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3화 (3/222)
  • 003화

    * * *

    외곽에 위치한 숲으로 진입하여 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이동했다. 주변 마력을 추적한 결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성인 1명 분량 정도의 마력이 감지되었다.

    문제는 몹시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 옆에 있는 마력, 뭐랄까 식물 정도에 있을 법한 마력의 양, 과연 이를 무엇으로 취급해야 할지. 일단은 제외하겠다.

    수풀을 헤치는 중, 어느 여성의 급박한 목소리가 점점 들리기 시작하자 걷는 것을 포기하고 신속하게 이동했다.

    “저기요, 무슨 일이죠?”

    “살, 살려주세요!”

    여자가 바닥에 쓰러져 기어가고 있었는데, 그녀의 다리 끝에는 사냥꾼들이 짐승을 잡기 위해 설치해둔 밧줄 미끼가 걸려있었다.

    “풀어드릴게요, 움직이지 마세요.”

    “뒤, 뒤에 해골이!”

    “달그락.”

    그녀의 다리 끝에 묶여있던 밧줄을 풀고, 뒤를 돌아보았더니 웬 해골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해골로 인하여 공포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

    보아하니 최근에 망자들이 숲에 돌아다닌다는 헛소문이… 아니니까 저렇게 해골이 유유히 걸어 다니는 것이다.

    “딱히, 적의가 있어 보이진 않네요.”

    “네…. 네?!”

    “딱히 그쪽을 해치려고 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적의가 있었으면 진작 이 여성을 해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보아하니 네크로맨서가 소환했다가 소문대로 정말 저세상으로 가버린 것 같다. 동력이 끊겼으니 가지고 있는 마력이 다되면 결국 으스러져 사라지고 말 것이고.

    “저는 델타에서 사는 메이예요.”

    “메이 씨는 무슨 일로 이런 야밤에 숲을 오셨을까.”

    “그냥 숲을 걸어보고 싶어서 왔다가, 밧줄에 걸려서….”

    “설마,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겠죠.”

    “맞는걸요….”

    “여기 이거 받으세요.”

    나는 메이에게 마침 호주머니에 있었던 ‘용사의 쉼터’ 탄산수 쿠폰을 주었다. 스스로 뛰어다니며 마케팅을 도모하는 나는야 자영업자. 여기서 손님이 더 늘면 안 되는데. 직업병이란.

    “용, 용사의 쉼터!”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요, 꼭 가야지 했는데, 가보질 못해서요.”

    “다음에 놀러 오세요, 아, 당분간은 휴업이에요.”

    “다시 오픈하면 꼭 갈게요!”

    메이가 숲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준 후, 뒤통수가 뚫어지게 쳐다보는 저 해골 인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 혹시 너 아까 그 밧줄 풀어주려고.”

    “달그락.”

    “기특한 녀석이군.”

    해골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메이 발목에 묶여있던 밧줄을 풀어주기 위해서 다가가려고 했냐.'는 내 물음에 수긍의 모습을 보인다.

    마력이 점점 줄어들어서 그런지 뼈의 밀도가 약해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움직일 때마다 서서히 으스러져 가는 얇은 파편이 튀기 바쁘다.

    “근데, 왜 자꾸 나를 따라오는 거야.”

    “달그락.”

    해골 양반은 자신의 손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그 방향이라고 해서 딱하니 무엇이 보이는 게 아니라, 마찬가지로 숲의 일부일 뿐이었다.

    “뭐, 따라오라고?”

    “달그락.”

    녀석이 먼저 앞장서더니 길게 늘어진 수풀 사이를 헤쳐 지나갔다. 딱히 저것을 따라갈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이것도 인연이니 달밤에 체조라 생각하며 따라가기로 한다.

    가느다란 뼈로 가리키는 곳은 다름 아닌 거대한 바위.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파악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내 바위 밑에서 ‘달그락’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려 대충 상황을 이해했다. 그래서 나에게 이 바위를 치우는 것을 도와 달라?

    “뭐야, 이 바위를 같이 치우자는 말이야?”

