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회
----------------------------------------2014년 메이저리그 "그러니 우리로서는 그를 한국에 데려올만한 명분이 없네… 그와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을 통해서 접촉을 해보았는데 본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는 하고 싶은데 구단에서 허락을 받지 못할것 같다면서 은근슬쩍 구단으로 공을 돌리더구만…"
"아주 약아빠진 녀석이네요… 애초에 참가할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입으로만 참가하고 싶다며 언론플레이를 하는거네요!"
이미주는 구봉민 사장의 말을 듣고서는 선호의 이중적인 행동에 이를 갈수밖에 없었다. 이건 자신이 가고 싶어도 못간다고 말하면서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심복인 이미주 비서의 분한표정을 보자 구봉민 사장은 허허 웃으면서 앞에 놓여진 차를 마시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가 아쉬운게 아니고 우리가 아쉬우니 이렇게 하는거지..."
"아니 그래도 사장님께서 이렇게 나서시는건 좀…"
이미주 비서는 다른것도 아니고 자신의 사장님이 고작 공놀이 하는 놈을 기다리는것이 화가났기 때문이었다.
"우리 형이 KBO총재인데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남겨야하지 않겠나? 저번 WBC를 시원하게 말아먹는 바람에 우리 형님 체면이 이만저만 깎인게 아니야… 더군다나 지난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에서 열려…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종목이 금메달을 못딴다? 그럼 도하 아시안게임에 있었던 그 참사와는 비교도 안되는 일이 생기네…"
"...."
구봉민 사장의 말에 이미주 비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야알못이기는 해도 도하참사정도는 그녀도 들어본적이 있었다. 원체 유명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남겨야하는 과제가 생기고 말았네… 특히 한선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으니 한국에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선호 선수를 볼수 있지 않겠냐면서 지금 한국의 야구팬들이나 정치권에서도 설레발들이 지금 장난이 아닐세!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들 기대하고 있는데 정학 한선호 선수쪽은 뜨뜻미지근하니 우리형 입장이 얼마나 난처하겠는가?"
"그렇겠네요. 워싱턴에서는 차출하는것에 명백히 반대고 선수는 그뒤에 쏙 숨어 있고…"
구봉민 사장의 말에 이미주 비서는 왜 사장님이 이렇게 선수를 보러 직접 왔는지 어느정도 납득이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IG그룹의 구씨가문은 형제간의 우애가 남달리 좋은걸로 유명했다.
창업주가 돌아가셨을때 다른 그룹들이 형제들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른바 왕자의 난이 일어났다면 IG그룹은 형제들이 서로서로 양보하면서 형제간의 분쟁없이 사이좋게 그룹의 경영권을 나눠가졌다.
그탓에 한국의 다른 재벌그룹들 사이에서는 형제들간의 다툼없이 그룹을 사이좋게 나눠가진 IG그룹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구봉민은 자신의 친형인 구봉은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이렇게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본인이 직접 나선것이었다. 물론 오늘 잡은 이 스케줄은 IG그룹의 광고권때문에 이야기를 할겸 겸사겸사 본인이 직접 온것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미 마음이 없는 선수를 설득한다고 해서 한국에 올까요? 그리고 사장님이 이렇게 직접 전면에 나서시는것이 저는 좀..."
이미주 비서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장님이 고작 야구선수하나 만날려고 이렇게 전면에 나서는게 보기는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원체 야구광으로 유명한 구봉민 사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에 없는 사람을 설득할려면 나정도 되는 사람이 직접 나서야 선수가 마음을 움직이지 않겠는가?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한선호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 워싱턴의 구단주이자 미국 최고 부동산 재벌인 테드 러너가 그 노구의 몸을 이끌고 그를 보고서는 워싱턴 내셔널스로 데려오지 않았는가?"
"...."
"한선호 선수를 잡기 위해서 미국 최고 재벌인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였는데… 아시안게임 참가여부를 위해서 별 힘도 없는 밑의 실무진들을 보낸다? 이미 구단 최고층이 직접 데려온 한선호 선수 입장에서는 실무진들이 온것으로는 그다지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걸세… 아! 저기 왔구만… 여길세!"
그때 식당의 문이 열리면서 선호와 그의 에이전트인 폴 코브가 안으로 들어오자 구봉민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호를 반겼다. 선호는 구봉민 사장이 먼저 도착해있자 미안한듯한 표정으로 구봉민 사장에게 먼저 인사부터 하였다.
"아! 기다리게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차가 없다보니 제 에이전트분이랑 같이 움직이다보니..."
