 보았을 때 용사와 비견할 만하다. 암.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지개 해골신사들이 투입되고 나니… 더 이상 내가 ‘가속 마법’을 쓰며 분주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라운지를 감독하거나, 단골들과의 수다 떠는 일 이외에는 정말 할 일이 없어져 버려 하품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하품은 나오지만, 지루하다는 뜻은 결코 아님.

요리 부분. 가끔 ‘요리 삼인방’ 녀석들이 번갈아 맛을 확인해 달라며 숟가락을 내 입으로 가져다 댄다.

그럼 맛을 봐주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보아라, 지금의 가게 메뉴를 내가 직접 만드는 일이란 결코 없다. 만만세.

3번 테이블에는 사냥전문가 ‘마커스’ 씨의 ‘오늘은 허탕이야.’라는 제목을 가진 한탄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실 사냥전문가라고 하는데, 늘 허탕이었던 것 같다.

“이봐, 오늘은 말이야…. 내가 거의 다잡은 멧돼지를 놓쳤다고,”

“달그락.”

“뭐야, 지금 나 무시하는 거냐?”

“달, 달그락….”

“이번엔 정말 잡을 수 있었다고!”

“달그락….”

마커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블루’의 모습을 보며 손님들은 웃기 시작했고, 사냥꾼을 향한 위로의 토닥임 덕에 그의 얼굴에서 금세 화색이 돌아온다.

가게 내부에는 시끄러운 사람들의 목소리와 잔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긴 시간을 무르익어 갔고, 어색하리만큼 어울리지 않았던 신사 해골들은 어느새 마스코트가 되어 있었다.

비단 그들의 모습을 여전히 괴기하게 생각하는 고객들도 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브라운 아저씨 같은 단골고객들이 해골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장난으로 그 괴리감을 줄여주기도 했다.

한참이나 이런 분위기에 흠뻑 젖어, 내 노후에 대한 성공의 이미지를 그려냈더니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턱을 괴고 한참 동안 사색에 잠긴 와중, 왁자지껄 용사의 쉼터 문을 강하게 열고 부리나케 메인테이블로 달려오는 여성이 있다.

“단장님… 늘 말하지만 들어올 때는, 살살.”

“아서, 방금 웬 보라색 정장을 입은 예의 바른 해골이!”

“아, ‘퍼플’을 말하는 거군요.”

“우리 용병단의 마차를 주차해줬다네!”

“하하, 녀석 일 잘하는군.”

“아서, 이번에 사령술이라도 배운 건가!”

“아뇨. 그냥 퍼플은 직원입니다.”

퍼플은 밖에서 가게 내부에 있는 다른 해골신사들의 괴리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가게에 있는 해골들을 보기 전에 하는 준비운동이랄까. 마치 물에 들어가기 전,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 몸에다 물을 끼얹는 것과 같은 거다.

델타 지역에 본거지가 있는 ‘태양 새의 용병단’의 단장 ‘프리실라’, 가게 밖에서 손님들의 마차를 발렛파킹하는 퍼플을 보며 놀랍다는 표정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당혹스러움 반, 신기함 반, 자기가 늘 자주 오던 가게 안에 보지 못했던 해골들이 요리를 하거나 서빙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찬다.’라는 표정이 절로 나올 수밖에. 괜찮다. 해골이 만들어 내는 가게의 새로운 무드가 그녀에게 점차 신선함으로 다가갈 것이다.

“아서, 아무리 직원에게 돈을 쓰고 싶지 않아도 그렇지….”

“단장님, 그건 모함입니다.”

“아무튼, 뭔가 좋아 보이긴 하군, 컨셉도 있고.”

“전 이걸 보며 뜻밖의 성공이라고도 하죠.”

‘태양 새의 용병단’이 가게에 들어서자 그러지 않아도 분주했던 가게가 훨씬 바빠졌다. 정말 해골신사들이 없었더라면 예사가 아니었을 인원이었다. 보통 이들은 40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되어 있다.