    “달그락.”

    “참… 오늘 힘쓰는 일이 많네, 그래.”

    앙상한 뼈. 바위를 등에 대고 밀어대는 모습이 가엽게 느껴진다. 새하얀 이 녀석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기다리라고 명령했다.

    근력 상승을 위해 마력을 체내에 조금 더 빠르게 순환시킨 뒤, 거대한 바위를 대충 밀었더니만 아래에 작은 동굴이 있었다. 용사의 쉼터 주류 창고보다 작은 크기였다.

    그리고 그 안, ‘달그락’ 소리를 내는 6마리의 해골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녀석은 자신의 친구들을 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친구들을 구하고 싶었던 거구나.”

    “달그락.”

    마력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보아, 조만간 이 일곱 해골은 산산이 부서져 없던 것이 되어버릴 터….

    그래도 친구들끼리 함께 소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인지, 자기네들끼리 수풀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며 손을 잡았다.

    “흠, 생각보다 지성이 뛰어나군.”

    저들을 소환한 네크로맨서가, 상위 마법사라면 가능할지도 모를 ‘고위 지성의 존재 : 소환’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일단은 해골의 경우 ‘졸개 병사’ 정도로만 사용하는 화살 방패 수준의 개체. 내가 무언가를 질문한다고 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 따윈 볼 수 없는 개체라는 말이다.

    “너희들 주인은 죽은 거냐.”

    “달그락.”

    무서워, 7명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지 말란 말이야.

    ※굉장히 오랜만에 섬뜩함을 느낀 기분이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마력을 주입해주지.”

    “…달그락.”

    “1년 정도는 돌아다닐 수 있을 거야.”

    내 말이 끝나자 녀석들은 일어서서 다가왔다. 뭐야, 설마 나를 죽이고 마력을 뺏으려는 그런 배은망덕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바닥에 연필을 대용할 수 있는 자신의 손가락뼈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한 정도면 사람과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녀석이 흙바닥에 손으로 그린 그림은. 다름이 아닌 본인(?)으로 추측되는 존재가 7마리 해골들 목에 걸린 쇠사슬을 끌고 다니는(?) 몹시 괴상한 장면이었다.

    “뭔 소리야.”

    “달그락….”

    녀석들은 무언가 실망한 것처럼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모습을 보라, 어쩜 저렇게 사람 같진 않은데… 또 사람 같을 수 있을까, 이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은가?

    “설마, 나더러 너희 주인이 되라는 말은 아니겠지.”

    “달, 달그락!”

    “내가 너희들을 어디다 써.”

    “달그락….”

    아니지, 내 생각이 짧은 것일지도 모른다. 녀석들은 ‘용사의 쉼터’에 일할 수 있는 인재가 될지도 모르는 부분이다.

    ‘주류 창고 같은 경우’ 말고, 현장에서 일할 직원들이 필요했다. 해골들이 서빙하고…. 전자는 사실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다.

    어차피 델타 시내에 붙어있는 용사의 쉼터 : 직원채용공고문은 비에 젖어 찢어지고 이미 온데간데없어졌을 터. 가게에 면접 보러오는 일 따위는 기대하지 않겠다!

    “좋아, 내가 너희들을 고용하지.”

    “달, 달그락!”

    * * *

    『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규칙 사항 추가 』

    ◈ ‘신사 해골’은 여관의 마스코트입니다. (해치지 않아요)

    ◈ ‘신사 해골’이 다가와 ‘달그락’이라고 말하면 주문하십시오.

    휴업이기에 해골들에게 여러 가지 일을 시켜보았는데….

    예상외로 녀석들의 일솜씨는 상당히 놀라웠다!

    청소는 물론, 빨래, 서빙, 요리 정말 다양한 일들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 상당히 기특할 정도였다고 할 수 있었다. 말만 못 할 뿐이지, 아주, 아주 완벽한 일꾼이다.

    그리고 자기네들끼리의 소통법(?)이 있는 것인지, 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각자가 나에게 배운 일들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였다.