"아닐세~ 괜찮으니 여기 앉게나…"
선호가 먼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부터 먼저하자 구봉민 사장은 괜찮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 앉게 하였다.
"지난번 LA에인절스전 경기를 봤네… 경기 아주 재밌게 잘봤네!"
"잘 봐주셨다더니 감사합니다. 제가 일찍 와야하는데 제가 이곳 지리를 잘 알지 못해서 찾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하하! 그래? 워싱턴에 산지 꽤나 되지 않았나?"
구봉민 사장의 말에 선호는 나름대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게 제가 차가 없으니 자전거로 구단에 왔다갔다 하기만 해서… 그리고 제가 루틴때문에 먹는 음식도 조절해서 먹는탓에 워싱턴에 나름 산다고는 해도 외식은 잘 못하는 편이라서요. 사실 오늘 약속이 없었으면 워싱턴에도 한식당이 없는줄 알고 살았을겁니다."
"허허! 그럼 여기 처음 와본건가?"
선호의 말에 구봉민 사장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 외국나가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바로 한식이었다. 그런데 그 한식당마저 가지않고 음식조절마저 했다는 선호의 말에 그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네… 이모가 직접 요리를 만드시는것도 있고 제가 집에 잘 있는것도 아니라서요. 리그 특성상 맨날 여기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니…"
"하하하! 그건 그렇겠구만!"
선호의 말에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구봉민 사장은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선수들도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광주에다가 최근엔 창원에 포항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편인데 미국의 메이저리그라면… 아마 집에 있는 시간보다 없는 시간이 더 많은편이었다.
"근데 고작 이런 계약때문에 한 그룹의 사장님이 이렇게 오시는경우가 있나요?"
자리에 앉은 선호는 고작 광고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위해 한 회사의 사장이 이렇게 오기도 하는지가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원래대로라면 내가 오는 경우는 없지! 근데 내가 자네 팬이라서 보고도 싶고해서 이렇게 내가 직접 온거네! 이때 아니면 평생 못볼지도 모를것 같아서 말이야~"
선호의 말에 구봉민 사장은 사람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선호의 말에 능숙하게 둘러댔다. 그런 그의 말에 선호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말같기도 않는 소리하고 있네… 한 그룹의 사장이나 되는 사람이 고작 나때문에 시간을 냈다고? 관상을 보아하니 뱃속에 구렁이 수백마리가 살고 있는 인간이구만… 보통내기가 아니야...)
선호의 질문에 구봉민 사장은 나름대로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 그러나 선호는 그런 구봉민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한 그룹의 사장인 그가 뭐가 아쉬워서 자기같은 야구공이나 던지는 야구선수를 보러 오겠는가?
이미 무림에서 구를때로 구른 선호는 구봉민의 관상을 보자마자 그의 성격이나 성정이 어떤 인간인지 단박에 알아차릴수가 있었다. 그 험하디 험한 무림에서 수십년을 활동한 그였다.
앞에서는 웃다가 뒤돌면 바로 등뒤에서 칼을 꼽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던 험한 무림에서 살던 선호다보니 구봉민 사장의 말을 믿을만큼 그렇게 순진한 편은 아니었다.
(이 인간이 나를 보러 오는 이유가 있을거야… 무슨 이윤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선호는 폴 코브의 옆구리를 살짝 찔러 대신 나서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선호의 신호를 읽은 폴 코브는 아주 능숙하게 구봉민 사장과 대화를 시작했다.
(거참 지루하네… 그런데 미국에도 한식이 있기는 있구나… 한국 사람들이 이런곳에서도 장사를 하는걸보면 신기는 하구만…)
선호는 차려진 한식을 조금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맛을 보던 선호는 자신을 그다지 좋지 못한 눈으로 노려보는 미주의 표정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보자 선호는 과거 무림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호오… 저런 눈빛은 참 오랫만인데? 마치 경멸에 가까운 저 눈빛… 크흐~ 예전에 사천당가의 당소소가 저런 눈빛이었는데… 그녀도 처음엔 저런 독기가득한 눈빛이었는데...)
선호는 예전 무림십대악인 시절때 겁탈했었던 사천당가의 여식중 하나였던 당소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독기 가득한 눈빛을 오늘 다시 보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던 선호였다. 물론 그녀도 처음엔 독기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았지만 나중엔 자신의 방중술앞에는 무릎을 꿇었지만 말이다.
=============================※ = ※[작품후기]일이 너무 늦게 끝나니 글을 쓸 시간이 없네요...ㅠㅠ