이들의 길드 아지트는 델타에 있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범위는 아칸 서대륙의 전역이라고 하여도 보탠 것이 없다. 이렇게 40명의 많은 인원을 끌고 가게로 놀러 올 때는 마커스와 다르게 한탕을 제대로 했다는 이야기. 미안하다. 마커스!

프리실라가 가게로 들어와서 하는 첫 번째 행동이 직각형으로 되어 있는 메인 테이블에서 ‘케피탄 맥주’를 시켜 마른 목을 축이는 것부터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한 잔을 꺼내어 그녀 앞에 두었다.

“캬, 역시 케피탄 맥주는 용사의 쉼터라니까, 응?”

“기분이 꽤나 좋으신가 봅니다.”

“하하, 기분이 좋지 않아도 이곳에 오면 좋아지니까.”

“팔에 상처가 깊나 보네요.”

호탕하게 웃어대는 프리실라,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오른쪽 팔뚝에 대충 둘러놓은 붕대였다. 그것도 새하얀 붕대에 피가 스며들어 새것으로 갈아야 할 듯했다.

나는 카운터 아래에 있던 구급상자를 꺼내어. 반쯤 풀어놓은 그녀의 오른쪽 팔에 장착된 플레이트를 툭툭 친다. 그 부분만 해체하라는 시늉이었다.

“이렇게 대충하고 다니면, 부하들이 뭐라고 하지 않나요?”

“저것 들을 봐, 걱정은 개뿔 먹기 바쁘다고 아하하!”

“레니, 여기 와서 프리실라에게 힐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머, 다치셨네요. 프리실라.”

나는 피딱지가 눌러 붙은 그녀의 팔뚝을 깨끗한 물로 씻어냈고,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레니를 발견하여 프리실라를 대상으로 힐을 부탁했다.

초록빛이 프리실라의 팔뚝에서 맴돌며 이내 찢어진 부위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고, 가게 내부의 손님들은 관심 폭발로 구경거리라도 난 듯. 이를 쳐다보기 바쁘다.

“취하지 않은 레니가 힐을 해주는 모습이라니.”

“취했다 하면 아서에게 종일 붙어서 힐을 하고 있더니.”

손님들은 주사가 ‘힐을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레니의 모습을 늘 기억하고 있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프리실라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모습을 보며 뜻밖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아무래도 왁자지껄 즐거움이 오가는 여관에서 레니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사뭇 다르게 무드가 닿은 것으로 보인다.

“프리실라, 상처가 깊어요, 당분간은 팔을 사용하지 마세요.”

“레니, 이 은혜 잊지 않도록 하지.”

레니가 자리로 돌아가는 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해골들의 조우로 깜짝 놀랐지만, 주변 손님들의 ‘이렇게 돼서, 이렇게 된 거야~’라는 식의 부연설명으로 인해 그녀는 굳은 표정을 풀 수 있었다.

프리실라가 금화가 두둑하게 들어있어 묵직한 소리로 짤랑거리는 가죽 주머니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갑자기 돈 자랑이라도 하고 싶으신가요.”

“나 포함 용병단 간부 10명, 숙소에서 묵으려는데.”

“10명이 묵을 방이라면 충분합니다만, 나머지 30명은?”

“마당을 빌려줘.”

“우리 가게의 잔디를 아프게 하지 않겠다면야.”

“하하, 우리 사장님이 얼마나 저 잔디를 아끼는지 아니까 말이야.”

마치 오늘을 마지막처럼 즐긴다는 느낌으로, 용병단은 지금까지 참아왔던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전투와 목숨이 오고 가는 전장을 뛰어다녀야 했기에 이런 순간들이 그들에게 매우 소중하며 값졌던 것이다.

“델타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출전인가 봅니다.”

“서대륙의 아크론 제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어.”

“지겹지도 않은지 자기네들끼리 싸우기 바쁘군요.”