    7마리의 해골을 각각 맡은 일을 다르게 배정해주고 일을 숙지시켰는데, 확실히 뛰어난 분야가 각자 다르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먼저 1번 해골(대장)은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제너럴 리스트(Generalist)로 주 임무는 서빙을 맡게 했지만, 녀석은 다른 해골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명령권’이 있다.

    2, 3, 4번 해골은 요리를 담당하는 트리오. 녀석들이 내가 요리를 하는 것을 따라 하더니만 거의 비슷한 솜씨…. 아니 어쩌면 나보다 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5, 6번 해골은 1번 해골과 함께 손님들의 주문을 받는다. 내가 ‘매콤한 고기구이’를 달라고 말해봤는데, 녀석들이 요리사 트리오에게 다가가 ‘달그락’거렸고, 트리오는 ‘달그락’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 이렇게. 내가 만들지도 않은 ‘매콤한 고기구이’를 5번 해골이 가져다주었다. 이건 강령술의 시초자도 울고 갈 대성공이다….

    7번 해골의 경우는 ‘스페셜 에이전트’이다. 즉 특수요원이라는 말에 걸맞은 일을 하는데. 바로 발렛파킹(valet parking)과 카풀(car pool)

    대게 투숙객의 경우 마차나 탈 것을 데리고 여관에 오기 마련인데, 이런 고객들을 위한 특수요원이라는 말이다.

    용사의 쉼터에서 제공하는 카풀서비스가 진정한 포인트로, 여관에서 특정 시간대에 맞춰 출발하는 ‘해골 마차’는 고객들의 편리를 위해 델타 시내까지 모셔다드린다.

    “그래 녀석들에게 마석을 선물로 심어줘야겠어.”

    일단은 전부 똑같이 생긴 녀석들을 구별할 방법으로 ‘마석’을 심어주면서 이름을 지어주도록 하자.

    녀석들을 계속 1번, 2번으로 부르기엔 마스터인 내 입장에서 난처해지는 부분이었다. 간단한 이름으로라도 불러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한가.

    서랍에 두었던 마석함을 열어서.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아무튼 7개의 마력이 깃든 보석을 꺼낸 뒤, 내 앞으로 해골들을 ‘일렬종대 헤쳐모여’ 시킨다.

    “7번 해골 앞으로.”

    “달그락.”

    “넌 지금부터 ‘퍼플’이다. 특수요원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달그락!”

    “5, 6번 해골 앞으로.”

    “달그락, 달그락.”

    “6번은 네이비, 5번은 블루다. 고객의 주문을 완벽히 캐치하도록.”

    “달그락, 달그락!”

    “2, 3, 4번 해골 앞으로.”

    “달그락.”

    “4번은 ‘그린’ 3번은 ‘옐로’ 2번은 ‘오렌지’다.”

    “요리 트리오로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달, 달, 달그락!”

    “다음, 1번 해골 대장은 앞으로!”

    “달그락.”

    “흠, 너는 앞으로 레드…. 아니지.”

    “달그락?”

    “넌 이제부터 ‘캡틴’이다. 이들의 중심으로서 최선을 다하도록!”

    “다, 달그락!”

    해골 직원 7명의 이마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최상급 마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에게 심어준 마석은 마력 공급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다.

    이 마석이 없으면 내가 이들에게 수동적으로 마력을 연료 채우듯이 공급해주어야 하는 귀찮음이 생기고 만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 여관주인은 사령 마법을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상당히 구하기 어려운 마석을 심어주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이들이 스스로 마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게 해 준 것이다. 열정페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들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마에 각자 색깔이 다른 마석이 있으니, 이름과 함께 구별하기가 훨씬 쉬워졌다는 점에서 아주 완벽한 선물이었다.

    이들의 완벽한 자태.

    이마에서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보석들을 보라.

    이렇게 보고, 저렇게 봐도, 전이 이전에 살았던 ‘지구’의 ‘파워 레인저’를 보는 느낌이 든다. ‘파워 포스 스컬 레인저’라는 이름으로 TV에 방영되어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