“상대 제국은 서대륙의 데크 에던이네.”

“데크 에던이라면….”

“그래, 델타와 동맹 제국이지.”

델타는 평화로운 제국으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적들이 아주 많다. 이름 모를 제국이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까닭은, 그만큼 수많은 국가를 밟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태양 새의 용병단은 몬스터 퇴치보다는 국가 전쟁의 스페셜리스트로 섭외되는 전쟁 길드로 현재 서대륙의 아크론 제국 산하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델타와의 동맹 제국, 데크 에던을 적으로 돌려버린다는 것은 결국 델타를 적으로 둔다는 말. 사실 이건 가볍게 이야기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단장님의 출신은 델타면서, 아크론 산하로 들어간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가 델타 출신이라….”

“달그락, 달그락.”

그녀와의 대화 중 퍼플이 내게 와서 턱뼈가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이를 보며 프리실라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했지만 웃는 모습으로 녀석을 구경했다.

“왜 그러지 퍼플.”

“달그락….”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군.”

“달그락.”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냐는 식의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녀. 그리고 다른 손님들은 ‘나도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여차하면 자네도 곧 될 거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저 보라색 친구는 어디로 가는 건가?”

“가게에서 운영하는 귀가용 마차를 출발시키겠다는 소립니다.”

“아서도 점점 사업가가 되어가는군, 하하.”

“뭐, 어쩌다 보니.”

멍을 때리며 맥주의 탄산이 보글거리는 것을 구경하던 프리실라. 나는 으깨놓은 감자에 바비큐 소스를 버무린 음식을 가져다주며 물었다.

“그래서, 계속 아크론 산하에 있을 생각입니까.”

“다 계획이 있어, 오늘은 즐기러 왔으니 따분한 이야기는 사양이야.”

“제가 도와 드릴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아서는 늘, 내게 은인 같은 존재니까 말이야.”

“그 얘기는 사람이 많을 때는 삼갑시다.”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나 부탁하지.”

“그 정도야, 별로 어렵지 않은 서비스니까요.”

다시 시끌벅적한 가게의 시간은 흘러갔고. 익숙해지지 못할 이 소음들은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관자놀이를 욱신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라고 하더이다.

물론 ‘나쁘다.’ 보다는 ‘좋다.’라는 기분에 현저히 가깝지만, 가끔 이 가게를 자주 방문하는 단골들의 이야기나 하소연을 들을 때면 나도 답답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그저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일’ 밖에 없다는 것에 다소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좌우지간. 양단간, 어쨌거나.

내가 다시 전장으로 돌아갈 일 따위는 결코 없기에 훈수를 둘 수 없지만, 아직 전장이라는 곳에서 영혼의 파편을 흩뿌리고 다니는 가게의 손님들을 볼 때면 ‘슬, 그만둬요.’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 레니가, 캡틴 씨에게 신성 치유 마법을 걸어줄, 히끅, 게.”

“달, 달그락?”

“이봐, 아서, 레니가 취해서 캡틴에게 힐을 걸고 있다고!”

“캡틴의 상태가 이상해, 아하하!”

레니가 프리실라에게 힐을 해주고 떠난 지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별안간 취해있는 까닭을 결코 알 턱이 없다. 캡틴에게 치유의 신성 마법을 연발하는 그녀가 보였다.

“잠시만, 레니, 캡틴은 언데드라….”

“아하하, 캡틴이 갑자기 부서지고 있어!”

“부서지고 있는 게 아니라, 죽고 있는 거라고, 미친 여자야!”

“크하핫, 캡틴이 힐에 죽고 있다!”

“하하, 내 배꼽 좀 누가 찾아줘, 아하하!”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무사할 수 없는 용사의 쉼터. 캡틴에게 오늘 벌어진 일이 아주 큰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른다. 힘내자 캡틴, 내가 레니의 신성 마법을 튕겨낼 수 있는 암흑 마석을 심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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